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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탈워터스 입구


2주동안 살았던 워터브레스 게스트 하우스


기르는 소가 되어버린 듯한 캥거루, 혹 야생성을 점점 잃고 있는것은 아닌지 걱정


늘 이곳에 앉아 영어공부를 하거나, 일기를 쓰거나,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한낮에도 숲에 들면 저녁어스름 같은 어둠속이었던 거대한 열대우림을 이틀동안 걸었다.   


코노돌 국립공원으로 1박2일 부시워킹을 갔을때, 함께 갔던 공동체 식구들. 뭘 그렇게 보고 있으슈들?


80여 집들은 저렇게 숫자로 표시된다. 내가 머문 곳은 66번


밤부, 호주의 에코이스터들에게 인기있는 대나무, 크리스탈워터스에도 역시나 멋진 대나무 숲이 있다.


방문객캥핑지역에서 몇개월째 천막생활을 하고 있는 진정한 히피, 그러나 공동체내에게는 문제거리를 주는 듯.


겨울이 이제 막 절반을 넘어서고 있다. 겨울이라고 해보았자 낮에는 반바지에 반팔차림으로 돌아다니지만 그래도 겨울은 겨울, 아침저녁으로 코끝이 찡하다. 바나나와 파인애플도 죽지 않고 살아 열매를 맺고 있는 이 한 겨울, 며칠전부터 분홍색 복상나무꽃이 피어올라오고 있다. 마치 한국의 3월처럼. 이곳에서도 곧 봄이 올 것이다. 내가 익히 경험했던 것과는 또 다른 봄의 풍경이겠지만, 기대는 늘 같은 차림이다.

게톤에서 계획했던 우핑이 되지 않아, 돈버는 일이 끝나자마자 크리스탈 워터스로 바로 왔다. 브리즈번에서 그리 멀지 않았지만, 승용차 없이 오기는 쉽지 않았다. 더구나 호스트인 스코트가 바쁘다며 픽업나올 수 없다고 하여 호주에서는 공식적으로 불법인 히치를 하여 멜레니까지 가고 멜레니의 유기농 가게에서 크리스탈워터스 사람을 만나 그의 차를 얻어타고 공동체로 들어왔다. 고지대에 자리잡은 멜레니에서 공동체로 들어오는 길은 가파른 내르막길이었다. 20여분 차를 타고 오는 내내 뭔가 깊숙한 곳으로 빨려들어가는 느낌에 사로잡혔었다. 아득한 일이었다.

오기전, 10군데가 넘는 공동체내 호스트들에게 전화를 했지만, 모두 지금은 우핑이 가능하지 않다고 했었다. 더이상 크리스탈워터스라고 적힌 주소가 없어 주변 지역이라도 가보자고 하여 스코트에게 전화했는데 웬걸 그도 공동체의 멤버였고 더군다나 공동체내를 방문하는 이들이 머무는 고급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하고 있었다. 생각지도 못하게 하루 45달러짜리 방에서 공짜로 머물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얼씨구나 했는데, 결코 좋은 것만은 아닌셈이었다.

아침 나절 4시간 정도 일하고 오후에는 가까이 있는 계곡을 산책하거나 낮잠을 즐기거나 자전거를 타고 공동체를 한바퀴 돌았다. 일은 언제나 짙은 안개 속에서 시작했다. 곳곳에 호수가 있어 생긴 안개가 떠오르는 해를 피해 깊숙한 숲과 나무의 내밀함으로 숨어드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내 속을 열어 한웅큼의 안개를 숨겨주고픈 착한 마음이 들곤 했다. 일 하는 내낸 곳곳의 캥거루를 본다. 야행성이라더니 것도 아닌모양이다. 가만히 앉아 그 녀석들과 눈을 맞추며 내통을 시도해보지만, 쉽사리 스캔들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조금만 더 다가서면 조금 더 먼 곳으로 깡총깡총 피해 제 할 일을 다시 한다. 그러나 아주 멀리 달아나지는 않는다. 다행이면서도 혹은 더 애달픈 일이기도 하다.

일은 뭘 나르거나 파거나 하는 아주 원시적인 것들이었고 참말로 게으르고 느리게 일했다. 그렇게 게으르게 일해도 여전히 이곳의 평균속도보다는 빠른 셈인 모양이다. 스코트와 그리고 부인인 켈리는 참으로 게을렀다. 내가 아침 일곱시부터 일해서 절반도 훌쩍 넘어 10시쯤되어야 일어나서 아침을 먹는다. 부지런함을 미덕으로 강요받았던 지난세월이 있었던 지라 한편으로 한심한 생각도 들었고 또 한편으로는 그런 여유가 부러웠다. 나는 아직 뭔가를 해야만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즐거움은 언제 배울수 있으려나.

저녁에는 보통 켈리가 해주는 인도나 타이음식을 먹으면서 프로젝트로 영화를 보거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워낙 짧은 영어라 심각한 이야기를 나눌수 있을까 했는데, 중요한 것은 말이 아닌게다. 서로 마음이 통하면 말이 없어도 많은 것들을 공요할 수 있는 것이다. 지속가능한 삶, 그리고 환경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가슴아픈 한국의 상황을 서툰 영어로 이야기 하면 그들은 그 짧은 몇 단어 속에서도 마음을 울리는 것들을 캐치해 내어 함께 통감하곤 했다. 그러나 통감 이상의 디테일한 정보들을 공유할 수 없었던게 참 아쉽다. 내가 그들에게 얻고 싶은 많은 오스트레일리아와, 크리스탈워터스에 대한 정보들, 그리고 내가 그들에게 주고 싶었던 한국의 상황과 그리고 나의 경험을 나눌수 없었던게 안타까웠다.

안타까움은 그것말고도 많았다. 다른 많은 공동체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삶을 접해보고 싶었어나 그럴만한 여건은 되지 못했다. 오후 나절의 개인 시간을 이용해, 공동체 내 이곳저곳을 기웃거리고 다녔어나 그저 구경꾼에 불과했다. 그들의 내밀한 속까지 들어가 볼 수는 없었다. 토요일의 마켓과 그리고 간간히 있는 파티들을 통해 그들의 삶의 일면을 엿볼 수는 있었지만 그것뿐이었다. 그래서 이곳 스콧트의 집에서의 우핑이 끝나면 다른 곳에서 우핑을 하고 싶었지만, 가능한 집이 없었다. 단지 2주만의 구경으로 크리스탈워터스 생활을 마감하기는 아쉬움이 크다. 특히나 기대했던 것보다 못한 실망감이 크기 때문에, 내가 보지 못한 또 다른 훌륭한 것들이 이 섵부른 판단을 날려버리길 또 바라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2주동안 살아본 크리스탈 워터스는 기대만큼 훌륭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뭔가가 부족해 보이는데, 잘 캐치해내지는 못하겠다. 다만 공동체 전체 200명 중의 2명인 스코트와 캘리를 통해 느낀것은, 아직 그?흉내를 내고 있다고 할까, 폼을 잡고 있다고 해야 할까, 그런 느낌이다. 온전해 보이지 않는다. 특히나 그들이 지닌 생각과 생활의 괴리들을 보게될 때 그런 느낌은 배가 된다. 이런 것들을 한국의 많은 환경과 생명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서도 익히 보아왔다. 그럴듯한 많은 지식과 앎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직접 몸으로 실천하지 못하며, 그저 그것을 진부적으로 표현하는 이미지와 상징만을 잔뜩 지니며 몸 잡고 있는 것 말이다. 천연염색을 옷을 입고 천연비누를 쓰고 수제차를 즐겨 마시는 것들이 진정 실천하는 것의 전부는 아니다. 그저 외피일 뿐인 그것에 만족하는 많은 사람들처럼 그들도 환경과 생태에 관련한 많은 이미지들로 집을 채우고 몸에 지니고 있지만 자기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조금은 부자연스러워 보인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지만, 또한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할 수 있기에, 또 다른 집에서 그구경하는 것이 아닌 '삶을 같이 살아'보고 싶었지만, 그것이 되지 않아 안타깝다. 그렇지만, 스코트가 아주 느리고 쉬운 말로 해준 자기 삶의 의미와, 크리스탈 워터스에 대한 생각을 듣고 나니 조금은 답답함을 가실 수 있었다. 그의 말의 요는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지속가능한 삶을 조금씩 천천히 찾아가고,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지속가능한 삶에 도달했다 싶으면 또 멀직히 달아나고 또 뒤쫓아 가면 또 저만치 멀어지고 있다. 크리스탈 워터스도 마찬가지다. 지속가능한 삶이 무엇인지, 그것은 어떤 방식인지, 조금씩 노력하며 찾아가고 있다'. 그래 그의 말처럼 크리스탈워터스가 완전한 그 무엇이 될수도, 또한 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단지 그 무언가를 찾은 지속적인 노력이 중요하다. 그 노력이 멈춘다면 절반에 가깝게 다다간 낙원도 한 순간 다시 지상으로 곤두박직 칠 것이다. 새가 날기 위해서는 계속 날개짓을 해야만 한다.  

크리스탈워터스에서의 생활도 끝나나고, 이제 또다른 날개짓을 위해 날아올라야 한다. 또 어디로 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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