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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

절기와 농사 - 겨울 (대설에서 대한까지)

by 성공의문 2012. 1. 31.



절기 - 대설(大雪)-12/7
계절 - 겨울
날짜 - 12월 1일~15일
개요 - 메주쑤기
 
11월은 중동이라 대설 동지 절기로다. 바람 불고 서리치고 눈 오고 얼음 언다.

소설 뒤 대설을 놓은 것은 동지를 앞에 두고 눈다운 눈이 이때쯤 내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마다 눈이 고르게 오는 것이 아니어서 대설이라고 해도 어느 해는 소설보다 적게 오기도 한다..
"눈은 보리의 이불이다"라는 말이 있다. 눈이 많이 내리면 보리를 덮어 보온 역할을 하므로 동해(凍害)가 적어 보리가 잘 자라기 때문이다.

부네야 네 할 일 메주 쑬 일 남았도다
익게 삶고 매우 찧어 띄워서 재워 두소

-농가월령가 중 십일월 령-

농사일을 끝내고 한가해지면 가정에선 누런 콩을 쑤어 메주를 만들기 시작한다. 메주를 잘 만들어야 한 해 반찬의 밑천이 되는 장맛이 제대로 나기에 갖은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
잘 씻은 콩을 고온에서 단시간 익히는 것이 중요한데 손으로 비벼보아 뭉그러질 때까지 충분히 익힌다. 삶을 콩은 소쿠리에 담아 물을 뺀 후 둥글넓적하게 혹은 네모지게 모양을 만든다.
모양을 갖춘 메주를 그대로 며칠 방에 두어 말린 후, 짚을 깔고 서로 붙지 않게 해서 곰팡이가 나도록 띄운다. 알맞게 뜨면 짚을 열십자로 묶어 매달아 둔다.
메주 달 때는 나일론 끈이 많지만, 메주를 달 때 유독 짚으로 묶어 다는 이유는 푸른 곰팡이의 번식을 양호하게 하기 위함이다.

메주를 띄울 때도 곰팡이가 잘 번식하게 하기 위해서 는 이불 같은 것을 덮어 주는데 이 때도 천연섬유로 된 이불이어야 좋지 나일로 등 합성섬유로 만든 이불은 좋지 못하다.
곰팡이 균도 자연 친화를 좋아함을 알 수 있다.

<절기풀이> 
땅 얼고 물 언다. 온 세상이 얼어붙는다.

<농사속담> 
- 배추, 무, 당근 마저 뽑기 
- 양파, 마늘 밭 둘러보기 
- 과일나무에 거름주기 
- 곶감 서리 맞춰 항아리에 보관

<농사속담> 
겨울에 눈이 많이 오면 풍년든다.

<기타사항> 
짐승 우리에 물 넣어주기 : 얼기 때문에 아침마다 새로 한다. 
닭과 오리에게 푸성귀 해서 넣어주기 
잘 뜬 메주 볕 좋은 날 말리기 
  
 

절기 - 동지(冬至)-12/22
계절 - 겨울
날짜 - 12월 15일~30일
개요 - 겨울나기
 
동지는 글자 그대로 겨울에 이르렀다는 뜻으로 태영이 가장 남쪽으로 기울어져 밤의 길이가 일 년 중 가장 긴 날이다. 이 날이 지나면 하루 낮 길이가 1분씩 길어지는데 옛 사람들은 태양이 기운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여 동지를 설날로 삼기도 했다.

동짓날에는 팥죽을 쑤어 먹는다. 동지 팥죽은 먼저 사당에 올리고 여러 그릇에 나누어 퍼서 장도그 곳가느 헛간, 방 등에 놓아둔다. 그리고 대문과 벼그 곳간 등에 뿌리기도 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팥죽의 붉은 색이 잡귀를 몰아내는데 효과가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동지 팥죽은 잔병을 없애고 건강해지며 액을 면할 수 있다고 전해져 이웃간에 서로 나누어 먹었다.

동지 때는 '동지한파'라는 강추위가 오는데 이 추위가 닥치기 전 보리밟기를 한다. 이때는 땅속의 물기가 얼어 부피가 커지면서 지면을 밀어 올리는 서릿발로 인해 보리 뿌리가 떠오르는 것을 막고 보리의 웃자람을 방지하기 위해 과거엔 겨율방학을 앞두고 학생들을 동원해 대대적인 보리밟기를 하기도 했다. 동짓날 한겨울 기나긴 밤에는 새해를 대비해 복조리와 복주머니를 만들었다.
복조리는 산죽을 쪄와 사등분으로 쪼개어 햇볕에 말리고 물에 담근 뒤 그늘에서 건조시켜 만든다. 쌍에 든 돌이나 이물질을 가려낼 때 사용하는 복조리는 새해부터 정월 대보름까지 사라며 "복조리 사려"를 외치며 다녔다. 대보름이 지난 뒤 팔러 다니면 상놈이라 욕을 먹기도 했다. 복조리를 부엌 부뚜막이나 벽면에 걸어두고 한해의 복이 그득 들어오기를 기원했다.

간장, 된장, 고추장을 만들기 위한 메주 쑤기로 부산할 때다. 무말랭이, 토란 줄기, 호박오가리 등 각종 마른나물 말리고 거두기에 겨울 짧은 해가 아쉽기만 할 때다. 비닐하우스 농가에서는 비닐하우스 골조설치, 니닐 씌우기, 거름내기, 논갈이 등 중노동이 잇따른다. 과거엔 농한기로 쳤지만 비닐하우스의 등장으로 모내기철보다 더 바쁜 농번기가 되었다. 그래도 우리네 기억 속엔 정겨운 화롯가의 추억이 남아 있다.

오누이들의 정다운 이야기에
어느 집 질화로에는 밤알이 토시토실 익겠다.
콩기름 불 실고추처럼 가늘게 피어나던 밤
파묻은 불씨 헤치며 잎담배 피우시며
"고놈 두 눈동자 초롱같아"하며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면 할머니
바깥은 연신 눈이 내리고 오늘밤처럼 눈이 내리고....
(중략)
어느 집 질화로엔 밤알이 토실토실 익겠다.

-김요호 시 "눈오는 밤에"-

겨울밤이면 농부들은 동네 사랑방에 모여 내년 농사에 쓸 새끼를 꼬기도 하며 짚신이며 망태기를 삼기도 했다. 더러 손재주 좋은 이들은 윷놀이와 곡식을 말릴 때 쓰는 멍석, 음식을 보관하는 봉새기, 재를 밭에 뿌릴 때 쓰는 삼태기, 배낭의 일종인 조루막, 풀 베어 담는 꼴망태 등 다양한 생활용품을 만들었다.
졸음이 몰려올 즘이면 쌈지담배를 꼬실리다가 이내 아낙네들이 삶아온 고구마를 먹으며 마을 소식들이 오갔다.

내년 소작료 얘기며 부당한 물세 때문에 복장이 터진다는 얘기며 안산 너머 닭실골짝 김서방네는 소작료 때문에 논주인과 다투다 부치던 논을 뺏겨 내년 살길이 막막하다며 혀를 끌끌차기도 했다. 밖는 운니 무진장 내리는데 말이다.

이처럼 겨울나기는 눈 오는 밤 질화로에묻어둔 불씨요 밤알처럼 훈훈한 것이었다. 그러나 산업사회라는 험한 상황이 아름다운 겨울의 낭만을 사라지게 했다. 모진 바깥 세상에 시달린 손을 포근하게 묻을 곳이며 얼어붙은 볼을 감싸 농겨주며 거칠어진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정의 원천이던 겨울나기. 쇠죽을 끓여 지글지글 끓던 방에서 밤과 고구마에 동치미를 들이키며 가족끼리, 이웃끼리 도란도란 얘기 나누던 따뜻함이 새삼 그리운 시절이다.

<절기풀이> 
겨울의 한 가운데. 음의 기운이 바닥을 치고 양의 기운으로 바뀐다.

<농사정보> 
- 뒷간 치운 거름을 호박, 오이 구덩이에 넣기 
 
 
절기 - 소한(小寒)-1/6
계절 - 겨울
날짜 - 1월 1일~1월 15일
개요 - 보리농사
 
소한은 해가 양력으로 바뀌고 처음 나타나는 절기다. 소한 때는 '정초 한파'라 불리는 강추위가 몰려오는 시기이다. 이때는 전국이 최저기온을 나타낸다. 
그래서 "대한이 소한 집에 가서 얼어 죽었다."든가 "소한 얼음 대한에 녹는다."고 할 정도로 추웠다. 
농가에서는 소한부터 날이 풀리는 입춘 전까지 약 한 달 간 혹한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해야 했다. 
눈이 많이 내리는 지방에서는 문밖출입이 어려우므로 땔감과 먹을 것을 집안에 충분히 비치해야 했다.

논은 지가 품고 있던 벼가 없으니
슬퍼 하늘만 쳐다본다.
벼하고 지하고
더 어려운 일도 이겨 내었재.
논아 너무 슬퍼하지 마고
내년에 우리
멋지게 살아보자.

― 김형삼(85년)의 『빈 논』-


농촌에서 자란 한 초등학생의 시각을 통해 이 시기의 들녘을 보자. 
그것이야말로 논이 가지고 있는 진정성일 것이다.

벼가 없어진 빈 들판에 눈이 내리면 특히, 동짓달과 섣달에 눈이 많이 오면 풍년이 든다고 믿었다. 그래서 "눈은 보리 이불이다.", "사람이 보지 못하는 사이에 눈이 내리면 풍년이 든다.", "함박눈 내리면 풍년 든다."고 반겼다. 
눈을 풍년의 징조로 본 것이다. 또 눈은 "첫눈 먹으면 감기에 안 걸린다.", "장사 지낼 때 눈 오면 좋다.", "첫눈에 넘어지면 재수 좋다."며 눈을 상서(祥瑞)롭게 보았다. 
겨울 농사의 중요한 몫은 보리 차지다. 보리하면 경상도 특히 경북을 연상한다. 오죽하면 경상도 하면 "보리 문디."라고 까지 했을까? 경상북도의 대다수 농지는 보리 재배의 적지이자 논보리 이모작이 가능해 일찍부터 보리 재배가 성했던 곳이다.
한시라도 땅을 놀리면 벌 받는 줄 알았던 부지런한 우리네 아버지 어머니들은 보리를 심어 자식들을 부양하고 그것을 팔아 농가의 농사밑천으로 사용하곤 했다.

그런데 겨울에 쌀을 먹고 여름엔 보리를 먹어야 보양(保養)이 되는 까닭은 무엇일까?
물론 철따라 나는 곡식을 맞추어 먹다 보니 자연 그렇게 되기도 했지만 보다 큰 이유는, 엄동에 쌀밥을 권하는 것은 천지가 음기(陰氣)에 든 겨울에, 따가운 땡볕 속에 영근 쌀에서 양기를 취하여 음양 조화를 지니려는 것이며, 한여름에는 엄동의 눈밭에서 자란 보리의 냉기를 취하여 모자라는 음기를 보강하려는 것이다.

특이한 것은 가을보리씨를 이듬 해 봄에 심으면 열매가 맺히지 않는다고 한다. 
그 이유는 가을보리는 혹독한 겨울을 보낼 준비가 되어 있는데 따뜻한 봄에 파종하니 자신의 성질을 잃어 열매를 맺지 못하는 것이다.

가을보리를 봄에 심어 열매 맺게 하려면 '춘화처리'라는 것을 해 주어야 한다. 
'춘화처리'란 가을보리가 추운 대지에 뿌리내려 겨울을 나듯 보리씨를 추운 곳에 일정기간    보관했다 뿌려야 정상적으로 열매가 맺힌다. 
엄동설한을 보내지 않고는 결실의 열매를 맺지 못하는 보리처럼 인간의 삶도, 시련의 시절을 보낸 후에야 그 꿈을 열매 맺는 것은 아닐 런지…. 
이렇듯 하찮게 보이는 보리도 하나의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추운 흙 속에 묻혀 자신을 죽이고 삭이는 인내의 굳은 시련을 겪은 후 비로소 황금물결로 춤추는 보리가 되는 것이다.

<절기풀이 >
소한(小寒) : 모든 게 얼고, 내린 눈이 쌓인다. 대한보다 더 추운 소한 추위

<농사속담>
대한이가 소한이네 놀러왔다가 얼어 죽었다.

<기타사항>
짐승우리 보온 점검 : 닭, 오리 등
아침 마다 데운 물 넣어주기
보리 엿기름 싹 틔워 말리기
옷감에 물들이기
설에 쓸 동동주 빚기

 

절기 - 대한(大寒)-1/21
계절 - 겨울
날짜 - 1월 16일~1월 31일
개요 - 농한기
 
대한은 24절기의 마지막 절기이다. 소한 추위는 대한에 오면 절정에 달한다. 대한은 일년 중 가장 추운 시기이다. 시베리아 기단의 맹위로 인해 몹시 추운 날이 계속된다.
이때는 또 건조한 날씨로 불이 일어나기 쉽고, 가뭄이 들 때가 많아 보리 등 겨울 농작물에 피해를 끼치며 불이 많이 일어나기도 한다.

과거엔 소한·대한 때는 꿈쩍도 않고 집에만 있었지만 요즘은 비닐하우스 일을 비롯한 여러 특용작물 재배로 인해 바쁘기는 매 한가지이다. 대한 때면 눈 덮인 겨울 들판에 황량함만이 남아 있다.

이 죽어 있는 땅에 새싹이 돋아나는 봄이 올 것 같은 희망 따위는 도무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 죽어 자빠진 땅에도 봄은 기어이 오고야 만다. 
그 희망을 소설가 김영현은 그의 작품집『깊은 강은 멀리 흐른다.』에서 건강한 농사꾼의 눈을 빌려 이렇게 표현하지 않았던가?

"도시에서 온 이들은 겨울 들판을 보면 모두 죽어 있다고 그럴 거야. 하긴 아무것도 눈에 뵈는게 없으니 그렇기도 하겠지. 하지만 농사꾼들은 그걸 죽어 있다고 생각지 않아. 그저 쉬고 있을 뿐이라 여기는 거지. 
적당한 햇빛과 온도만 주어지면 그 죽어빠져 있는 듯한 땅에서 온갖 식물들이 함성처럼 솟아 나온다 이 말이네. 그것이 바로 대지에 뿌리박고 사는 민중이라네. 진짜 훌륭한 운동가라면 농민과 같을 거야. 
적당한 온도와 햇빛만 주어지면 하늘을 향해 무성히 솟아 나오는 식물들이 이 땅에서 살아가는 민중들이구. 
일시적으로 죽어 있는 듯이 보이지만 그들은 결코 죽는 법이 없다네."

무릇 농경 사회에서 겨울 석 달은 농한기로, 다음 해 농사를 하기 위한 휴식·준비의 시기였다. 
그러나 농촌에 휘몰아친 변화의 바람은 결코 농한기로 안주할 수 없게 만들었다. 이 농한기를 부지런히 움직인 이가 부와 명예를 얻을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벼농사 중심의 농가는 본격적인 농한기에 해당된다.
기껏해야 보리밭의 월동 거름 덮기, 농기구 손질, 겨울 땔감 준비 등이다.
예전엔 가마니 짜기, 새끼 꼬기 등도 빼놓을 수 없는 일이 몸부림쳤다.

특히 겨울에는 크게 힘쓸 일도 없고 나무나 한두 짐씩 하는 것 말고는 대부분 놀고먹기에 삼시 세 끼 밥 먹기 죄스러워 겨울 점심 한 끼는 반드시 죽을 먹었다. 이는 쌀을 아끼려는 눈물겨운 노력이자 일하지 않고는 밥을 먹지 않겠다는 투철한 노동정신이 스민 것임을 알 수 있다. 또 양식 있는 겨울에 아끼지 않으면 돌아오는 보릿고개에 모두가 굶어 죽게 되니, 있을 때 아끼자는 깨어있음의 청정한 정신이었다. 

<절기풀이> 
대한(大寒) : 추위 속에서 속맘으로는 입춘을 기다린다.
  
<농사정보>
눈 녹으면 겨울나물 하기 - 광대나물, 벌금자리, 점나도나물, 고수덩이 등 
-전국귀농운동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