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음식이 건강한 생명을 만든다
"묵은 음식 적게 드시고, 제철에 나오는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즐겨 드세요."
"냉장고에서 꺼낸 것만 드시지 말고, 한두 가지라도 반찬을 꼭 새로 해서 드세요."
진료를 하다 보면 몸과 마음의 활력이 떨어진 분들을 보게 됩니다. 이런 분들에게는 겉으로 드러난 증상에 관계없이 잘 먹고, 조금 더 자고, 낮에 잠깐이라도 햇볕을 쬐면서 걸을 것을 당부합니다. 그럼 뭘 먹어야 잘 먹는 것인가를 묻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런 분들에게는 몸에 필요한 것들을 알려 드리기도 하지만, 앞서 이야기한 내용을 빼놓지 않고 말합니다. 이 것이 잘 먹는 것에 대한 가장 중요한 내용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당신이 먹는 음식을 알려 달라, 그럼 내가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말해 주겠다"는 말처럼 먹는 음식에 따라 몸과 마음의 그리고 정신의 상태까지 영향을 받습니다. 건강은 말할 것도 없지요. 병을 잘 치료하기 위해서는 일정 정도의 기력과 체력이 바탕이 되어야 하는데, 제대로 된 음식을 먹는 것이 가장 기본이 됩니다. 이 때 말하는 제대로 된 음식은 어떤 성분이 들어서 좋다는 식의 영양학적 분석보다는, 본연의 기운과 기질을 간직하고 있는 건강하고 신선한 식재료를 최소한의 조리과정을 거쳐 섭취하는 것을 말합니다. 한의학적으로 말하면 식재료가 품고 있는 기(氣)와 미(味)를 취하는 것이고, 인디언식 표현으로는 내 생명을 위해 다른 생물의 생명을 취하는 것이지요. 생기가 넘치는 건강한 음식을 먹어야 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몸과 마음의 건강에 먹는 음식이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해 100년 정도 전에 언급한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발도로프 교육으로 잘 알려진 인지학자 루돌프 슈타이너입니다.
에렌프리드 파이퍼(슈타이너와 동시대의 생화학자) : "정신 수양에 대한 길을 슈터이너가 가져온 방법으로 갖은 애를 써서 거듭 보여주어도 실제 사람들에게 그 효과가 그다지 잘 나타나지도 않고 또 실제 수양하는 사람들이 온갖 노력을 다해서 다가가도 실제 정신 경험에 이르기가 왜 그렇게도 어려운가, 그리고 새로운 방향에 대해 머리로는 충분히 이해를 해도 실천에 옮기는 의지는 왜 그렇게 미약한가."
슈타이너 : "이 문제는 사람들이 어떤 것을 먹느냐에 달려 있다. 오늘날 사람들이 먹는 것은 정신을 물질에까지 나타나게 하는 힘을 사람에게 전혀 줄 수 없다. 생각하는 것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마음을 내기가 어렵다. 요즈음 사람들이 먹는 곡식이나 채소 안에는 사람이 필요로 하는 기운이 들어있지 않다."
- <자연과 사람을 되살리는 길>(루돌프 슈타이너 지음, 변종인 옮김, 평화나무출판사 펴냄)
질문자는 무엇인가 영적이고 철학적인 대답을 기대했지만 슈타이너의 답은 너무도 간단합니다. 바로 제대로 된 음식을 먹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지요. 당시에도 이런 걱정을 했는데, 지금의 우리 상황을 보면 상당히 우려스럽습니다. 공장에서 만들어진 가공식품은 말할 것도 없고, 우선 제철에 나오는 먹거리를 찾기가 어렵고 식재료가 길러지는 환경 또한 건강하다고 말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또한 우리가 일반적으로 먹는 음식의 종류 또한 과거에 비해 그 수가 적어졌는데, 식재료의 재배와 유통이 시장의 원리에 지배 받으면서 생겨난 현상이지요. 음식을 하나의 생태계라고 봤을 때 환경은 나빠지고 생물종은 줄어든 상황인 셈입니다. 이러니 사람의 건강 또한 온전할 수가 없지요.
▲ 우리가 일반적으로 먹는 음식의 종류는 과거에 비해 그 수가 적어졌다.
ⓒ연합뉴스
작금의 먹거리 상황과 슈타이너의 말을 통해 지금의 세상을 바라보면 현대인이 겪고 있는 많은 건강상의 문제들 그리고 지구적인 위기를 머리로는 알고 있으면서도 그것에 대해 적극적인 행동을 보이는 사람들이 왜 적은지에 대해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힘과 물질적인 것에 대한 과도한 집착 그리고 인성이 자꾸만 후퇴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도 설명할 수가 있지요.
물론 단순히 음식의 문제가 이 모든 것의 원인이라고 단순화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건강한 음식에 대한 고민 하는 사람이 생명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생명에 대해 깊이 있게 접근 하는 사람이 타인과 세상에 대해 무관심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지금 내가 무엇을 먹는가는 작게는 내 몸과 정신의 건강에 영향을 주고 크게는 내가 소속된 사회와 내가 살고 있는 이 지구라는 행성의 건강과도 이어지는 것입니다.
만일 사람들이 지금 내 입에 들어가고 있는 음식을 통해 세상을 바라 볼 수 있다면 지금보다 조금 더 나은 세상을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 프레시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