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학연구원 (엮은이) | 보리 | 2011-11-07
몸을 주물러 병을 예방하고 치유하는 것은 아주 오래전부터 해오던 의술이다. 특히 동양에서는 의술의 중요한 부분으로 전해져 왔다. 마사지, 안마, 추나, 지압 모두 주무르기를 뜻한다. 기록에 따르면 3500년에서 4000년 전부터 주무르기로 병을 치료했다고 한다. 이렇듯 주무르기는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결과도 좋고 안정성도 높은 편이다.
특히 성장기의 아이는 하루가 다르게 자라기 때문에 여기저기 사소한 탈이 많이 난다. 어느 때는 별다른 치료도 받지 않고 낫는가 하면, 금세 심각한 병으로 진행되기도 하는 등 변화무쌍한데, 이때 적당한 주무르기는 몇 첩의 보약, 몇 대의 주사보다 훨씬 효과가 높다.
- 본문 '주무르기는 힘이 세다'에서
의료기술의 발달로 수명이 늘면서 '건강한 삶, 건강한 황혼'의 중요성은 더욱 요구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공기와 물, 먹을거리와 같은 기초적인 것들부터 오염되다 보니 건강관리는 더욱 힘들 수밖에 없다. 때문에 돈을 들여 특정의 건강관리를 하거나 몸에 덜 해롭다는 유기농 제품 등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돈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현실적으로 힘들다. 병원 문턱은 여전히 높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도 돈이 없으면 힘든 세상이 된 것이다.
우리 몸의 이상은 우리 스스로 고쳐보자
▲ 약손문고 시리즈 ⓒ 민족의학연구원
주무르기
<우리 애 몸 주물러 병 고치기>(보리 펴냄)는 (재)민족의학연구원이 '가급이면 병원과 약에 의존하지 말고 우리 몸의 이상은 우리 스스로 고쳐보자. 평소의 꾸준한 관심과 작은 노력으로 병을 최대한 예방해 보자. 돈 없는 사람들도 책만으로 가벼운 증세나 질병은 스스로 다스릴 수 있도록 일부 사람들의 전유물이었던 우리 옛 전통의학 지식들을 누구나 읽기 쉽게 써보자. 그리하여 일상에서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하자'란 취지로 기획한 '약손문고' 5번째 책이다.
이 책에 앞서 <약 안 쓰고 병 고치기>, <손 주물러 병 고치기>, <발 주물러 병 고치기>, <고루 먹고 병 고치기>를 냈다. "남자 열 사람의 병을 치료하기보다 여자(부인) 한 사람을 치료하기가 어렵고, 여자 열 사람의 병을 치료하기보다 어린아이 한 사람의 병을 치료하기가 어렵다"는 옛말이 있다.
어린아이들은 충분히 자라지 못해 병에 잘 걸리는 반면 증세를 찾아내기 힘든데, 약을 함부로 쓸 수 없고, 아이들 스스로 어디가 어떻게 아프고 괴로운지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 치료가 어려울 수밖에 없음을 잘 말해주고 있다. <우리 애 몸 주물러 병 고치기>는 이처럼 치료하기 힘들다는 갓 태어난 아기들부터 작은 변화로도 탈나기 쉬운 유아 아동기 아이들을 주 대상으로 한 주무르기(마사지) 책이다.
아이의 몸이 뜨거운 돌멩이처럼 따끈따끈한데 살갗은 보송보송하고 빨간 입술로 뜨겁고 건조한 숨을 몰아쉬며 괴로워 할 때가 있다. 이는 몸속에 열이 쌓여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 대개는 잘 주물러주고 미지근한 물수건으로 온몸을 닦아 닫혀있던 땀구멍을 열어주면 얼마 지나지 않아 땀이 송송 맺히면서 열이 서서히 떨어진다.
또 아이는 열이 나면서 추워하기도 하고, 반대로 열이 나면서 더워하기도 한다. 이때도 아이의 상태에 따라 처치 방법을 달리하면 열을 내리는데 효과적이다. 추워하면서 열이 날 때는 손발이 차갑고, 땀은 나지 않거나 식은땀이 조금 맺힌다. 이때는 먼저 몸에 마찰을 일으켜 땀구멍을 열어주고, 심장 주위도 따뜻한 손바닥으로 마사지를 해주고, 손발도 잘 주물러 온몸에 피가 잘 돌게 해주어야 한다. 다음에 소개하는 방법으로 정성껏 주무르면….
(본문에서)
아이들(남매)을 키우며 가장 힘들었던 것은 감기가 걸려도, 체하거나 옷만 잘못 입혀도 오르곤 하던 '열'이었다. 아마도 아이들을 키운 부모들이라면 거의 모두 열 때문에 고생한 경험이 있지 않을까. 어린아이들은 열을 조절하는 능력이 미숙하기 때문에 아주 작고 가벼운 원인만으로도 열이 오른다. 감기에 걸리거나 체했을 때, 어떤 염증이 있을 때처럼 몸 어딘가 탈이 나 열이 나기도 하지만, 심지어는 너무 심하게 움직이거나 기분이 좋지 않을 때도 열이 난다.
아이의 열은 부모를 긴장하게 한다
첫째를 키울 때, 봄에서 여름으로 바뀌며 갑자기 더워진 날씨에 미처 옷을 벗기지 않아 열이 발생, 고생한 적이 있다. 경험이 많은 엄마라면 옷을 가볍게 입히거나와 같은 적절한 조치를 함으로써 고열을 막았겠지만, 경험 부족으로 허둥대다 고열로 이어지고 만 것이다. 가벼운 열은 옷을 조절하고 미지근한 물수건으로 닦아 주는 정도로 쉽게 내린다. 하지만 감기 등과 함께 계속되거나, 39도에 이르는 열은 다른 병을 유발하는 등 위험하기 때문에 적절한 병원 치료를 받아야만 한다. 여하간 아이의 열은 부모를 긴장하게 한다.
누군가는(어떤 책에서는) 옷을 벗겨 열을 내려야 한다고 하고, 누군가는 이불을 따뜻하게 덮어줘야 한다고 말한다. 옷을 벗기자니 감기에 걸리거나 감기가 더 심해질 것 같고, 바들바들 떨면서 열이 나는 아이를 꼭꼭 싸매려니 열이 더 오를 것만 같아 난감하기만 하다.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하는 것이 맞는가. 우리들 대부분 아이의 열을 내리고자 해열제를 먹이거나 물수건으로 닦아 주는 정도에 불과하지만, 책에는 원인에 따른 다양한 열의 증세 그 특징 설명을 기본으로 그에 따른 열을 내리는 여러 가지 방법과 열을 내리는 기본적인 주무르기와 간단한 손길 등이 조목조목 소개되고 있다.
▲ 설사, 토할 때, 배가 붓고 아플 때, 소화불량, 코피가 날 때, 더위를 먹었을 때 쓰며 발육불량 개선에도 도움이 되는 손바닥 판문혈과 열이 날 때, 체했을 때,불안과 초조, 높은 열, 과잉 행동 등에 효과적인 대장경. ⓒ 보리
주무르기
음식을 먹고 얹혀서 열이 날 때: 위장이 음식물을 미처 다 소화하지 못해 음식물이 그대로 얹혀 있으면 몸에서 열이 나며 배가 아프다. 이때 아이는 음식을 먹으려 하지 않고 울며 보채는데, 그리 높지 않은 열이 난다. 또 아이의 입에서는 시큼하고 상한 냄새가 난다.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잘 주물러 얹힌 것이 내려가면 열도 저절로 떨어진다.
① 집게손가락 대장경 밀기: 아이의 손을 세워 엄지손가락 옆면으로 집게손가락 끝에 이르는 일직선의 대장경을 100번 곧게 밀어준다.(위 이미지 참고) ② 손바닥 판문혈 문지르기(위 이미지 참고) ③ 윗배 만지기: 아이를 눕히고 양손을 아이의 배에 대고 갈비뼈 아래 가장자리를 따라 배 양쪽으로 100번 밀어 준다. 그런 다음 집게손가락, 가운뎃손가락, 넷째 손가락을 모아 쥐거나 손바닥을 윗배(가슴 아래 배꼽 위의 배)에 대고 시계 방향으로 80번 쓰다듬어 준다. ④ 배 문지르기 ⑤ 발바닥 반응구역 만지기(책에는 있으나 기사 분량 때문에 ②④⑤ 주무르기 방법 설명 생략하였음)-(본문에서)
어떤 증상에 어디를 어떻게 주물러 주는 것이 좋을까
책은 아이들의 증세에 따라 해볼 수 있는 것들을 이처럼 설명하는데, 어떤 곳을 어떻게 주물러야 하는지, 책에서 말하고 있는 대장경이나 천문혈이 어디인지 등을 쉽게 알 수 있는 그림과 함께 설명하고 있어 이해도 쉽고 배우기도 쉬울 것 같다. 어떤 증상에 어디를 어떻게 주물러 주는 것이 좋을까. 주무르기로 치료할 수 있는 것들과 기대할 수 있는 것들은? 책은 주무르기에 대한 기본적인 것들을 시작으로 부족한 부분 개선과 질병 예방, 치료 차원의 다양한 주무르기를 조목조목 알려준다. 좀 더 설명하면.
▲갓난아기 주무르기나 기저귀 체조부터 돌이 지난 아이 주무르기▲성장을 돕고 질병을 예방하는 날마다 주무르기 ▲뇌나 폐, 비위 등 몸의 각 부분을 튼튼하게 하는 주무르기 ▲키를 쑥쑥 키우는 주무르기 ▲위장의 문제나 간의 기운이 막힌 비만에 효과적인 주무르기▲아기가 이유 없이 밤에 울거나 밤에 자주 놀랄 때 ▲다섯 가지 감기 증세에 따른 각각의 주무르기 ▲소화가 잘 안되거나 밥 먹기 싫어할 때를 비롯한 설사, 구토, 급체, 변비 등과 같은 소화기병▲편도염으로 목이 아프거나 침을 흘릴 때▲땀이 너무 많이 나거나 더위를 먹었을 때 ▲성장통이 있을 때 ▲밤에 오줌 쌀 때▲차멀미를 할 때 등 아이들을 키우며 자주 겪는 여러 증세에 따른 주무르기 방법들을 알려주고 있다.
아이가 아프면 대신 아파주고 싶을 정도로 부모들은 아프다. 하지만 부모가 아픈 아이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은 그다지 많지 않다. 아이는 그 누구보다 불안하고 힘들 것인데 말이다. 이때 약에 의존한채 어서 열이 내리고 낫기를 바라며 노심초사 불안해 하는 것보다 정성어린 손길로 어루만져준다면 아이는 훨씬 안정되고 그만큼 빨리 낫지 않을까.
아이들이 어렸던 십수 년 전이 생각 난다. 어떤 책에서 우리들이 약국에서 흔히 사먹는 약의 폐해를 읽고 고민됐었다. 아프면 먹이긴 먹여야 하는데 아이들이 어려 막연하게 두렵고 걱정되었다. 마침 친정 언니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조언으로 아이들이 감기에 걸리거나 체했을 때 일반 소아과가 아닌 한의원에 데리고 다녔다. 한의원에서 처방해준 '환'이나 미리 다려놓은 '봉지한약', 한의사가 알려준 간단한 주무르기로 매번 효과를 봤음은 물론이다.
민족의학연구원의 약손문고 시리즈 중 한 권인 <우리 애 몸 주물러 병 고치기>에는 단지 주무르는 방법만이 아닌 전통의학이 바탕이 된 우리 전통 육아상식까지 풍성하게 실려 있다. 십 수 년 전의 나처럼 이제 막 아장아장 걷는 어린 아이에게 약을 먹이는 것이 자꾸 망설여진다면 몸의 전체 기운을 보하면서 치료한다는 우리 전통 치료법과 육아를 바탕으로 한 주무르기를 적극 배워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책은 무척 유용하리라.
- 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