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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간 3500쌍의 기록… 세계 최대 英‘쌍둥이 연구소’ 일란성 쌍둥이의 비밀 파헤치다


영국에 사는 60대의 바버라와 크리스틴 올리버는 일란성 쌍둥이다. 이들은 1990년대 초반 다른 수십 쌍의 쌍둥이들과 함께 런던 킹스칼리지에 새로 설립된 한 연구소를 찾았다. 쌍둥이들은 연구소에서 피를 뽑고, 골밀도를 계산하고 폐기능을 평가받았다. 엑스레이 촬영과 전신 자기공명영상(MRI), 세심한 심리테스트도 이어졌다. 이들의 신체에 대한 모든 것은 이런 식으로 매년 한 번씩 기록됐다. 다음 달 21주년을 맞는 세계 최대의 이 '쌍둥이 연구소'에는 지금까지 3500쌍의 쌍둥이, 7000명에 대한 기록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어린아이들은 누구에게나 쉽게 주목받는다. 귀엽다거나 예쁘다는 찬사가(설사 그렇게 생각하지 않더라도)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가장 큰 관심을 받는 것은 단연 쌍둥이다. 쌍둥이는 생물학과 의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있어서는 '축복받은 연구대상'이기도 하다. 1900대 중반 '유전자'(DNA)가 발견된 이후 학자들은 유전자의 신비를 밝히는 것이 곧 생명의 신비를 밝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가장 큰 반박이 바로 '쌍둥이', 특히 '일란성 쌍둥이'였다. 하나의 배아가 둘로 나뉘어 자란 일란성 쌍둥이는 모든 유전자가 정확히 일치한다. 만약 유전자가 생명의 모든 것을 설명한다면, 이들은 겉으로 보이는 신체조건이 같은 것처럼 같은 병을 앓아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쌍둥이의 인생은 마치 전혀 다른 사람처럼 차이를 보이게 마련이다.


킹스칼리지 쌍둥이 연구소 창립자이자 소장인 팀 스펙터 교수는 원래 백내장이나 관절염 등 나이가 들면 생기는 '퇴행성 질환'을 연구하고 있었다. 당시 퇴행성 질환은 나이를 먹으면서 신체 기관이 마모된 당연한 결과라는 것이 정설이었다. 스펙터는 연구소 창립 21주년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어떤 사람들은 이른 나이에 이런 질환에 걸리고, 어떤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지가 궁금했다"면서 "일란성 쌍둥이를 비교하면 유전자와 환경 중 어느 쪽이 질병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쌍둥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어린 시절 두 아이를 똑같이 보이게 하기 위해 애쓴다. 입는 옷이나 교육법, 먹는 음식까지 대부분 동일하고 이는 아이들의 어린 시절을 지배한다. 하지만 사춘기에 접어들면 쌍둥이의 길은 갈리게 마련이다. 같은 여자 쌍둥이라고 해서 모두 짧은 치마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고, 자신감이나 일에 대한 취향도 달라진다. 스펙터의 연구에서 쌍둥이 중 상당수는 얼핏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키나 몸무게 등 외모에서 차이를 보이고, 심지어 쌍둥이들이 같은 질병으로 죽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지난 21년간 이 연구소에서 얻어진 결과물은 유전자와 질병에 대한 학자들의 고정관념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1953년 왓슨과 크릭의 'DNA 구조 규명'이 '유전학의 시초'라고 불리는 것처럼, 스펙터의 연구는 '현대 유전학의 시초'로 불린다.


2000년까지만 해도 학자들은 선천적 질병이 한 가지 유전자의 변이에 의해 발생한다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 분자유전학이 발달하면서 선천성 낭포성 섬유증, 헌팅턴 무도병, 근위축증(루게릭병) 등의 원인 유전자를 발견했다는 발표가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졌다. 하지만 스펙터의 쌍둥이 연구는 이런 연구의 90% 이상이 '쓰레기'라는 증거를 제시했다. 심지어 거짓으로 판명난 연구 중에는 스펙터 스스로 과학저널 '네이처' 표지에 실었던 '골다공증 유발 유전자 규명 연구'도 포함돼 있었다.


스펙터의 쌍둥이 연구는 '쌍둥이가 어떻게 같은가'라는 기존의 접근 방식 대신, '쌍둥이는 무엇이 다른가'에 초점을 맞췄다. 한쪽이 질병이 발생했다면 그들의 유전자가 어떻게 달라져 있는지를 면밀하게 살폈다. 


스펙터는 "비만처럼 흔하지만 다른 형태로 나타나는 질환의 경우에는 10여개의 유전자가 관여돼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연구가 진행되면서 점차 늘어 현재 550여개가 알려져 있다"면서 "수많은 유전자들이 상호작용하면서 동일한 유전자를 갖고 있더라도 사람마다 서로 다른 연령대에 질환을 발병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쌍둥이 연구소의 연구에 따르면 유전자는 각 개인이 한 가지 질환에 걸리는 이유 가운데 고작 0.1%만을 설명할 수 있다. 대부분의 유전자는 특정한 상황에서만 발생하며, 같은 유전자를 가져도 평생 발현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를 '잃어버린 유전성'이라고 부른다.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자는 아주 특이한 상황에서 각기 다르게 나타난다. 일란성 쌍둥이 두 사람이 심장병에 걸리는 확률은 30%지만, 류머티즘성 관절염은 15%에 불과하다.


연구팀은 4년 전 '왜 쌍둥이는 자라면서 전혀 다른 인생을 살고, 다른 병이 생길까'에 대한 답을 '후성유전체'에서 찾았다. 후성유전체는 환경 변화로 인해 유전자의 행동이 변하는 생체 작용이다. 


세포 안쪽을 떠다니는 '메틸'이라는 화학물질이 DNA에 달라붙으면서 일어나는 '메틸화'가 원인이다. 메틸화가 일어나면 몸속에서 유전자의 활동이 억제되거나 약해질 수 있다. 특히 메틸화는 생활 방식이나 기호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다이어트, 질병, 노화, 환경호르몬, 화학물질, 흡연, 약품 등이 메틸화의 주 원인이다. 결국 동일한 유전자를 가진 일란성 쌍둥이도 메틸화를 통해 전혀 다른 사람처럼 변해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스펙터 교수는 "통증을 참는 정도가 다른 일란성 쌍둥이나 우울증, 당뇨, 유방암을 가진 일란성 쌍둥이를 대상으로 메틸화를 측정해 본 결과 상당한 유전적 차이가 진행됐다는 것을 발견했다"면서 "쌍둥이 중에서도 한쪽은 병을 일으키는 특정 유전자가 켜져 있고, 한쪽은 유전자가 꺼져 있다는 것이 분명해졌다"고 설명했다.


쌍둥이가 각각 겪는 경험이나 사고방식 역시 그들의 삶을 달라지게 한다. 쌍둥이들은 정신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경우가 많고, 대부분 한쪽이 결혼하면서 유대관계에 이상이 생긴다. 한쪽이 먼저 결혼하면 다른 쪽은 상실감에 빠지고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자가 켜질 가능성도 커진다. 실제로 먼저 결혼한 쌍둥이보다는 나중에 결혼하거나 결혼하지 않은 쪽에서 질병이 발생하거나 이혼할 확률이 높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출처: http://media.daum.net/society/others/newsview?newsid=201306040311347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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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봄’에는 침묵해야 하나

[강석기의 과학카페 101] 레이첼 카슨 ‘침묵의 봄’ 발간 50주년


“아침이면 울새와 개똥지빠귀, 비둘기, 어치, 굴뚝새를 비롯해 수많은 새들의 합창 소리로 요란했지만 지금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들과 숲, 습지에는 침묵만이 드리워져 있다.”

- 레이첼 카슨, ‘침묵의 봄’


1962년 9월 27일은 미국의 해양생물학자이자 과학저술가인 레이첼 카슨의 명저 ‘침묵의 봄(Silent Spring)’이 출간된 날이다. 20세기 후반 나온 과학교양서 가운데 사람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 큰 영향을 끼친 대표적인 책을 꼽으라면 리처드 도킨슨의 ‘이기적인 유전자’,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와 함께 카슨의 ‘침묵의 봄’이 들어가지 않을까.


살충제 DDT로 상징되는 인류의 과도한 화학물질 남용이 가져올 수 있는 파국을 마치 소설처럼 써 경각심을 일깨운 ‘침묵의 봄’은 오늘날 환경운동의 모태가 됐을 뿐 아니라 각국의 산업정책에 전환점을 가져온 계기가 됐다. 실제 사람들의 삶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과학책일 것이다.


●화학물질에 대한 불안 여전


“침묵의 봄은 무슨…. 새소리만 요란하구만.”


전공자도 아니면서 화학물질의 위험성을 과대포장해 사람들의 감성에 호소한 센세이셔널리즘의 대표적인 예라고 카슨과 ‘침묵의 봄’을 폄하하는 사람도 있지만, 솔직히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면 카슨의 책 덕분에 브레이크없이 질주하던 화학산업이 주춤하면서 그나마 지구가 오늘날 이 정도 상태라도 유지하는 게 아닐까.


‘침묵의 봄’이 출간되기 전 상황이 어느 정도였는가 하면 1958년 미 농무부가 불개미를 없애겠다고 수십만 헥타르의 면적에 DDT를 공중살포할 정도였다. 만약 지금 어떤 정부가 그런 짓을 한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상황이 나아졌는가 하면 꼭 그렇지도 않은 것이 공교롭게도 ‘침묵의 봄’이 출간된 바로 그날 우리나라에서는 ‘출간 50주년’을 기념하는 듯(?) 불산가스누출사고가 일어났고 이에 대한 해당 기업과 정부의 대응은 ‘침묵의 가을’을 걱정해야 하는 수준이었다. 


게다가 최근 한 식품회사의 라면스프에서 발암물질인 벤조피렌이 들어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해당 업체와 식품의약품안전청의 대응에 사람들은 고개를 저어야 했다. 잊을만 하면 터지는 화학물질 관련 사건에 (특히 식품과 관련돼 있을 경우) 사람들은 마음을 놓을 수 없다.


그런데 설사 이런 사고를 미연에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다고 해서 사람들이 맘 편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최근 과학저널 ‘사이언스’와 ‘네이처’에 실린 글들을 보면 50년 전 살충제 대량 살포와는 또 다른 차원에서 ‘침묵의 봄’이 여전히 진행 중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존재 자체가 문제되는 화학물질


‘오염된 세계에서의 삶(Life in a contaminated world)’이라는 제목이 암시하듯 ‘사이언스’ 9월 28일자에 기고한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의대 루이스 귈레트 교수와 일본 국립기초생물학연구소 이구치 타이젠 박사의 글은 난자와 정자가 수정하기 이전부터 시작되는 주변 화학물질의 영향을 걱정스런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다.


“사람들이 자신의 미래를 살충제 스프레이 같은 별 것 아닌 것들에 내맡기고 있다고 생각하니 참 아이러니하다.”


필자들은 ‘침묵의 봄’에 나오는 위 구절이 선견지명이 있다며 “레이첼 카슨은 자신이 관찰한 것들을 설명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알지 못했지만, 태아 발생 초기 일상적으로 쓰는 화학물질에 노출되는 것이 유전자 발현 패턴을 바꿔 훗날 건강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지금은 잘 알려져 있다”고 쓰고 있다.



수많은 화학물질을 비롯한 환경요인은 한 개인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음식과 스트레스, 오염물질 같은 환경요인이 부모의 게놈과 개인의 게놈(체세포와 생식세포)에 작용해 개인과 그 자손의 건강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사이언스 제공


즉 자연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화학자들이 합성한 수많은 화학물질 가운데는 호르몬 시스템 같은 인체의 신호전달체계를 교란하는 물질이 꽤 있고 이 작용은 농도가 매우 낮은 경우에도 여전히 강력하게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현재의 독성학 패러다임, 즉 ‘독성은 농도에 비례한다’는 상식과는 배치되는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 10년 동안 후성유전학(epigenetics)처럼 생명체의 발달과 조절을 이해하는 시각을 혁명적으로 바꿔놓은 분야들이 나타나면서 그동안 이해하기 어려웠던 현상들이 실마리를 찾은 조각퍼즐처럼 점차 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즉 돌연변이처럼 DNA 구조 자체를 바꾸는 큰 변화뿐 아니라 유전자 작동 스위치를 바꾸는 미묘한 작용으로도 생명체에 큰 영향을 미치고 그 작용이 평생 그리고 그 자손에게까지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생활습관의 병, 즉 개인에게 책임을 넘기고 있는 비만, 당뇨병, 암, 불임 등 현대인들의 질환이 급증하는 배후에는 어쩌면 일상생활에 노출돼 있는 미량의 화학물질들이 작용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주장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는 이유다.


●220억 원 규모 안전성 재검토 프로젝트


미국 뉴욕대 과학저널리즘 교수인 댄 파긴은 ‘네이처’ 10월 25일자에 기고한 글에서 내분비교란물질에 관한 최근 연구결과들과 이에 대한 과학자들 사이의 이견과 갈등을 소개하고 있다. 파긴 교수는 “기존 독성학의 입장에서는 내분비교란물질이 보여주는 이상한 세계가 마치 고전물리학에서 양자역학을 바라보는 것과 같다”며 “비스페놀A 같이 호르몬 수용체에 작용하는 교란물질은 개체의 발달과정에서 결정적인 순간에 미량 노출돼도 엄청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내분비교란물질로 분류되는 화학물질 가운데는 그 작용이 농도에 비례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즉 농도가 낮아지면 오히려 작용이 커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기존 독성검사 패러다임으로는 안전성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 위 그래프는 농도에 따른 작용을 보여주는데 왼쪽부터 플라스틱 원료인 비스페놀A, 계면활성제 원료인 노닐페놀, 제조체인 아트라진에 대한 데이터다. 제공 네이처 제공


지금도 여전히 기존 독성학의 패러다임, 즉 ‘작용은 농도에 비례한다’는 관점을 고수하고 있는 사람들은 이런 연구결과들에 반발하지만 그러나 너무나 많은 데이터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정부에서도 이 문제를 진지하게 바라보기 시작했다고 한다. 특히 지난 3월 학술지 ‘내분비학 리뷰’에 발표된 무려 68쪽 분량의 리뷰논문은 600건이 넘는 기존 연구결과들(이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지난 5년 이내에 발표됐다!) 분석해 18가지 내분비교란물질의 작용이 농도에 비례하지 않는다(non-monotonic)는 결론을 제시해 충격을 줬다.


이에 대해 미국국립환경보건원(NIEHS) 린다 번바움 원장은 “이들의 리뷰는 상당히 설득력이 있고 근거가 있다”며 “이제 화학물질의 저농도 규제에 대해서도 논의를 시작할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실제 NIEHS는 미국식약청(NIH) 산하 국립독성학연구센터와 함께 2000만 달러(약 220억 원) 규모의 비스페놀A 재조사 연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즉 체중 1킬로그램당 하루 50밀리그램 이하를 섭취하는 건 문제가 없다는 기존 입장(FDA)과 저농도도 위험하므로 그 200만분의 1인 25나노그램으로 기준치를 낮춰야 한다는 연구자(미국 미주리대 프레데릭 봄 잘 교수)의 주장 사이의 엄청난 간극을 체계적인 실험을 통해 규명해보겠다는 것이다.


지난주 일산킨텍스에서는 비스페놀A와 관련해 국제 세미나가 열렸는데 초청연사로 나온 미국화학협회의 스티븐 헨지 박사는 국내 언론과 인터뷰에서 “비스페놀A는 내분비장애물질이 아니다”고 결론내리고 있는데 그 근거 가운네 하나가 FDA의 기준이다. 지난 9월 21일 식약청은 Q&A 형식으로 ‘비스페놀A에 대해 알아봅시다’라는 코너를 홈페이지에 싣는다고 발표했는데 그 내용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현 미국식약청의 기준으로 봤을 때 우리나라는 안전하니 걱정말라”는 것.


우리가 철석같이 믿고 있는 FDA가 NIEHS와 수백억 원이 드는 재검토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건 단지 성가신 연구자들을 무마시키기 위함일까. 아무튼 분명한 건 이런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방법론이 개발됐을 때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개념과 사실들이 최근 10~20년 사이 생명과학 분야에서 쏟아져 나왔다는 것이다. 즉 현재의 가이드라인은 제한된 지식을 토대로 만든 기준일 뿐이다. 


미국 FDA나 유럽 관련 기구의 가이드라인이 업데이트될 때에야 따라 가는 게 우리나라 처지이지만 최소한 이들 나라에서 현재 화학물질의 가이드라인에 대한 패러다임이 흔들리고 있다는 현실은 사람들이 알고 있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기준 이내이지 걱정말라”는 말을 들어도 그 ‘기준’에 절대적인 권위를 부여해 안심하지 않고 각자 살길을 모색할 테니까.

강석기 과학칼럼니스트 kangsukk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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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백과:후성유전적 유전자 발현의 기제


위키백과
 
: 후성유전학(後成遺傳學, epigenetics) 또는 후생유전학(後生遺傳學)은 DNA의 염기서열이 변화하지 않는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유전자 발현의 조절인 후생유전적 유전자 발현 조절을 연구하는 유전학의 하위 학문이다. 이를 매개하는 분자적 수준의 이해는 아직 완벽하지 않지만, 일반적으로 CpG 염기서열 가운데 시토신 염기에 특이적으로 일어나는 DNA 메틸화와 히스톤의 변형에 의해 조절되는 크로마틴 구조의 변화에 두 가지의 기전이 주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후성유전학
DNA정보의 ‘조립설명서’, 유전자결정론 의심서 출발
메틸기 등 음식속 대사물이 유전자 작동 방식에 영향
고등생물 진화의 부산물·환경적응 단기전략으로 해석
 
김영준 교수에게 듣는 후성유전학
최신의 첨단 과학은 각종 매체에 중요한 열쇳말로 자주 오르내리지만 정작 그 과학 지식의 알맹이는 우리에게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과학의 ‘결과’는 사회와 더 가까워지지만 과학의 ‘내용’은 더 난해해져 멀어지기 때문이다. 여러 분야에서 두드러진 연구성과를 내고 있는 연구자들을 직접 찾아가 몇차례의 집중 인터뷰와 함께 실험실 현장 체험도 곁들이면서 그런 난해함의 의미를 풀어본다. 후성유전학, 대사공학, 현대기하학, 기후역학, 나노 반도체 등 8개 분야를 선정해 차례로 살펴본다.

우리는 생명현상을 보여주는 간결한 한 장의 그림에 너무 익숙해져 있는지도 모른다. 그림의 중심엔 늘 유전자가 있다. 또 유전자 정보를 복사해 단백질을 만드는 아르엔에이(RNA)가 있고, 그렇게 만들어진 단백질이 무궁무진한 생명 현상을 일으키고….

그런데 이런 선명한 그림을 조금 흐릿하게, 더 복잡하게 만드는 여러 연구성과가 최근 과학계에 나오고 있다. 유전체(게놈), 유전자, 디엔에이(DNA)와 상호작용하며 생명의 발현에 영향을 끼치는 것들로 후성유전물질(에피게놈), 마이크로아르엔에이, 장내 미생물들이 주목받고 있다.

이 가운데 후성유전학은 기존의 유전학이 다 설명하지 못하는 유전자의 생명현상을 설명하려는 연구 분야로서 빠르게 성장해왔다. 먹을거리나 생활환경이 몸 안에다 후성유전물질의 패턴을 만들고 그것이 유전자의 작동 방식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제시해온 후성유전학은 특히 “무엇을 먹느냐가 당신과 후손의 유전형질에 영향을 끼친다” “유전자 정보는 정상이어도 암에 걸릴 수 있으며 암도 치유될 수 있다” 등의 학설을 제기해 과학계 바깥에서도 눈길을 끌고 있다. 후성유전학자인 김영준 연세대 교수를 만나 이 분야의 연구 동향과 쟁점에 관해 물었다.


유전자결정론엔 없는 물음들
후성유전학은 디엔에이 정보만으로 생명현상을 충분히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한 사람의 몸을 이루는 10조개의 세포들에는 모두 같은 디엔에이 정보가 담겼는데도 어떤 세포는 피부세포로 살고, 어떤 세포는 신경세포로 산다. 또 일란성 쌍둥이도 다른 생활환경에서 산다면 디엔에이 정보가 같더라도 다른 질병에 걸릴 수 있다.

디엔에이 정보 자체가 생명현상에 직접 닿아 있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정보’가 ’생명현상’이 되는 과정에는 여러 개입하는 요소들이 있다는 건데, 후성유전물질은 그런 주요한 요소들 중 하나다.

-후성유전학이 2000년대 중반 이후 갑자기 떠오르고 최근엔 국제 공동연구 컨소시엄(에피게놈 프로젝트)까지 조직되고 있다던데요, 몇 년 새 부각되는 이유는 뭔가요?

“갑작스런 건 아니에요. 초기 관심은 50년, 100년 전부터 있었어요. 세포발생학을 하는 분들이 세포가 분열하며 어떤 세포는 머리가 되고 어떤 세포는 다리가 되고 하는 분화과정을 관찰하면서 ‘어떤 물질’이 분화에 관련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왔지요. 1940년대 워딩톤이라는 미국 과학자는 세포분화를 관찰하면서 ‘세포의 운명’은 산 위에서 계곡 쪽으로 바위를 굴리는 것과 같다는 비유의 학설을 제시했어요. 이쪽 계곡으로 한번 구르기 시작한 바위는 다른 계곡으로 가기 힘들겠지요. 누군가 끌어올려 다시 굴리기 전에는 말이죠. 워딩턴은 유전학적 요인이 아닌 다른 요인에 의해 이런 일이 일어난다고 봤어요. 그걸 후성유전이라고 했지요.”

-최근에야 그 ‘어떤 물질’이 확인되면서 부각되고 있는 거군요.

“네. 지금까지 후성유전물질로는 히스톤이라는 단백질, 그리고 메틸기, 아세틸기라는 화학물질이 꼽히고 있어요. 그것들이 디엔에이 정보를 세포들이 쓸 수 있게 조직화하는 과정에 개입하고 있는 것이지요.”

-생명현상을 큰 틀에서 설명하는 기존 유전학이 세밀한 부분에선 충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후성유전학이 주목받는 걸 텐데요, 그게 어떤 건가요?

“후성유전학의 관점에서 보면 디엔에이 정보는 레고블록과 같아요. 이런 저런 모양의 디엔에이 정보들이 있지만 그 정보가 곧바로 어떤 의미를 나타내진 않아요. 설명서를 보고서 배를 만들고 로봇을 만들고 하듯이, 후성유전물질이 그런 설명서 구실을 한다고 봅니다. 사람 세포들은 모두 같은 디엔에이 정보를 지니지만 2만 수천 가지 유전자 가운데 필요한 정보와 필요치 않은 정보를 가려 써야 하는데 그렇게 정보를 조직화하는 구실을 하는 게 후성유전물질이지요.”

유전물질이 사는 방식
세포핵 안의 후성유전물질의 실체가 궁금해졌다. 이중나선의 디엔에이 그림이야 익숙하지만, 후성유전물질은 너무 생소하다. 그런데 설명을 듣다 보면 우리가 흔히 아는 디엔에이의 모습은 다르게 그려져야 한다. ‘실패와 실’이 추가된 그림은 좀 더 복잡해진다.

-후성유전물질은 어떻게 존재합니까?

“음…, 디엔에이를 길게 펴면 2m가량 되지요. 이런 유전 정보를 어떻게 세포핵의 염색체 안에다 집어넣어야 가장 효율적일까요? 생명체는 히스톤이라는 단백질을 이용해요. 이 단백질을 실패로 생각해보죠. 디엔에이는 히스톤에 팽팽히 또는 느슨하게 감기고, 그런 히스톤 실패는 무수히 많아요. 그것들이 다시 이렇게 집합을 이루고 저렇게 집합을 이뤄 아주 조밀하게 뭉친 꾸러미가 되지요. 또 메틸기라는 화학물질이 디엔에이에 달라붙는데, 그 달라붙는 패턴에 따라 감기고 뭉치는 꾸러미의 모양이 달라지지요.”

-이런 모양이 유전자 발현과 어떤 관련이 있다는 거죠?

“유전자 기능이 발현하려면 유전자 기능을 하는 디엔에이 부위에 유전자 발현을 일으키는 효소가 달라붙어 반응을 해야겠지요. 하지만 꾸러미의 깊숙한 곳에 팽팽히 감긴 유전자엔 효소가 접근할 수 없겠지요. 그러니 세포가 자주 쓰는 유전자 부위는 효소가 쉽게 들락날락할 수 있는 곳에다 감아두겠지요. 겉에 더 드러나게 말이죠. 그런 차이들이 유전자 발현의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같은 디엔에이 정보라 해도 어떻게 꾸려졌느냐에 따라 유전자 발현이 달라진다는 거군요.

“디엔에이 정보가 바뀌거나 다르지 않아도, 히스톤이나 메틸기에 의해 꾸려지는 방식이 달라지면 발현에도 차이가 생기는 거죠.”




먹는 것이 당신이다.
김 교수는 “유전자가 생명현상을 바로 결정하지 않으며 오히려 먹을거리나 생활환경의 영향이 더 크다”고 강조한다. 후성유전학이 과학계 밖에서도 주목받는 이유가 바로 이 대목에 있다. 무엇보다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준다는 메틸기는 우리가 먹는 음식물에서 생겨나는 대사산물이다.

그래서 “먹는 것이 곧 당신이다”라는 속담 같은 말도 후성유전학에선 과학 원리로 받아들여진다.

-유럽의 후성유전학 사이트에 보니, “당신이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후손이 달라진다”는 말이 있더군요. 먹을거리가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끼친다는 점, 또 그런 영향이 후세대에 유전될 수 있다는 점이 후성유전학의 핵심적 메시지 가운데 하나인데…, 어떤 연구결과들이 있나요?

“자주 인용되는 사례로 이런 게 있어요. 2차 세계대전 때 네덜란드 사람들은 ‘봉쇄정책’ 탓에 잘 먹지 못했어요. 그때 태아였던 사람들과 이전에 태어난 사람들을 비교했더니 당시 태아였던 사람들이 뚜렷이 키가 작았습니다. 그 사람들의 자녀도 키가 작았다고 하지요. 그건 후성유전물질이 가장 중요하게 작용하는 태아 시기에 제대로 영양소를 섭취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추론이 가능합니다.”

-역학조사일 뿐 아닌가요?

“쥐 실험에서도 입증됐어요. 똑같은 유전자 정보를 지닌, 새끼를 밴 실험쥐들한테 다른 음식을 주었어요. 그랬더니 태어난 새끼들의 건강상태가 달랐지요. 이젠 아기들한테 똑같은 음식을 주었는데 그 영향은 그 다음 세대까지 나타났어요. 또 디엔에이에 달라붙은 메틸기의 패턴을 비교하니 뚜렷한 차이가 나타났다는 거예요. 이런 실험적 증거들이 많이 있습니다.”

-음식이 어떻게 관련이 있나요?

“메틸기의 예를 들어보죠. 우리 몸에는 메틸기를 디엔에이에 갖다 붙이는 효소도 있고 그걸 떼내는 효소도 있어요. 물론 어떤 때에 어떻게 그것이 작동하는지 메커니즘은 아직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여러 연구를 종합해보면 우리 몸이 음식을 섭취해 대사산물로 메틸기를 만들고 그걸 효소들이 디엔에이에다 갖다 붙이기도 하고 떼기도 하니까 음식은 매우 중요한 연관 관계를 지닌다는 건 확실하죠. 아직 어떤 음식이 좋다, 나쁘다 이런 연구는 없지만요.”


진화의 길, 그리고 한 장의 그림?
당연히 생명체가 왜 이런 후성유전물질을 활용하는 쪽으로 진화했을까 궁금해졌다. 진화에 관해 디엔에이는 간결한 답을 주는데, 후성유전물질은 너무 복잡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후성유전물질은 한 사람의 생애에서 수시로 바뀔 수 있고, 또 세포마다 다른 후성유전물질의 패턴을 지니고 있으니까. 왜 생명체는 유기물을 최적으로 조직화하는 진화 과정에서 후성유전물질을 택했을까?

-후성유전학은 진화를 어떻게 설명되나요? 진화는 우연히 일어나는 유전자 돌연변이 중에서 자연의 환경 변화에 최적으로 적응하는 것들이 살아남으면서, 즉 돌연변이와 자연선택으로 이뤄진다고 설명되는데, 그 중심엔 유전자가 있지요. 후성유전물질은 유전된다 해도 몇 세대 정도에서 그치니까…, 긴 시간 척도에 어울리는 진화와는 무관한 건가요?

“후성유전물질은 환경에 의해 변할 수 있는 가변적인 것입니다. 반면에 유전자 정보가 바뀌고 자연에서 선택되는 데엔 수만년, 수백만년 걸립니다. 매우 느린 과정이지요. 그러니까 후성유전물질은 이렇게 유전자 정보가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 몸이 변화된 환경에 재빨리 적응할 때 나타나는 거라고 보면 됩니다. 그런 변화된 환경이 오래 지속되면 유전자 돌연변이가 선택돼 후성유전물질이 임시로 했던 구실을 대신하게 되겠지요.”

-환경에 적응하는 장기전략, 단기전략으로 이해할 수 있겠군요.

“네. 후성유전물질은 다세포 동물이 출현하고 고등생물로 진화하며 디엔에이 염기서열의 길이도 엄청나게 커지면서, 그 정보를 조직화하는 과정에서 생긴 것으로 보입니다.”

-후성유전학은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그렇다고 유전자 정보 자체가 덜 중요한 건 아니잖습니까?

“이렇게 생각해보죠. 모차르트의 ‘작은 별’은 피아노를 배우는 아이나 피아노 거장까지 다 연주하는 곡이지요. 모차르트가 작곡한 곡이 없다면 연주는 애초부터 할 수 없겠지요. 그런데 아이가 연주하느냐 거장이 연주하느냐에 따라 감흥은 크게 달라지겠지요. 그러면 그 곡이 뛰어난 것은 모차르트 덕분입니까, 아니면 거장 덕분입니까? 작곡에 관해 말하자면 모차르트라고 답할 테고, 연주에 관해 말하자면 거장이라고 답하겠지요. 그런 차이와 비슷해요. 무엇을 얘기하느냐에 따라 무엇이 더 중요하다고 얘기할 수 있겠지요.”

생명현상을 유전자를 중심으로 설명하는 한 장의 간결한 그림은 이제 밑그림이 되어, 그 위에 세밀한 덧칠들이 더해지고 있다. 유전자 정보가 단백질로 발현해 어떤 생명현상을 일으키기까지는 후성유전물질은 물론이고 다른 연구 대상인 마이크로 아르엔에이, 또 기생·공생하는 미생물들이 상호작용을 이루며 복잡하고 다양한 생명현상을 빚어낸다. 그러니 한 장의 간결한 그림으로 그것을 다 담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 같다.

김영준 교수는
: 국내에선 아직 활발하지 않은 후성유전학 연구 분야를 이끄는 주요 연구자다. 특히 어느 유전자가 후성유전물질에 의해 조절될 것인지는 이미 유전자에 표지돼 있는 방식으로 유전자가 내재적으로 다양성을 유도할 수 있게 설계됐음을 규명해 주목받았다. △연세대 언더우드 특훈교수 △미국 스탠퍼드대 박사 △국제 에피게놈 컨소시엄 국내준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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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오카 신이치 지음, 역자 김소연 옮김
출판사 은행나무, 2010.03.24, 페이지 수 214 
 



'살아 있음'에 대한 비밀과 미스터리! 

우리는 살아 있다. 그런데 살아 있다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동적평형』은 문학적인 감성과 철학적인 메시지로 대중과 과학을 연결시켜온 과학자 후쿠오카 신이치가 이야기하는 생명의 미스터리를 담은 책이다. 저자가 전작들에서 여러 차례 언급했던 '동적평형'이라는 개념을 다각적인 측면에서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다. 

동적평형(動的平衡). 글자 그대로 보자면 ‘움직이는 평형 상태’라는 뜻이다. 움직이면서 평형을 유지한다는 것이 얼핏 잘못된 원리 같지만, 이 부분에서 생명의 놀라움이 있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의 몸은 매일 우리가 음식물을 먹음으로써 형태를 유지한다. 신체의 모든 조직과 세포는 먹은 음식물에서 온 것이다. 즉, 우리의 몸을 조사해보면 우리가 무엇을 먹었는지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 음식물에서 만들어진 분자는 가만히 있지 않는다. 몸을 이루고 있는 분자들은 모두 빠른 속도로 분해된다. 분해되어 사라진 그 분자의 자리에 새로 먹은 음식물이 새로운 분자가 되어 들어가는 것이다. 즉, 옛날 분자는 몸 밖으로 나가고 그 자리를 새로운 분자가 채우게 되는 것이다. 마치 사라진 퍼즐 조각의 자리를 새로운 조각이 와서 그림을 완성하는 것처럼. 
 
한순간도 쉬지 않고 우리의 몸은 끊임없이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몸 전체에서 이 변화가 발생하고 있지만, 전체적인 그림으로 보자면 이는 매우 미미한 부분에 불과하기 때문에 우리의 몸이 변형되거나 하는 일은 없는 것이다.

☞ 북소믈리에 한마디! 
이 책은 후쿠오카 신이치 이론의 가장 기본적인 개념을 알기 쉽게 정리한 개론서이자 교양서이다. 동적평형의 원리는 물론 살찌지 않게 먹는 법, 콜라겐 화장품의 비밀, 광우병의 원인, 타미플루의 원리 등 평소에 궁금했을 법한 소재들을 함께 다루면서 과학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지만, 우주의 정교함과 자연의 위대함에 대한 묵직한 메시지도 담고 있다.


인상깊은 구절

거기에 있는 것은 흐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 흐름 속에서 우리의 몸은 끊임없이 변하고 간신히 일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그 흐름 자체가 ‘살아 있다’고 표현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쇤하이머는 이 생명의 특이한 현상에 대해 '동적평형‘이라는 멋진 이름을 붙여주었다. 
- 192~193페이지

요즘 광고에 많이 등장하는 것 중에 콜라겐이라는 것이 있다. 콜라겐이 첨가된 식품 가운데는 친절하게도 '빠른 흡수를 위해' 일부러 잘게 쪼개놓은 '저분자화' 콜라겐이라는 것까지 있다. 콜라겐은 세포와 세포의 틈을 채워주는 쿠션같은 역할을 하는 중요한 단백질이다. 피부의 탄력은 콜라겐이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렇다면 콜라겐을 음식물로서 다량 섭취하면 손상되기 쉬운 피부 탄력을 원래대로 돌려놓을 수 있을까? 나는 '아니다'라고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식품으로 섭취된 콜라겐은 소화관 내에서 소화효소의 작용으로 인해 알갱이처럼 쪼개진 아미노산의 형태로 흡수된다. 콜라겐은 그다지 효율적으로 소화되는 단백질이 아니다. 소화되지 못한 부분은 그대로 밖으로 배출되고 만다.
 
음식으로 섭취한 단백질이 몸 어딘가로 전해져 거기서 부족한 단백질을 보충한다는 생각은 참으로 초보자적인 생명관이다. 이와 같은 구조의 '건강 환상'은 사실 곳곳에 존재한다. 단백질뿐만 아니라 음식물 속에 들어있는 정보는 소화관 내에서 일단 철저하게 분해된다. 참고로 한마디만 더 하자면, 항간에는 '콜라겐 배합' 화장품까지 범람하고 있는데 콜라겐이 피부를 통해 흡수되는 일은 불가능하다. 분자생물학자 입장에서 나는 '콜라겐 배합'이라는 말이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만약 콜라겐이 배합된 화장품을 이용한 후 피부가 팽팽해졌다면 그것은 콜라겐의 효과가 아니라 그저 피부의 주름진 곳이 히알루론산이나 요소, 글리세린 등의 보습제로 채워졌기 때문이라고 보면 된다.
- 63~64페이지



어딘가 몸 상태가 좋지 않고 왠지 피곤이 풀리지 않으며 피부가 거칠다고 느낄 때 분명 어떤 영양소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환각이며 영양제를 꼬박꼬박 챙겨먹는 행위는 오히려 강박적인 신경상태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영양 소요량은 예를 들어 칼로리를 기준으로 했을 때 1일당 2천 킬로칼로리, 칼슘은 600밀리그램, 비타민 에이는 ....., 이런식으로 정해져 있다.

영양 소요량은 어디까지나 '1일당' 섭취 기준이다. 대부분의 영양소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저장이 가능하다. 그러므로 비록 많은 날, 적은 날이 있지만 평균적으로 대략 소요량에 맞춰 섭취하고 있다면 수지는 유지될 수 있다. 하지만 저장이 불가능한 영양소가 있다면 어떨까? 여기에 문제의 여지가 있다.
 
단백질은 저장할 수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단백질(정확히 말하면 그 구성 요소인 아미노산)의 흐름, 즉 동적평형이야말로 '살아 있다'는 말과 동의어이기 때문이다. 단백질의 합성과 분해 사이클은 멈추게 할 수 없으며 회전을 멈추지 않게 하기 위해 외부로부터 항상 단백질을 보급해 주어야 한다.
- 90~91페이지

각각의 세포는 장래에 무엇이 될 것인지 알지 못하며 그들의 운명은 전혀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게다가 세포군 전체를 내려다보며 어떤 세포가 무엇이 될지 조감하며 지휘하는 존재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세포는 각자 서서히 전문화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그리고 어떤 세포는 뇌로, 어떤 세포는 근육으로, 또 어떤 세포는 피부로 분화되기 시작한다.
 
이 분화는 어떻게 결정되는 것일까? 굳이 의인화 해보자면 각 세포는 일단 '주변의 분위기를 파악한다'. 그리고나서 자기가 무엇이 되어야 할지 분화의 길을 선택한다고 할 수 있다. 네가 뇌가 된다면 나는 척추가 되겠다. 네가 피부가 된다면 나는 그 하부의 지지조직이 되겠다는 식으로 말이다.

각 세포는 세포 표면의 특수한 단백질을 경유한 상호 정보 교환을 통해, 즉 '대화'를 통해 각자 어떻게 분화해 갈 것인지 서로 상대방을 통제/관리하면서 분화해 나간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은 항상 진행된다. 즉, 세포는 '멈추지 않는다'
- 121페이지

한 마리는 크고 한 마리는 작은 두 마리의 돼지를 이용한 실험이 있었다. 실험이 이루어지는 곳의 몇몇의 일정한 장소에는 먹이가 감춰져 있었다. 먼저 작은 돼지를 그곳에서 놀게 하여 시행착오를 거쳐 먹이를 발견하도록 한다.

다음 실험에서는 그곳에 작은 돼지와 큰 돼지를 동시에 풀어놓는다. 먹이가 어디에 숨겨져 있는지 아는 작은 돼지는 재빠르게 돌아다니며 대부분의 먹이를 먹어 치운다. 그리고 같은 실험을 한 번 더 한다.
 
그러면 이번에는 큰 돼지가 작은 돼지 뒤를 따라다닌다. 그러다가 작은 돼지가 먹이를 발견하는 순간, 재빨리 몸을 던져 작은 돼지를 제치고 먹이를 차지한다.
 
실험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같은 실험을 한 번 반복한다. 그러자 작은 돼지는 총명하게도 먹이가 있는 장소로 곧장 가지 않고 모르는 척을 하며 그냥 돌아다닌다. 결국 큰 돼지는 작은 놈 뒤만 따라지는 데 지쳐 다른 행동을 하게 된다. 그러자 그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 작은 돼지는 먹이가 있는 장소로 가 결국 먹이를 차지했다.
- 203페이지(브리스톨대학의 연구결과)


목차
시작하며 파란 장미 

프롤로그 생명현상이란 무엇인가 
우울한 보스 
노벨상이냐 억만장자냐 
생명현상이란 무엇인가 

제1장 뇌에 장착된 ‘편견’ 
사람은 왜 ‘착오’를 일으키는가 

크릭의 마지막 도전 테마 
기억물질을 찾기 위한 엥거 박사의 노력 
기억이란 무엇인가 
정보전달물질 펩티드의 암호 
시간 도둑의 정체 
인간의 뇌에 고착된 편견 
‘보이는 사람’과 ‘보이지 않는 사람’ 
착각을 넣는 메커니즘 
왜 배워야 하는가 

제2장 당신은 ‘당신이 먹은 것’ 이다 
소화=정보의 해체 

뼈는 곧 당신이 섭취한 음식이다 
정보를 내포하고 있는 음식 
위의 내부는 ‘신체의 외부’ 
인간은 생각하는 편이다 
생명활동이란 아미노산 배열의 헤쳐 모여 
콜라겐 첨가 식품의 허상 
‘머리가 좋아지는’ 식품? 
중국집 증후군 

제3장 다이어트의 과학 
분자생물학이 말하는 ‘살찌지 않게 먹는 법’ 

폭식과 조금씩 자주 먹기 
자연계는 시그모이드 곡선 
‘살이 찌는’메커니즘 
지방으로 변환시켜 저장하는 과정 
인슐린을 제어하라! 
‘기아’, 인류 700만 년의 역사 
과유불급 

제4장 그걸 먹나요? 
부분만 보는 사람들의 위험 

소비자에게도 책임은 있다 
안전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는 사람들 
장대한 인체 실험 
탐욕스러운 바이오테크놀로지 기업 
유전자 조작 작물의 대의명분 
‘파란 장미’의 교훈 
전체는 부분의 총화가 아니다 

제5장 생명은 시계장치인가? 
만능세포의 신비 

생명의 구조를 밝히는 방법 
단백질 설계도의 재설계 
수정란을 ‘정지’ 시키는 방법은 없는가 
‘분위기 파악 못하는’ 세포 
암세포와 만능세포의 공통점 
녹아웃 마우스의 완성 
‘에비스마루 1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만능세포는 재생의학의 히든카드? 

제6장 사람과 병원체의 싸움 
끝없는 숨바꼭질 

옮는 병과 옮지 않는 병 
세균학의창시자 로베르트 코흐 
종의 차이란 무엇인가? 
카니발리즘을 기피하는 이유 
‘여과성 병원체’의 발견 
자기복제능력을 갖는 ‘물질’ 
종을 넘나드는 바이러스 
수수께끼의 병원체 
이상형 프리온 단백질은 흔적이다? 

제7장 미토콘드리아 미스터리 
모계로만 계승되는 에너지 산출의 근원 

우리 체내의 또 다른 생물 
포스의 원천 
15번 퇴짜 맞은 논문 
엽록체도 별개의 생물이었다 
‘삼켜졌다’는 흔적 
미토콘드리아 DNA를 활용한 범죄 조사 
아프리카에 존재했던 전 인류의 공통 태모 

제8장 생명은 분자가 ‘머무르는‘ 상태 
쇤하이머가 시사한 것은 무엇인가 

테카르트의 ‘죄’ 
가변적이며 지속 가능한 
‘동적평형’이란 무엇인가 
많은 실패가 의미하는 것은 
안티 안티에이징 
왜 사람은 소용돌이에 휘말리는가

 저자 - 후쿠오카 신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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