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풍수의 신비를 벗기겠다는 의도로 TV에서 희한한 실험을 한 적이 있다. 조상의 유골에서 나오는 생기가 후손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믿는 풍수의 동기감응론을 과학적으로 규명하려는 시도였다. 한 교수가 세 명의 건장한 남자들에게서 정자를 추출해 각각의 시험관에 담았다.
추출된 정자는 시험관에 담긴 채 세 명의 남자들로부터 멀리 떨어진 자리로 보내졌다. 그리고 카메라는 시험관과 그 시험관에서 추출된 정자의 주인을 양분하여 비추었다. 이윽고 교수가 A씨를 뒤에서 턱하고 쳤다. 그 순간 A씨에게서 추출한 정자가 심한 파문을 일며 떨었다.
계속해서 B씨를 쳤더니 B씨에게서 추출한 정자가 시험관 안에서 파문을 일으켰다. 교수는 컴퓨터 모니터를 보면서 실험 결과를 코멘트했다. “사람과 정자가 서로 기(氣)로 감응하고 있다고 이 실험 결과는 말하고 있습니다.”
시신을 땅에 묻으면 피와 살은 곧 썩어 흙으로 돌아간다. 이를 풍수는 육탈(肉脫)이 되었다고 한다. 사람의 정기가 응결된 유골만 남아 서서히 산화한다. 뼈를 구성하는 원소는 생체 에너지와 독특한 진동 파장을 가지고 있다. 유골이 산화될 때에 고유의 에너지 파장(氣)을 공중으로 발산한다.
공간 속을 떠다니던 에너지 파장 즉 기가 동종의 기를 만나서 서로 감응을 일으키는 데 이것이 바로 동기감응론이라 한다.
이 감응은 기가 서로 잘 통하는 후손, 즉 가장 동일한 에너지 파장을 가진 후손에게 직접적이고 신속하게 영향을 미친다. 부모와 자식 간이 가장 강하고 다음은 조부모, 그 다음이 증조부모다. 혈육의 간격이 멀수록 약해지며 영향도 적다. 명당이라면 100년 동안 영향을 미치고 보통의 터라면 30년 안팎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무덤의 위치나 환경이 유골이 소골 되기에 최적의 조건이면 여기서 발생하는 좋은 기가 동질의 후손 기와 감응해 복을 준다. 물 속이거나 벌레나 나무 뿌리가 침범해서 나쁜 기가 발산되면 후손이 화를 당한다고 본다.
물론 동기감응론을 부정하는 사람도 만만치가 않다. 일부 사람들에게 풍수가 미신이나 잡술로 여겨지는 이유도 바로 풍수의 동기감응론이란 원리 때문이다.
그 중에서 실학자 정약용은 “살아계신 부모님이 자식 잘되라고 그 자식과 마주앉아 두 손 잡고 훈계해도 어긋나기가 쉬운데 하물며 죽은 사람이 어찌 살아있는 아들에게 복을 줄 수 있는가”라고 했다.
홍대용은 “죄수의 아들이 아비가 받는 악형 때문에 몸에 악질이 들었다는 말을 듣지 못했거늘 하물며 죽은 자의 혼백에 있어서랴. 어찌 죽은 아비가 산 아들에게 복을 내릴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이처럼 동기감응론의 초현실성은 학문적인 이론으로 체계가 잡혀 있지는 않다. 그것은 때론 자연과학도 명쾌하게 원인과 결과를 전부 객관성 있게 보여주지는 못하는 것과 같다. 따라서 풍수에만 유독 합리성과 실증을 강요할 까닭이 있을까?
고제희 <대동풍수지리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