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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에 대해서

 

사람들은 항상 말하기를 "사람에게는 운명이란 것이 있어서 질병이 아무리 괴롭힌다 하더라도 명을 옮겨놓을 수 없다"고 하는데, 이는 어떤 사람은 고질을 앓으면서도 죽지 않고 오랜 세월을 연명하며, 어떤 사람은 아무 병이 없는데도 갑자기 죽는 것을 보고서, 정해진 명으로 아는 것이다.

 

옛말에 "약이 사람을 살릴 수 없고, 병이 사람을 죽일 수 없다"고 하였다. 약이 과연 도움이 있다면 왕이나 귀족들은 명의와 좋은 약이 옆에 있으며, 집사자가 서둘러 약을 갈고 달여 올리니 낫지 않을 병이 없을 듯하다. 그러나 먼 시골의 가난한 백성은 침질과 뜸질을 알지 못하고 음식도 제때에 먹지 못하며, 육진六陣(대황, 진피, 반하, 약애, 복령, 죽력)의 좋은 약이 밭에 있으나 초자炒煮(한약재를 굽거나 볶는것)하는 방법을 모르니, 마땅히 나을 병도 낫지 않을 듯하다. 그러나 살기도 하고 죽기도 하여 왕이나 귀족들과 가난한 백성이 오래 살고 일찍 죽는 것이 비슷하니, 이것이 허망한 술수의 설이 판을 치게 된 이유이다.

 

내가 일찍이 알고 있던 명의가 있었는데, 그는 말하기를, "좋은 약이 사람을 살릴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함부로 쓰는 약도 사람을 죽일 수 없다. 용렬한 의원들이 보잘것없는 방법으로 허실을 잘못 진단하여 인삼, 부자로 열을 치료하고 망초, 대황으로 냉을 치료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으나 반드시 다 죽지 않는다"고 하였으니, 이로써 명에는 정해진 연한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근자에 어떤 사람이 변방에서 돌아와 나에게 말하기를 "삼을 캐는 사람들이 삼을 캐면 반드시 먼저 삶아서 그 물을 먹은 다음 다시 말린다. 그러나 그 사람들은 열이 나지 않는데, 서울의 사대부들은 매양'삼을 잘못 먹고서 죽었다'고 하는 것은 무슨 이유인지 알 수 없다"고 하였다.

 

나는 곧 말하기를 "만약 사람의 운명이 정해진 것이라면 성인은 무엇 때문에 <역경>을 만들어서 사람들이 화를 피하고 길한 데로 나아가도록 하였으며, 또 무엇 때문에 의약을 발명하여 병을 치료하고 목숨을 건지게 하였겠는가? 이치는 크고 작은 것이 없으니, 만약 병이 치료할 수 있는 것이라면 어찌 생사에 대해서만 방법이 없겠는가? 질병에는 경중이 있고 기혈도 경중이 있으며, 약에도 경중이 있어서 각각 분수의 같지 않음이 있는 것이다. 기혈이 10분 완전하다면 기후가 고르지 못하여 생기는 외감外感이 들어올 틈이 없거니와 혹 기혈이 10분 완전하지 못하고 다만 7,8분 정도인데 10분의 혹독한 병을 만난다면 문득 10분의 이기는 바가 될 것이며, 또 혹 7, 8분의 병에 화타, 편작이 10분의 치료를 한다면 기사회생할 것이며, 병세는 7, 8분인데 치료는 2, 3분에 불과할 뿐이라면 끝내 살아나지 못할 것이다. 그 보잘것없는 방법으로 잘못 진단하여 병을 잘못 치료하는 경우에도 혹 명은 중한데 해침이 경하면 죽음을 면할 수 있으니, 비상과 야갈을 먹고도 중독되거나 죽지 않는 데서 증험할 수 있다.

 

바닷가에 사는 사람에게는 소금맛으로 조처할 수 없고, 고기를 많이 먹는 사람에게는 고깃조각으로 몸을 보할 수 없는데, 이는 소금과 고기가 저들에게 좋지 않은 것이 아니지만 평소에 항상 먹기 때문에 효험이 없는 것이다. 삼이 많은 고장에서는 삼 삶은 물 보기를 마치 나물국을 한 모금 두 모금 마시는 것처럼 여겨 차와 밥처럼 되었으므로, 삼을 먹어도 해를 입지 않는 것이다. 이로써 미루어본다면 병의 해침이 아무리 중하나 품명이 완전한 사람은 지탱해나갈 수 있지만, 속이 허하고 병이 심한 사람은 바로 죽는 것이 마치 칼로 찌르면 엎어지지 않는 사람이 없는 것과 같은 것이다" 하였다

 

혹자가 말하기를 "주색에 절제가 없으며 더위와 추위를 피하지 않되 오래 사는 자가 있으며, 음식 대하기를 적을 대하는 것처럼 조심하고 바람 두려워하기를 화살처럼 여기되 단명한 사람이 있는데, 그것은 어째서인가?"라고 한다. 이도 명분과 외양이 서로 경중이 되어서 그러한 것이다.

 

속에 10분의 명이 있으면 외상이 해칠 수가 없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몸을 조심해 가지면 생명을 조금 연장시킬 수는 있으나 오래  살 수는 없다. 공자가 말하기를 "여자를 때 없이 가까이하고 음식을 조절하지 않으며, 근로와 안일이 도에 지나치면 병이 한꺼번에 몰려와서 죽는다"고 하였다. 잠자리는 생명을 해치는 무기이니, 성인이 어찌 모르고서 그렇게 말씀하였겠는가? 이 세가지 중에 사람을 죽이는 거은 여색이 더욱 심하다. 홀아비로 늙은 사람 치고 건강하지 않은 사람이 없으니, 이로써 품명의 연한을 채우는 사람이 대개 드물다는 것을 알겠다. 


- <이익의 성호사설中>



성호(星湖) 이익(李瀷)은 실학을 창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일가에서 이가환, 이용휴, 이중환 등이 배출되었고, 문인으로 안정복, 권철신, 정약용 등이 있다. 특히, 정약용은 이익의 유고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이들은 주자학만으로는 이용후생을 실천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조선의 실학을 이끌게 된 것이다.


이황과 이이가 주리설이나 주기설을 사상적으로 체계화시켰다면, 이익은 실학의 바탕이 될 수 있는 사상적 기반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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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망치를 갖고 있다면, 당신은 모든 문제를 못으로 보게 될 것입니다.”

- Abraham Maslow -

 

“우리는 우리의 관념과 반대되는 모든 증거를 전적으로 무시해 버린다. 여기서 우리는 하나의 성공적 방법론으로부터 발생하는 반경험적 독단주의의 거대한 실례를 발견하게 된다.

다시 말해서 그 방법의 영역 밖에 놓여있는 증거들은 근본적으로 무시되어 버린다. 물론 우리가 이러한 증거를 무시하는 이유는 단지 그 증거가 우리가 받아들인 과학적 방법론의 영역 밖에 있기 때문이다.“                                                                            - Alfred North Whitehead -


 

살다보면 진품과 짝퉁을 구분할 수 있는 눈을 갖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이러한 능력은 핸드백 하나를 살 때도 매우 중요하게 발휘 될 뿐만 아니라 특히 개인이나 한 종이 생존과 사멸의 선택을 마주하게 되었을 때 진정한 진가를 발휘하게 됩니다.

살길을 정확히 판단하지 못하면 이는 결국 죽음을 의미하게 되고 진화론적 관점에서도 이러한 판단착오는 한 종의 사멸을 이끌기도 합니다.

문제는 판단의 프로세스가 개인이냐 집단이냐에 따라 많은 차이가 나게 되고 결과적으로 똑똑한 개인들이 모인 집단의 잘못된 판단이 그 집단의 구성원인 개개인들의 생존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신학자 라인홀트 니버가 그의 저서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에서 밝혔듯이 똑똑한 개인들도 집단적 도덕, 혹은 이성의 발휘에 있어서는 최악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

이는 우리가 사는 지금 현대 사회도 마찬가지인데, 

지금도 똑똑한 개인들이 모여서 내리는 사회적 결정들도 인류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비도덕적인고 비합리적인 판단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러한 집단의 시행착오 문제는 개개인의 이성적 판단이 직접적으로 적용될 수 없는 지나치게 복잡하한 사회 시스템의 구조적 한계와 함께 세상 모든 것에 대한 해석을 개체의 행복과 만족을 기준으로 환원시켜버리는 인간의 무한한 이기심 때문입니다.

하지만 좀 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볼 때,

인간의 짧은 생명주기를 역사적 발전이라는 거대한 물결 속에 통합시키지 못하는 인간의 태생적인 인식의 한계, 즉 사회 구성원들이 역사적 맥락 속에서 발전과 변화의 차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함에서 나오는 판단착오에 기인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라인홀트 니버의 주장을 조금 변형시켜 [이성적 인간과 비이성적 사회]라는 관점으로 접근해도 무리는 없을 듯 싶습니다.

..

그럼, 우리의 역사 제대로 된 역사인식을 방해하는 요소들을 무엇이 있을까요?

우리의 역사 인식을 방해하는 가장 큰 원인은 그간 인류가 '발전'과 '변화'를 혼동해 왔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흔히 우리 사회가 많은 발전을 해왔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진실은 단지 경제적인 발전을 해온 것이고 기타 사회적인 발전은 이 경제적인 발전의 부산물로 진정한 의미의 발전이라 보기 힘든 부분들이 많습니다. 사실 우리가 진정 그간 야만인에서 문명인으로 발전해 왔다면 문명이 붕괴되어 야만의 시대로 돌아가도 문명인으로서 당연히 갖춰야할 품위를 지켜야 되겠지만 과거 인간의 역사 속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난 경제 위기, 내란, 폭동, 전쟁 중에 보여 준 인간들의 모습들 속에는 문명인의 모습이라고 하기에 창피스러운 것들이 오히려 더 많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경제적 혼란과 함께 찾아올 정치적 혼란과 독선을 걱정해야만 합니다.

우리가 민주주의를 이룬게 아니라 경제 발전이 민주주의를 만들어 낸 것이고, 결국 우리의 민주주의는 경제 위기로 인해 크게 도전을 받게 될 것입니다.

..

그럼 다른 건 몰라도 경제는 발전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최소한 제 관점에서는 경제분야도 발전이라는 단어보다는 변화라는 단어가 더 적합하다고 보여집니다.

발전이라는 것이 오직 풍요만을 의미한다면 나름 의미가 있겠지만 그 풍요가 지속될 수 없는 일시적 현상이라면 그리고 그 풍요로 인해 우리 후손들의 미래가 더욱 어두워지게 된다면 이는 발전이라기보다 오히려 퇴보로 볼 수 있고 그런 관점에서 우리가 서있는 바로 지금이 시점이 인류 문명의 퇴보로 가는 중요한 시점으로 지금 우리는 변화의 중요한 길목에 서 있다고 할 수 있겠지요!

다들 아시다시피 지금의 경제 발전은 전적으로 제한 된 지구내의 자원과 에너지를 재빠르게 소진시킴으로서 가능했던 지속 불가능한 일종의 신기루였습니다.

거기에 인간의 욕망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만들어 놓은 신용화폐와 부채라는 두 개의 거대한 엔진에 의해 현대 자본주의는 인류 진보라는 거대한 산 정상을 향해 그간 거침없이 달려왔던 것입니다.

금과 분리된 돈은 허상이었지만 그 돈이 만들어낸 신기루는 지구의 자원과 에너지를 게걸스럽게 먹어대며 우리가 원하는 산 정상으로 우리를 이끌어 왔습니다.

이제는 그 다음이 무엇인지 묻고 싶군요.

..

물론 긍정적인 면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인간의 욕망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지금의 시스템 속에서 인간의 잠재력 발휘가 극대화되어 지금의 기술문명을 갖게 되었으니 모든 것을 잃기만 한 것은 아니지요.

문제는 기술이 에너지 자체를 만들어 낼 수 없다는 점, 그리고 개인간, 그룹간, 국가간 착취를 통한 자원이동은 가능하지만 지구만 놓고 보면 거대한 우주에 독립되어있는 완벽한 콜러니로 자원의 양이 한정되어 있기에 지금처럼 엔트로피를 극대화시키는 인간의 관행들을 고려할 때 우리의 파괴적 관행은 결코 유지될 수 없다는 점입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인류가 무한 에너지를 발견하더라도 지금의 시스템은 그 축복된 발견을 시스템적으로 결코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이는 인류를 질병에서 해방해 줄 수 있는 획기적인 치료법을 발견 하더라도 현대 의학이 이를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와 같습니다.

현대 문명의 탈진기는 오직 소비와 파괴의 양 극단만을 왕복하는 문명의 추의 단순한 움직임 속에서만 작동이 가능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인간의 기술발전에 우리의 미래를 거는 것은 매우 위험한 결정입니다.

우리의 기술은 전적으로 현시스템 속의 기술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과거 시스템을 총체적으로 폐기하지 않는 한 점점 지구라는 독립 콜러니의 붕괴는 가속화 될 것입니다.

경제 관점에서만 봐도 소비와 부채 증가의 흐름이 깨어졌기 때문에 과거의 해결방법으로 지금의 문제를 풀 수는 없습니다.

굳이 지구가 스스로 정화를 하는 가이아 이론의 관점이 아니더라도 우리 인류는 이미 지속 불가능한 경제 시스템의 노예인 상태로 결국 스스로 자멸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의 함정 속에 빠져있는 것이지요.

지금에 와서 그러한 붕괴 시점을 인위적으로 2~3년 혹은 10년간 더 늘리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붕괴되는 부를 어떻게 재분배 하느냐의 문제뿐이고 시스템 붕괴를 예측하고 있는 금권세력들은 빈부격차의 극대화 속에서 답을 찾고자 할텐데 말이죠!

이 사회의 리더들은 결코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고자 하지 않을 것입니다.

..

하늘을 찌르는 거대한 빌딩도 그것을 부수고 더 높은 빌딩을 세울 수 있는 추가적인 자원과 에너지의 증가가 뒷받침 되어주지 않는다면 결국 바벨탑처럼 무너질 수밖에 없는 허상입니다.

우리는 이처럼 허상의 문명 속에서 허우적대며 살아왔고 빠르면 우리세대에 이 허상이 붕괴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 기성세대는 허상의 정점에서 태어나 허상이 붕괴되기 직전에 생을 마감하는 가장 축복받은 세대로 기록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후손들은 인류 역사상 가장 밝과 화려한 시대에 태어났지만 점점 깊고 어두운 터널 속으로 빨려들어갈 수밖에 없는 가장 불행한 세대일지도 모릅니다.

..

그러면 그 허상의 붕괴의 징조가 무엇이냐?

첫 번째 징조는 경제의 붕괴에서 나올 것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 인간성의 붕괴가 따라올 것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붕괴는 신용화폐의 붕괴이지 인간의 경제 활동 그 자체의 붕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과거 시스템이 붕괴된다는 의미입니다.)

허상이 붕괴되면 그간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여 온 우리 경제의 실상은 그리 크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인간이 문명이 얼마나 허술한 것이었으며 또한 인간이 얼마나 생존 본능에 충실한 존재인지 깨닫게 되겠지요.

그 과정에서 인간들의 과거의 관행을 반성하고 예전보다 더 가난한, 그리고 많은 것들이 결핍된 현실을 지혜롭게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의미를 찾고자 한다면 인류는 그때서야 진정한 발전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

그 시점이 오기 전까지 지금의 위태위태한 외줄타기 경제는 결코 안정을 되찾지 못할 것입니다.

우리 경제는 지난 100년간 근본적인 관점에서 발전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설사 표면상 회복된다 하더라도 우리가 생각한 곳으로 우리를 데려가 주지 못할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결코 유지될 수 없는 자본주의 경제가 원상태로 회복되어 우리를 약속한 땅에 데려가 줄 헛된 희망을 꿈꿀 것이 아니라, 과거의 탐욕적 소비적 관행을 완전히 폐기하고 상생과 창조의 새로운 경제로 나아가기를 결심해야 될 것입니다.

만약 인류의 미래 앞에 우리가 감당하지 못한 재난이 닥친다면, 그것은 인간을 벌하는 신의 분노가 아니라 오히려 스스로 길을 찾지 못한 인간들에 대한 신의 축복일 지도 모릅니다.

..

저는 그런 상황이 오기 전에 위기를 직감한 개인들이 먼저 발 빠르게 움직일 것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우리의 사회와 국가는 가장 늦게 움직일 것입니다.

항상 문명의 재앙을 가져온 것은 개인이 아니라 사회였지요.

어떻게 보면 과거 문명의 붕괴들의 근본 원인은 후진적인 정치 시스템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쩌면 정치적인 관점에 우리 현대인들은 여전히 원시적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것 같습니다.

..

진화가 발전을 의미한다면 인간의 진화 과정은 생각보다 무척 더딘 듯합니다.

그게 아니라면 그간의 진화는 인간의 착각이었을지도..

 

 

“인생의 어떠한 방법론이라 하더라도 그 범주내의 신선함을 다 고갈시키고 피로가 몰려올 때까지 그 신선한 것들을 다 써먹어버리게 되면, 마지막 하나의 결단이 그 종의 운명을 결정하게 된다.”

- Alfred North Whitehead -

- 생존21c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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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1월 29일, 경상북도 안동에서 구제역으로 9000마리의 소, 돼지 생매장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6개월간 전국 방방곡곡에서 무려 1000만 마리에 달하는 소, 돼지, 닭, 오리 등이 구제역, 조류 인플루엔자를 이유로 이른바 '살처분'을 당했다. 그 중에는 단지 감염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죽임을 당한 가축들도 부지기수였다.


수천 마리의 소, 돼지가 생매장이 되는 아비규환을 보면서, 또 그렇게 매장된 가축들이 썩으면서 내뿜는 침출수가 삶의 터전을 오염시키는 것을 보면서, 많은 이들은 '인간의 욕망'의 가장 어두운 면을 환기했다. 그리고 공장식 축산을 둘러싼 불편한 진실에 대한 관심이 갑자기 증가했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작은 움직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2년이 지난 지금까지 한국에서 공장식 축산에 대한 진지한 사회적 반성이 이뤄진 적은 없다. 한국의 모든 정치, 경제, 사회 문제가 집약되는 대통령 선거 중에도 어떤 후보, 정당도 공장식 축산의 문제점을 공론화하지 않는다. 구제역과 소, 돼지의 절규는 이렇게 잊혔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1월 29일 녹색당과 동물 보호 시민 단체 카라가 '생명과 지구를 살리는 시민 소송'에 나섰다. 이 시민 소송은 2년 전 구제역이 유행하던 당시 고통을 받았던 농민들을 원고로 하는 민사 소송과 공장식 축산에 대한 헌법 소원으로 이뤄진다. 공장식 축산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하는 한국 최초의 소송이다. 


이들은 29일 기자 회견을 시작으로 2013년 1월까지 시민들을 상대로 원고 모집에 들어가, 이후 민사 소송과 헌법 소원 제기, 동물보호법 개정안 국회 발의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번 소송 계획에 맞춰 <프레시안>은 녹색당, 카라와 공동으로 공장식 축산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연속 기고를 싣는다. <편집자>


ⓒ한국동물보호연합


공장식 축산의 지상 최대 목표는, 최단 시간 내에 최대의 체중 증가이다. 원래 소나 돼지, 닭들의 습성이 어떤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가축들의 움직임은 체중 증가를 방해하는 요인에 불과하므로 최소화되었고, 이들이 원래 자연 상태에서 먹었던 음식인 채소와 풀은 체중 증가, 더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지방 축적에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옥수수 등의 곡물 사료로 대체되었다.


그 결과 가축들은 엄청난 속도로 몸집이 커졌지만, 건강은 극도로 악화됐다. 하지만 공장식 축산에서 가축들의 건강 악화쯤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소들은 2~3년, 돼지는 5~6개월, 닭은 35일 정도만 숨이 붙어 있게 해서 도축장으로 넘길 수만 있으면 되기 때문이다. 어차피 죽을 운명이기에 그 짧은 기간 동안 건강 상태가 어떻든 크게 상관할 바가 아닌 것이다. 최대 관심사는 근육 사이에 축적되는 지방이다. 그래야 높은 등급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면역력이 약화되고, 감염성 질환에 시달리게 된 가축들. 그리고 그 가축들의 근육, 뼈, 내장과 젖을 먹는 인간들. 과연 아무 문제가 없을까?



염증성 질환

1950년대 이후 류머티즘 관절염, 1형 당뇨병, 전신 경화증과 같은 자가 면역 질환, 아토피 피부염 및 알레르기와 같은 과민성 질환, 크론병, 염증성 대장염, 관절염, 여드름 등 만성 염증성 질환 등 이상 염증과 관련된 질환들이 급증했다. 아직까지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최근 주목 받고 있는 요인으로 필수 지방산인 오메가-6 지방산과 오메가-3 지방산 섭취 불균형이 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런 필수 지방산 섭취 불균형이 공장식 축산과 깊은 관련이 있다.


▲ [그림 1] 육류의 지방 비교. ⓒ이의철


[그림 1]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소와 들소가 비육장에서 곡물 사료를 먹을 경우 방목하면서 풀을 뜯어먹을 경우에 비해 지방함량이 1.9~2.7배 높다. 지방이 많을 뿐만 아니라 지방 중 염증을 촉진하는 오메가-6 지방산은 많아지고, 염증을 적절하게 조절하는 오메가-3 지방산은 현격히 감소해 오메가-3에 대한 오메가-6 비율이 비육장 육우 경우 방목 육우에 비해 3.2배나 높다. 특히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닭 가슴 살은 지방 함량이 높진 않지만 오메가-6 지방산이 오메가-3 지방산보다 18.5배나 많아 장기적으로 닭 가슴 살을 먹을 경우 여러 염증성 질환이 촉발될 위험이 크다([그림2]).


▲ [그림 2] 육류의 오메가-6/오메가-3 지방산 비율 비교. ⓒ이의철


이렇게 지방 함량이 증가하고, 지방 중 오메가-6 지방산의 비율이 증가한 이유는 가축들이 엽록소가 풍부한 풀을 먹지 않고, 오메가-6 지방산이 많은 곡물을 먹게 됐기 때문이다. 엽록소에는 광합성을 위해 오메가-3가 필요하기 때문에 풀을 많이 먹을 경우 자연스럽게 오메가-3 지방산의 양이 증가하게 된다. 참고로 생선에 오메가-3가 많은 것은 바다 속 해초의 오메가-3 성분이 생선에 고농도로 농축되었기 때문이지 생선이 스스로 오메가-3를 생산했기 때문이 아니다.


여러 연구에서 오메가-6 섭취량이 증가하고, 오메가-3 섭취량이 감소할 경우 동맥 경화가 촉진되고, 인슐린 저항성이 발생하고, 우울증이 증가하고, 천식 및 알레르기 질환이 악화된다는 보고를 하고 있다. 인류는 공장식 축산과 가공 식품의 시대 이전엔 전통적으로 오메가-3에 대한 오메가-6의 비율이 1/1 정도로 오메가-3 섭취량이 많았지만, 현재 서구화된 사회에서는 이 비율이 15/1~16.7/1 정도로 오메가-6 섭취량이 늘고 오메가-3 섭취량이 감소했다. 식이 개입을 통해 이 비율을 4/1로만 낮춰도 심장 혈관 질환자의 사망률을 70퍼센트 낮출 수 있고, 2.5/1으로 낮추면 대장암 환자에서 암세포의 증식을 억제할 수 있고, 2.3/1로 낮추면 류머티즘 관절염 환자의 염증을 억제할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 가축들을 빨리 살찌우기 위해 풀을 먹이지 않고 곡물을 먹인 결과 최종적으로 인간의 과도한 오메가-6 섭취로 이어져 여러 염증성 질환들을 촉발시키고 악화시키게 된 것이다.


인간의 오메가-6/오메가-3 섭취 비율 증가가 여러 건강 부작용을 일으킨다면 가축들은 어떨까? 인간과 마찬가지로 가축들도 지방 섭취 불균형으로 인해 면역력이 약화되고 여러 염증성 질환에 시달리게 된다. 사실 인간에게서 발생한 증상들은 가축들에서 벌어진 일들의 재연에 불과한지도 모른다.



식중독

2002년부터 2011년까지 지난 10년간 1만7252명의 병원성 대장균에 의한 식중독 환자가 발생했다. 다른 식중독의 원인으로는 노로바이러스, 황색포도상구균, 살모넬라 등이 있으며 각각 1만4950명, 7686명, 7235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이중 병원성 대장균과 살모넬라는 반추 동물의 장에 서식하는 균들로, 섭취한 음식이 이들 동물들의 분변에 오염되면서 발생한다.


2011년 유럽과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장출혈성대장균(O-104) 식중독도 유기농 새싹 채소가 원인으로 지목됐지만, 이들 채소가 오염된 원인은 유기농 채소를 재배한 토양과 지하수의 세균 오염으로, 공장식 축산이 근본적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가축들이 원래부터 식중독의 원인이었던 것은 아니다. 자연 상태에서 풀을 먹고 자라던 가축들은 풀을 먹을 때 장내 세균들과 가장 이상적인 공생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장내 세균은 가축들의 면역 기능을 향상시키고, 병원균이 몸에 자리 잡지 못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풀에 풍부한 식이섬유는 이런 장내 유익균들의 좋은 먹이가 됐다.


하지만 수십 년 전 공장식 축산이 시작되고, 가축들에게 풀이 아닌 곡물 사료를 먹이기 시작하면서 가축들의 장내 세균 균형이 완전 뒤바뀌게 되었다. 과도한 탄수화물에 의해 조성된 소화기계의 산성화는 기존의 장내 유익균을 억제하고,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균들이 자리 잡게 만들었다. 그것이 바로 병원성대장균과 살모넬라다.


새롭게 등장한 균들은 가축들의 산성 소화기 환경에서도 살아남은 균들로, 인간의 위산에 의해서도 죽지 않아 식중독을 더 잘 일으키게 됐다. 물론 이런 균들은 지금까지 인간도 경험한 바가 없기 때문에 그 피해는 더 클 수밖에 없다. 여기에 공장식 축산이 추구하는 밀집 사육으로 인한 사육 환경 위생 상태 악화와 빠른 속도의 대량 가공에 의한 가공 공정의 위생 상태 악화는 사태를 더욱 증폭시킨다.


공장식 축산의 곡물 사료 사용과 이로 인한 가축의 건강 악화는 이렇게 인간에게 식중독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더 직접적으로는 축산 농가에 큰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다. 이 때문에 공장식 축산에서는 유해 세균의 영향을 줄이기 위해 항생제가 필수적으로 쓰이게 되었다.



내성균

축산에서 항생제는 질병 치료 및 예방, 성장 촉진 등의 목적으로 사용된다. 항생제의 성장 촉진 효과는 극적이다. 1950년 사료 1톤에 항생제 2~3킬로그램만 섞으면 돼지, 소, 닭의 성장 속도가 50퍼센트 증가한다는 사실이 알려진 이후 공장식 축산에서 항생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갖게 됐다. 지금까지 발견된 어떤 물질보다 성장 촉진 효과가 탁월했기 때문이다.


이후 항생제는 치료 목적보다 성장 촉진 혹은 가혹한 축산 환경에 의한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더 많이 쓰이게 되었다. 미국의 '걱정하는 과학자 모임'은 성장 촉진을 위해 치료 용량 이하로 적게 먹이는 항생제의 양이 전체 사용량의 70퍼센트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 치료 용량 이하의 장기간 항생제 사용은 내성균 발생을 부르는 '주문'과도 같은 것으로 항생제 사용에 있어서 절대적 금기이다.


2002년 기준으로 한국에서는 축산물 1톤을 생산하는 데 910그램의 항생제를 사용한다. 이는 전 세계 최고 수준으로 2위인 일본의 2.5배, 미국의 6배, 스웨덴의 30배나 되는 양이다. 동물에 대한 무분별한 항생제 사용은 내성균 발생을 초래하고, 축산물은 물론 축산 주변까지 오염시킬 수밖에 없다.


2010년 식약청의 조사에 따르면 유통 축산물에서 발견된 대장균과 장구균의 항생제 내성률은 52~66퍼센트에 이르고, 사료, 토양, 주변 하천수, 음용수 등의 축산 환경 항생제 내성률은 66~69퍼센트에 달한다. 심지어 무항생제 양돈 농가 축산 환경에서도 항생제 내성이 44~57퍼센트일 정도다. 이미 전 국토가 항생제 내성균에 오염이 되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균이 항생제 내성을 획득하는 방법은 매우 다양하다. 직접 항생제에 노출되지 않더라도 항생제 내성을 획득한 세균과의 접촉을 통해 유전자 교환이 이루어지면서 내성이 전파될 수 있다. 심지어 서로 다른 종의 세균끼리 이런 내성 유전자 교환이 발생할 수 있다. 또 가족 중 한사람만 항생제를 복용해도 해당 항생제에 대한 내성균이 다른 가족들에게서도 발견되기도 한다. 가족들은 생활 환경을 공유하면서 균도 공유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가족 중에 누군가가 항생제 내성균에 오염된 축산물을 섭취하는 것만으로도 다른 가족들까지 내성균에 노출될 수 있고, 더 나아가 다른 세균과의 유전자 교환을 통해 새로운 내성균이 탄생할 수도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2011년 전국적으로 병원에서 보고된 항생제 다제내성균 신고 건수는 2만2928건에 달한다. 이는 병원 내에서의 항생제 노출뿐만 아니라 음식 및 주변 토양을 통한 내성균 노출에 의한 공동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자연계에서 가축들이 먹지 않던 곡물 사료를 먹이고, 그 부작용을 항생제로 억누르고 있는 현재의 공장식 축산이 지속되는 한, 아무리 의료 현장에서 열심히 노력한다고 해도 다제내성균의 위협은 사라질 수 없는 것이다.



환경 호르몬의 위협

공장식 축산이 가능해진 것은 잉여의 값싼 곡물 생산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는 대규모의 제초제, 농약 및 화학 비료를 사용한 결과이기도 하다. 여기에 공장식 축산의 또 다른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바로 환경 호르몬이다.


2001년 보고된 연구에 의하면 모유의 환경 호르몬 농도는 우유의 3배가량 된다. 자녀의 건강을 위해 모유를 먹여야 한다고 정부와 전문가들이 적극 추천하고 있는데 모유를 먹일 경우 더 많은 환경 호르몬을 아이에게 물려주는 꼴이 되고 마는 것 아닌가? 어찌된 일인가?


우유와 모유의 환경 호르몬 농도 차이는 먹는 음식의 차이에 의한 것이다. 여러 식품 중 환경 호르몬 농도가 가장 높은 식품은 민물 어류이고, 그 뒤를 버터, 핫도그, 치즈, 아이스크림, 소고기, 돼지고기, 바다 어류, 계란, 닭고기 순으로 따르고 있다. 반면 채식 식단에는 우유의 절반, 모유의 5분의 1 수준으로 환경 호르몬이 가장 적게 오염되어 있다([그림3]). 소는 아무리 질이 낮고 위생적이지 않은 사료를 먹는다 해도 식물성 식품만을 먹고, 사람은 환경 호르몬 농도가 높은 다양한 동물성 식품을 섭취한 것이 이런 차이의 원인이다.


섭취 빈도를 감안한 미국인들의 환경 호르몬 섭취 경로를 보면 인간이 환경 호르몬에 어떻게 노출되는지 더 분명하게 알 수 있다. 미국인은 전체 섭취량의 31.9퍼센트를 쇠고기를 통해서 섭취하고, 우유와 유제품을 통해서는 각각 20.3퍼센트, 14.8퍼센트, 닭고기와 돼지고기를 통해서는 각각 10.8퍼센트, 10.3퍼센트, 생선과 계란을 통해서는 각각 6.6퍼센트, 3.4퍼센트를 섭취했다.


▲ 식품의 환경 호르몬 농도. ⓒ이의철


환경 호르몬의 대표 격인 다이옥신은 각종 혈액암, 폐암, 후두암 및 당뇨병, 심혈관 질환 등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다이옥신은 고엽제(Agent orange)라는 제초제와 비슷한 의미로 사용되는데, 다이옥신이 고엽제의 불순물로 섞여있었기 때문이다.


제초제와 농약 등 다양한 화학 물질의 대량 사용은 공장식 축산에 필수적인 사료용 곡물 재배와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이렇게 살포된 화학 물질들은 토양과 물을 오염시키고, 그것이 그대로 가축의 지방에 쌓이게 되면서 동물성 식품의 환경 호르몬 농도가 높아지게 된 것이다. 만약 가축들이 곡물이 아닌 풀을 먹었다면 이렇게까지 농도가 올라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위장관에서 식이 섬유가 지방 성분과 함께 환경 호르몬을 대변으로 배설하고, 환경 호르몬이 저장되는 체내 지방 축적도 줄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환경 호르몬은 인류에게 크나큰 재앙이 될 수 있다. 인체의 내분비계는 미량의 호르몬 농도 조절로 다양한 생리 작용을 조절하는데, 환경 호르몬은 이런 조절 기능을 교란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후대에까지 유전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수준의 먹이 사슬 오염의 경우 모유 수유를 통해 영아들은 평생 최대 권장량 수준의 다이옥신을 섭취하고, 성인의 일일 섭취 허용량의 5배 수준의 환경 호르몬을 섭취하게 된다.



신종 전염병

가축들이 비좁은 공간에 밀집 사육되는 공장식 축사는 신종 전염병의 용광로 역할을 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2009년 전 세계를 공황에 빠트린 신종 인플로엔자다. 신종 인플루엔자는 유전자형이 H1N1인 돼지에서 감염을 일으키는 고병원성 돼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사람에게까지 감염을 일으킨 사례로, 2009년 4월부터 2010년 7월까지 전 세계 214개 국가에서 1만8337명의 사망을 초래랬다.


신종 인플루엔자의 진원지를 두고 미국과 멕시코가 서로를 지목하고 있지만, 신종 인플루엔자가 국경 지역 공장식 돼지 사육 시설과 관련 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돼지의 호흡기 상피세포에는 돼지, 사람, 조류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수용체가 있어서 돼지와 사람이 밀집해 있는 축사는 언제든 신종 바이러스가 발생할 수 있는 도가니 역할을 하기에 충분하다.


공장식 축산은 그 특성상 ①한 곳에 많은 동물을 집중적으로 사육함으로써 드문 바이러스 돌연변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증가시키고, ②밀집 사육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동물의 면역 체계를 약화시키고, ③햇볕과 신선한 공기가 차단된 사육 공간은 자외선의 바이러스 살균 효과도 차단하여 바이러스의 생존 기간을 늘리고, ④분뇨 더미에서 발생하는 암모니아 가스로 가축의 호흡기가 손상돼 감염에 더 취약하게 하고, ⑤대량 생산에 뒤따르는 원거리 수송에 의해 질병을 확신시킬 수 있어 새로운 전염병 발생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공장식 축산이 지속되는 한 전 세계는 상시적인 신종 전염병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한편, 공장식 축산은 전혀 다른 종류의 전염병을 발생시키기도 한다. 1985년 뇌에 스폰지처럼 구멍이 발생하면서 이상 행동을 보이는 광우병이 처음으로 보고됐다. 1987년 역학 조사를 통해 소나 다른 동물의 사체를 갈아 만든 사료가 원인일 것으로 추정되었으나 영국 정부는 2년간 역학 조사 결과를 은폐하고, 1993년 인간광우병 첫 사례가 발생하고 3년이 지나서야 광우병에 걸린 소고기를 먹고 인간광우병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 사이 광우병 발생 소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1992년까지 영국에서만 12만 마리에 이르렀고, 인간 광우병은 2011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225명이 발생했다.


광우병은 현재로서는 특별한 치료법도 없고, 병원 물질인 '변형 프리온'을 무력화시킬 방법 또한 없다. 인류가 할 수 있는 일은 광우병의 발생 원인이 된 동물성 사료 사용을 금지하고, 광우병을 의심할 만한 이상 행동을 보이는 소들의 도축을 금지하고, 이러한 조치들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는 지역의 소고기가 유통되지 않도록 하거나 최소한 프리온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은 부위만이라도 유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들 중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집행되고 있는 것이 없다. 지금까지 희생된 225명, 앞으로 발생할지도 모를 희생자 모두 이윤을 위해 지불할 수 있는 '비용'이라고 여기는 공장식 축산이 지속되는 한 우리는 인간광우병의 불안을 떨쳐 버릴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광우병과 같이 전혀 예상치 못한 새로운 문제들이 발생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공장식 축산에 대해 여러 측면에서 문제를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으로서 이기적이게 우리자신의 건강과 생존의 측면에서만 보더라도 현재의 상황은 이미 임계점을 넘어섰다. 암, 심혈관 질환, 각종 염증성 질환, 식중독, 대제내성균, 신종 전염병, 환경 호르몬 오염 등 어느 것 하나 쉽게 간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어느 것 하나 공장식 축산과 관련이 없는 것이 없다. 우리 자신을 위해서, 가축들의 건강을 위해서 축산과 농업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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