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항공기가 널리 사용되기 전이나 그 성능이 미약했을 때 거대한 풍선이라고 할 수 있는 비행선 (Airship) 은 운송 수단으로 널리 사용되었습니다. 그러나 역사적인 힌덴부르크호 참사 이후 비행선의 시대는 저물었고 그 자리에 대신 대형 점보 여객기들이 하늘을 누비고 있습니다.
힌덴부르크호 같은 비행선 참사는 수소 대신 헬륨 가스를 사용하므로써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고 해도 비행선은 여러가지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일단 그 크기 때문에 측풍에 약해 지상에서 고정하는데 꽤 애를 먹을 수 있으며 속도 역시 시속 100 - 200 km 수준이 최고라 현대의 아음속 제트 여객기에 비교할 바가 아니라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장점 역시 가지고 있습니다. 비행선은 오랬동안 공중에 머무를 수 있기 때문에 관광용으로 적합하며 무엇보다 자체적으로 부력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공중에 뜨기위한 에너지를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같은 거리를 이동한다면 항공기 대비 에너지 효율이 매우 높습니다. 또 공중에서 호버링 하는 경우에도 훨씬 안정적이며 헬기보다 훨씬 안전합니다. 또 헬기처럼 바로 아래에 아주 큰 풍압을 가하지 않는 장점도 있어 특수한 용도로는 매우 이상적입니다.
우크라이나 출신의 이고르 파스테르나크 (Igor Pasternak) 가 창립한 Aeros 사는 비행선 및 개인 비행기등을 생산하는 회사로 비행선 부분에 상당한 노하우를 가진 회사입니다. 현재 CEO 이기도한 이고르 파스테르나크의 꿈은 초대형 비행선을 이용해서 화물 및 사람을 수송하는 미래입니다. 수년전부터 거론된 에어로스사의 Aeroscraft Heavy Lift Air Vehicle 의 프로토 타입인 드림 드래곤 (Dream Dragon) 이 이제 비행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드림 드래곤 프로토 타입 Credit : Aeros
이 프로토 타입은 2013 년 비행 예정이며 거대한 행거 안에서의 테스트는 완료했습니다. 실제 2배 크기인 완성형은 2016 년 비행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풀스케일 Aeroscraft 는 4800 km 의 항속 거리에 66 톤의 화물을 실을 수 있으며 최고 시속 140 마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현대의 화물 수송기에 비해 인상적인 능력은 아니지만 앞서 이야기 했듯이 비행선만이 가질 수 있는 아주 독특한 기능이 있습니다. 그것은 아주 특수한 환경에서의 화물 수송입니다.
예를 들면 현대의 대형 풍력 발전기들은 거대한 블레이드를 수송하는데 매우 애를 먹고 있습니다. 지름 100 미터 이상급 풍력 발전기도 흔하게 볼 수 있게 되었지만 이를 그 위치까지 수송하는 일은 보통일이 아니라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대형 비행선이라면 어디든지 수송이 가능합니다. 또 석유나 가스 파이프의 경우도 비슷한데 접근 도로도 없는 오지라고 해도 비행선은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지상에서 거대한 터빈 블레이드를 수송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고 점차 블레이드가 커지면서 이 어려움은 더 커지고 있다. Turbine Blade Convoy for Scout Moor Wind Farm passing through Edenfield Credit : Paul Anderson)
(Credit : Aeros)
그외에도 쉽게 화물을 수송할 수 없는 산꼭대기에 건물을 짓거나 물자를 수송해야 하는 경우라든지, 비행기가 내릴 수 없고 헬기로도 접근이 용이하지 않은 지역에 물자를 수송하는 용도로 안성맞춤입니다. 예를 들어 밀림 한가운데서 벌목을 하는 경우 벌목 자체보다 접근 도로를 만들기 위해 더 많은 나무를 베어야 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이런 비행선으로 필요한 물자를 수송하고 대신 벌목한 나무를 실어 나른다면 훨씬 친환경적 벌목이 가능합니다.
에어로스는 미래에 500 톤급의 초대형 비행선에 대한 꿈도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이 꿈은 이전에 DARPA 의 지원하에 등장했던 왈루스 (Walrus) 비행선의 후속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초대형 비행선을 군사적인 수송 용도로 사용하려고 했던 것이지만 2010 년 계획이 중단되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사용하려고 했던 기술들이 에어로스크래프트 비행선에 적용될 것이라고 합니다.
에어로스의 비행선은 이전에 비행선에 비해서 한가지 기술적 혁신을 마련했다고 합니다. 그것은 내부에 헬륨 가스를 따로 저장하는 밸러스트 탱크가 있어 화물을 탑재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자체적으로 부력을 조절해서 안전하게 착륙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과거 비행선의 경우 부력 조절이 힘들어서 화물을 실지 않은 상태에서는 위로 날아가려고 하기 때문에 많은 지상요원들이 이를 고정하기 위해 잡아야만 했습니다. 그렇게 되면 비행선 유지 운영에 너무 많은 비용과 인력이 필요하게 되는데 에어로스크래프트의 신형 비행선은 내부의 헬륨 가스를 압축해서 스스로 부력을 조절할 수 있어 필요한 인력을 대폭 줄였다는 것이 제조사 측의 설명입니다.
대형 비행선이 실제로 다시 상용화 된다면 생각보다 응용범위가 꽤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에어로스 이외에도 몇몇 회사들이 다시 비행선 르네상스를 준비하기 위해 노력 중인데 어떤 결과가 나올지 주목됩니다.
참고
http://www.aeroscraft.com/
http://www.prweb.com/releases/2013/1/prweb10314373.htm
http://en.wikipedia.org/wiki/Aeroscra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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