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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노빌 원전사고 당시 인근 연못에 해바라기 띄워, 방사성물질 빨아들여 오염된 토양 정화에도 위력


1970년 개봉한 영화 '해바라기'에서 주인공 소피아 로렌은 남편의 전사통지서를 받았지만 믿지 못하고 직접 우크라이나 전선까지 달려가 남편을 찾아 헤맨다. 당시 소피아 로렌이 우크라이나 들판에 가득 피어 있는 해바라기 사이를 헤매는 모습이 영화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그로부터 16년 뒤 우크라이나의 해바라기는 또다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1986년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난 체르노빌 원전사고로 오염된 연못을 정화하는 데 해바라기가 쓰인 것이다. 과학자들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같은 환경 재해의 해법도 자연에서 찾을 수 있다고 본다. 방사성물질을 비롯한 각종 독성물질을 찾아내고 없애는 데 식물을 사용하는 연구는 이미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 체르노빌 원전사고로 주변 연못에 누출된 방사성물질을 흡수한 해바라기. 

해바라기는 미국 디트로이트 공업지대에서 납으로 오염된 토양을 정화하는 데도 사용됐다.



◆뿌리에서 방사성물질 흡수


체르노빌 원전사고 당시 인근 지역은 심각한 방사성물질 오염으로 사람은 물론이고 어떤 생물도 살기 어려워졌다. 그때 해바라기가 위력을 발휘했다. 당시 원전 인근 연못에 누출된 방사성물질은 스트론튬90과 세슘137. 과학자들은 배처럼 생긴 구조물 위에 해바라기를 다발로 묶어 함께 띄웠다. 며칠 후 분석했더니 놀랍게도 해바라기 뿌리는 연못보다 수천 배 농도의 방사성물질을 머금고 있었다. 엄청난 속도로 독성물질을 빨아들인 것이다.


해바라기의 정화능력은 놀라운 흡수력에 있었다. 포스텍 이영숙 교수(생명과학과)는 "식물은 뿌리를 통해 자신이 요구하는 양분을 빨아들이는데 이 과정에서 독성물질도 함께 흡수한다"면서 "해바라기는 뿌리가 많아 표면적이 넓기 때문에 독성물질을 더 잘 흡수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해바라기는 미국의 대표적 공업지대인 디트로이트에서도 위력을 발휘했다. 해바라기가 납으로 오염된 토양을 43%가량 정화했다는 보고가 있었다.


▲ 카드뮴과 아연에 오염된 흙을 정화하는 데 효과적인 호랑버들.


최근에는 식물들이 체르노빌 같은 환경에서도 살 수 있도록 적응했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슬로바키아과학연구소 마틴 하두크 박사팀은 미국 화학회지가 발간하는 '환경과학기술' 최근호에서 체르노빌 인근에 자생하는 '아마'라는 식물이 방사성물질의 독성을 극복할 수 있도록 프로테옴(단백질 집합체)이 변했다고 밝혔다.



◆꽃 색깔로 방사선 감지 가능


국내에서는 식물을 이용해 방사성물질을 검출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 김진규 박사팀은 '자주달개비'라는 꽃을 이용해 방사성물질의 농도를 파악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남색과 분홍색 자주달개비를 교잡해 잡종을 만들면 자주달개비가 색깔로 방사성물질 오염도를 알려준다는 것.


자주달개비는 우성(優性)일 경우 남색을 띤다. 하지만 방사선에 노출돼 세포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분홍색이 점점 짙어진다. 실험결과 자주달개비는 엑스선이나 감마선을 2시버트(㏜) 맞는 경우 수술에 있는 털이 100개당 12개꼴로 색깔이 변한다. 1㏜인 경우는 약 10개, 0.5㏜는 5개 정도가 변해 수술 털의 색깔을 분석하면 방사선량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연한 녹색인 담뱃잎을 이용해 비슷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특히 중금속 같은 다른 오염물질에도 이런 효과가 있는지를 알아보고 있다고 김 박사는 설명했다.


다른 독성물질 정화에도 식물이 쓰인다. 포스텍 이영숙 교수팀은 지난해 말 독성물질인 비소를 효과적으로 없앨 수 있는 식물을 개발했다. 연구진은 독성물질을 흡수한 식물이 '액포'라는 저장소에 이를 저장하는데 이런 해독 과정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찾아 해독을 활발하게 했다.


국립산림과학원 한심희 박사팀은 소나무, 아까시나무 등 폐광지역에 사는 5가지 수종의 정화능력을 비교해 '호랑버들'의 잎이 카드뮴과 아연을 정화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호랑버들의 잎은 카드뮴의 경우 다른 수종에 비해 5배, 아연은 10~40배 많은 수치를 함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박사는 "나무는 환경에 대한 적응력과 독성물질에 대한 저항력이 강해 독성물질 제거에 유용하다"면서 "특히 뿌리 근처에 존재하는 미생물들이 오염물질의 분해도 촉진해 독성 제거에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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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봄’에는 침묵해야 하나

[강석기의 과학카페 101] 레이첼 카슨 ‘침묵의 봄’ 발간 50주년


“아침이면 울새와 개똥지빠귀, 비둘기, 어치, 굴뚝새를 비롯해 수많은 새들의 합창 소리로 요란했지만 지금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들과 숲, 습지에는 침묵만이 드리워져 있다.”

- 레이첼 카슨, ‘침묵의 봄’


1962년 9월 27일은 미국의 해양생물학자이자 과학저술가인 레이첼 카슨의 명저 ‘침묵의 봄(Silent Spring)’이 출간된 날이다. 20세기 후반 나온 과학교양서 가운데 사람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 큰 영향을 끼친 대표적인 책을 꼽으라면 리처드 도킨슨의 ‘이기적인 유전자’,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와 함께 카슨의 ‘침묵의 봄’이 들어가지 않을까.


살충제 DDT로 상징되는 인류의 과도한 화학물질 남용이 가져올 수 있는 파국을 마치 소설처럼 써 경각심을 일깨운 ‘침묵의 봄’은 오늘날 환경운동의 모태가 됐을 뿐 아니라 각국의 산업정책에 전환점을 가져온 계기가 됐다. 실제 사람들의 삶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과학책일 것이다.


●화학물질에 대한 불안 여전


“침묵의 봄은 무슨…. 새소리만 요란하구만.”


전공자도 아니면서 화학물질의 위험성을 과대포장해 사람들의 감성에 호소한 센세이셔널리즘의 대표적인 예라고 카슨과 ‘침묵의 봄’을 폄하하는 사람도 있지만, 솔직히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면 카슨의 책 덕분에 브레이크없이 질주하던 화학산업이 주춤하면서 그나마 지구가 오늘날 이 정도 상태라도 유지하는 게 아닐까.


‘침묵의 봄’이 출간되기 전 상황이 어느 정도였는가 하면 1958년 미 농무부가 불개미를 없애겠다고 수십만 헥타르의 면적에 DDT를 공중살포할 정도였다. 만약 지금 어떤 정부가 그런 짓을 한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상황이 나아졌는가 하면 꼭 그렇지도 않은 것이 공교롭게도 ‘침묵의 봄’이 출간된 바로 그날 우리나라에서는 ‘출간 50주년’을 기념하는 듯(?) 불산가스누출사고가 일어났고 이에 대한 해당 기업과 정부의 대응은 ‘침묵의 가을’을 걱정해야 하는 수준이었다. 


게다가 최근 한 식품회사의 라면스프에서 발암물질인 벤조피렌이 들어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해당 업체와 식품의약품안전청의 대응에 사람들은 고개를 저어야 했다. 잊을만 하면 터지는 화학물질 관련 사건에 (특히 식품과 관련돼 있을 경우) 사람들은 마음을 놓을 수 없다.


그런데 설사 이런 사고를 미연에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다고 해서 사람들이 맘 편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최근 과학저널 ‘사이언스’와 ‘네이처’에 실린 글들을 보면 50년 전 살충제 대량 살포와는 또 다른 차원에서 ‘침묵의 봄’이 여전히 진행 중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존재 자체가 문제되는 화학물질


‘오염된 세계에서의 삶(Life in a contaminated world)’이라는 제목이 암시하듯 ‘사이언스’ 9월 28일자에 기고한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의대 루이스 귈레트 교수와 일본 국립기초생물학연구소 이구치 타이젠 박사의 글은 난자와 정자가 수정하기 이전부터 시작되는 주변 화학물질의 영향을 걱정스런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다.


“사람들이 자신의 미래를 살충제 스프레이 같은 별 것 아닌 것들에 내맡기고 있다고 생각하니 참 아이러니하다.”


필자들은 ‘침묵의 봄’에 나오는 위 구절이 선견지명이 있다며 “레이첼 카슨은 자신이 관찰한 것들을 설명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알지 못했지만, 태아 발생 초기 일상적으로 쓰는 화학물질에 노출되는 것이 유전자 발현 패턴을 바꿔 훗날 건강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지금은 잘 알려져 있다”고 쓰고 있다.



수많은 화학물질을 비롯한 환경요인은 한 개인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음식과 스트레스, 오염물질 같은 환경요인이 부모의 게놈과 개인의 게놈(체세포와 생식세포)에 작용해 개인과 그 자손의 건강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사이언스 제공


즉 자연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화학자들이 합성한 수많은 화학물질 가운데는 호르몬 시스템 같은 인체의 신호전달체계를 교란하는 물질이 꽤 있고 이 작용은 농도가 매우 낮은 경우에도 여전히 강력하게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현재의 독성학 패러다임, 즉 ‘독성은 농도에 비례한다’는 상식과는 배치되는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 10년 동안 후성유전학(epigenetics)처럼 생명체의 발달과 조절을 이해하는 시각을 혁명적으로 바꿔놓은 분야들이 나타나면서 그동안 이해하기 어려웠던 현상들이 실마리를 찾은 조각퍼즐처럼 점차 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즉 돌연변이처럼 DNA 구조 자체를 바꾸는 큰 변화뿐 아니라 유전자 작동 스위치를 바꾸는 미묘한 작용으로도 생명체에 큰 영향을 미치고 그 작용이 평생 그리고 그 자손에게까지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생활습관의 병, 즉 개인에게 책임을 넘기고 있는 비만, 당뇨병, 암, 불임 등 현대인들의 질환이 급증하는 배후에는 어쩌면 일상생활에 노출돼 있는 미량의 화학물질들이 작용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주장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는 이유다.


●220억 원 규모 안전성 재검토 프로젝트


미국 뉴욕대 과학저널리즘 교수인 댄 파긴은 ‘네이처’ 10월 25일자에 기고한 글에서 내분비교란물질에 관한 최근 연구결과들과 이에 대한 과학자들 사이의 이견과 갈등을 소개하고 있다. 파긴 교수는 “기존 독성학의 입장에서는 내분비교란물질이 보여주는 이상한 세계가 마치 고전물리학에서 양자역학을 바라보는 것과 같다”며 “비스페놀A 같이 호르몬 수용체에 작용하는 교란물질은 개체의 발달과정에서 결정적인 순간에 미량 노출돼도 엄청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내분비교란물질로 분류되는 화학물질 가운데는 그 작용이 농도에 비례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즉 농도가 낮아지면 오히려 작용이 커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기존 독성검사 패러다임으로는 안전성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 위 그래프는 농도에 따른 작용을 보여주는데 왼쪽부터 플라스틱 원료인 비스페놀A, 계면활성제 원료인 노닐페놀, 제조체인 아트라진에 대한 데이터다. 제공 네이처 제공


지금도 여전히 기존 독성학의 패러다임, 즉 ‘작용은 농도에 비례한다’는 관점을 고수하고 있는 사람들은 이런 연구결과들에 반발하지만 그러나 너무나 많은 데이터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정부에서도 이 문제를 진지하게 바라보기 시작했다고 한다. 특히 지난 3월 학술지 ‘내분비학 리뷰’에 발표된 무려 68쪽 분량의 리뷰논문은 600건이 넘는 기존 연구결과들(이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지난 5년 이내에 발표됐다!) 분석해 18가지 내분비교란물질의 작용이 농도에 비례하지 않는다(non-monotonic)는 결론을 제시해 충격을 줬다.


이에 대해 미국국립환경보건원(NIEHS) 린다 번바움 원장은 “이들의 리뷰는 상당히 설득력이 있고 근거가 있다”며 “이제 화학물질의 저농도 규제에 대해서도 논의를 시작할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실제 NIEHS는 미국식약청(NIH) 산하 국립독성학연구센터와 함께 2000만 달러(약 220억 원) 규모의 비스페놀A 재조사 연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즉 체중 1킬로그램당 하루 50밀리그램 이하를 섭취하는 건 문제가 없다는 기존 입장(FDA)과 저농도도 위험하므로 그 200만분의 1인 25나노그램으로 기준치를 낮춰야 한다는 연구자(미국 미주리대 프레데릭 봄 잘 교수)의 주장 사이의 엄청난 간극을 체계적인 실험을 통해 규명해보겠다는 것이다.


지난주 일산킨텍스에서는 비스페놀A와 관련해 국제 세미나가 열렸는데 초청연사로 나온 미국화학협회의 스티븐 헨지 박사는 국내 언론과 인터뷰에서 “비스페놀A는 내분비장애물질이 아니다”고 결론내리고 있는데 그 근거 가운네 하나가 FDA의 기준이다. 지난 9월 21일 식약청은 Q&A 형식으로 ‘비스페놀A에 대해 알아봅시다’라는 코너를 홈페이지에 싣는다고 발표했는데 그 내용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현 미국식약청의 기준으로 봤을 때 우리나라는 안전하니 걱정말라”는 것.


우리가 철석같이 믿고 있는 FDA가 NIEHS와 수백억 원이 드는 재검토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건 단지 성가신 연구자들을 무마시키기 위함일까. 아무튼 분명한 건 이런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방법론이 개발됐을 때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개념과 사실들이 최근 10~20년 사이 생명과학 분야에서 쏟아져 나왔다는 것이다. 즉 현재의 가이드라인은 제한된 지식을 토대로 만든 기준일 뿐이다. 


미국 FDA나 유럽 관련 기구의 가이드라인이 업데이트될 때에야 따라 가는 게 우리나라 처지이지만 최소한 이들 나라에서 현재 화학물질의 가이드라인에 대한 패러다임이 흔들리고 있다는 현실은 사람들이 알고 있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기준 이내이지 걱정말라”는 말을 들어도 그 ‘기준’에 절대적인 권위를 부여해 안심하지 않고 각자 살길을 모색할 테니까.

강석기 과학칼럼니스트 kangsukk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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