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역사교과서 문제, 역사관 문제로 많이 시끄럽습니다. 우리가 조선시대에 많이 열등하게 살아와서 서양이나 일본이 개화시켰다는 주장들도 많은데 우리의 과거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요?
- 질문자 : 요즘 역사논쟁이 많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조선시대말에 우리가 너무 열등하니까 일본이 들어와서 개화시켰다는 의견도 제시되는 상태인데요. 우리나라의 제도가 서양에 많이 뒤졌었나요?
- 윤홍식 대표 답변 : 의회민주주의는 서양에서 들어왔고 우리는 최근에 민주주의를 하니까 동양 고대의 것은 봉건주의고 예전 거니까 볼 필요가 없다라고 생각해 버리시면 정말 잘 못 생각하시는 겁니다. 요즘 드라마 정도전도 방영되는데 정도전의 조선경국전에서 보듯이 동양이 민주주의나 이런 이론은 훨씬 예전에 이미 다 세워 놨었어요. 4천년전 요순임금 때는 실질적인 민주주의를 지금 이상으로 했어요. 중국은 이미 그런 경험이 과거에 있고 동양은 그 경험을 공유하기 때문에 예전부터 민주적인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겁니다.
우리는 요즘 서양문화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조선의 정치철학이 민주주의, 특히 이런 근대사회에서는 맞지 않지 않나라는 의견도 가능한데요. 제가 사학과 출신인데 역사 분석을 할 때 정말 황당한 분석들이 조선을 봉건시대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봉건이라는 건 영주들 간에 계약관계로 일어나는 사회입니다. 조선은 봉건사회가 아니에요. 일본은 막부시대가 봉건사회였어요. 영주 간에 제일 위에 있는 영주와 밑에 영주들이 계약관계를 맺는 겁니다. 중앙집권이 안될 때 보통 봉건제를 해요.
조선과 중국 명나라나 이런 나라들은 일찍이 중앙집권을 했고 관료제, 즉 과거같은 고시체계를 갖추고 있었어요. 서양에서 고시체계를 갖춘 것은 봉건제가 다 무너진 뒤입니다. 서양에서 근대 속성들이 우리나라나 중국은 이미 하고 있던 게 많아요. 그래서 예전에 국사책에서 고려를 중세라고 하고, 조선을 애매하게 근대도 아니고 근세라고 하고 넘어가는 이유가 너무 근대적 속성들을 많이 갖고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리고 과거는 신분제약이 있었을까요? 아니에요. 양인 이상 백성들은 다 볼 수 있었어요. 그러니까 평민들은 다 과거를 볼 수 있는 자격이 있어요. 누구나 고시를 볼 수 있고 고시에 의해서 관료를 뽑아서 중앙집권을 하고 전국에 관료를 파견하면서 운영했던 시스템은 일본도 막부 망하고 생기고요. 중세 봉건사회가 다 무너지고 근대에 들어오면서 생깁니다. 이것을 아셔야 합니다.
동양이 선구적으로 나갈 수 있었던 이유는 『맹자』나 예전 사서삼경에 보면 펼쳐지는 민주적인 속성들 때문에, 일찌기 이런 문화들을 만들어서 쓰고 있었습니다. 그냥 봉건이라고 부르시면 안 돼요. 봉건은 중앙집권이 되기 힘든 사회에서 천자가 제후한테 네가 그 영토 알아서 다스려 하고 맡길 때 봉건이라고 하는 겁니다.
그러면 그때는 관료 어떻게 뽑을까요? 그냥 영주가 녹봉주고, 연봉주고 스카웃하면 끝나요. 일본 소설이나 그런 거 보세요. 재주를 부려가지고 어떤 영주한테 녹봉 얼마나 받고, 연봉 얼마나 받고 스카웃 될거냐 이거에만 관심이 있습니다.
조선은 안 그랬어요. 고려 때도 과거제가 고시제가 도입되었지만 좀 더 귀족주의적인 속성이 있었는데, 조선 올 때는 많이 털고 와버립니다. 또 조선은 정말 이상한 사회인 것이 중국이나 일본, 조선만 가지고 비교를 해도 일본이나 중국은 신분제가 확립되어 있었습니다. 한번 그 신분을 받으면 계속 유지가 됩니다. 신분제라고 확고히 말할 수 있는데 조선은 덜 그래요. 조선은 삼대 연속해서 고시생이 안 나오면요 몰락합니다. 유동적인 신분제에요.
이것은 우리나라가 정말 평등지향주의적인 속성이 너무 강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어느 한 계급이 계속 가는 걸 싫어하니까 안전장치를 많이 건 겁니다. 조선시대에 대해서 상당히 자부심을 느끼셔도 됩니다. 그 시대에 그 정도의 평등주의를 가지고 근대적으로 정치를 운용한 나라가 전세계에 없습니다.
서양 선교사들이 자기들 절대왕정일 때 동양에 온 거잖아요. 중국에 들어와 가지고 중국만 와서 보고도 뿅 가요. 자기들이 꿈꾸던 정치가 일어나고 있다고요. 서양에서 못 보던 정치 시스템인 관료제가 다 안착되어 있었으니까요.
그러다가 과학력을 중국에서 가져간 겁니다. 나침반, 화약 가져가다가 자기들이 무기를 만들고 힘이 강해지니까 그때부터 중국을 무시하기 시작합니다. 처음에 중국 들어왔을 때는 꿈의 나라라고 그랬어요. 신의 나라라고 그랬습니다. 자기들은 중세 봉건시대인데 자기들이 꿈꾸던 이상사회가 펼쳐지고 있으니까요. 재밌죠. 이런 거 시중 역사책에 다 나와 있습니다. 참고해서 보시면 동양관이 변화하는 그 시점도 다 나옵니다. 처음에는 '와!' 했다가 자기들이 힘을 가지니까 공격의 대상으로 보기 시작합니다. 약탈의 대상으로 보기 시작하면서 무시합니다.
조선도 정치철학 이런 것이 '어 세련되어 있네?', '의외로 세련되었네?' 이러시면 안 됩니다. 훨씬 앞선 문화로 계속 살아오다가 서양이나 일본에서 무기들을 쎈 것을 만들면서, 과학력을 확보하면서 최근에 뒤처진 겁니다. 그것을 부러워할 게 아니에요. 거기가 어떻게 자본을 모았는데요. 흑인 잡아다가 팔아서 자본 모았습니다. 우리 같으면 그런 짓을 안했겠지요. 그러니까 자부심을 가지셔도 됩니다.
우리가 모자란 부분도 있었지만 잘한 부분도 많았다는 것을 아시고 보셔야 됩니다. 이걸 자꾸 봉건적이다, 고대적이다 이렇게 보시면 안 돼요. 인간의 본질은 똑같기 때문에 동양이 훨씬 정확히 보고, 정확히 푼 것들이 많기 때문에 그것을 배운다고 보시면 좋겠습니다.
-출처: http://v.daum.net/link/52171524
시간이 되시는 분은 조선건국철학이 담긴 조선경국전 강의를 한번 들어 보시면 자부심이 넘치게 되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