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외수의 소생법
청춘불패
이외수 (지은이) | 정태련(그림) | 해냄 | 2009-05-20
누구에게나 가슴속에 청춘이 있다
영혼의 연금술사 이외수의 처방전
주변 환경과 사회적 조건 때문에 자꾸만 움츠러드는 요즘의 우리들에게 ‘영혼의 연금술사’ 이외수와 ‘생명의 전령사’ 정태련이 우리에게 전한다. "그대가 그대 인생의 주인이다."라고. 열등감과 패배의식을 훌훌 털고 누구나 가슴 속에 품고 있는 청춘을 다시 소생시켜주는 이외수 식 소생의 기술이 여기에 있다. ‘이외수의 생존법’『하악하악』과 연장선상에 있는 메시지를 담은 이 책은 2004년에 출간한 『날다 타조』의 원고에 새로 집필한 원고를 추가하고 정태련 작가의 세밀화를 더해 만들어진 책으로, 우리 가슴속에 잠들어 있는 ‘청춘’의 존재를 일깨워 스스로 활력과 희망을 재발견할 것을 권유한다.
전체 4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각 장 마다 메시지를 던지는 제목 아래 16꼭지의 원고가 같은 수의 ‘작가 노트’와 함께 수록되었고, 38꼭지의 깨달음의 메시지가 28컷의 세밀화와 그림처럼 어우러져 있다. 화가 정태련의 세밀화는 입체적인 느낌을 강조해 전작들과 차별화되고, 여백을 강조한 판면 레이아웃이 책 전체의 공간적 해석을 가능케 해 글과 그림, 여백의 미학을 최대화했다.
오늘 당장 앞날이 막막해 보인다고 세상에 무너질 리 없다는 사실에 용기를 내고, 가진 돈은 줄어들고 나이는 점점 많아져도 여전히 내 안에 숨쉬고 있는 '청춘'을 뜨겁게 되살려보자는 메세지가 우리의 영혼에 찬란한 울림을 던질 것이다.
- 이하 리뷰
청춘의 멘토, 이외수에게 듣다
나의 20대는 막막했다. 내게 주어진 인생을 어떻게 헤쳐나가야할지 길이 보이지 않았다. 군대시절 IMF가 찾아왔다. 졸지에 사람들의 생활수준은 급격히 하락했다. 실직가장들이 늘어났다. 주위엔 사업 부도를 맞은 사람도 여럿이었다. 이런 살벌한 분위기에서 나는 복학후 2년 남짓, 학교를 더 다녔다. 졸업하면 나또한 그런 부류로 전락할 가능성이 농후했다.예상은 ...
나의 20대는 막막했다. 내게 주어진 인생을 어떻게 헤쳐나가야할지 길이 보이지 않았다. 군대시절 IMF가 찾아왔다. 졸지에 사람들의 생활수준은 급격히 하락했다. 실직가장들이 늘어났다. 주위엔 사업 부도를 맞은 사람도 여럿이었다. 이런 살벌한 분위기에서 나는 복학후 2년 남짓, 학교를 더 다녔다. 졸업하면 나또한 그런 부류로 전락할 가능성이 농후했다.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변변찮은 직장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했다. 대학에서 배운것을 써먹을 기회도 없었다. 그냥 몸을 열심히 놀리면 되었다. 정규직과 같은 일을 하고, 더 많은 시간,더 열심히 일하고도 받은 급료는 더 적었다. 왜냐하면 나는 정규직이 아니었으니까.
학교와 직장 때문에 10년 가까이 자취 생활을 했다. 그러나 모든걸 내려놓고 쉬고 싶었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고향의 품에 안겼다. 무턱대고 이삿짐을 쌌다. 그날로 생애 최초의 백수가 된 것이다. The White Hand, 무일푼=백수. 초,중,고 12년, 대학 4년의 교육을 받고 나서 내가 도달한 지점은 이 세상에서 아무런 할일이 없는 백수였다. 청춘의 아이러니고 비극이었다.
고향집으로 오는 내 이삿짐안에는 이외수의 전집 6권이 들어 있었다. 백수가 되기 며칠 전에 구입한 책이었다. 고향에 내려가 이외수의 소설들과 한달을 보냈다. 울고,웃고,냉소하고, 마음껏 세상을 조롱하고, 자기의 뜻과 소신대로 세상을 주유하며 당당히 맞서는 가난하지만 영혼만은 부유했던 한 사람을 만난 것은 그때였다.
여름날이었다. 비구름을 머금은 하늘을 의심하며 고향집 근처에 있는 모교 초등학교로 자전거를 타고 갔다. 그 짧은 자전거 여행에 나는 읽고 있던 시집 한 권, 볼펜 한 자루, 메모지 한장을 준비했다. 평일 교정 벤치에 앉아 운동장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학교를 파한 아이들이 하나둘씩 짝을지어 교정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메모지에 시를 끄적였다. 내 마음처럼 시도 처량하게 쓰였다. 아이들의 얼굴엔 보람된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향하는 이들의 설렘과 행복감이 배어 있었다. 나는 그들을 부러운 표정으로 보고 있었다. 저 꼬맹이들도 오늘 할일을 마치고 집으로 간다. 그러나 나는 아무런 할일이 없구나.
이젠 그 시절의 기억이 내 청춘의 트레이드 마크처럼 선명하게 각인돼 있다. 아무리 찾을래야 찾을 수 없었던 생의 로드맵, 그러나 나의 막막했던 20대의 후반, 그 절망의 날들속에서도 나는 이외수를 읽고 있었다. 그것이 어쩌면 절망의 끝자락에서 지핀 희망의 뜨거운 불씨였는지도 모른다. 그 교정 벤치, 빗방울이 후두둑 떨어지던 여름날, 쓰여지지 않은 시를 끄적이던 날로부터 정확히 6개월 후 나는 내 20대를 사방으로 포위하고 있던 백수,비정규의 인생,실연의 고통을 내 힘으로 걸어나왔으니까.
이외수, 그는 내 청춘의 멘토였다. 그가 써내려간 산문들을 읽으며 가난과 백수로 살아가더라도, 인간됨을 포기해서는 안된다는 논리를 배웠다. 인생에 대한 절망이 예술혼을 지피는 장작이 될 수 있음을 알았고, 그의 가꾸지 않은 외모에서 진정 소중하게 여겨야 할 것은 내면의 아름다움임을 깨달았다. 그의 이채로운 괴짜적 습관들을 통해 고정관념이란 파괴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교훈도 얻었다. 그의 존재 자체가 절망하는 청춘들의 희망이었다.
내 젊은날의 멘토, 이외수가 이제 우리 시대 청춘들에게 강렬한 `화두의 총알들'을 날렸다. 2003년 출간된 <날다 타조>의 개정 증보판, 이외수식 청춘사용설명서 <청춘불패>가 내 품에 안겼다. 책장을 열자 향기가 뿜어져 나온다. 상징적이다. 고달픈 청춘들이여, 화학성분으로 비산되는 향기이기는 하나, 잠시 삶의 짐을 내려놓고 이 향기로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라. 쓰디쓴 약은 행복하기 위해 먹듯이, 이 책을 보약이라 생각하며 읽으라는 의미처럼 다가온다.
이제 이순(耳順)을 넘긴 이 시대의 몇 안되는 진짜 어른으로서, 또 불우한 가정환경으로 고통스런 청소년기를 보냈던 동질감으로, 이외수는 이 시대의 청춘들에게 따뜻한 공감의 조언들을 아끼지 않는다. 그가 던지는 조언들은 주위에서 흔히 들어온 익숙한 이야기들이다. 그러나 그의 표현들마다에 이외수가 아니라면 쓸 수 없는 언어의 명징함과 삶의 철학이 담겨있다. 그의 문장들에서 오랜 연마를 통해 자신의 언어를 갖고 도저한 경지에 오른 한 작가를 상상하게 된다.
이외수가 우리 시대의 백수들에게 응원의 한 마디를 던진다.
"하지만 그대여 서두르지 말라. 멀고도 험난한 인생길, 엎어진 김에 쉬어갈 수도 있지 않은가. 백수는 젊은 날 한 번쯤은 겪어야 할 황금의 터널. 백수를 경험하지 않은 젊음을 어찌 진정한 젊음이라 일컫을 수 있으랴. 차라리 나는 그대가 자랑스럽다." (p.87)
길을 잃고 방황하는 20,30대의 청춘들에겐 이런 처방전이 내려진다.
"평생을 바쳐도 아깝지 않은 꿈, 그대와 연관된 모든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꿈, 그러한 꿈 하나를 찾을 수만 있다면 그대의 이십대는 그것으로 크나큰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p.94)
"삼십대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 분골쇄신 정진하는 시기이므로 연마기(練磨期)라 한다. 뼈를 깎는 아픔으로 실력을 연마하는 시기이니 어떤 시련과 고통이 닥치더라도 중단하거나 포기하지 말라.(p.96)
이제는 고정독자만 40만을 넘어서는 작가인 이외수는 익살스럽게도 다시 가난과 무명의 젊은날로 가고 싶은 마음이 없다,고 잘라 말한다. 젊은날의 이외수는 "아침은 거르고, 점심은 생략하고, 저녁은 굶은 날"이 많았을 만큼 가난했다. 작가라는 꿈을 갖고 정진하던 시기에 끼니를 해결하는 문제로 고민할만큼 그는 절정의 가난을 경험했다. 지금 내 책장에 그가 그 시절 주린 배를 안고 써낸 작품들이 담겨있다. <꿈꾸는 식물>, <들개>, <겨울나기>,<장수하늘소>,<벽오금학도> 등. 아이러니컬하게도 이 작품들은 오늘날 서점가의 스테디셀러다.
공교롭게도 내가 처음으로 접한 이외수의 작품은 2002년 출간된 <괴물>이라는 소설이었다. 아무튼, 나는 그 소설을 읽고 이외수에게 무척 실망했던 기억이 난다. 언젠가 이외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말한적이 있다. 이제 작가로서 여생의 마지막 소원이 있다면, 지금껏 써왔던 작품과는 비교할 수 없는 대작 한 권을 써내고 싶은 것이라,고. 그러나 내가 생각하기에 젊은날 그가 써낸 초기 작품들은 이미 그 수준에 도달했고, 젊은날 그는 그 경지에 이미 당도했다. 그 작품들을 통해서, 그는 작가로서의 입지를 굳혔으니까. 그러니까, 청춘의 절망,가난,불운을 재료삼아 직조해낸 그 시절의 작품들이 오늘의 이외수를 만든 것이다.
안개낀 것처럼 앞날이 막막했던 20대를 지나, 30대를 보내고 있는 지금 나의 백수시절을 바라보면서 드는 생각은 후회다. 그 후회란 그 시절 왜 여유와 자유로움 속에서 좀더 유유자적 하지 못해을까? 쉽게 말해서, 백수의 직분에 충실하지 못했을까, 하는 것이다. 조바심치며, 인생의 한 순간을 불안해하고, 낭비한 것이 후회되지, 백수생활을 좀더 빨리 끝내지 못했던게 후회되진 않는다. 이외수의 지적처럼 20대는 인생의 큰 꿈 하나만을 제대로 계획할 수만 있어도 성공한 것이다. 백수의 시절이야말로 인생의 황금기, 즉 직장과 가정의 족쇄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모든 청춘들의 로망의 시절이다.
청년백수가 100만이 넘어가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 숫자는 이 시대 절망과 고통속에 신음하는 청춘들의 숫자와 정확히 일치할지도 모른다. 생각하기에 따라, 고난은 신의 또다른 계략일 수 있다. 고난을 순수하게 고난으로만 받아들이면 발전이 없다. 고난을 인생의 쓴 약으로 생각하고 인내하며 미래를 설계할 때, 그 고난은 성공의 발판이 될 것이다. 젊은날의 이외수에게 가난과 고통이란 작품 창작의 동력이고 소재였다. 결국 그것으로 이외수는 오늘 최고의 작가로 성장했다. 이것은 아이러니가 아니라 어떤 환경속에서도 인내하며, 목표를 향해 정진하는 사람이 도달하게 되는 정직한 지점이다. 작가 이외수는 이 시대 불운한 청춘들의 멘토이자 우리가 벤치마킹해야 할 대상임이 분명하다.
영혼의 연금술사 이외수의 처방전
주변 환경과 사회적 조건 때문에 자꾸만 움츠러드는 요즘의 우리들에게 ‘영혼의 연금술사’ 이외수와 ‘생명의 전령사’ 정태련이 우리에게 전한다. "그대가 그대 인생의 주인이다."라고. 열등감과 패배의식을 훌훌 털고 누구나 가슴 속에 품고 있는 청춘을 다시 소생시켜주는 이외수 식 소생의 기술이 여기에 있다. ‘이외수의 생존법’『하악하악』과 연장선상에 있는 메시지를 담은 이 책은 2004년에 출간한 『날다 타조』의 원고에 새로 집필한 원고를 추가하고 정태련 작가의 세밀화를 더해 만들어진 책으로, 우리 가슴속에 잠들어 있는 ‘청춘’의 존재를 일깨워 스스로 활력과 희망을 재발견할 것을 권유한다.
전체 4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각 장 마다 메시지를 던지는 제목 아래 16꼭지의 원고가 같은 수의 ‘작가 노트’와 함께 수록되었고, 38꼭지의 깨달음의 메시지가 28컷의 세밀화와 그림처럼 어우러져 있다. 화가 정태련의 세밀화는 입체적인 느낌을 강조해 전작들과 차별화되고, 여백을 강조한 판면 레이아웃이 책 전체의 공간적 해석을 가능케 해 글과 그림, 여백의 미학을 최대화했다.
오늘 당장 앞날이 막막해 보인다고 세상에 무너질 리 없다는 사실에 용기를 내고, 가진 돈은 줄어들고 나이는 점점 많아져도 여전히 내 안에 숨쉬고 있는 '청춘'을 뜨겁게 되살려보자는 메세지가 우리의 영혼에 찬란한 울림을 던질 것이다.
- 이하 리뷰
청춘의 멘토, 이외수에게 듣다
나의 20대는 막막했다. 내게 주어진 인생을 어떻게 헤쳐나가야할지 길이 보이지 않았다. 군대시절 IMF가 찾아왔다. 졸지에 사람들의 생활수준은 급격히 하락했다. 실직가장들이 늘어났다. 주위엔 사업 부도를 맞은 사람도 여럿이었다. 이런 살벌한 분위기에서 나는 복학후 2년 남짓, 학교를 더 다녔다. 졸업하면 나또한 그런 부류로 전락할 가능성이 농후했다.예상은 ...
나의 20대는 막막했다. 내게 주어진 인생을 어떻게 헤쳐나가야할지 길이 보이지 않았다. 군대시절 IMF가 찾아왔다. 졸지에 사람들의 생활수준은 급격히 하락했다. 실직가장들이 늘어났다. 주위엔 사업 부도를 맞은 사람도 여럿이었다. 이런 살벌한 분위기에서 나는 복학후 2년 남짓, 학교를 더 다녔다. 졸업하면 나또한 그런 부류로 전락할 가능성이 농후했다.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변변찮은 직장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했다. 대학에서 배운것을 써먹을 기회도 없었다. 그냥 몸을 열심히 놀리면 되었다. 정규직과 같은 일을 하고, 더 많은 시간,더 열심히 일하고도 받은 급료는 더 적었다. 왜냐하면 나는 정규직이 아니었으니까.
학교와 직장 때문에 10년 가까이 자취 생활을 했다. 그러나 모든걸 내려놓고 쉬고 싶었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고향의 품에 안겼다. 무턱대고 이삿짐을 쌌다. 그날로 생애 최초의 백수가 된 것이다. The White Hand, 무일푼=백수. 초,중,고 12년, 대학 4년의 교육을 받고 나서 내가 도달한 지점은 이 세상에서 아무런 할일이 없는 백수였다. 청춘의 아이러니고 비극이었다.
고향집으로 오는 내 이삿짐안에는 이외수의 전집 6권이 들어 있었다. 백수가 되기 며칠 전에 구입한 책이었다. 고향에 내려가 이외수의 소설들과 한달을 보냈다. 울고,웃고,냉소하고, 마음껏 세상을 조롱하고, 자기의 뜻과 소신대로 세상을 주유하며 당당히 맞서는 가난하지만 영혼만은 부유했던 한 사람을 만난 것은 그때였다.
여름날이었다. 비구름을 머금은 하늘을 의심하며 고향집 근처에 있는 모교 초등학교로 자전거를 타고 갔다. 그 짧은 자전거 여행에 나는 읽고 있던 시집 한 권, 볼펜 한 자루, 메모지 한장을 준비했다. 평일 교정 벤치에 앉아 운동장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학교를 파한 아이들이 하나둘씩 짝을지어 교정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메모지에 시를 끄적였다. 내 마음처럼 시도 처량하게 쓰였다. 아이들의 얼굴엔 보람된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향하는 이들의 설렘과 행복감이 배어 있었다. 나는 그들을 부러운 표정으로 보고 있었다. 저 꼬맹이들도 오늘 할일을 마치고 집으로 간다. 그러나 나는 아무런 할일이 없구나.
이젠 그 시절의 기억이 내 청춘의 트레이드 마크처럼 선명하게 각인돼 있다. 아무리 찾을래야 찾을 수 없었던 생의 로드맵, 그러나 나의 막막했던 20대의 후반, 그 절망의 날들속에서도 나는 이외수를 읽고 있었다. 그것이 어쩌면 절망의 끝자락에서 지핀 희망의 뜨거운 불씨였는지도 모른다. 그 교정 벤치, 빗방울이 후두둑 떨어지던 여름날, 쓰여지지 않은 시를 끄적이던 날로부터 정확히 6개월 후 나는 내 20대를 사방으로 포위하고 있던 백수,비정규의 인생,실연의 고통을 내 힘으로 걸어나왔으니까.
이외수, 그는 내 청춘의 멘토였다. 그가 써내려간 산문들을 읽으며 가난과 백수로 살아가더라도, 인간됨을 포기해서는 안된다는 논리를 배웠다. 인생에 대한 절망이 예술혼을 지피는 장작이 될 수 있음을 알았고, 그의 가꾸지 않은 외모에서 진정 소중하게 여겨야 할 것은 내면의 아름다움임을 깨달았다. 그의 이채로운 괴짜적 습관들을 통해 고정관념이란 파괴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교훈도 얻었다. 그의 존재 자체가 절망하는 청춘들의 희망이었다.
내 젊은날의 멘토, 이외수가 이제 우리 시대 청춘들에게 강렬한 `화두의 총알들'을 날렸다. 2003년 출간된 <날다 타조>의 개정 증보판, 이외수식 청춘사용설명서 <청춘불패>가 내 품에 안겼다. 책장을 열자 향기가 뿜어져 나온다. 상징적이다. 고달픈 청춘들이여, 화학성분으로 비산되는 향기이기는 하나, 잠시 삶의 짐을 내려놓고 이 향기로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라. 쓰디쓴 약은 행복하기 위해 먹듯이, 이 책을 보약이라 생각하며 읽으라는 의미처럼 다가온다.
이제 이순(耳順)을 넘긴 이 시대의 몇 안되는 진짜 어른으로서, 또 불우한 가정환경으로 고통스런 청소년기를 보냈던 동질감으로, 이외수는 이 시대의 청춘들에게 따뜻한 공감의 조언들을 아끼지 않는다. 그가 던지는 조언들은 주위에서 흔히 들어온 익숙한 이야기들이다. 그러나 그의 표현들마다에 이외수가 아니라면 쓸 수 없는 언어의 명징함과 삶의 철학이 담겨있다. 그의 문장들에서 오랜 연마를 통해 자신의 언어를 갖고 도저한 경지에 오른 한 작가를 상상하게 된다.
이외수가 우리 시대의 백수들에게 응원의 한 마디를 던진다.
"하지만 그대여 서두르지 말라. 멀고도 험난한 인생길, 엎어진 김에 쉬어갈 수도 있지 않은가. 백수는 젊은 날 한 번쯤은 겪어야 할 황금의 터널. 백수를 경험하지 않은 젊음을 어찌 진정한 젊음이라 일컫을 수 있으랴. 차라리 나는 그대가 자랑스럽다." (p.87)
길을 잃고 방황하는 20,30대의 청춘들에겐 이런 처방전이 내려진다.
"평생을 바쳐도 아깝지 않은 꿈, 그대와 연관된 모든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꿈, 그러한 꿈 하나를 찾을 수만 있다면 그대의 이십대는 그것으로 크나큰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p.94)
"삼십대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 분골쇄신 정진하는 시기이므로 연마기(練磨期)라 한다. 뼈를 깎는 아픔으로 실력을 연마하는 시기이니 어떤 시련과 고통이 닥치더라도 중단하거나 포기하지 말라.(p.96)
이제는 고정독자만 40만을 넘어서는 작가인 이외수는 익살스럽게도 다시 가난과 무명의 젊은날로 가고 싶은 마음이 없다,고 잘라 말한다. 젊은날의 이외수는 "아침은 거르고, 점심은 생략하고, 저녁은 굶은 날"이 많았을 만큼 가난했다. 작가라는 꿈을 갖고 정진하던 시기에 끼니를 해결하는 문제로 고민할만큼 그는 절정의 가난을 경험했다. 지금 내 책장에 그가 그 시절 주린 배를 안고 써낸 작품들이 담겨있다. <꿈꾸는 식물>, <들개>, <겨울나기>,<장수하늘소>,<벽오금학도> 등. 아이러니컬하게도 이 작품들은 오늘날 서점가의 스테디셀러다.
공교롭게도 내가 처음으로 접한 이외수의 작품은 2002년 출간된 <괴물>이라는 소설이었다. 아무튼, 나는 그 소설을 읽고 이외수에게 무척 실망했던 기억이 난다. 언젠가 이외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말한적이 있다. 이제 작가로서 여생의 마지막 소원이 있다면, 지금껏 써왔던 작품과는 비교할 수 없는 대작 한 권을 써내고 싶은 것이라,고. 그러나 내가 생각하기에 젊은날 그가 써낸 초기 작품들은 이미 그 수준에 도달했고, 젊은날 그는 그 경지에 이미 당도했다. 그 작품들을 통해서, 그는 작가로서의 입지를 굳혔으니까. 그러니까, 청춘의 절망,가난,불운을 재료삼아 직조해낸 그 시절의 작품들이 오늘의 이외수를 만든 것이다.
안개낀 것처럼 앞날이 막막했던 20대를 지나, 30대를 보내고 있는 지금 나의 백수시절을 바라보면서 드는 생각은 후회다. 그 후회란 그 시절 왜 여유와 자유로움 속에서 좀더 유유자적 하지 못해을까? 쉽게 말해서, 백수의 직분에 충실하지 못했을까, 하는 것이다. 조바심치며, 인생의 한 순간을 불안해하고, 낭비한 것이 후회되지, 백수생활을 좀더 빨리 끝내지 못했던게 후회되진 않는다. 이외수의 지적처럼 20대는 인생의 큰 꿈 하나만을 제대로 계획할 수만 있어도 성공한 것이다. 백수의 시절이야말로 인생의 황금기, 즉 직장과 가정의 족쇄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모든 청춘들의 로망의 시절이다.
청년백수가 100만이 넘어가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 숫자는 이 시대 절망과 고통속에 신음하는 청춘들의 숫자와 정확히 일치할지도 모른다. 생각하기에 따라, 고난은 신의 또다른 계략일 수 있다. 고난을 순수하게 고난으로만 받아들이면 발전이 없다. 고난을 인생의 쓴 약으로 생각하고 인내하며 미래를 설계할 때, 그 고난은 성공의 발판이 될 것이다. 젊은날의 이외수에게 가난과 고통이란 작품 창작의 동력이고 소재였다. 결국 그것으로 이외수는 오늘 최고의 작가로 성장했다. 이것은 아이러니가 아니라 어떤 환경속에서도 인내하며, 목표를 향해 정진하는 사람이 도달하게 되는 정직한 지점이다. 작가 이외수는 이 시대 불운한 청춘들의 멘토이자 우리가 벤치마킹해야 할 대상임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