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바스크 지역의 작은 도시 몬드라곤은 같은 이름의 거대한 협동조합 기업집단을 탄생시켰다. 몬드라곤의 인구는 8만명 대로 협동조합과 사회적기업, 마을기업으로 지역을 살리겠다는 완주와 비슷하다.
2일 몬드라곤의 경험을 나누기 위해 완 주를 찾은 몬드라곤대학의 이나시오 이리사르 교수와 완주 지역 사회적 경제의 선봉장인 고산농협의 국영석 조합장을 만났다.
[99%의 경제]
전북 완주 '몬드라곤 국제콘퍼런스'
스페인 몬드라곤대 이리사르 교수
"협동조합은 시장에서 경쟁하는 기업...
유연한 협동의 힘으로 그러한 경쟁력 살릴 수 있다"
지난 2일 전형적인 시골마을인 전북 완주군 고산면의 폐교를 리모델링한 지역경제순환센터가 시끌벅적해졌다. 200명 가까운 사람들이 몬드라곤의 경험을 나누고 완주군의 지역활성화 방안을 모색하는 국제콘퍼런스를 열었다. 지역경제순환센터는 완주군의 사회적 경제를 인큐베이팅하는 구실을 맡고 있다.
"모든 것이 교육에서 시작됩니다. 몬드라곤을 일으킨 호세 마리아 아리스멘디아리에타 신부님도 '공동체 최초의 기업은 학교'라는 유명한 말씀을 남기셨지요." 몬드라곤대학의 이나시오 이리사르 교수는 '교육'을 강조하는 것으로 대화를 풀어나갔다.
"지역사회가 발전하자면 지방정부와 연구기관, 기업 사이의 좋은 관계가 구축돼야 해요. 셋 중 하나도 빠질 수 없지요. 특히 열린 혁신이라는 점을 놓고 보면 대학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몬드라곤 협동조합에는 1개의 대학과 14개의 기술센터, 9개의 직업훈련센터를 거느린 지식부문이 별도로 설치돼 있다.
몬드라곤 협동조합의 존재 이유는 일자리 창출이다. 몬드라곤의 250개 기업들 또한 시장에서 경쟁하기에, 얼마나 돈을 벌었는가로 경영의 성패를 평가받는다. 하지만 돈을 버는 궁극적 목적은 조합원 노동자들에게 더 많은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데 있다. "최근 금융위기가 심해지면서 건설과 가전 쪽 기업들은 평상시 급여의 80%만 지급합니다. 그래도 실업 사태로 가지는 않습니다. 실적이 부진한 기업의 이사들도 이사직에서 쫓겨나지만 일자리는 유지합니다. 다른 직책을 맡게 되지요."
이리사르 교수는 "몬드라곤의 성장 초기 20년 동안 내부의 은행이 중요한 구실을 했다"고 말했다. 협동조합 기업들이 버틸 수 있도록 저금리로 자금을 공급했던 것이다. 지금은 정부 규제로 저금리 특혜가 불가능해졌지만, 몬드라곤은 3개의 공동투자기금을 조성해 어려움에 처하거나 신규투자를 진행하는 협동조합 관계사들을 지원하고 있다.
그는 "몬드라곤에서는 사람이 동등하고 윗사람을 위해서 일하지 않는다"고 민주주의 1인1표 원칙을 내세우면서도, "협동조합은 시장에서 경쟁하는 기업"이라는 점을 거듭 말했다. "가격, 품질, 서비스 중 어느 하나에서 영리기업보다 뛰어난 역량이 있어야 한다"는 엄혹한 현실을 강조하면서 "유연한 협동의 힘으로 그러한 경쟁력을 살릴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함께 전했다.
토론에 나선 임경수 완주커뮤니티비즈니스센터장과 이현민 전북협동조합연대회의 준비위원은 "몬드라곤 같은 협동조합의 경험이 우리에게는 불가능할 것 같았던 다른 가치와 다른 세상을 열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협동조합 방식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권요안 전주의료생협 이사는 "10년 동안 경영의 어려움을 겪으면서, 결국 협동조합 또한 기업이고 조합원의 힘으로 극복해 나가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며 "이제는 협동조합을 디자인한 사람들이 지나친 환상을 심는 것을 오히려 경계해야 하고 실패 사례도 공유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완주/글·사진 김현대 선임기자koala5@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