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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

생명역동농업(루돌프 슈타이너 농법) - 우주역학농법에 대한 참조 글

by 성공의문 2010. 8. 2.

권광식 교수가 주로 거론하는 생명역동농업(법)의 일면을 대강 엿볼 수 있는 글입니다.

잘 읽어보시면 우리공부와 유사한 점들이 많이 있습니다.

과거 슈타이너 농법에 대해 회장님께 묻곤 했는데, 슈타이너의 가치를 충분히 인정하고 있었습니다. 단, 지금은 100년이 흐른 시점이라 지구의 (대우주)환경 자체가 너무 변했고, 그 때와는 다르게 심각한 오염상태에 있다는 것이지요.

현 시점에서 슈타이너 농법 자체를 그대로 적용하기에도 기술적으로는 ‘전근대적인’ 측면이 있고요, 이를 적용하는 농부도 제대로 들어맞는지에 대해 이른바 ‘체킹’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물론, 여러 측면에서 우리에게는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고, 농업의 정신만을 갖고 볼 때 참으로 올곧은 소리라 생각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농사를 ‘우리만의 기술’로 어떻게 ‘우리만의 농법’으로 승화시키고 정립시켜 나갈 수 있을까요.

향후 우리 앞에 놓인 과제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함께 만들어 가는 대안농법

슈타이너와 생명역동농법

글 / 장 길 섭·농부, 풀무학교 교사


** 이 글은 <녹색평론>에 게재되었던 것으로, 저자의 동의 아래 2회에 걸쳐 월간이장에서 소개되었다.(2004. 10)



정농회와 슈타이너 농업 강좌의 인연

귀농한 지 3년째 되던 1995년 1월, 정농회 정기 연수회에서 생명역동농업에 관한 강의를 처음 듣게 되었다. 프랑스인으로서 일본인 여성과 결혼하여 일본에서 생명역동농업을 연구·실험하고 있는 ‘피리오 도니’라는 농부가 칠판에서 여러 가지 색깔의 분필로 우주의 별들을 그려 보여 주며 하루 종일 열심히 무언가를 설명하고 오재길 선생이 통역을 했는데, 너무나 생소한 내용인지라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도무지 뭐가 뭔지 모르겠다며 황당해하는 회원이 있는가 하면 우리 전통 속에 다 들어 있는 것인데 외국 것을 또 들여 와 배울 이유가 뭐냐며 투덜대는 회원도 있었고, 진지하게 알아볼 필요가 있다고 반응하는 회원도 있었다. 내 경우에는 전에 국내에 소개된 루돌프 슈타이너(1861~1925)의 『어떻게 초감각적 세계의 인식을 획득할 것인가』라는 책을 읽어 보려고 끙끙대던 경험이 있어서 흥미를 느끼는 편이었다.


피리오 도니 씨의 강의가 끝나고, 창립 20주년을 맞이한 정농회가 새롭게 지향해야 할 농업 형태로서 생명역동농업을 도입하여 연구·실천하자는 오재길 선생의 제안이 별다른 논란 없이 받아들여져, 1995년 1월 이후 생명역동농업에 대한 탐색이 시작되었다.


우선, 유럽에서 발간되고 일본에서 재편집된 『생명역동농업 농사력』을 들여 와 1995년부터 해마다 번역하여 농사에 활용하기 시작했고, 루돌프 슈타이너가 독일 농민들을 대상으로 1924년 6월 7일부터 16일까지 열흘 동안 여덟 차례에 걸쳐 생명역동농업의 근본 원리를 강의한 『농업 강좌』의 번역에 착수했다. 번역은 많은 어려움이 있었고, 7년만인 2002년 1월에 『자연과 사람을 되살리는 길-루돌프 슈타이너의 농업 강좌』라는 제목을 달고 우여곡절 끝에 불완전한 대로나마 우리말 번역본이 햇빛을 보게 된 것이다.


나보다 꼭 100년 먼저 태어난 루돌프 슈타이너라는 인물이 어떤 인물인지 나는 도무지 짐작도 할 수 없다. 국내에 간략한 전기가 번역되어 나와 있고 슈타이너의 책이 몇 권 나와 있지만, 300여 권이 넘는다는 그의 전집 중에서 그의 면모를 제대로 알아볼 수 있는 책은 아직 소개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슈타이너를 제대로 이해한다는 것이 불가능한 나로서는 다만 지난 7년 동안 생명역동농업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이 농법을 제대로 실천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농업 강좌』에서 설명된 내용이 도대체 어떤 맥락에서 나온 것인지 늘 의문을 품으며 농사를 지어 왔고, 또 반복해서 여러 번 『농업 강좌』를 읽어 본 경험에 의지해서 이 책에 대하여 어설프게나마 요약·소개해 보려고 한다.


『농업 강좌』를 여러 번 반복해서 읽어 보고 내 나름대로 정리한 내용은 세 가지 정도다. 간단히 정리한다면, 인간과 자연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농업에 대한 올바른 인식 또는 관점이 필요한데, 그것은 다음 세 가지를 충족시킬 때 가능한 것이다. 그 세 가지를 요약한다면 “첫째, 농업을 지구 안에서만 한정하여 볼 것이 아니라 우주까지도 포함하여 전체적으로 보아야 한다. 둘째, 단위 농장 안에서 모든 것을 순환·자급해야 한다. 셋째, 단위 농장 안에서 생물 다양성을 최대한 드높임으로써 생태적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농업과 우주적 시각

첫째로 농업을 우주까지 포함하여 전체적으로 보아야 한다는 말은 슈타이너가 시종일관 현대 과학과 현대 농업이 근거한 방법론을 문제삼는 데서 비롯된 것이다. 현대 과학은 ‘현미경적 시야’로 사물을 전체의 맥락에서 분리해 내고 이것을 다시 조각내서 늘 죽은 시체만을 가지고 연구를 한다는 것이다.


현대 농업의 경우, 농업 또는 식물의 성장을 단지 땅과 영양소 등 물리·화학적 요소에 한정시켜, 다시 말하여 지구 안에서만 한정시켜 본다는 점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편협한 현대 과학의 지식을 바탕으로 한 현대 농업의 결과, 화학 비료와 농약을 사용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농작물의 생명력은 점점 쇠퇴하고 영양가를 잃게 되었다는 것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농작물은 더 이상 인간에게 필요한 영양분을 제공하지 못하게 되었고, 20세기가 지나지 않아 심각한 문제가 일어날 것이라고 슈타이너는 말했다. 슈타이너가 보기에 이것은 단지 ‘지구의 문제’가 아니라 ‘우주적인 문제’였다. 농업에는 정신적·영적·우주적인 세계에서 오는 어떤 힘이 작용하는데, 현대 과학은 이 사실에 무지하고 따라서 당면한 농업 문제에 대하여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농업 강좌』에서 다루어진 것은 어떤 조건에서 여러 종류의 동식물이 잘 성장하는가, 또 어떻게 퇴비를 사용하고 잡초와 병충해를 어떻게 제거할 수 있는가 하는 구체적인 문제였다. 그런데 이 구체적인 문제에 대해 슈타이너는 우주적·정신적 힘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설명하면서, 식물의 성장에는 지구뿐만 아니라 우주가 총체적으로 관여하고 있다는 것을 설명하고 있다.


슈타이너는 농업을 전체 우주의 한 부분인 땅·식물·동물, 그리고 인간이라는 요소를 가진 하나의 유기체라고 보고, 인류가 이 우주와의 전체적 관련 속에서 농업을 새롭게 보고 이해하지 못한다면 인간의 생명과 함께 자연도 소멸되고 퇴화할 것이라고 말한다.


현대 과학은 현미경적·부분적 관점으로 인해 자연과 농업을 올바로 보지 못할 뿐만 아니라, 농업에 작용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우주적·정신적·영적 관련 요소에 무지할 수밖에 없는 반면, 정신과학적 관점(인지학적 관점)은 전체적·총체적으로 진정 과학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면 현대 과학의 좁은 시야로는 볼 수 없는 농업에 작용하는 우주적·정신적 힘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예를 들면, 태양과 달의 빛과 온기가 작물에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태양계의 모든 행성로가 태양계 밖의 항성에서 오는 별 기운들도 농업(여기에서 농업은 식물, 동물, 인간, 곤충, 광물 등 자연의 살림살이 전체를 포함한 것)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별 기운들이 농업에 직접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 농업에서 농토를 개량하는 데 주로 사용하는 규산과 석회가 이것을 매개한다는 것이다.


지구를 중심으로 볼 때, 태양과 지구 사이에서 태양 둘레를 돌고 있는 수성·금성·달(내행성)의 기운은 석회가 매개하여 식물과 동물이 살아가는 데 간접적으로 작용하고, 지구 바깥쪽에서 공전하고 있는 목성·화성·토성(외행성)의 별 기운은 규산이 매개하여 동식물에 간접적으로 작용한다. 이 때, 공전 주기가 짧은 내행성들은 주로 일년생 식물이나 사는 기간이 짧은 식물에 영향을 미치고, 공전 주기가 긴 외행성들은 나무와 같은 다년생 식물에 주로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이러한 태양계 내의 별들과 태양계 밖의 별들의 영향 전체를 한 마디로 ‘우주 기운’이라고 할 수 있는데, 땅을 기름지게 하려면 이러한 우주 기운이 땅에 잘 작용할 수 있는 조건을 먼저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슈타이너에 의하면 어떤 하나의 씨앗에는 특정한 천체의 위치가 영향을 미친 특정한 형태, 다시 말해서 운동하는 전 우주의 한 순간이 새겨져 있다고 한다. 그래서 예를 들면, 사과를 먹는다는 것은 사실은 우리가 꼭 목성(기운)을 먹는다는 것이고, 자두를 먹는다는 것은 우리가 토성(기운)을 먹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사실을 체계적으로 연구하여 만든 것이 ‘생명역동농업 농사력’인데, 이것은 특정한 순간의 별자리들이 곡물과 과일·엽채류·근채류·꽃 등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관찰하여 파종·정식·수확 시기를 적절하게 알려 주는 구실을 한다. 농사력과 함께 중요한 것이 이른바 ‘예비제’인데, 이것은 정신적 요소를 땅에 연결시켜 주는 매개체다.


농사에는 무엇보다도 질소가 중요한데, 자연의 질소에게는 네 형제가 있다고 한다. 이 네 형제도 질소와 마찬가지로 농업에 아주 중요한데, 수소·산소·탄소·유황이 그것이다. 질소는 별 기운이라고 부르는 정신을 실어 나르는 운반자고, 산소는 생명 기운을 실어 나르는 운반자다. 유황은 정신의 전달자고 탄소는 형태를 만드는 조각가다. 수소는 형태, 정신, 별 기운을 우주로 다시 실어 가서 풀어 주는 존재다. 자연 속에서 위에 든 다섯 원소는 식물과 동물의 형태를 만들고, 성장하게 하고, 정신을 실어 나르고, 그것을 다시 해체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거름을 땅에 넣어 준다는 것은, 사람이 음식을 먹음으로써 활기를 얻고 활동할 수 있는 것처럼 땅에 활기와 생기를 불어넣어 주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농사를 지을 때는 좋은 퇴비를 넣어 주어야 하는데, 그것은 소와 같은 위장이 긴 동물에게서 얻을 수 있다. 이 동물의 배설물 속에는 생명 기운과 별 기운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서 우리가 농경지에 퇴비를 넣어 준다는 것은 생명 기운과 별 기운을 땅에 주는 것이다.


암소 뿔 속에 암소 똥을 넣어 겨울 동안 땅 속에 묻어 두면, 긴 겨울 동안 모든 생명 기운이 고도로 응축되어 뿔 안에 있는 똥 속에 들어가 모인다고 한다. 이것이 ‘소똥 예비제’인데 이것을 따뜻한 물에 풀어서 논밭에 뿌리면 땅을 더욱 기름지게 만들고 풍부한 수확물을 거둘 수 있다고 한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게 자연이 하는 일이 이와 같다는 것이다.



농장은 하나의 생명체

두 번째로 농업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단위 농장 안의 모든 것을 순환·자급해야 한다는 내용은 다음에 인용하는 말에 잘 나타나 있다.


농사를 짓고 가축을 키우는 하나의 단위 농장은 농장마다 나름대로 고유한 성질을 갖추고 있는 독립된 개체가 될 수 있어야 충분히 제 가치를 지닐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모든 단위 농장은(비록 완전히 이룰 수는 없을지라도) 독립된 고유의 개체 상태를 이룰 수 있도록 애를 써야 할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한 단위의 농장을 꾸릴 때 농장에서 필요한 모든 것은 단위 농장 자체 안에서 이끌어 낼 수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러므로 알맞은 숫자의 가축도 마땅히 키워야 합니다. 원칙적으로 따지자면 어떤 농장에 외부에서 들여오는 거름이나 거름 비슷한 것은, 이미 그 농장이 정상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에 다시 정상으로 되돌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들여오는 치료제로 여겨야 합니다. 농사를 지을 때 필요한 모든 것이 농장 자체에서 해결되어야 합니다. 농사를 지을 때 필요한 모든 것이 농장 자체에서 해결되어야 제대로 가꾸어진 건강한 농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두 번째 강좌, 53~54쪽)


이렇게 보면 하나의 단위 농장은 실제로는 하나의 생명 조직체입니다. 위에서는 과일 나무와 숲이 별 기운을 발달시킵니다. 그리고 동물들은 땅 위에 있는 것을 먹고 자아 ― 기운을 발달시켜 똥으로 내보냅니다. 이 똥은 다시 거름이 되어 땅 속으로 들어갑니다. 그러면 거름 속에 들어 있던 올바른 자아 ― 기운은 식물의 뿌리로 하여금 지구가 끌어당기는 쪽으로 올바로 자라도록 이끕니다. (중략)


하나의 단위 농장은 하나의 고유한 개체 존재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것을 바로 이해할 수 있으면 식물과 동물이 언제나 서로 관계를 맺는 가운데 자랄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인식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까닭으로 단위 농장 안에서 직접 기르고 있는 동물에서 거름을 얻지 않고(오히려 있는 동물까지 다 치워 버리고), 칠레 같은 먼 나라에서 거름을 가져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자연을 해치는 행동입니다. 이렇게 되면 하나의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순환 관계는 깨어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농사를 지을 때 필요한 거름을 충분히 얻을 수 있을 정도의 동물은 키워야 합니다. 그리고 농장에서 키우는 동물이 본능에 따라 스스로 먹이를 찾아 먹을 수 있도록, 먹이가 될 만한 식물도 심어 주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시도하려는 것이 그렇게 간단하게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왜냐 하면 모든 단위 농장이 제 나름대로 독립성을 갖춘 고유한 존재가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떤 식으로 시도할 것인지 그 방향을 잡는 것입니다. 그러면 잡히는 방향에 따라 여러 가지 시도를 해 볼 수 있고, 그러다 보면 또 법칙도 세울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때 가능한 한 하나의 단위 농장 자체 안에서 모든 것을 이루어 내야 한다는 원칙 아래 모든 법칙을 세워야 합니다. 물론 완전하게 이룰 수는 없을 줄 압니다. (중략) 현대 경제 체제 안에서는 우리가 시도하는 것을 완전하게 이룰 수 없습니다. 그러나 최선을 다해 그 길을 찾아는 보아야 할 것입니다.(여덟 번째 강좌, 239~241쪽)


1924년에 독일 농민들을 상대로 한 이 이야기는, 내게는 2002년을 살고 있는 우리 유기농업 농민들에게 하는 간절한 호소로 들린다. 관행 농업이나 유기농업이나 순환의 고리가 끊어진 것은 마찬가지가 아닌가 한다.


모든 순환의 고리가 끊어진 우리 농업과 농촌을 회생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리 자신이 먼저 순환·자급의 관점에서 보지 않는 한, 순환의 고리를 다시 잇는다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농업 강좌』의 내용이 황당무계하고 이해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지만, 여기 인용한 대목만큼은 우리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1960년대까지, 아니 19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우리 땅 곳곳에서는 3000여 평 규모의 땅에서 소 한 마리로 논밭을 갈고, 봄부터 가을까지는 풀을 베어 먹이고, 겨울에는 볏짚을 썰어 쇠죽을 쑤어서 먹이고, 가축 분뇨와 인분과 농업 부산물로 퇴비를 만들어 농사짓지 않았던가! 다시 이렇게 농사짓는 것은 불가능한 것일까?


지금 내 꿈은 우리의 1960년대 농촌이 그랬던 것처럼 어떻게든 우리 농장이 순환적이고 자급적인 모습을 갖도록 만드는 것이다.



좀 특별했던 올해의 감자파종
며칠 전에 감자파종을 했는데 올해는 여러 가지 면에서 특별했다. 우선 날짜 선택에 있어서 각별했다. 3월 10일과 11일 이틀 동안 괭이 한 자루로 50여 평 밭에 감자를 심었다. 이날을 나는 제법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 왔었다. 3월 10일과 11일은 생명역동농법에서 말하는 뿌리작물을 심는 날이었던 것이다.

이제까지 파종을 할 때는 꼭 달이 차기 전에 하고 추수는 달이 기울기 시작할 때 했었다. 그래야 발아가 잘 되고 수확물이 쉬 썩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년 가을부터 접하기 시작한 독일의 유명한 교육자이자 생명역동농업의 창시자인 루돌프 슈타이너 박사는 태양계의 운행과 지구광물의 상관관계로까지 농사의 영역을 넓혀 설명을 했고 나는 크게 공감이 되었었다.

특히 <자연과 사람을 살리는 길>이라는 저서에서는 지구과학이나 천체학 측면에서 우주생명의 탄생과 생장, 그리고 소멸을 경이로울 정도로 잘 분석해 놓았다. 목성과 토성의 공전주기가 농사에 미치는 영향과 파종시기를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이것이 생명역동농사력이다. 매년 독일에서 발행된다. 지난달 말에 정농회 사무국에서 올해의 생명역동농사력 3,4월치를 보내 왔을 때부터 나는 밑줄을 쳐 놓고 이날을 기다렸던 것이다.

이 생명역동농사력은 할머니가 다 된 슈타이너 박사의 외동딸 마리아 툰(Maria Thoun)이 수십 년 전부터 제작을 해 왔는데 그녀가 몇 주 전에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 속으로 고인의 명복을 빌었었다. 이날 일찍 나는 노심초사하며 보관해오던 씨감자 박스를 내왔다.

저온에 잘 보관해야 감자가 썩거나 싹이 나 버리는 일이 없기에 일반 농가에서 씨감자를 보관하기가 쉽지 않지만 무슨 작물이든 제 땅에 난 것을 제 땅에 심는 게 제일 좋다. 씨감자를 신경 써서 보관해온 것도 이 때문이다. 달력을 봤더니 음력으로 이월 초여드레였다. 파종하기에 기가 막히게 좋은 날이다.



감자농사를 더 늘려 잡은 이유
날짜뿐 아니고 올해 감자농사는 규모에 있어서도 파격적이다. 다시 100여 평이나 더 심을 작정이다. 작년에 감자 맛이 워낙 좋다보니 주변에서 먹는 사람마다 칭찬이 자자했었다. 어제 야마기시공동체 농장에서 씨감자 두 박스가 추가로 도착했다.

작년에도 이 종자를 갖다 심었었다. 다들 백작이란 종자를 심어서 소출을 많이 내지만 이 수미라는 종자는 소출은 적지만 잘 썩지 않고 2기작도 가능하다. 올해는 감자농사로 벌이도 좀 잘 해 볼 생각이다.
여러 가지로 새로운 시도를 하는 셈이다 보니 작업과정 하나하나에 신경이 많이 쓰인다. 기름 사용하는 기계는 종류를 불문하고 밭에 들이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에 역시 괭이로 골을 다듬고 두둑을 쳤다.

가급적이면 땅을 많이 파지 않는 선에서 지표토가 손상되지 않게 했다. 6년 가량 완전 유기농을 하다보니 땅이 부드럽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여름에 나는 잡풀들도 이전만큼 독하지 않다. 제초제 치는 밭은 잡초들이 내성이 생겨서 얼마나 억센지 모른다. 괭이로 하다 작은 호미로 바꿨다. 감자 북을 하고나서는 모아 둔 낙엽들을 골고루 펴줄 작정이다.

작년에 감자밭아랑 고추밭을 너댓 번이나 매면서 허리가 끊어지는 줄 알았다. 겨울 동안 낙엽을 틈만 나면 긁어모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겨울 동안 아궁이에서 모아 두었던 재에다 감자 눈 딴것을 버무려 두고 거름을 먼저 놨다.

거름 역시 우리 생태화장실에서 만들어낸 똥을 소재로 하여 각종 농사부산물을 썩힌 것이다. 거름공장에서 사다 쓰는 사람들도 있는데 믿을 수가 없다. 폐타이어 조각이 나오기가 일쑤라고 한다. 감자를 하나하나 거름 위에 한 뼘 간격으로 놓은 다음에 재를 한 리어카 끌고 와서 감자 씨 있는 곳에다 한 주먹씩 놔줬다. 이래야 감자가 잘 자리는 영양분이 된다. 재는 작물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영양소지만 해충에게는 독이다. 재를 오래 만지다 보니 장갑 속으로 스며들어서 땀과 섞이면서 손이 좀 따가워졌다.



어떤 식으로든 생산에 참여해야 할 텐데

생명역동농사력은 달이 기울기 시작하는 음력 보름 이후부터는 뿌리작물의 파종시기가 참 까다롭다. 3월 20일 오전 8시나 또는 21일 오전 5시에서 6시 사이. 25일 밤 23시. 이렇게 나와 있다. 이 시간을 최대한 맞춰 심어야겠다.

유기농에서 최근 보급되고 있는 탄소농법을 올해는 나도 시도해볼 생각이다. 밭에 100m 간격의 삼각형 위치에 서너 자 깊이로 땅을 파서 숯을 묻는 농사법이다. 탄소와 규소가 땅 속에서 하는 역할에 대해서도 생명역동농법에서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하늘기운의 통로라고 한다. 농사란 이렇게 할 때 비로소 농자는 천하지대본이라고 큰 소리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땅과 공기 그리고 물이나 여러 곤충 등 우주 삼라만상의 생명기운이 성해진다. 사람의 삶도 자연의 공격을 받지 않게 될 것이다.

얼마만큼 소득을 얻느냐는 현실적인 문제가 남아 있다. 내 정성과 노력, 나아가 우주와의 소통이 시장에서 달랑 가격표 하나로 평가되는 것은 거부한다. 그렇다고 똑 소리 나는 대안이 마련되어 있지는 않다.

작년에 내가 지은 농산물 중심으로 쇼핑몰을 하나 만들까 하다가도 이런 점 때문에 포기했었다. 상품의 질과 가격으로만 평가되는 자본주의 시장은 참 야만적이다.

그래서 감자의 생산과정에 어떤 형태로든 참여한 사람에게 이 감자를, 내 땀과 정성을 나누고 싶은 것이다. 화폐 이상의 그 무엇을 소통하고 싶은 것이다. 쉬운 일은 아니다.

오늘도 유기농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 전남 장성 한마음 공동체에 모여 이런 문제에 대해 종일 의논을 했었다. 비자본주의적인 시장을 어떤 식으로 만들까 하는 문제를.

[농사] - 생명역동농업 Bio-dynamic Agri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