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들에게는 ·········· 세계 창조에 대한 것이 아니라, 세계 창조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므로 철학자는 창조를 위한 출발점이 아니라, 세계 파악을 위한 출발점을 찾아야 한다. ·········· 철학자는 이미 존재하는 것을 파악하기 위한 확실한 지반을 찾아야만 한다.
·········· 사고하는 주체, 혹은 사고되는 객체에 대한 관계가 없이, 우선은 사고를 완전히 중립적으로 고찰해야만 한다. 우리가 주체와 객체 속에 이미 사고를 통하여 형성된 개념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다른 것을 파악할 수 있기 전에, 사고가 되어야만 한다. 이것을 부인하는 사람은 자신이 인간으로서 창조의 시초 부분이 아니라 최종 부분이라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개념을 통한 세계 해명을 위해서는, 시간적으로 현존재의 최초의 요소에서가 아니라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것으로부터, 밀접하게 주어진 것에서 출발할 수 있는 것이다. 고찰을 시작하기 위해서 세상의 시초로 훌쩍 건너 뛰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시각에서 출발해서, 우리가 최근의 것에서 좀 더 이전의 것으로 점진적으로 돌아갈 수 있는지를 보아야 한다. 지질학이 지구의 현재 상태를 해명하기 위해서, 가공의 변혁에 대해서 말했던 동안에는, 그저 암흑 속에서 더듬기만 했던 것이다. 어떤 과정들이 현재의 지구상에 진행되고 있는지 조사하고, 거기에 과거사를 연역해 내는 점에서 출발했을 때에야, 비로소 지질학이 확실한 기반을 얻게 되었다. 철학이 원자, 운동, 물질, 의지, 무의식과 같은 모든 가능한 원리를 가정하는 동안에는 그저 공중에 유영하는 것이다. 철학자가 절대적으로 최종적인 것을 자신의 최초의 것으로 간파하게 되면, 비로소 목적에 도달할 수 있다. 세계 발달이 향해 온, 절대적으로 최종의 것, 그것이 바로 사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