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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안 빠지게 논바닥에 돌판

제주 돌담밭은 2호로 선정

정부, 15억씩 들여 관광지로


전남 완도에서 배로 50분 거리에 있는 청산도. 영화 ‘서편제’ 촬영지로 드라마 ‘봄의 왈츠’ 세트로도 유명하다. 주위를 둘러보면 곳곳에 영화의 한 장면 같은 비경이 숨어 있다. 하지만 좀 더 유심히 살펴보면 이 섬의 보물은 따로 있다. 높지 않은 산 언덕마다 들어선 계단식 ‘다랑논’이다. 조금의 땅도 허투루 두지 않겠다는 듯 비탈을 떠받치고 있다.


다랑논을 남해안 지역에서 만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청산도의 다랑논은 특별하다. 축대처럼 자갈을 쌓아올린 계단식 논의 단면에는 배수로가 나 있고, 논 밑바닥에는 마치 온돌처럼 자갈이 깔려 있다. 이른바 구들장논이다. 다랑논의 일종이지만 청산도에서만 볼 수 있다.


왜 이렇게 특이한 형태의 논이 생겼을까. 구들장논은 땅이 좁고 돌이 많은 청산도의 토양을 극복하기 위해 아예 온돌처럼 자갈을 깔고 그 위에 진흙으로 틈새를 메운 뒤 흙을 덮고 벼를 심었다. 물이 잘 빠지도록 통수로도 따로 설치했다. 척박한 환경에서 생존해 온 우리 조상의 지혜가 담겨 있는 것이다.


농림수산식품부는 22일 이같이 세계적으로 유일한 청산도 구들장논을 국가중요농업유산 1호로 지정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행되는 농어업유산 지정 제도에 따라 전통 농어업 형태와 기법, 그 풍광까지 유산으로 지정해 보존하게 되면서 구들장논이 1호를 기록했다.


지난 10일 열린 농어업유산 심의위원회에서는 전국 시·군에서 올라온 64건 중 ▶100년 이상의 전통 ▶국제적·국가적 대표성 ▶관광이나 휴양과의 결합을 감안해 청산도 구들장논을 농업유산 1호, 제주도 돌담밭을 2호로 지정했다. 이들 지역에는 앞으로 3년간 국가 예산이 15억원씩 지원돼 유실된 부분이 복원되고 관광 프로그램도 개발된다.


구들장논이 처음 등장한 것은 16~17세기께다. 청산도에 사람이 정착한 뒤 조성되기 시작했으니 역사가 400년이 됐다. 청산도 이외 지역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온돌 문화를 가진 한반도에서만 발견되는 특이한 논 구조다.


국가적으로 보존 가치가 크고 지켜야 할 유산이지만 정작 주민들은 관심이 없었다. 오래됐다는 것은 달리 말하면 그만큼 지금의 생산성과는 거리가 멀다는 얘기다. 지복남(62) 청산농협 조합장은 “구들장논이 계단식이어서 경지 정리도 안 돼 기계를 쓸 수도 없다. 그러다 보니 힘은 힘대로 들고 소득도 떨어져 요즘 그냥 버려지는 논이 늘고 있었다”고 말했다.


제주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돌담밭은 바람이 많은 제주도 날씨로부터 작물을 보호하고 동물들이 밭을 망치지 못하게 검은 현무암을 쌓아올린 것이다. 모두 이으면 지구 둘레 절반을 넘는 2만2000km에 달한다. 옛 제주도 주민들에게는 시커먼 돌담을 모두 연결하면 10만 리(실제로는 5만5000리)에 달한다는 의미에서 ‘흑룡만리’로 불렸다. 이미 고려시대 고종 때부터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바람과 맞서 싸운 제주도인의 개척정신과 지혜를 엿볼 수 있다.


농식품부는 다음달 중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서 관리하는 세계중요농업유산에 청산도 구들장논과 제주 돌담밭 등재를 신청할 계획이다. 세계 농업유산에는 현재 필리핀 이푸가오 계단식 논 등 11개국의 19곳이 등재돼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세계유산에 등재되면 브랜드 가치가 높아져 유명한 테마관광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박성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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