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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_문화

지하수, 생수의 불편한 진실

by 성공의문 2012. 4. 19.


오염물질의 축적과 농축이 문제인 지하수


* 시판 중인 각종 생수들, 이 중에는 수질 검사를 제대로 거치지 않았거나, 지하수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지하수 물이 생수라는 이름으로 팔리고 있다. 심지어는 우물물 수준에서 퍼 올리고는 지하 수백미터의 암반수라고 속여 파는 경우도 있다.  


1. 지하수의 정체

최근, 땅속의 광천수 등의 지하수를 원료로 한, ‘생수’ 제품이 급격히 늘어나, 시판되고 있다. 생산자들은 지하 몇 백 미터에서 퍼 올린 물이라, 마시는 물로 뿐만 아니라, 건강에도 좋다고 선전한다. 그래서 여유가 있는 가정에서는 이런 생수를 배달해 마시고, 관공서나 기업은 물론, 웬만한 공공장소에 가면, 이런 생수통을 비치해 놓고 음료수로 사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생산자들은 이런 생수를 청량음료 같이 페트병에 담아, 팔기도 한다. 


30년 전만해도 맹물을 병에 담아, 가게에서 판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수도꼭지를 틀면 나오는 물이 마시는 물이고, 생활에 사용하는 물 인줄 알았다. 그러나 그 수돗물의 원료인 강의 오염을 확인하고, 수돗물을 불신하게 되어, 물을 끓여 마시게 되었고, 급기야는 지하에서 퍼 올려, 생수라는 이름으로 팔리는 지하수를 마시는 물로 여기게 되었다.


과연 이 생수라는 것이 수돗물보다  더 안전하고 좋은 물인가? 수돗물에 대한 시시비비(是是非非)는 나중에 가리고, 이 생수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지하에서 퍼 올린 자연수를 이용한 제품을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지하수의 메카니즘과 성질을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표수는 땅 위에 있는 모든 물로 강우가 98%, 강설이 2%정도를 차지하며, 하천수도 포함된다. 그러나 지하수란 땅 속에 있는 물로, 지표 아래 800m까지 50%, 나머지 4km내에 50%가 존재한다. 


지구는 다공질 매체이며, 땅속 물질의 입자사이에 있는 공간(공기 주머니)을 공극(Void)이라고 하며, 이 공극 사이의 물이 지하수이다. 

즉, 지표하의 빈틈을 완전히 채우고 있는 물을 말한다. 계의 어느 곳이나, 얼마 깊이의 지하에는 어느 정도의 물이 있다. 아주 말라 버린 곳이라고 생각되는 사하라 사막조차도 그 밑바닥에는 물이 있다. 민물의 97%인 820㎦가 지하 800m 이내에 저장되어 있다. 


지구 속에 저장되어 있는 모든 지하수는 움직이고 있다. 그 대부분은 최종적으로는 대수층 속에 괴어 수위가 올라가고 수압이 높아져 지표로 나와, 드디어는 샘과 강이 된다. 


수만 년 동안 지하의 깊은 곳에서 잠자며, 고대의 바다 밑에 가로누워 있던 수성암의 구멍 속에 가두어진 물을 유유수라고 한다. 이 어원은 라틴어로는 ‘동시에 태어난’이라는 의미의 말이다. 이 유유수는 오랜 세월 동안 물의 순환과는 무관한 운명이었다.


이 유유수 외에도 지구 속의 깊은 곳에서 물의 순환에 가담하지 못했던 물이 있다. 그것은 수 십억 년 전에 우주 먼지에서 지구가 탄생될 때 같이 생긴 원시적인 물의 일부이다. 이 물은 결정수의 모습으로 바위 속에 들어 있으며 이를 처녀수라고 한다. 이 처녀수는 화산 활동 등을 통해 이 물을 가두고 있던 자물쇠가 벗겨져 지상에 수증기로 나오는 경우도 있다.


2. 암반수와 약수라는 것 

-시판되고 있는 생수 중에는 ‘암반수’라고 하는 것이 있다. 암반수는 암반과 암반층 사이에 있는 물을 말한다. 즉, 암석의 미세한 틈 사이에 있는 물이다. 그러나 이제, 학술적으로는 거의 쓰지 않는 용어이다. 

암반수가 형성되기까지는 1,000년 이상이 걸리는데, 움직이는 속도가 매우 느려, 대량으로 끌어올려서 용수로 사용할 수 없으며, 저수량도 아주 미미하다. 따라서 하루에 수천 톤이 나오는 암반수는 없으며, 거의 불가능하다. 


특히, 우리나라의 지질은 이미 노년기에 접어들어, 공극이 매우 적으며, 지하수의 흐름 속도가 느리고 양도 적은 편이다. 그래도 제주도는 전역의 90% 이상이 투수성이 높은 현무암 지질로 좋은 물과 저수량이 많은 지역인데도 불구하고 월 지하수 생산량은 3,000톤 정도이다. 따라서 솟아오르는 암반 지하수를 하루에 수천 톤씩 용수로 사용한다는 것은 국내 지질구조나 현황으로 미루어 볼 때 극히 불가능한 것이다. 그런데도 암반수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은 일반 지하수와 달리, 암반층에서 나온 귀한 물이라는 것을 강조한 것인데, 잘못이다.


-약수(藥水)는 우리나라에서만 사용되는 용어로서 엄격한 의미에서는 모두 ‘용천(Spring)’인 샘물이다. 단층과 같은 지표면이 갑작스런 높이 변화를 일으켜 지표로 나오는 물이다. 땅을 뚫고 분수처럼 솟아나는 물을 분정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지하수가 없다. 우리나라에는 없지만 지하의 뜨거운 온천수가 일정 압력을 받아 솟아오르는 간헐천이 외국에는 있으나 유독가스와 불순물을 함유하고 있어, 식수로는 사용하지 못한다. 현재, 국내에 8만여 개로 추정되는 우물 중에서 하루에 100톤 이상 나오는 우물은 10여개 미만으로 알려져 있고, 지상의 빗물, 지표수가 유입되지 않고서는 하루에 100톤 이상 지하수가 나오기는 힘들다. 


3. 지하수 오염

오래 전부터 지하수는 흙 속의 각종 미생물과 토양의 자정작용 때문에 오염되지 않고 좋은 수질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현재는 인간이 사용하는 약 6만 3,000여 가지의 화학물질과 무분별한 개발, 사후관리 미흡 등으로 흙 속에 있는 각종 미생물과 토양의 자정능력이 떨어져 지하수의 오염이 심각해졌다.


대기오염으로 인한 산성비, 각종 생활하수, 산업폐수, 쓰레기 및 농약으로 인한 토양오염 등으로 더러워진 지표수가 지하로 침투되어 지하수를 오염시킨다. 뿐만 아니라 물 순환 과정을 통한 악순환이 계속적으로 화학성분을 유입시키기 때문에 오염도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 30여년 전, 지하수를 생수라고 팔기 이전에 사람들은 지하에서 용출하는 샘물을 약수라고 해서 선호했다. 그래서 필자는 서울의 유명 약수터의 물을 연세대학교 공해연구소(소장 권숙표)와 서울시보건연구소(소장 박재주) 등에 의뢰하여, 수질을 조사했다. 놀랍게도 대장균 보다, 납이나 수은과 같은 중금속 성분이 더 많이 검출되었다. 그 개연성을 몇 달 동안 찾았는데, 한 예로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나온 납 성분이 대기 중에서 빗물에 흡착되어, 비와 함께 지표에서 지하로 유입되어, 지하수를 오염시켰다.


뿐만 아니라, 영등포에 있는 한 화학공장에서 배출된 수은과 같은 중금속이 인근 하천을 오염시켰는데, 이 하천수가 지하수에 유입되어, 지하수를 중금속으로 오염시키고, 이 중금속 지하수가 수십 킬로나 떨어진 관악산 중턱의 약수터에 까지 다다른 것을 확인했다. 하천과 같은 지표수는 위에서 아래로 흐르지만, 지하수는 아래에서 위로 용출하는 특성이 있어서, 하류에서 오염된 지하수가 수 십, 수 백 킬로나 떨어진 산 중턱에서 용출한다.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정수기의 물이 더 해로운 것 같이, 확인할 수 없는 지하수의 수질은 더 철저한 검사가 필요하다. 현실은 지하수 수질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데다가 지하수를 마구잡이로 개발하고 있어, 오염은 물론 지하수 고갈, 지반 침하까지 심각하게 우려되고 있는 실정이다.


4. 고갈되는 지하수

땅 속에 스며드는 지하수는 강물의 3,000 배나 되는 풍부한 양이다. 그러나 이 지하수가 말라가고 있다. 지하 수면이 계속 낮아지고 있어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지하수위가 낮아지는 것은 지하수로 스며드는 물의 양보다 더 많이 퍼 올려 사용하기 때문이다. 지하 수면이 계속 낮아지면, 이를 퍼 올리는 비용은 계속 증가하고 결국에는 말라 버리게 된다. 이러한 결과는 어쩌면 우리들이 지표수인 수돗물을 외면하고(물론, 외면하게 만든 정부의 하천 수질정책이 문제이지만), 지하수 생수만을 고집하고 선호하는 의식이 부추기고 있다고 생각된다.


-수돗물을 잘 끓이면, 생수 수준으로 마실수 있다. 요령은 간단하다.  

첫째, 수돗물을 충분히 끓이고 

둘째, 끓인 물을 넓은 양푼에 담아, 물속의 오염물질이 충분히 증발하도록, 오래 식히고 

셋째, 병에 담아서 냉장고에 넣어, 물을 차게하여 마시면 된다. 

기호에 따라, 믿을 수 있는 볶은 보리를 넣어 끓이면, 훌륭한 보리차가 된다. 

<박창근 (데일리 그린 대표)>

환경매일 2010년 9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