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기반 국제통화시스템, 폭풍전야 직면했나
러시아, 중국에 15톤 실물금 인도 … 중국이 금 전환 가능한 위안화 원유선물 내놓은 시점도 관심
미국 달러 중심의 국제통화시스템이 폭풍전야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가 경제, 통화협력을 강화하면서 기존 달러중심 체제를 우회할 방안을 속속 마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금과 위안화가 자리하고 있다.
중국 오성기를 배경으로 한 100위안 지폐. 사진 연합뉴스
러시아 최대 은행 스베르방크는 실물금의 국제 거래를 위해 중국에 인도하는 금 규모를 2018년 10~15톤으로 늘리기로 했다. 러시아 스푸트니크통신에 따르면 스베르방크 투자부문장 이고르 불란트세프는 최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EEF)에서 "우리 은행은 내년 중국에 10~15톤의 실물금을 인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스베르방크는 지난 7월 스위스 지사를 통해 중국 상하이거래소에서 금 시범거래에 돌입했다. 시범거래에서 스베르방크는 중국 금융기관에 200킬로그램(약 440파운드)의 골드바를 인도했다. 스베르방크가 올해말까지 중국에 3~5톤 정도의 실물금을 인도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중국은 금으로 전환 가능한 위안화 결제 원유선물계약 출시를 예고했다. 지난 6~7월 상하이국제에너지거래소(SIEE)에서 시장참가 예정자들에 대한 교육을 마쳤고 현재 관련 시스템 확대 정비 작업을 진행중이다.
이같은 중국과 러시아의 움직임에 많은 전문가들은 의미파악에 분주한 상태다. 전 세계은행 경제분석가인 피터 쾨니히는 스푸트니크와의 인터뷰에서 "2014년 중러 양국이 약 1500억위안(250억달러) 통화스와프를 맺은 이후 경제, 통화, 무역협력이 지속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양국의 움직임은 달러패권을 벗어나기 위한 진일보한 계획 중 일부"라고 주장했다.
쾨니히는 "달러 중심의 서구 통화시스템은 기본적으로 부정직하다"고 지적한다. 민간이 만들고 민간이 소유한다. 국제결제시스템을 지배하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민간기구다. 연준과 함께 막대한 힘을 발휘하는 '중앙은행의 중앙은행' 국제결제은행(BIS)은 연준의 영향력 아래 놓여있다. 때문에 모든 국제 송금과 결제는 미 월가 금융권을 통해야 한다. 이 때문에 미국은 자신의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는 나라들을 제재할 수 있다. 쾨니히는 "이는 불법적이며 국제 상규상 합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미국, 여차하면 금본위제 복귀?
국제사법재판소 역시 미국의 입김 아래 있다. 쾨니히는 "미국은 전 세계에서 저질렀고 저지르는 경제·군사적 범죄에 대해 책임을 진 적이 없다"며 "달러 중심의 통화 시스템이 전 세계 시장을 지배하는 한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급속히 변할 수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서구의 경제적 종속에서 독립하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상하이협력기구(SCO)와 브릭스 회원국들은 전 세계 인구 절반을, 전 세계 GDP의 1/3을 차지한다. 그는 "과거와 달리 이들 나라가 생존을 위해 서구에 종속될 필요가 사실상 사라지고 있다. 오히려 반대로 생존을 위해 서구가 종속돼야 하는 상황이 될 것"이라며 "이들은 사기에 기반한 달러 중심의 독점을 깨려 한다. 하지만 이 과정은 신중하고도 점진적으로 일어나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유는 뭘까. 쾨니히는 "브릭스와 SCO 가입을 희망하는 신흥국들은 여전히 미 달러에 의존하고 있고, 이들 나라의 외환보유고는 여전히 달러자산 중심"이라며 "서구 통화시스템이 급속도로 무너진다면, 신흥국의 피해도 전면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국이 금 보유를 빠르게 늘려가는 이유도 이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이 최후의 순간에 '달러 구하기'에 나설 것에 대비해 자국 통화를 지키기 위한 단계적 조치라는 것.
쾨니히는 "예를 들어 연준이나 미 재무부는 최후의 수단으로 국제통화기금(IMF)을 통해 금본위제로 복귀하려 할 수 있다. 이는 달러가치의 급격한 하락을 야기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금이나 금으로 전환가능한 통화를 보유하지 못한 나라들은 막대한 달러부채를 갚아야 하는 위기에 몰린다. 결국 또 다른 새로운 달러체제에 의존하는 노예국가가 돼야 한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20년 전 전 세계 국가들의 외환보유고 90%가 달러자산이었다. 현재 이 수치는 60% 아래로 내려갔다. 계속 줄어들고 있다. 일단 달러 자산이 50% 이하로 내려가면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힘은 급속히 약화될 것이라는 게 쾨니히의 분석이다. 때문에 미국은 달러 헤게모니를 유지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새로운 형태의 금본위제로 복귀할 수 있다는 것. 그렇게 되면 가치가 급락하게 될 달러를 뭉텅이로 갖고 있는 나라들은 막대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현재 중러 양국은 세계 최대 금 생산 국가다. 지난해 전 세계 금 생산량 3100톤 가운데 약 1/4 정도를 중러가 생산했다. 양국이 국제금값을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주는 지렛대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국제금값은 달러로 표시된다. 서구 통화시스템에 완전 종속돼 있다. 따라서 이유를 알 수 없는 급격한 상황에 노출돼 있다. 대표적 사례가 지난달 말 벌어졌다.
지난 8월 25일 블룸버그통신은 "200만온스(약 56.7톤)의 금선물 거래가 단 1분 새 이뤄졌다"며 "연준의 재닛 옐런 의장이 미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세계중앙은행총재 연차총회에서 연설하기 20분 전"이라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당시 금은 2005년 이래 '60일 변동성'의 최저치를 찍던 때였지만, 단 1분간의 거래로 시장은 완전 뒤집혔다"며 "워싱턴 정치권의 부채한도 갈등, 연준의 금리인상 우려, 북미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 등에도 잠잠했던 금시장이었지만, 200만온스에 이르는 막대한 거래 때는 상황이 전혀 달랐다"고 보도했다.
쾨니히는 "그같은 금값 조작 의심 사례가 중국과 러시아의 금 거래가 확장되던 시기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자연스러운 결론"이라고 밝혔다.
미국 군사력·금보유량에 의문
한편 금거래 전문가인 빌 홀터는 온라인매체 글로벌리서치 기고문에서 "중국이 왜 지금 시점에 금으로 전환가능한 위안화 결제 원유선물을 내놓았는지가 질문의 핵심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2가지 가능성을 내놓았다. 첫째는 중러 양국의 군사력이 미국의 군사적 영향력을 추월한 게 아니냐는 것. 금과의 연동성을 떼어낸 1970년대 초 죽어가던 달러를 구제한 건 석유달러였다. 이후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의 국가간 거래수단은 달러가 됐다. 석유를 사고 싶은 국가는 무엇보다도 먼저 달러를 사야 했다. 그래야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거기서 벗어나려는 사람은 가혹한 처벌을 받았다. 사담 후세인과 무하마르 카다피가 대표적이다. 그를 가능케 한 건 미국의 막대한 군사력이었다.
홀터는 "중국과 러시아가 달러패권에 직접적으로 맞서는 조치를 내놓은 것을 보면, 양국이 더 이상 미국의 군사적 보복을 두려워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 추론은 금보유와 관련이 있다. 현재 전 세계 각국의 금 보유량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극비사항이다. 특히 미국과 중국은 더욱 그렇다. 대강 짐작만 할 뿐이다.
확실한 건 실물금에 대한 수요가 언제나 공급을 넘어섰다는 점이다. 지난 20년 동안 약 1500톤 정도 공급이 달렸다. 실물금을 공급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은 서구의 금보관소다. 대표적인 곳이 미국의 포트녹스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미국의 금 보유량이 사실상 제로라는 주장을 수십년 동안 펴고 있다. 공적 감사가 중단된 지도 수십년이 지났다.
홀터는 "만약 중국이 미국의 금 보유량 잔고가 제로라는 것을 알고 있다면, '왜 지금' 중국이 패를 꺼내들었는지 제대로 설명할 수 있다"며 "미국의 군사력이 쇠퇴한 동시에 미국의 금 보유가 공식기록과 다르다는 점이 중국을 움직인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전 세계는 이제 달러 결제를 우회할 대안을 갖게 됐다"며 "달러를 사들일 필요가 줄어들었다. 이는 제조업이 사실상 와해된 미국이 수입품에 지불해야 할 돈이 치솟는다는 걸 의미한다. 매우 높은 인플레이션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달러수요가 급감해 달러가치가 약화되면 미국은 무역거래 대금을 마련하기 어려워진다. 게다가 국제결제에 사용할 금도 없다면 이는 미국의 파산을 의미한다는 게 홀터의 논리다.
금 선물로 바꾸는 '위안화 결제 원유 선물계약' 나온다
중국, '석유달러' 맞서 '석유위안' 추진 … 사우디 끌어들일 경우 국제석유시장 40% 영향력 행사
중국이 위안화로 결제하고 이를 금으로 전환할 수 있는 원유선물계약을 곧 선보인다. 전문가들은 페트로달러(석유달러) 중심의 국제석유산업을 송두리째 뒤흔들 '게임체인저'(game changer)로 보고 있다.
닛케이아시안리뷰(NAR)는 지난 1일 "세계 제1의 석유수입국인 중국이 위안화 결제 원유선물계약을 내놓게 되면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주요한 유가기준이 될 전망"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투자펀드와 석유기업, 금융기관 등 외국 시장참가자에 개방하는 중국의 첫 번째 원자재선물계약이다.
현재 국제유가는 영국 ICE거래소의 브렌트유나 서부텍사스산 중질유 가격에 따라 정해졌다. 이들 지표는 미 달러로 표시된다. 중국측은 '더욱 매력적인 점은, 석유대금으로 받은 위안화를 상하이와 홍콩 거래소에서 금으로 전환가능하다는 것'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NAR는 "중국의 조치가 가시화되면 러시아나 이란과 같은 석유수출국들은 미국의 경제제재를 쉽사리 피할 수 있게 된다"며 "달러가 아닌 위안화 거래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거시경제연구소 FFTT 대표 루크 그로먼은 "석유를 둘러싼 국제적 게임의 규칙이 거대한 변화를 겪기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샤먼에서 열리는 브릭스(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신흥경제 5개국 모임) 정상회의에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위안화 표시 원유선물계약 출시를 앞두고 상하이국제에너지거래소(SIEE)는 잠재적 시장참가자들에 대한 교육을 시작했다. 지난 6~7월 준비작업을 마친 SIEE는 현재 시스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브렌트유-서부텍사스유 이어 3대 국제유가기준 추구
중국은 지난해 하루 평균 760만배럴을 수입했다. 중국 원유수입의 대부분은 국영석유기업과 해외 국영석유기업 간 장기계약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최근 중국의 메이저 국영기업과 군소 독립 정유사들 간 거래, 해외 석유대기업과 글로벌 트레이딩 기업 간 거래도 왕성해졌다.
에너지정보제공업체인 S&P글로벌플래츠 아시아국장인 앨런 배니스터는 "지난 수년간 중국 내 독립정유사들이 활발하게 참여하면서 보다 다양화된 시장 참가자들이 형성됐다"며 "이는 중국이 추진하는 원유선물계약 시장이 성공할 가능성을 높이는 환경요인"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오랫동안 국제 원자재시장을 좌우하는 미 달러의 영향력을 줄이길 원했다. 그 일환으로 2016년 4월부터 위안화 표시 금선물이 상하이금거래소에서 거래되고 있다. 올해말엔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금선물 거래를 시작할 계획이다.
위안화 표시 금선물 계약은 지난 7월부터 홍콩에서도 거래되고 있다. 위안화로 거래되는 금선물 계약이 점차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있다는 평가다.
골드머니 리서치장인 앨러스데어 매클리오드는 "위안화 표시 원유선물과 금선물의 존재가 의미하는 바는 거래자들이 실물금으로 전환할 수 있는 옵션을 가지게 된다는 점"이라며 "달러 결제를 피하고자 하는 석유생산업자에게 대단히 매력적인 점인 동시에 위안화로 석유대금을 받는 데에 아직 준비가 미흡한 석유업자들에게도 대단히 환영받는 아이디어"라고 평가했다.
게이브칼리서치 CEO인 루이스-빈센트 게이브도 "위안화 표시 금선물계약은 중대한 함의를 갖는다"며 "러시아와 이란, 카타르와 베네수엘라 등이 특히 그렇다"고 평가했다.
게이브 대표는 "이들 나라가 미국의 외교정책에 대항할 경우 미국이 달러를 제재 수단으로 동원하면 꼼짝할 도리가 없었다"며 "하지만 앞으로는 이전과 같은 치명타를 입게 될 가능성이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위안화로 결제되는 금선물계약이 생기면서 러시아는 중국에 위안화를 받고 석유를 팔 수 있다. 그리고 그 대금으로 홍콩에서 금을 살 수 있다"며 "그 결과 러시아는 가치변동에 취약한 중국 자산에 투자할 필요도, 적대적 관계인 미국의 달러로 바꿀 필요도 없게 된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소재 헤지펀드인 '울페스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의 그랜트 윌리엄스는 "대부분의 석유생산업자들이 위안화로 받는 대금을 금으로 바꾸는 데 기뻐할 것"이라며 "거래국이나 거래업체는 석유를 금으로 바꿀 수 있는 전략적 기회를 얻게 될 것이며, 그렇게 되면 미국채를 보유할 이유가 없어진다. 미국채는 미 정부의 자의적 판단으로 발행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금선물 전환 옵션은 신의 한수 미국채 보유 필요성 낮춰
중국은 전 세계 석유생산업자들에게 '위안화로 석유를 거래하면 보다 많은 사업기회가 주어질 것"이라는 점을 계속 암시해왔다. 반대로 위안화 결제를 피하는 석유업자들은 중국 시장을 잃을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미국 동맹인 사우디아라비아가 대표적 사례다. 사우디는 석유달러를 통해 달러패권을 떠받치는 중심국이다. 현지언론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7월말 사우디에 위안화를 받고 석유를 수출할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확답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가 자국 석유의 최대 수입국인 중국의 뜻을 따를지는 불분명하다. 하지만 중국은 전체 석유수입량 가운데 사우디의 비중을 크게 줄여왔다. 2008년 25%에서 지난해 15%까지 내려갔다.
올 상반기 중국의 석유수입량은 전년 동기 대비 13.8% 늘었다. 사우디 수입분은 같은 기간 1% 증가에 그쳤다. 반면 러시아는 11% 급증했다. 중국의 최대 석유 수출국이다. 앙골라는 2015년 위안화를 자국의 2번째 공식화폐로 지정했다. 올 상반기 대중국 석유수출량이 22% 늘어 사우디를 밀어내고 2위 수출국으로 등극했다.
게이브 대표는 "만약 사우디가 위안화 결제를 받아들인다면 이는 미국에겐 커다란 실패사례로 기록될 것"이라며 "미국 입장에선 석유달러의 중심인 사우디마저 넘어가면 달러패권에 중대한 위협으로 인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렇게 되면 미국은 사우디에게 현대식 무기 판매를 중단할 것이고 사우디왕가에 대한 전통적 보호자 역할을 더 이상 자처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게이브 대표의 전망.
그 반대의 경우도 사우디에게 불리하긴 마찬가지다. 게이브 대표는 "사우디가 미국의 뜻을 존중하다 결국 중국 시장에서 밀려나게 되면 막대한 석유보유고를 국제시장에 떨이로 내다팔아야 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현재의 유가는 더욱 더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 사우디의 재정상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사우디에게 대안이 없는 건 아니다. 중국의 환심을 살 방안을 연구중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사우디 경제계획부 차관인 모하메드 알-투와이즈리는 한 간담회에서 "사우디는 위안화 표시 채권을 발행할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사우디는 중국과 200억달러 합작투자펀드를 조성하는 데 합의하기도 했다.
나아가 사우디 국영석유기업인 아람코의 5% 기업공개와 관련해 중국이 상당한 투자를 결행한다면, 양국 관계가 돈독해질 가능성도 있다. 아람코 상장은 역대 최대 규모로 점쳐진다. 아직까지 상장을 맡을 거래소와 기관, 가치산정 등 정확한 내역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사우디마저 참여하면 달러패권 심각한 타격
매클리오드 리서치장은 "만약 중국이 사우디 아람코의 지분을 사들인다면 사우디 석유의 가격결정권은 미 달러에서 중국 위안화로 전환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그는 "결정적으로 중국이 아람코와 관계를 맺는다면, 기존 끈끈한 관계인 러시아와 이란 등을 고려할 때 중국이 국제 석유생산량의 약 40%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오르게 된다"며 "이는 달러패권에 맞서려는 중국의 위안화 굴기 여정에 중대한 진전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경제와 지정학에 대한 국제적 투자자들의 전략적 자문역할을 하는 사이먼 헌트는 "흥미로운 것은 당초 중국 지도부가 내년을 기한으로 시장 정비를 계획했지만 그 기한을 올해로 앞당겼다는 점"이라며 "석유대금을 위안화로 지급하면서 그 기한을 앞당겼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천연가스와 구리 등 또 다른 원자재 가격기준을 설정하려는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아시아와 신흥국의 원자재 시장에서 위안화를 중심통화로 만들려는 시도다.
NAR는 "위안화로 결제되는 원유선물 계약은 글로벌 투자자와 펀드 등의 지대한 관심을 끌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한편 중국 국영 석유기업인 페트로차이나와 시노펙 등은 위안화 원유선물계약의 거래 기반을 닦기 위해 막대한 위안화 유동성을 제공할 방침이다. 현재 원유선물 계약을 거래할 수 있도록 승인받은 해외 참가자는 미국 은행인 JP모간과 스위스 은행은 UBS다. 하지만 조만간 군소투자자나 개인투자자 역시 위안화 표시 원유선물 계약을 거래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추락하는 미국 … 그걸 지켜보는 유럽의 불안과 우려
독 주간지 '슈피겔' 유일패권국 부침 다뤄
전 세계 유일 패권국이었던 미국이 빠르게 침몰하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의 부흥을 이끌었던 '큰형님' 미국의 위상 추락에 유럽이 불안과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독일 주간지 슈피겔이 12일자로 전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최후 피난처'로 불리던 달러의 위상 추락이 가속화하고 있다. 반면 한때 '역사의 종언'이라는 불명예스런 조롱을 들어야 했던 중국과 러시아는 이제 미국에 대놓고 'NO'라고 말하며 유일강자가 사라진 국제무대에서 연대와 협력을 자랑하고 있다. 슈피겔의 보도엔 지나간 날에 대한 미련, 다가올 세계에 대한 두려움이 묻어있다. 다음은 기사 요약.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부의장이었던 73세 스탠리 피셔는 제국이 영광이 한때에 불과하단 걸 잘 알고 있다. 그는 유년과 청소년 시절을 영국 보호령이었던 로디지아에서 보냈다. 로디지아는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쟁취해 현재 잠비아와 짐바브웨로 불린다. 1960년대 초 대학생이 돼 영국 런던으로 떠나기 전까지 피셔는 대영제국의 침몰을 직접 목도했다.
역사는 반복된다. 때로 한 사람의 인생에서도 그렇다. 이제 미국 시민권자인 피셔는 대영제국을 이어받은 현재의 기축국이 세계 무대에서 퇴장하는 장면을 바라보고 있다. 피셔는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도 아래 미국은 글로벌 패권자 역할을 잃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통화기금(IMF)처럼 글로벌 무대의 보증인 역할을 하던 미국은 더 이상 없다"며 "나는 미국이 세계 경제를 위한 최후의 보루였던 장면을 기억한다, 지금처럼 극심한 혼란의 원인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정치시스템은 전 세계를 매우 위험한 방향으로 끌고 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피셔는 수많은 고위직을 거쳤다. 세계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IMF 수석부총재, 이스라엘 중앙은행 총재 등이다. 그는 직업 전선에 나선 이래 경험하지 못한 것들을 오늘날 보고 있다. 예를 들어 트럼프 행정부는 금융부문 규제를 대폭 완화하려고 한다. 금융위기 발발 10년 만이다. 피셔는 "그같은 처사를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연준 부의장을 사임했다. 연준이 전 세계에서 가장 노련한 금융전문가 한 명을 잃게 됐다는 의미다. 그 자리엔 트럼프의 의중을 잘 반영하는 측근이 들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어찌 됐든, 세계 경제와 금융 부문에서 미국의 명성은 또 다른 충격을 받을 것이다.
올해 들어 외환전문가 예측과 달리 빠르게 가치를 잃고 있는 미국 달러.
사진은 1달러 지폐.
옛말이 된 워싱턴 컨센서스
수십년 간 미국은 글로벌 경제를 안정시키는 보증자였다. 제2차 세계대전으로 폐허가 된 서유럽 국가들이 다시 재기한 것도 미국의 부흥 프로그램인 '마셜플랜' 덕분이었다. 전 세계 어느 나라에 금융위기가 닥쳐도 미국 재무부와 IMF는 연합전선을 펴 상황 호전을 이끌었다. 80년래 최악의 경제위기였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미국은 전 세계 각국과의 연합전선을 통해 위기극복에 매진했다.
그같은 선도자의 이미지는 이제 거의 남은 게 없다. 한때 범접할 수 없는 수퍼스타였던 미국은 이제 자리보전에 애를 먹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정책은 소심하고 실망스럽다는 평가를 받는다. 때로 자화자찬의 국수주의 감정을 드러낸다. 경제 패권국이었던 미국은 스스로 뒷걸음질치고 있다. 한때 국제적 협력과 경쟁, 시장의 힘 등을 강조하는 정책을 통해 미국식 시장경제 체제를 의미하는 '워싱턴 컨센서스'(Washington Consensus)의 전파자였다. 하지만 이젠 옛말이 됐다.
지난 수십년 간 서구가 경제적 찬가를 부를 수 있던 원동력은 미국이었다. 하지만 미국은 지금 불신의 눈초리를 받고 있다. 각 나라와의 무역협정은 존폐 기로에 있다. 전통적 협력국들은 미국의 실업률을 높이는 주범이라고 비난을 받고 있다. 한때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나라가 이제는 신념 상실과 침몰의 두려움에 시달리고 있다. 스스로를 점차 고립무원으로 몰아넣고 있다.
트럼프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미국이 무역협정으로 갈취당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전임 대통령들이 최악의 협정을 맺은 때문이라는 것이다. 트럼프의 정신 세계에서 미국은 희생양일 뿐이다. 글로벌화를 통해 전 세계 경제번영을 주도했다는 성취감은 찾아볼 수 없다.
열등감 콤플렉스와 침몰의 두려움, 경쟁력 상실, 이 모든 것은 세계 무대에서 미국의 지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선진 7개국(G7), 또는 선진 20개국(G20) 모임에서 미국은 한켠에 밀려나고 있다. 논리적이고 일관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나 무역정책 등 주요한 이슈에 대해 미국은 나홀로 반대를 외치고 있다. 회원국들 사이에서 왕따를 자처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사이의 분열이 얼마나 깊은지는 최근 작성된 유럽연합(EU) 경제금융위원회 내부보고서에서 잘 드러난다. EU위원회는 EU회원국 재무장관 등 고위급으로 구성된 곳이다. 주요 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유럽 각국의 일치된 의견을 내놓는다.
이들은 보고서에서 지난 7월 IMF의 미국 경제전망을 비판하고 나섰다. 당시 IMF는 올해와 내년 미국 경제성장률을 하향 수정했다. 고령화, 성장 정체, 소득 불균형 등에 대한 문제에 미 행정부가 적극 대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EU 경제금융위원회는 IMF 비판이 너무 약하다고 지적한다. 위원회는 "미국이 전 세계의 경제적 평화를 공격하기 위해 자유무역과 국제협력을 고의적으로 제한하고 있다"며 "이는 미국 자신에게도 막대한 손실로 돌아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EU위원회는 "IMF가 미국 보호주의 정책의 위험성을 더욱 강하게 비판했어야 한다"며 "미국의 현 조치는 알려진 것보다 훨씬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트럼프가 이끄는 미국이 패권국 지위를 잃어가는 과정에 있다고 믿는다"는 사실을 감추지 않았다.
달러의 속절없는 추락
미 행정부의 무능력은 이미 희생양을 불렀다. 바로 달러다. 올해 초 각국의 외환 전문가들은 달러와 유로화 사이의 관계에서 달러의 강세를 예측했다. 하지만 이런 전망은 크게 바뀌었다. 1유로는 지난주 1.20달러를 넘기까지 했다.
달러는 유로화 대비 실적만 나쁜 게 아니다. 경제침체로 고통받는 나라들의 통화 대비에서도 저조한 실적을 내고 있다. 영국 파운드화나 일본 엔화가 그렇다.
다른 통화 대비 달러의 추락은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신뢰 상실의 결과를 의미한다. '새로운 시대를 이끌겠다'는 정치 신인의 과장된 선언은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가 계획한 주요 프로젝트 중 어느 하나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 오바마케어 폐지도 두 번이나 실패했다. 대대적으로 예고한 과감한 세제개혁도 현실화하지 않고 있다. 공격적인 인프라 투자 계획도 비틀거리고 있다.
이런 상황은 전 세계를 무대로 한 미국의 지위에 불가피한 타격을 가하고 있다. 실제 전 세계 통화시스템에서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 수십년 간 미 달러는 전 세계 어느 곳이든 정치적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강세를 보였다. 투자자들은 유일 강대국의 통화인 달러를 사들이면서 피난처로 삼았다. 달러는 전 세계 최후의 안전처로 여겨졌다.
달러는 언제나 글로벌 금융시장의 '상수'(constant)였다. 1970년대 초 금과의 고정환율제를 폐기한 때도 달러는 힘을 잃지 않았다. 닉슨 행정부 재무장관이었던 전 연준 의장이었던 존 코널리는 미국의 자신감을 다음과 같이 말할 정도였다. "달러는 우리 돈이지만, 그로 인한 문제는 너희들의 것"이라는 호언장담이었다.
그랬던 달러가 변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도 어찌할 도리가 없다. 북한과의 긴장이 높아지면서 달러는 가치를 잃었다. 국제투자자들이 달러 포지션을 떨어내고 있다.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던 달러는 이제 두 가지 측면에서 고통받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무능력이 미국의 경제적 기초를 훼손하고 있고, 그가 헤쳐가는 고립주의 정책이 세계 무대에서 달러와 미국의 명성을 망가뜨리고 있다.
일극통화에서 다극통화로
유로화는 달러 침체의 최대 수혜자다. 유럽재정안정화기구(ESM) 의장 클라우스 레글링은 지난 수년간 ESM 발행 채권을 팔기 위해 전 세계를 뛰어다녔다. 채권을 팔아야 위기에 빠진 유로존 국가들에 구제금융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엔 집무실에 머무는 날이 더 많아졌다. 유로화 가치가 날로 오르기 때문이다. 그는 "유로화를 더 이상 홍보하지 않아도 될 정도"라며 "투자자들이 유로존 위기는 극복됐고, 다시 호시절을 이어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표만 봐도 확실히 미국보다 나은 모습이다. 유로존 성장률은 미국을 추월했고, 회원국 실업률도 낮아지고 있다. 미국은 막대한 무역적자를 기록하는 반면 유로존은 흑자폭을 늘려가고 있다. 오히려 미국 대신 유로존이 안정과 예측가능성을 가진 피난처로 인식될 정도다.
게다가 유럽 내 위기를 겪던 나라들을 대상으로 한 재정긴축 프로그램이 효과를 내고 있다. 심지어 그리스조차 본 궤도에 올라 이제는 금융시장에서 스스로 채권을 발행해 돈을 모으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혼돈은 달러의 신뢰를 형성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반대로 트럼프 행정부는 달러 추락을 겪고 있을 뿐 아니라 더욱 더 추락을 부추기고 있다. 레글링 의장은 "미국은 당분간 국제무대에서 계속 영향력을 잃게 될 것"이라며 "반면 중국과 기타 신흥국은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달러 중심의 일극통화체제에서 유로화 위안화 등의 다극통화체제로 전환되고 있다"고 말했다.
피셔는 미국과 세계 경제의 미래에 대단히 비관적이다. 노련한 경제학자는 불확실성의 시대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본다. 그는 "미국이 변하지 않으면 전 세계는 기축국이 없는 상황에 놓일 것"이라고 말했다.
금과 정치는 떼어놓을 수 없다?
'통화전쟁' 제임스 리카즈, 미·독 흥미로운 상황 분석
세계 1위 금보유국 미국(8133톤) 과 2위 보유국 독일(3381톤)에서 최근 금과 관련한 흥미로운 상황이 전개돼 눈길을 끌고 있다. 미국 재무장관 스티브 므누신과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미치 매코넬이 최근 포트녹스를 방문해 화제가 됐다. 포트녹스는 연방정부 소유의 금괴 보관소가 있는 곳이다. 므누신은 포트녹스를 방문한 역대 3번째 재무장관이 됐다. 그리고 연방정부 장관으로서는 1974년 이래 첫 공식 방문이었다.
'커런시워'(통화전쟁) 저자 제임스 리카즈는 온라인매체 '마켓슬랜트' 글에서 "미 행정부는 겉으로 금을 무시하며 특별한 관심을 두지 않으려 한다"며 "포트녹스 공식 방문으로 금에 통화적 신뢰성을 줄 수 있기 때문이며, 이는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극도로 싫어하는 처사"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통화당국이 경계하는데도 불구하고 므누신 장관과 매코넬 원내대표가 갑작스럽게 포트녹스를 방문한 이유는 뭘까. 리카즈는 "해답은 연방정부 돈이 고갈하고 있다는 사실에 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주지하다시피 미 의회가 정부의 부채 상한을 증액해주지 않으면 연방정부는 이달 29일 파산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부채 상한을 높이지 않고도 파산을 피할 방법이 있긴 하다. 미국이 보유중인 금을 시장가격으로 재산정하는 방법이다. 현재 미국 정부가 보유중인 금은 매입시 가격, 즉 온스당 42.22달러로 평가돼 있다. 하지만 현재 가격인 온스당 1285달러로 재산정하면 금 보유 자산가치가 크게 올라간다. 리카즈는 "연방정부는 약 3550억달러(약 400조원)를 추가로 빌릴 수 있다"고 계산했다.
이는 금융전문가들이 이전에도 제안한 방법이다. UBS 이사인 아트 캐신은 2013년 1월 "연방정부가 파산을 피하려면 보유중인 금의 가치를 시장가격으로 재평가하면 된다"고 제안한 바 있다.
리카즈에 따르면 금을 재평가해 자산가치가 오르면 재무부는 1934년 제정된 '금준비법'(Gold Reserve Act)에 의거, 연준을 상대로 새로운 '금증권'(gold certificates)을 발행할 수 있다. 그리고 그에 상응하는 돈을 요구할 수 있다. 이는 1953년 아이젠하워 행정부가 활용했던 방법이기도 하다. 리카즈는 "므누신 장관과 매코넬 원내대표는 금가치를 재산정하고 새로운 금증서를 발행해야 하는 상황이 오기 전, 금의 실보유량을 확인하기 위해 포트녹스를 방문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독일 상황은 선거와 관련돼 있다. 독일 중앙은행 분데스방크는 최근 해외에 둔 금을 환수하는 작업을 마쳤다. 당초 목표시점보다 3년이 빨랐다.
분데스방크는 2020년까지 프랑스 파리와 영국 런던, 미국 뉴욕연방은행에 보관된 자국의 금 673.7톤의 금을 들여오기로 했다. 2016~20년 목표치는 307.4톤(전체 45.6%)이었다. 하지만 2년이 채 안돼 목표를 완료했다.
독일의 금 환수는 비상상황시 외국 정부가 금을 동결하거나 압수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시작됐다. 이는 리카즈의 2011년 저서 '커런시워'(통화전쟁)에서 제기됐던 이슈다. 리카즈는 책에서 "극한 상황에 몰리면 미국은 자국 영토에 보관된 외국의 금을 동결하거나 압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법적 근거는 '긴급국제경제권한법'(International Emergency Economic Powers Act)과 '적성국교역법'(Trading With the Enemy Act), '미국 애국법'(USA Patriot Act)이다. 이는 독일뿐 아니라 네덜란드와 독일 오스트리아 등 유럽 각국에서 정치적 이슈가 됐다. '해외에 보관된 금을 다시 국내로 들여와야 한다'는 움직임이 거세게 일었다.
하지만 분데스방크는 애초에 해외의 금을 들여오는 데 찬성하지 않았다. 독일엔 실물금 대여(gold-leasing) 시장이 충분하게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금융중심지인 뉴욕이나 런던에서는 실물금을 기반으로 한 파생상품 거래시장이 크게 발달했다. 일이 지나쳐 국제 금가격 조작에 악용된 사례도 있었다.
독일의 금 반입 선언 시점인 2013년과 반입 완료 시점인 2017년은 정치적 의미가 크다는 게 리카즈의 분석이다. 2013년, 2017년은 독일 총선이 있는 해다. 독일 총리 앙겔라 메르켈은 오는 24일(현지시간) 총선을 치른다. 다수당 유지를 위해 연합세력이 필요하다. 금 반입을 지속적으로 주장하는 군소 국수주의 정당의 지지를 확보하려면 이들의 요구를 들어줘야 했다. 때문에 메르켈 총리는 2013년 총선을 위해 금 반입을 선언했고, 또 올해 총선을 위해 금 반입을 완료했다. 금 반입이 당초 계획시점보다 3년 빨리 앞당겨진 이유다.
리카즈는 "이유가 어찌 됐든, 금에 대한 미국 행정부와 독일 정치권의 공개적 관심은 금값을 지속 상승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며 "게다가 국제적 금 공급은 미약한 반면 러시아와 중국의 대대적인 금 매입활동은 왕성하게 이뤄지고 있어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출처: 내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