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가키 히데히로 (지은이) | 미카미 오사무 (그림)
최성현 (옮긴이) | 도솔
잡초생태학은 일본에서도 최근에서야 대학에 잡초학이라 하여 학문으로 연구하고 자리잡게 되었답니다.
저자인 이나가키 히데히로는 잡초생태학을 전공 했으며 잡초에 빠져 살고 개불알꽃을 유난히 좋아하는 또다른 괴짜랍니다.
우리 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50종의 잡초들 속성을 그림을 곁들여 저자 특유의 글솜씨로 아주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림은 미키미 오사무라는 식물과 동물등 주로 자연을 그리는 이가 감탄 할 만큼 잘 그렸습니다.
책 소개
잡초의 삶도 사람과 다를바 없다. 큰 야망을 품은 잡초가 있는가 하면 소박하게 작은 크기로 살기를 꿈꾸는 잡초가 있다. 시행착오를 거듭하기도 하고 곤경에 빠지기도 한다. 자기만의 전략을 세우기도 한다. 크게 성공하기도 하고, 밑바닥을 기면서도 행복한 잡초가 있다. 경쟁이 싫어서 사람의 발에 밟히는 고생을 참아가면서 홀로 사는 잡초도 있다. 그래서 '이건 잡초가 아니라 마치 내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잖아!' 하는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클로버, 토끼풀에 관한 내용
결혼 상대의 조건으로 '고신장, 고학력, 고수입'의 3고를 드는 독신 여성이 많다고 한다. 토끼풀도 이 독신 여성들처럼 조건을 내걸고 더 뛰어난 파터너를 찾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얻은 파터너는 토끼풀에게 기대 이상으로 잘 한다. 힘들게 토끼풀의 마음을 얻은 파터너는 함부로 바람을 피우지 않는다. 바람은 커녕 토끼풀을 독점하고 싶어 한다. 토끼풀 꽃만을 찾아다니며 꿀을 모으는 것이다. 토끼풀에게는 대단히 반가운 일이다. 계속해서 여러 가지 종류의 꽃을 찾아 돌아다니는 바람꾼을 파터너로 둬서는 토끼풀끼리 꽃가루를 주고 받기 어렵다. 그런데 파터너가 토끼풀 꽃만을 찾아다녀 준다면 그만큼 가루받이의 효율이 높아지는 것이다.
네 잎 클로버가 생기는 원인 가운데 하나는 생장점에 상처를 입는 데 있다고 한다. 네 잎 클로버는 길가나 운동장과 같이 사람에게 자주 밟히는 곳에 많이 난다. 행복의 심벌은 꽃밭 속에는 없다. 그렇다면 토끼풀은 3고를 선호하는 세상의 여성들에게 진짜 행복이란 밟히며 자란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행운의 네잎 클로버는 찾기 힘든 곳에는 없다는 이야깁니다.
신랑감을 찾는 많은 여성들은 명심해야 될 말이지요. 당신들이 그렇게 찾으려 애쓰는 행운의 신랑감은 여러분 주위에서 여러분과 같이 부데끼는 사람중에 있을 지도 모른 답니다. 밟혀 본 어려움을 아는 그런 사람이라야 성실한 삶을 살 수 있겠지요.
방동사니 즉'향부자 香付子'에 관한 내용
식물의 세포 압력은 5 내지 10기압이라 합니다. 자동차 타이어의 압력이 2기압 정도인 데 견주어 보면 대단한 힘인 셈이다. 그 정도의 압력으로 쉼 없이 밀고 올라오기 때문에 연약해 보이는 풀이 마침내는 아스팔트처럼 딱딱한 물질도 뚫을 수 있는 것이다.
아스팔트 속에 있는 방동사니는 아스팔트를 뚫지 않으면 안되는 가혹한 환경에 놓여 있다. 그러나 일단 그 곤란을 넘어설 수만 있으면 그때까지 방동사니를 괴롭히던 환경이 거꾸로 방동사니 편이 된다. 방동사니를 차갑게 가로막던 아스팔트가 이번에는 방동사니를 지켜주는 단단한 갑옷이 되는 것이다. 사람이 방동사니를 뽑아버리려고 해도 그렇게 할 수 없다. 그는 다만 방동사니의 줄기 일부를 끊을 수 있을 뿐이다. 아스팔트 속에 안전하게 자리를 잡고 있는 덩이뿌리까지는, 인간은 손을 쓸 도리가 없다.
참으로 그 생태가 교훈적인 잡초라 하겠습니다.
척박한 환경을 이겨 우뚝 서기 까지가 어렵지만, 마침내 우뚝 선 다음에는 어떤 어려움도 능히 이겨낼 수 있음을 보는것 같습니다.
사람도 잡초에서 배울게 있다면 능히, 겸허히 배워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더러는 입신立身보다 수성守成이 어렵다는 말들을 하지만 기초가 단단한 곳에서 몸을 일으킨 방동사니와 같은 경우엔 수성인들 뭐가 그리 어렵다 하겠습니까?
석산-유령화, 버려진 아이의 꽃
석산은 아름다운 꽃을 피우지만 실은 열매를 맺을 수 없다.
열매를 맺을 수 없는 석산은 오로지 덩이 뿌리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새로운 유전자가 들어올 수 없다. 그래서 석산은 모두 부모와 성질이 같다. 어느 정도냐 하면, 동아시아의 석산은 거의가 동일한 성질을 지니고 있지 않겠느냐는 설조차 있다. 석산의 원산지는 중국 양자강 부근인데, 거기로 부터 한국을 거쳐 일본으로 들어온 몇 포기 안 되는 석산이 일본 전체로 퍼져나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석산은 추분 무렵에 한꺼번에 꽃을 피우는 것이다. 동일한 유전자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열매도 맺지 못하는 석산이 어찌 동아시아 전체에 퍼졌을까요?
우리의 선조들은 왜 이 꽃을 여기저기 자꾸 심었던 것일까요?
석산의 뿌리는 견인근牽引根으로 논밭 길이나 둑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막아주며 다른 잡초의 생육을 억제하는 물질을 분비하는 알렐로파시 능력도 가지고 있다 합니다. 또 두더지의 접근을 막아 주는 역활을 하기도 하며 다른 여러 밝혀지지 않은 덕성이 있다 합니다.
- 세칸의 사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