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서

인상 깊게 읽은 일본 역사책 목록

by 성공의문 2021. 12. 21.


1. 존 다우어, 패배를 껴안고

일본전후사를 다룬 걸작 중 걸작. 1945년 직후부터 요시다 체제의 형성까지 다루는 책으로 모든 것이 파괴된 일본의 풍경을 아주 생생하게 묘사하는 책이다. 미군정의 역할, 생존을 위한 기존 일본 엘리트들의 몸부림, 새로운 유토피아를 만들고자했던 일본의 좌익시민사회의 갈등을 입체적으로 묘사한다. 이 책을 빼놓고 일본 전후사를 이야기할 수 없다.

2. 이시이 다카시, 메이지 유신의 무대 뒤

제목 그대로 메이지 유신의 무대 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책. 특히 서구열강의 외교관들이 메이지 유신에 어떻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는지를 밝히고 있는 책이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는 달리 서구열강이 막말기 일본에 얼마나 깊숙히 개입하고 있었나를 보여주고 있기에 매우 재미있다. 특히 당시 일본에서 활약한 영국인 외교관들의 활동을 자세히 볼 수 있어 유익하다.

3. 가토 요코, 왜 전쟁까지? & 그럼에도 일본은 전쟁을 선택했다

일본인 역사학자가 저술한 책으로 두 책 모두 훌륭하다. 일본이 왜 전쟁에 이르게 되었는가를 두고 여러 고민거리를 안겨주는 책이다. 사건의 전개를 일방적으로 서술하지 않고, 독자로 하여금 생각하고 또 생각하게 만든다. 애초에 대중을 상대로 한 강연을 책으로 엮은거라, 서사가 아니라 질문과 답변으로 이루어져있다. 당시 일본 위정자들은 무엇을 생각했고, 또 일본 사회는 이를 어떻게 받아들였는지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4. 마리우스 젠슨, 현대일본을 찾아서1,2

별다른 말이 필요 없다. 에도막부의 성립부터 현대일본의 탄생까지 다루고 있는데, 교과서로는 가장 훌륭한 책이다. 아마 이미 많은 대학에서 필독서로 지정했을 거 같다.

5. 김시덕, 일본인 이야기 1

서양(기독교)과 일본의 조우라는 관점에서 16세기 일본을 새롭게 조망하는 책이다. 국내에 대항해시대와 일본, 기독교와 일본의 관계에 대해 이렇게 자세하고 또 알기 쉽게 설명한 책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전국시대 일본이 얼마나 다이내믹하고 또 그 과정에서 기독교 선교사들과 서양상인들의 역할이 얼마나 컸는지 등을 알 수 있다.

6. Louise Young, Japan's Total Empire

만주에 대한 일본의 야심과 만주국을 본격적으로 해부하는 책이다. 영어권에서 만주국을 다룬 책으로는 선구격이다. 심지어 일본인 본인들도 이 책을 자주 인용한다. 이 책을 일본에 소개한 이는 앞서 언급한 가토 요코 선생이다. 그가 이 책을 일본어로 번역했다. 인도가 대영제국의 jewel in the crown이었다면, 일본은 만주를 그렇게 바라보았다.

7. Ian Nish, The origins of the Russo-Japanese war

저자는 영국 최고의 영일동맹, 러일전쟁 전문가로 이 책은 러일전쟁 발발까지 여러 국제정치적 배경을 설명하는 책이다. 사실 과거 학부 수업 당시 커리큘럼에 있던 책이어서 읽었는데, 수십년이 지날 동안 이렇게 중요한 책이 아직도 국내에 번역 안되었다는 게 놀랍다.

8. Walter Lefevre, The Clash

미일관계 100년을 다룬 책으로, 일본의 근대화 과정에서 미국이 얼마나 큰 영향을 행사했고 또 동시에 양국이 얼마나 크게 갈등했는지 보여주는 책이다. 서사가 깔끔하고, 잘 몰랐던 내용도 많아서 아주 유익했던 책이다. 그리고 전후일본 또한 생각보다 미국과 자주 갈등했는데 그 세부내역도 모두 다루고 있어서 재미있다. 다만 1990년대에 나온 책이므로, 2000년대 미일간 협력부활은 놓치고 있다.  

9. Kenneth Pyle, Japan in the American century

위 책과 마찬가지로 미일관계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책이다. 게다가 최근에 나온 책이어서 아베신조의 집권기까지 다루고 있다. 저자는 조지 케넌의 발언을 인용하면서 시작하는데, 조지 케넌은 미일간의 관계를 "부자연스러운 친밀함(unnatural intimacy)"라고 표현한 바 있다. 서로 이렇게 이질적인 나라들이 어떻게 이렇게 친밀한 관계를 만들 수 있었을까?라는 질문으로부터 출발하여 미일관계 150년을 다루고 있다.

10. 이안 부루마, 근대일본

아주 짧은 분량으로 근대를 향한 일본의 여정을 압축적으로 서술한다. 압축적인데 정작 중요한 에피소드는 다 들어가있어 매우 유익하다. 그리고 다른 것보다 다음 표현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대충 이런 표현이었다. "일본의 근대는 미국군함(페리제독의 방일)으로 시작했고, 또 미국군함(항복문서 조인식)으로 끝났다."

-

매리어스 잰슨의 <사카모토 료마와 메이지유신>, 도널드 킨의 <메이지라는 시대>도 추천합니다.

킨도 훌륭하죠. 마리우스 젠슨도 언제나 옳고요 ㅋㅋ 그 또한 주일미군 출신 학자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태평양 전쟁 당시 통역장교로 종군할 때 일본군 장병 일기를 번역하면서 일문학에 눈을 떴다고 하지요.. 역사학자보다는 문학자라고 해야 할 듯 하고 그래서 메이지라는 시대에서도 무쓰히토의 심정을 추측해낼 때 그가 남겼던 수많은 단가들을 빌려오고 문학사적인 서술도 많이 하더라구요.

외국인 일본문학 연구자 1세대 지요.

에드워드 사이덴스티커와 같은 세대인데, 꽤나 더 오래 사셨지요. 사이덴스티커의 <Low City, High City(번역 제목 “도쿄이야기”)>도 재미있게 읽었던 책입니다.

출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