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The Art of Travel (2002)
여행의 기술
알랭 드 보통 (지은이) | 정영목 (옮긴이) | 이레 | 2004-07-26
'어쩌면 우리가 슬플 때 우리를 가장 잘 위로해주는 것은 슬픈 책이고, 우리가 끌어안거나 사랑할 사람이 없을 때 차를 몰고 가야 할 곳은 외로운 휴게소인지도 모른다'
여행할 장소에 관한 조언은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지만, 그곳에 가야 하는 이유와 가는 방법에 관한 말들은 찾기 힘들다. 이에 알랭 드 보통이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에 이어 또 하나의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진다. '왜 나는 여행을 떠나는가'. 기차를 예매하고, 땡볕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등 온갖 불편을 감수하면서 떠나는 '여행'이야말로 우리 삶을 지배하는 과제, '행복 찾기'와 닮아 있지는 않은지, '여행'을 테마로 던질 수 있는 모든 질문들에 대한 성찰을 유도하고 그 해답을 제시하는 책이다.
그는 여행을 떠나서 돌아오기까지의 단계별 여정 - <출발> <동기> <풍경> <예술> <귀환> - 을 보들레르, 플로베르, 워즈워스, 반 고흐, 러스킨과 같은 유명 예술가들의 삶과 작품을 통해 짚어보면서 여행에 숨겨진 다양한 욕망의 실체를 밝힌다.
여행은 언제나 애초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그 안에도 일상의 구질구질함은 반드시 있다. 그러나 어느 날 문득, 정체된 도로 한가운데에서, 지난 해 여행길에 보았던 '숭고한 풍경'을 떠올리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노여움'을 누그러뜨리고 삶의 한계를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그것이 바로 저자가 말하는 여행의 힘이자 의미일지도 모른다. 유려한 문장과 철학적인 깊이가 있는, 아주 독특한 여행 에세이.
- 이하 리뷰
'여행의 상술'에 지친 당신을 위해
'삶은 모든 환자가 자리를 바꾸어야 한다는 강박감에 사로잡힌 병원이다.' p51
'트리에스테, 취리히, 파리.' p59 (from <Ulysses>)
'여행은 생각의 산파다.' p83
'민주적인 꾀죄죄함' p105
' 사실 우리 앞의 세계는 바닥을 드러내지 않는 보고寶庫이지만, 익숙함과 이기적인 염려 때문에 우리는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고, 심장이 있어도 느끼거나 이해하지 못한다.' p206 (by Wordsworth)
'일이 네 뜻대로 되지 않은 이유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놀라지 마라. … 세상이 너한테는 비논리적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세상이 그 자체로 비논리적인 것은 아니다. 우리 삶이 모든 것의 척도는 아니다.'
'매력적인 장소는 보통 언어의 영역에서 우리의 능력이 모자란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p313
처음 이 책을 펴면, 저자가 늘어놓는 방대한 문학적 지식과 현학에 조금 넌덜머리가 납니다.
조금 염세적이고 신경질적인 세계관과 여행에 대한 시각을 거슬려하는 분들도 있구요.
하지만 곳곳에 드러나는 유려한 필치와 묘사,
그리고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표현력만큼은(이를테면 '민주적인 꾀죄죄함' 같은 ㅎㅎ)
정말 배우고 싶어집니다.
더불어,
아직도 작문이 무엇인지 모르는, 스물 일곱 포스트-룸펜인 본인 가슴속에
젊고 유능한 문학가에게 향하는 질투심이(스물 넷에 첫 소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썼다는군요) 자꾸 고개를 쳐드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그가 일찌감치 머리가 벗어졌다는 사실이...
그나마 위안을 줍니다.
얼마 전 이곳 저곳 마음에 드는 글귀에 줄을 치며 <여행의 기술>을 재독했는데,
사실 이 책에서 가장 재밌게 읽었던 것은
플로베르라는 인물이 중심적으로 묘사된 '동기' 부분이었어요.
자기 나라와 자기 성(性), 자기 생물학적 종을 뛰어넘어 새로운 자기정체성을 만들어낸
그야말로 아나키스트이자 희대의 반항아,
그리고 신랄한 자기문화비판을 통해 아무런 편견 없이 'exotica'에 몸을 던진
진정성이 느껴지는 코스모폴리탄... 플로베르.
스페인 '순례자의 길'이 트렌드가 되자 벌써 세권째 그저 그런 여행기가 나와 독자를 현혹하는 한국 출판계를 돌아볼 때
(el camino의 가치를 폄훼하는건 아녜요)
분명 무언가 다른 것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어요.
<여행의 기술>이란 제목은 꽤 잘 지은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행이 단지 '론리 플래닛'을 사들고 이름난 여행지에 가서 시간과 정력을 소모하는 값비싼 여흥이 아니라,
정신을 고양시키고
삶에 영감을 불어일으키며
내가 사는 세계와의 관계를 돈독하게 만드는 경험이 될 수 있음을 얘기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단서를 제공하고 있는 알랭 드 보통.
J.K. 위스망스('출발')마냥 여행에 대한 상상을 해보거나
침실 탐험기를 장황하게 써내려간 사비에르 드 메스트르('귀환')의 흉내조차 내지 못하고
고단한 일상에 치이고 있는 제 자신...
너무 게을러진 걸까요?
여행할 장소에 관한 조언은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지만, 그곳에 가야 하는 이유와 가는 방법에 관한 말들은 찾기 힘들다. 이에 알랭 드 보통이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에 이어 또 하나의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진다. '왜 나는 여행을 떠나는가'. 기차를 예매하고, 땡볕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등 온갖 불편을 감수하면서 떠나는 '여행'이야말로 우리 삶을 지배하는 과제, '행복 찾기'와 닮아 있지는 않은지, '여행'을 테마로 던질 수 있는 모든 질문들에 대한 성찰을 유도하고 그 해답을 제시하는 책이다.
그는 여행을 떠나서 돌아오기까지의 단계별 여정 - <출발> <동기> <풍경> <예술> <귀환> - 을 보들레르, 플로베르, 워즈워스, 반 고흐, 러스킨과 같은 유명 예술가들의 삶과 작품을 통해 짚어보면서 여행에 숨겨진 다양한 욕망의 실체를 밝힌다.
여행은 언제나 애초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그 안에도 일상의 구질구질함은 반드시 있다. 그러나 어느 날 문득, 정체된 도로 한가운데에서, 지난 해 여행길에 보았던 '숭고한 풍경'을 떠올리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노여움'을 누그러뜨리고 삶의 한계를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그것이 바로 저자가 말하는 여행의 힘이자 의미일지도 모른다. 유려한 문장과 철학적인 깊이가 있는, 아주 독특한 여행 에세이.
- 이하 리뷰
'여행의 상술'에 지친 당신을 위해
'삶은 모든 환자가 자리를 바꾸어야 한다는 강박감에 사로잡힌 병원이다.' p51
'트리에스테, 취리히, 파리.' p59 (from <Ulysses>)
'여행은 생각의 산파다.' p83
'민주적인 꾀죄죄함' p105
' 사실 우리 앞의 세계는 바닥을 드러내지 않는 보고寶庫이지만, 익숙함과 이기적인 염려 때문에 우리는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고, 심장이 있어도 느끼거나 이해하지 못한다.' p206 (by Wordsworth)
'일이 네 뜻대로 되지 않은 이유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놀라지 마라. … 세상이 너한테는 비논리적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세상이 그 자체로 비논리적인 것은 아니다. 우리 삶이 모든 것의 척도는 아니다.'
'매력적인 장소는 보통 언어의 영역에서 우리의 능력이 모자란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p313
처음 이 책을 펴면, 저자가 늘어놓는 방대한 문학적 지식과 현학에 조금 넌덜머리가 납니다.
조금 염세적이고 신경질적인 세계관과 여행에 대한 시각을 거슬려하는 분들도 있구요.
하지만 곳곳에 드러나는 유려한 필치와 묘사,
그리고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표현력만큼은(이를테면 '민주적인 꾀죄죄함' 같은 ㅎㅎ)
정말 배우고 싶어집니다.
더불어,
아직도 작문이 무엇인지 모르는, 스물 일곱 포스트-룸펜인 본인 가슴속에
젊고 유능한 문학가에게 향하는 질투심이(스물 넷에 첫 소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썼다는군요) 자꾸 고개를 쳐드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그가 일찌감치 머리가 벗어졌다는 사실이...
그나마 위안을 줍니다.
얼마 전 이곳 저곳 마음에 드는 글귀에 줄을 치며 <여행의 기술>을 재독했는데,
사실 이 책에서 가장 재밌게 읽었던 것은
플로베르라는 인물이 중심적으로 묘사된 '동기' 부분이었어요.
자기 나라와 자기 성(性), 자기 생물학적 종을 뛰어넘어 새로운 자기정체성을 만들어낸
그야말로 아나키스트이자 희대의 반항아,
그리고 신랄한 자기문화비판을 통해 아무런 편견 없이 'exotica'에 몸을 던진
진정성이 느껴지는 코스모폴리탄... 플로베르.
스페인 '순례자의 길'이 트렌드가 되자 벌써 세권째 그저 그런 여행기가 나와 독자를 현혹하는 한국 출판계를 돌아볼 때
(el camino의 가치를 폄훼하는건 아녜요)
분명 무언가 다른 것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어요.
<여행의 기술>이란 제목은 꽤 잘 지은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행이 단지 '론리 플래닛'을 사들고 이름난 여행지에 가서 시간과 정력을 소모하는 값비싼 여흥이 아니라,
정신을 고양시키고
삶에 영감을 불어일으키며
내가 사는 세계와의 관계를 돈독하게 만드는 경험이 될 수 있음을 얘기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단서를 제공하고 있는 알랭 드 보통.
J.K. 위스망스('출발')마냥 여행에 대한 상상을 해보거나
침실 탐험기를 장황하게 써내려간 사비에르 드 메스트르('귀환')의 흉내조차 내지 못하고
고단한 일상에 치이고 있는 제 자신...
너무 게을러진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