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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의 자가치료법


침팬지의 기생충 퇴치법 - 특정 식물 섭취해 기생충 박멸 거친 잎 먹어 기생충 배설하기도

앵무새의 독소 중화법 - 주식인 씨앗의 독성물질 없애려 마코앵무새는 진흙 섭취해

사람 건강에 도움 줄 수도 - 르완다 고릴라가 먹는 진흙에 소화장애 치료제 성분 들어있어


▲ 침팬지가 ‘베로니아’라는 식물의 심을 먹고 있다. 탄자니아 마할레 산맥 국립공원에 사는 침팬지는 ‘테르펜’이라는 독성 물질이 든 식물을 먹고 기생충을 죽이며 자가치료를 한다. /플리커 제공


정치의 계절엔 상대방을 무시하는 말이 난무한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일컫는 '개 풀 뜯는 소리'도 그 하나다. 육식동물인 개가 풀을 뜯을 리 만무하다는 생각에서 하는 말이다. 개는 억울하다. 실제로는 개나 고양이도 자주 풀을 뜯는다. 털처럼 소화되지 않는 물질을 토해내기 위해 일부러 풀을 먹는 것이다.


이처럼 동물은 자연에서 질병을 스스로 치유하는 '자가치료(self-medication)' 기술을 갖고 있다. 일부 자가치료법은 사람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개 풀 뜯는 소리가 '말 되는 소리'가 될 날이 멀지 않았다.



◇ 식물로 기생충 퇴치하는 침팬지


1980년대 일본 교토대의 마이클 후프만 교수는 탄자니아 마할레 산맥 국립공원에 서식하는 침팬지에서 자가치료의 증거를 발견했다. 이곳 침팬지는 기생충에 감염되면 '베로니아(Veronia)'란 식물의 안쪽 심을 먹었다. 여기에 들어 있는 테르펜(terpene)이란 물질이 기생충을 죽이는 효과를 냈다. 지역 주민들도 같은 용도로 이 식물을 이용하고 있다. 


후프만 교수는 탄자니아 곰베 강 국립공원에서도 식물을 이용한 침팬지의 또 다른 자가치료를 확인했다. 그곳 침팬지는 '아스필리아(Aspilia)'라는 나무에서 잎을 뜯어 이리저리 접고는 바로 삼켰다. 나중에 침팬지의 배설물을 보면 소화되지 않은 나뭇잎에 기생충들이 잔뜩 붙어 있었다.


나뭇잎 자체에는 베로니아처럼 약효를 내는 물질이 들어 있지 않았다. 대신 잎이 거칠어 소화가 잘 안 되고 표면에 갈고리 모양의 미세 털이 잔뜩 나있었다. 침팬지는 나뭇잎을 이용해 물리적으로 기생충을 몰아낸 것. 겨울잠에 들어가기 전 알래스카 갈색곰과 계절이동을 앞둔 캐나다 눈거위도 일부러 거친 잎을 먹어서 기생충을 배설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 앵무새는 독소 없애려 진흙 먹어


흙 퍼먹기도 자주 관찰되는 자가치료법이다. 1999년 미국 UC데이비스의 제임스 길라르디 교수팀은 마코앵무새가 진흙을 먹어 몸 안의 독소를 중화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앵무새의 주식인 씨앗에는 알칼로이드(alkaloid)라는 독성물질이 들어 있다. 연구진은 앵무새 한쪽에는 알칼로이드와 진흙을 주고, 다른 쪽에는 알칼로이드만 줬다. 몇 시간 후 혈액을 분석하자 진흙을 먹은 앵무새는 알칼로이드가 60% 적게 나왔다.


가축이 흙을 자유롭게 먹을 경우 같은 양의 사료를 먹어도 영양분을 10~20% 더 흡수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아프리카 르완다의 산악고릴라는 오늘날 소화장애 치료제에 주성분으로 들어가는 고령석(kaolinite)이 많은 진흙만 골라 먹는다. 과학자들은 야생동물의 흙 퍼먹기를 잘 연구하면 가축과 사람의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본다.


▲ 남미 패루 마누 국립공원에서 마코앵무새가 주식인 씨앗에 든 독소를 중화하기 위해 진흙을 먹고 있다. 가축이 흙을 먹으면 영양분을 더 잘 흡수한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텀블러 제공



◇ 곤충은 학습 대신 본능으로 자가치료


동물은 어미로부터 자가치료를 배운 것으로 보인다. 올 초 프랑스 자연사박물관 연구진은 아프리카 우간다의 44개 침팬지 집단을 분석했다. 연구진은 "나이 든 침팬지가 자가치료를 위해 식물을 먹을 때 어린 침팬지가 평소보다 더 주의를 기울였다"고 '생리학과 행동' 저널에 발표했다.


곤충은 부모의 행동을 배울 수 없어도 본능적으로 자가치료를 한다는 증거가 잇따라 나왔다. 지난 2010년 미국 에모리대의 자프 드 루드 교수팀은 계절마다 캐나다와 멕시코를 오가는 황제나비의 자가치료를 밝혀냈다. 황제나비는 진액이 나오는 식물에 알을 낳는다. 이런 식물에는 기생 원충을 죽이는 카르데노라이드(cardenolide)라는 물질이 있다.


연구진은 기생 원충에 감염된 암컷일수록 알을 낳을 때 이 물질이 많이 함유된 잎을 선호하는 것을 발견했다. 애벌레는 그 잎을 먹고 자라면서 원충을 퇴치할 수 있다. 연구진은 "말라리아나 톡소플라스마증처럼 기생 원충이 일으키는 인간의 질병을 치료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초파리는 알코올로 기생벌의 공격을 막는다. 기생벌은 초파리 애벌레에 알을 낳는다. 기생벌이 알에서 깨어나 자라면 초파리 애벌레는 죽는다. 에모리대의 토드 쉴렌케 교수팀은 재미있는 실험을 했다. 한쪽은 평소 먹이와 6% 알코올을 같이 놓고, 다른 쪽은 먹이만 뒀다. 초파리 애벌레를 풀어놓자 몸 안에 기생벌 알이 있는 경우 80%가 알코올이 있는 곳으로 갔다. 기생벌에 감염되지 않은 애벌레는 그 비율이 30%에 그쳤다. 나중에 보니 기생벌 알을 품은 초파리 애벌레 중 알코올을 먹은 쪽은 60%가 살아남았다. 일반 먹이만 먹은 쪽은 모두 죽었다. 연구결과는 올 3월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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