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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스태그플레이션 2.0 시대를 도래하게 하는 함정 - 스티븐 로치

by 성공의문 2021. 10. 29.

스티븐 로치 미국 예일대 경제학과 교수의 FT 칼럼 번역본

초기의 어두웠던 경제의 메아리가 확산되고 있다. 필자는 작년 초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해 경고했을 당시 공급 측면을 가장 우려했다. 에너지와 식량 가격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고, 물류 대란과 노동력 부족 현상으로 글로벌 공급 대란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유명한 주장은 공급 차질과 물가 상승은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인 문제(transitory glitches)이며, 시간이 지나면 결국 해결될 것이라는 것이다.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 시기에 금융당국이 OPEC의 원유 금수조치와 엘니뇨와 같은 이상 기후 현상 등 일시적인 현상에만 초점을 맞추었던 것은 인플레이션 압력 누적(inflationary build-up of the early 1970s)을 예고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당시에 지금처럼 각국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 현상이 일시적일 것이라는 복음을 전파하고 다녔다. 아서 번스 당시 미 연준 의장은 연구진들에게 소비자물가지수 산출 과정에서 일시적인 요인들을 모두 제외할 것을 명령했다. 번스 의장은 연준이 기저 인플레이션만 대응하면 된다고 확신한 나머지 정작 핵심에서 벗어나는 조치를 실시한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번스 의장은 인플레이션 대응에 문제가 있었음을 시인하고 말았다.

오늘날 중앙은행은 1970년대에 비해 더 현명한 판단을 내리고 있다. 필자가 근무했던 1970년대보다 더 정교한 모델을 활용하고, 명목적 금리보다는 물가 조정이 반영된 실질 금리를 더 많이 고려한다. 그리고 이전 세대들보다 운이 더 좋기도 하다.

세계화에 내재된 비대칭적 구조로 인해 수요보다는 공급 비중이 커지면서 중국과 같은 개도국들은 소비보다는 생산에 더 집중했다. 그러나 오늘날 중앙은행들이 양적완화와 같은 대자대조표에 기반한 통화정책 접근방식을 채택하면서 이에 맞는 금리 정책을 포기했다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 1970년대에는 없었던 심각한 리스크가 내재해 있다.

오늘날 중앙은행들은 보유자산과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을 초래하는 수요와 공급 간의 상호작용 간의 연결고리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중앙은행들을 “연속 함정”으로 몰아넣게 된다.

중앙은행들은 인플레이션과 같은 사태에 우선 자산 매입 축소를 단행하여 대응하고, 그 다음에 기준 금리를 단계적으로 올리는 방식으로 대응한다. 하지만 전체수요는 중앙은행의 자산규모 조정보다는 실질 금리 변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통화 정책의 효과가 발현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이는 연준이 초기 목표치보다 낮은 인플레이션을 개선하고자 정책 대응을 지연시키기 위한 목적에서 수립한 새로운 “평균 인플레이션 목표(average inflation targeting)”를 도입했다는 점에서 특히 우려된다.

다른 문제는 오늘날의 공급망 마비 사태는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글로벌 가치 사슬을 결합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며, 재편 과정에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최근 백악관 TF 보고서는 노동자 재교육, 미국 내 제조업 활성화 그리고 연구개발비 확대 등 미국의 공급망 복원력(resilience)을 강화하기 위한 권고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러한 대책들은 장기적인 고정책일뿐 올해 일어난 공급 충격을 즉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다.

필자는 지난 18개월 동안 공급 측면에서 일어난 일들이 놀랍지 않다. 글로벌 가치 사슬은 세계 교역과 성장의 엔진 역할을 하고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의 중요한 원천이었다. 하지만 공급망이 나은 효율성을 추구함에 따라 확장성이 커지고 점차 취약해졌다. 또한 공급망은 보호주의 물결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리쇼어링(reshoring)”의 정치적 역풍에 취약했다.

더 큰 충격은 수요 측면에서 발생했다. 글로벌 경제가 코로나19 충격에서 빠르게 회복할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거의 없었다. 경제 회복세가 둔화되면서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못한 공급 측면에 비해 총수요는 불편할 정도로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인플레이션 문제가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조라고 본다.

바로 이 지점에 연속적 함정의 가장 큰 리스크가 내재해 있다. 오늘날 중앙은행은 총명하고 운이 좋지만, 1970년대 문제가 되었던 동일한 부인 의식(sense of denial)에 사로잡힐 수 있다. 어려운 시기를 겪은 경험과 제도적 기억(institutional memory)의 부재로 인해 현재 중앙은행들이 또 다른 통화 정책의 실책을 저지를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으로부터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일까? 인플레이션은 아직 최고점을 찍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재 일시적으로 보이는 것은 생각보다 오래 지속될 수 있다. 그리고 스태그플레이션 2.0의 발생을 막기 위해서는 중앙은행은 금융 시장이 예상하는 것보다 더 강한 통화 긴축(more monetary tightening)을 단행해야 할 것이다.

출처: 디시인사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