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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_문화

치질수술을 내가 왜 하려는 거지?

by 성공의문 2008. 12. 9.


저는 오늘 치질 수술의 의학적 적응증 보다는 환자와 의사간의 원할한 의사 소통에 관해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치질은 치열, 치핵, 치루 등을 모두 아우르는 말이라고 말씀을 드린 적인 있습니다.

그런데 치루는 보통 수술을 받게 되는 뚜렷한 이유가 환자가 생각하는 것과 의사가 생각하는 것이 비슷하게 맞아 떨어집니다. 즉 자꾸 곪았다가 터지고 진물이 나는 것으로 수술을 받길 원하고 의사도 비슷한 이유로 수술을 권합니다. 하지만 치루관이 진찰상에서 만져지는데 특별한 증상은 없고 아주 오래전에 아팠다가 저절로 곪아 터졌거나 배농술을 한차례 받았던 경우는 수술을 권유하지만 선뜻 응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당장 불편한게 없기 때문입니다. 또 사실 앞으로도 불편하지 않을 수 있기에 수술을 강력하게 권하지 못하는 경우도 의사 입장에서 보면 있을 수 있습니다.

치열은 보 통 항문이 배변시에 아픕니다. 사람마다 아픈 정도가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아픈 정도에 따라서 수술을 결심하게 되는 경우가 보통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항문이 찢어져서 출혈이 있지만 통증이 심하지 않은 경우엔 수술을 권유하더라도 선뜻 결정을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치열의 수술 목적이 통증완화와 상처의 빠른 회복에도 있지만 출혈이 있어서 하게 되는 경우도 있음에도 그렇습니다. 따라서 치열은 일반적인 약물 치료와 보존적인 치료를 2주정도 해본후 증상의 추이를 지켜보아 결정하는 방법을 쓰기도 합니다.

그런데 치열 환자분들 중에는 만성치열로 인한 항문의 췌피만을 문제 삼는 분들도 가끔 있습니다. 치열 수술을 할떄 그런 부분을 같이 절제를 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보통 췌피는 앞 뒤로 항문의 주름이 두드려져 보이는 곳(6시 12시 방향에 치열과 함께)에 생기기에 항문 구조의 특성상 제거를 한다고 해서 말끔하게 편평하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그것을 잘못 이해해서 왜 이게 없어지지 않는지 묻는 분들이 계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치열수술의 목적은 췌피 제거에 두지말고 통증과 출혈에 목적을 두는 것이 옳다고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치핵에 대해서 살 펴보겠습니다. 치핵은 내치핵과 외치핵으로 나뉜다는 것을 이젠 대부분 알고 게십니다. 보통 치핵수술을 받으시겠다고 오시는 분들은 배변시마다 튀어나오거나 아님 길을 걷는다거나 잠깐 쭈그리고 앉았는데 튀어나와서 점점 붓게 되어 불편하고 아파서 수술을 하려고 한다는 분들이거나 출혈이 심해서 오시는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이런 경우엔 사실 특별한 문제 점이 없습니다. 본인이 그런 점이 불편하고 그래서 수술을 하는 것이고 수술후엔 그런 문제점이 해소가 되기때문입니다.

그러나 항문은 사람의 얼굴처럼 사람마다 제각각입니다. 치핵은 아니지만 항문에 주름이 유독 많은 사람도 있고 항문이 사람 입처럼 앞으로 튀어 나와있는 형상을 하고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 수술후 불만족스럽다고 호소를 하는 분들이 생길 수 있습니다.

항문안에서 빠져나오는 치핵을 제거했지만 밖으로 보이는 주름이라든지 튀어나온 형상(치핵의 탈출과는 다른 문제)은 그대로이기 때문입니다. 환자가 불만족스러워할지 몰라 수술중에 여기저기 잘라내는 부분이 많아지면 오히려 수술이 잘못되고 실패한 수술이 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따라서 수술전에 어떤 상황이 예측이 되는지 충분한 설명이 이뤄져야 하는 부분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예측 가능한 부분에 대해서 설명을 하면 '뭐 이래? 수술을 하래는 거야 말래는 거야? 다른데선 수술하면 깨끗해진다고 했는데 왜 이래?' 라고 생각을 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수술을 하게되면 갓 태어난 아가들의 말끔한 항문을 기대하고 수술을 받으시는 분들은 이제 생각을 달리 하셔야 할 것입니다. 항문 수술의 기본은 미적인 것보다는 기능적인 것이 우선이 되어야 하기때문입니다. 과거 무자격 돌팔이들이 약으로 치질을 녹인다고 해서 항문을 엉망으로 만든 사람들 보면 육안적으론 항문이 정말 깨끗합니다. 아가들 항문같이...

그러나 그런 분들 항문이 늘어나질 않습니다. 남겨야 할 정상적인 주름이고 뭐고 전부 부식제로 없애버렸기 때문입니다. 수술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소 외관상 문제가 되더라도 기능을 위해 남겨야 할 정상적인 피부나 점막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무리한 절제를 하면 돌팔이가 부식제로 만들어 놓은 항문과 같은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정상적으로 남길 것 남기고 수술을 했는데도 염증이 발생하거나 하면 남기지 않은 것과 같은 결과를 초래하기도 하는 것이 치핵 수술입니다. 그런데도  예쁘게(?) 해달라고 해서 무리한 수술을 요구하는 사람도 그렇고 그 요구를 들어주려 무리한 수술을 하는 사람도 모두 잘못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추운 겨울 치질 수술을 결심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내가 왜 수술을 하는 것이지?' 란 물음을 자신에게 한번 던져 보시고 수술전에 담당 의사와 충분한 상담을 하시길 바랍니다.
-항통외과 anopai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