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나무 심는 다고 구덩이를 파고 있다가 뭔 뿌리가 나와서 칡인가 하고 캤다. 그래서 냄새를 맡아보니 칡같기도 하고 냄새가 좀 약한 듯 하기도 했는데(땅에서 바로 캐면 거의 비슷한 향이 나는 듯 하다.) 워낙 먹음직 스러워 햇칡이겠거니 하고서 옆에 잘 모셔놓고 계속 구덩이를 팠다. 그런데 여기저기서 몇개가 더 나와서 이게 웬 횡재인가 해서 나오는데로 캐서 모았다.
집에와서 부인에게 칡이라고 하니 부인은 이상하다며 칡이 아닌 것 같다고 하고, 나는 칡이라 하면서 내가 손질해서 좀 잘라서 먹어보니(지금 생각해보니 칡이 아닌게 확실한데) 아삭하니 약간 씁고 약간 아리며 끝맛은 조금 달다. 식감도 괜찮았다. 부인에게도 먹어보라고 줬더니 반만 먹고 맛없다고 버렸다.(지금 생각하면 천만다행이다.)
아무생각없이 깨끗이 씻어서 토막내서 냄비에 넣고 칡차를 만든다고 끓이고(찐감자 냄새가 났다.) 나머지는 칡즙을 해 먹는다고(자살행위 였다.) 녹즙기에 넣어서 즙을 짰다.
맛이 이상해서 사과를 넣어서 같이 짜서는 먹으니 좀 나았다. 그래도 부인이 계속 이상하다고 하길래 좀 그래서 나중에 먹는다고 그냥 두었는데, 조금 후 목에 뭔가가 걸린 듯하고 편도가 아렸다.
뭔가 잘 못됐다는 느낌이 훅~ 찾아왔다. 그래서 나름 해독한다고 매실차도 마시고 배도 먹고 우유도 먹고 암튼 많이 먹었다.
저녁에 잔다고 누웠는데 속이 이상해지더니 구토증상이 슬슬 올라왔다. 급기야 토하고 말았다. 한번 토하고는 침대에 누었는데 조금 있으니 다시 또 구토.... 이후 쉴새없이 구토가 나오는게 아닌가 ㅠ.ㅠ 식은 땀도 줄줄 흘러내렸다.
그리고는 온몸이 저리더니 특히 팔다리가 저려서는 오그라드는 듯한 느낌에 아!!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급히 병원 응급실로 갔다. 그 때 스치는 생각이 친구가 자리공 뿌리를 약초로 착각하고 먹은 후 있었던 그 후덜덜한 경험담이 생각났다.
그리고는 바로 의사에게 자리공을 먹었다고 했더니 뭔지를 모른다. ㅡㅡ;; 그래서 독초를 먹었다고 했더니 왜 먹었냐고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을 보인다. ㅠ.ㅠ 그리고는 의사들도 인터넷을 찾아보고는 얘기하는게 아닌가.... ㅡㅡ;; 독초를 알고 먹는 사람이 누가 있소!!!!!!!!!!!!!
그리고는 일단 링거를 맞고 구토를 멈추는 주사를 놔준다. 그러더니 온 몸에 저린 증상이 서서히 완화되더니 편안해졌다, 싶은 순간 또 갑자리 구토가 나왔다. 그렇게 구토를 몇번을 계속하자 다시 구토 멈추는 주사 한방에 위장 보호해 주는 링거를 추가를 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설사가 몇분에 한번씩 계속 나왔다. 내가 살아오며 설사를 했던 양의 몇배를 더 내보내고 있었다.
그리고는 새벽녁이 되어서야 잠잠해지기는 했는데 구역질나는 불쾌감은 지속되었다.
입원 후 다음날이 되고 먹는 약을 한번 먹고 난 후 구역질 나는 증상도 완화가 되고 퇴원을 할 수 있었다.
귀농 후 자생하는 약초 찾는 재미가 쏠쏠했는데, 그 의지를 단번에 꺽어버리고 두려움을 심어준 '자.리.공'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조심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는 겸손함을 가지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후후후....
자리공 뿌리(실제론 더 인삼_도라지_더덕 같이 맛좋게 생긴 것들이 있다.)
자리공 열매(이것도 실제로 더 맛있게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