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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국제 유가를 둘러 싼 복잡한 사정들과 전망

by 성공의문 2020. 4. 1.

현재의 국제유가 하락을 단순히 코로나19에 따른 원유 소비량 감소 및 증산경쟁으로만 이해하기는 어렵다. 이 복잡한 사정을 명확하게 이해하려면 셰일가스, 시리아 내전, MBZ의 키워드를 알아야 한다.

 

국제유가 대폭락 사태의 핵심은 코로나19에 따른 원유 소비량 감소 전망, 나아가 산유국들의 증산경쟁 때문에 벌어졌다. 실제로 지난 6일 사우디아라비아 등 OPEC 회원 및 비회원국은 코로나19 사태 등을 맞아 감산을 결의하는 한편 또 다른 산유국인 러시아에도 비슷한 요청을 했으나 러시아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감산을 고려하던 사우디는 러시아의 감산 반대에 오히려 증산에 돌입하며 치킨게임을 벌이기 시작해 국제유가가 폭락했다.


이 대목에서 두 가지 의문이 나온다. 러시아는 왜 사우디의 감산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사우디는 왜 러시아와의 협상이 깨지자 즉각 증산에 나서 국제유가 대폭락을 부채질했을까? 얼핏 이해하기 어려운 이 치킨게임의 이면을 이해하려면 미국의 셰일가스 혁명을 알아야 한다.


셰일가스는 퇴적암인 셰일이 형성되는 지층에 함유되어 있는 천연가스나 석유를 말한다. 그리고 셰일가스 업체들은 모래와 물, 화학용품의 혼합물을 강한 기압으로 분사하는 수압파쇄법을 통해 천연가스와 원유를 얻을 수 있다.


일반적인 원유의 경우 중동 등 일부 산유국 지역에만 분포했으나 셰일가스는 세계 각 지역에 고르게 분포해있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2040년 기준 전 세계의 셰일가스는 1조1180억㎡의 생산력을 자랑할 것으로 예상되며 기존의 화석에너지를 대체할 수 있는 강력한 에너지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런 이유로 에너지 패권을 장악하려는 미국이 특히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며, 현재 텍사스를 중심으로 다수의 세일가스 업체들이 활동하는 중이다.


사우디는 미국 셰일가스 업체들이 비상하는 것은 우려스럽지만, 일단 감산을 통해 국제유가 하락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 최근의 입장이었다. 특히 국부펀드를 통해 비전 2030을 가동,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함께 원유에 의존하는 경제를 벗어나 미국의 실리콘밸리와 같은 데저트밸리를 건설하려는 행보를 이어가는 가운데 아람코의 주가를 방어할 필요도 있었다. 또 코로나19로 원유 소비량이 줄어드는 것에 대비하려는 포석도 깔렸다.


그러나 러시아는 오히려 증산으로 방향을 틀어 사우디의 바램을 외면했다. 국제유가 대폭락의 시발점이 된 러시아의 행보를 두고 다양한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특히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장기집권 플랜이 관련되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재 러시아는 대통령의 연임 제한 규정을 무력화하는 개헌안을 논의하고 있다. 4월 22일 이와 관련된 국민투표가 예정된 가운데 해당 개헌안은 사실상 푸틴 대통령의 장기집권을 위한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 창궐, 국제유가 폭락에 따른 경제위기 가능성은 국민을 하나로 묶고 푸틴 중심의 정치 시스템을 더욱 공고히 만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의 미래를 두고 중요한 정치적 결단이 남은 상태에서, 러시아가 국제유가 하락을 사실상 자초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러시아의 감산 반대, 증산 결정의 직접적인 배경은 미국 셰일가스 업체들의 득세를 막으려는 포석이라는 주장에 더욱 무게가 실린다.

 

실제로 사우디와 러시아는 지금까지 적절한 감산으로 배럴당 50달러에서 60달러 수준의 유가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미국의 셰일가스 업체들이 대형 플레이어로 성장하며 시장이 출렁이자 러시아는 오랫동안 부양하던 국제유가 유지의 노력에 큰 회의감을 보였다는 말이 나온다. 사우디와 공조해 국제유가를 부양했으나 그 과실은 급성장하는 미국의 셰일가스 업체들이 독식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그 연장선에서 러시아가 택한 증산은 미국 셰일가스 업체들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는 핵심적인 무기다. 미국의 셰일가스는 단숨에 글로벌 에너지 시장을 들썩일 수 있는 파괴력을 가졌으나, 채산성이 낮다는 약점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아래로 내려가면 미국 셰일가스 업체들은 대부분 도산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사우디 및 OPEC은 물론 러시아는 2015년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기던 시기 갑작스러운 증산을 통해 미국 셰일가스 업체들의 줄도산을 일으킨 경험도 있다.

 

러시아는 당시의 기억을 살려, 증산을 통해 ‘만만치않은 경쟁자’인 미국 셰일가스 업체를 정조준한 셈이다.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러시아 제1부총리는 관영 타스통신과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국제유가 하락을 일으킨 것이 아니며 지금의 상황(국제유가 폭락)은 순전히 아랍 동맹국들이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으나 로이터는 푸틴의 최측근이자 사실상 ‘러시아의 설계자’로 알려진 이고르 세친 로스네프트 회장이 최근 “지난 3년 동안 감산으로 미국과 같은 경쟁국의 점유율만 높였다”고 말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자신감도 충만하다. 당장 국제유가가 하락하고 있으나 러시아 루블화 가치는 횡보를 거듭하고 있으나 상대적으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외환보유고가 충분하기 때문이며, 결국 러시아는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유가전쟁에 있어 ‘당분간은 버틸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러시아는 와환보유고 순위에서 중국, 일본, 스위스에 이어 세계 4위다.


결론적으로 러시아가 감산에 반대하며 증산에 돌입한 것은 약간의 정치적 이유와 미국 셰일가스 업체들에 반감으로 풀이된다. 또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당장 러시아 재무부에서는 “앞으로 10년 동안 유가가 25~30달러로 움직여도 충분히 버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러시아에 감산을 요구하던 사우디가 막상 협상이 깨진 후 갑작스러운 증산에 돌입한 이유에도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업게에서는 ‘판을 흔들었던 경험’이 주효한 것으로 분석한다. 실제로 사우디는 2010년대 중반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거듭하던 당시 갑자기 증산에 돌입하는 행보를 연출한 바 있다. 지금의 러시아처럼 당시의 사우디도 미국의 셰일가스 업체들을 노렸기 때문이다. 미국의 셰일가스 업체들은 채산성이 낮은데다, OPEC 회원국의 기업처럼 국영이 아닌 민영기업이라는 특수성이 있어 가격 담합을 시도할 수 없다. 결국 미국 외 주요 산유국 입장에서는 당장의 호황을 포기하더라도 미국의 셰일가스 업체들을 공격할 필요가 있고, 2010년대 중반 당시 사우디의 도박은 큰 성공을 거뒀다.

 

물론 사우디도 최근까지는 감산을 통해 코로나19로 위축된 원유 수요에 대응하자는 기류가 강했으나, 러시아가 판을 깨버린 이상 치킨게임에 나설 수 밖에 없었던 이유도 있다. 사우디는 러시아와 미국 셰일가스 업체들에 대항해 글로벌 원유 패권을 지켜야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미국 셰일가스 업체 하나에만 대항한다면 러시아와의 감산공조를 통해 충분히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으나 러시아가 협상 테이블을 박차고 떠나는 순간, 원유 패권을 지키기 위해 판 흔들기에 나섰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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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와 러시아가 미국 셰일 원유 산업을 죽일 수 있을까?

2016년 이후 13개 비 OPEC 산유국의 비공식 리더 러시아OPEC의 리더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더불어 유가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현재, 양 국가 모두 코로나19 확산 및 그에 따른 원유 수요 감소로 인한 세계 경제 위기를 대처하는 방법에서 갈등을 겪고 있다. 사우디는 OPEC과 비 OPEC 사이에 2:1의 비율로 전면적인 감산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OPEC와 비 OPEC가 감산에 나설 경우 그 공백을 미국 셰일 원유 산업이 차지할 것이기 때문에 어떤 감산도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 러시아의 입장이다. 유가 폭락함에 따라, 2015년 말 사우디가 시장에 싼값에 원유를 쏟아부었던 때와 마찬가지로, 미국 내 많은 중소 셰일 원유 기업이 파산하게 될 것이다.   

2014년부터 고유가와 기술 발전에 힘입어 셰일 원유 기업들이 미국의 원유 생산량을 증가시키기 시작했고, 내륙 생산량의 3분의 1을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이로써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2011년 일간 570만 배럴에서 2018년 사상 최대인 1억 794만 배럴로 증가했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15년 12월 40년간 유지해 온 원유 수출 금지령을 해제했으며, 이후 미국은 원유 수출국으로 탈바꿈했다. 


2016년 초부터 급속히 증가한 전 세계 원유 공급 과잉을 제거하기 위해 OPEC와 비 OPEC가 감산에 합의한 2016년 12월, 러시아는 아제르바이잔, 바레인, 볼리비아, 카자흐스탄, 멕시코 같은 비 OPEC 산유국들을 등에 업고 원유 시장에서 주도적 역할을 해왔다.   

살만 빈 압둘라지즈는 2015년 1월 사우디 국왕에 즉위한 후, 러시아와의 관계를 개선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면서 6월 총애하는 아들 모하마드를 부총리 겸 국방장관에 임명하고 외교 및 원유 장관과 함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러시아 국제 경제 포럼에 참석시켰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모하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당시 미국과 유럽 연합의 경제 제재를 받고 있던 러시아에 대한 사우디의 투자에 대해 논의했다. 9월 시리아 내전에 러시아가 개입해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 편에 서자, 모하마드 왕세자는 소치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회담을 가졌고, 러시아가 이란과 군사동맹을 맺을 계획이 없음을 재확인했다.   

2016년 1월 이란이 강대국들과 비핵화 협정을 맺은 후 원유 시장에 돌아오고, 여기에 미국의 원유 생산이 가세하면서 원유 시장에 공급 과잉일 일어나기 시작했다. 2014년 중반 배럴당 115달러에 달했던 유가는 27달러로 폭락했다가, 50달러 내외로 안정되었다. 그로 인해 모하마드 왕세자와 푸틴 대통령은 9월 5일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 회의에서 별도로 회담을 갖고, 감산, 공급 과잉 해소, 유가 인상 등을 통해 세계 원유시장에서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그 결과 OPEC와 비 OPEC 산유국은 2016년 12월 첫 공동 원유 감산 조치에 합의했다. OPEC는 일간 120만 배럴, 비 OPEC의 55만 8천 배럴을 감산하기로 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일간 1,056만 배럴을 생산하던 데서 50만 배럴(4.5%)을 감산했고, 러시아는 30만 배럴을 감산했다. 그러자 즉시 브렌트 유는 10% 급등해 배럴당 52달러에 육박했고, 미국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도 9% 오른 49.50달러에 거래되게 되었다.   

원유 수출에 있어서 상호 이익이 되는 전략에 함께하면서 사우디와 러시아의 관계가 넓어질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었다. 살만 국왕은 2017년 10월 사우디 국왕 최초로 모스크바를 방문했다. 양국은 30억 달러의 무기 거래와 우주 탐험을 포함한, 원유, 군사 문제에 대한 15건의 협력 협정을 체결했다.    

푸틴 대통령은 사우디에 다목적 S-400 대공미사일을 팔겠다고 제의했다. 국왕의 방문과 동시에, 사우디 상공 회의소는 모스크바에서 사우디와 러시아 재계 지도자들을 위한 회의를 개최했다. 사우디의 왕세자에 오른 모하마드는 2018년 6월 모스크바에서 열린 월드컵 대회 개막식에 푸틴 대통령의 초청으로 참석했다.   

2019년 9월 사우디 원유 시설에 드론 및 미사일 공격이 있은 후인 9월 16일 시리아, 터키 및 이란 측과 만난 후 가진 기자 회견에서 푸틴 대통령은 재차 S-400 미사일을 제안하면서, "우리는 사우디의 국민 보호에 협조할 준비가 되어 있다. 이란이 S-300을 구매하고, 터키가 S-400 방공 시스템을 구매하기로 한 것처럼, 현명한 결정을 내릴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데 미국이 강력히 반대하자, 사우디는 계속해서 머뭇거리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월 사우디를 국빈 방문한 푸틴 대통령은 내각과 러시아 기업 경영진 100여 명을 대동했다. 여기에서 러시아와 사우디는 항공 우주, 문화, 건강, 첨단 기술 등과 같은 분야에서 수십억 달러의 투자 계약을 체결하는 등 21건의 상호 협정의 서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사우디 왕세자와의 회담을 마친 후, 사우디 공적 투자 기금이 러시아에서의 외국인 직접투자 공동사업에 100억 달러를 배정했다고 언급했다.  

미국의 원유 수출을 늘리자 러시아는 시장 점유율을 잃게 되었고, 사우디 아람코가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상황을 무시했다. OPEC와 비 OPEC 산유국들 간의 2019년 감산 합의는 3월 31일로 만료될 예정이고, 공급을 제한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협정이 필요하다. 1월 1일부터 3월 초 사이 북반구 사상 가장 따뜻한 날씨와 중국에서 발생한 코로나19의 예상치 못한 확산 이후 유가는 배럴당 46달러로 20% 하락했다.  

OPEC는 소속 산유국들은 일간 100만 배럴을 감산하고, 러시아가 주도하는 비 OPEC는 50만 배럴을 감산하자는 계획을 만들었다. 푸틴 대통령은 원유 감산 조치는 미국을 1위 원유 수출국으로 만들어줄 정도로 미국 셰일 원유 기업들의 시장 점유율을 더 늘려주는 셈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어떤 감산 계획도 거부했다.  

이러한 거부에 화가 난 모하마드 왕세자는 사우디 아람코에게 4월 1일 이후 원유를 대폭 할인해 팔라고 명령했다. 사우디 아람코는 생산량을 현재의 일간 980만 배럴에서 전례 없는 1,230만 배럴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도 일간 30만 배럴을 더 생산할 것이라 대응했다. 3월 9일 기준, 브렌트 유와 미국 WTI는 각각 약 25% 하락한 배럴당 34.36달러 및 31.13달러를 기록했다. 세계 시장은 폭락했다. 미국 연방 준비제도 이사회(FRB)는 3월 12일 이후 금융 시스템에 수십억 달러를 투입했고, 다우존스 산업평균 지수가 올해 들어 30% 이상 하락하면서 시장은 불안해하고 있다.


러시아와 사우디의 대결에서, 애널리스트들은 누가 먼저 눈을 깜빡일 것인지 숙고하고 있다. 재정 균형 유가가 배럴당 42.50달러이며 방위 산업이 강한 러시아 경제가 미국에 이어 2위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보다 더 다각화되어 있다. IMF에 따르면, 사우디의 재정 균형 유가는 배럴당 85달러라고 한다. 하지만 사우디의 외화 보유고와 금 보유고는 2019년 9월 기준 4,968억 달러 규모로 러시아의 4,196억 달러보다 많다.  

러시아는 화석 연료와 에너지 수출이 전체 수출의 64%를 차지한다. 사우디는 원유 및 천연가스 부문이 총 정부 지출의 46%를 담당하고 있으며, GDP에 약 30%를 기여하고 있다. 사우디의 원유 부문은 국가 수입의 약 85%, 수출 수입의 90%, GDP의 42%를 차지한다.  

2014년 미국과 EU의 제재에 이어, 2017년 이후 원유 강세장이 끝나자, 러시아는 경기 침체를 겪었다. 이후 경기는 안정됐지만, 최근 사우디와의 마찰로 루블의 가치가 10%나 떨어졌다.  

이에 앞서 2015년 사우디가 값싼 원유로 압박하자, 미국 셰일 원유 산업은 생산 원가를 배럴당 65달러에서 46달러로 낮췄다. 유가 배럴당 30달러 이하로 폭락한 현재 상황에서 다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미국 내 중소 셰일 원유 기업들은 미개발 원유 매장량을 담보로 은행에서 받은 대출금을 갚지 못해 파산신청을 하는 경우가 속출할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면 러시아는 웃음을 감추지 못할 것이다. 의심할 여지가 없다.


자료 출처: Oilprice.com, "Do Saudi Arabia And Russia Really Want To Kill U.S. Sh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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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 내리면 좋은걸까?
석유 전쟁 시대

기름값이 내려가면 가계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차량 주유비가 줄고 기름보일러를 쓰는 사람이라면 난방비도 아낄 수 있습니다. 단순히 생각하면 지출이 줄어드는 셈입니다. 그러나 경제라는 건 수많은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거래로 파생되는 다양한 외부 효과들이 서로에게 영향
을 미치는 일종의 생물과 같습니다. 

 

안정적인 고정 수입이 매월 나오는 데다 차량 이용이 아주 많은 분이 라면 기름값 인하가 아주 유리합니다. 하지만 그 외의 사람들은 국제 유가 하락으로 인한 ‘나비 효과’에 노출돼 있습니다. 

 

주식 투자를 하시는 분이라면 최근 불거진 주가 폭락 사태에 ‘원유 전쟁’이 한몫을 했다는 걸 아실 겁니다. 정유업과 건설업 종사자에게도 유가 하락은 결코 반가운 뉴스가 아닙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원유 수요가 급감한 상태에서 유가만 내려가고 있는데다 수익성이 악화된 중동 지역의 건설 발주가 취소될 우려가 높아진 상황입니다.

 

왜 기름 값이 떨어지는가
특히 이번 사태가 세계 경제의 심각한 문제로 거론되는 건 ‘원유 전쟁’의 성격 때문입니다. 올해 들어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되면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60달러에서 점점 하향 곡선을 그려왔습니다. 코로나 확산세로 공장이 가동을 멈추면서 기름 수요가 감소했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산유국들은 이달 초 회의를 열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OPEC(석유수출국기구) 회원국 14곳과 러시아 등 비회원 산유국 10곳이 모여 ‘OPEC+ 회의’라는 걸 열었는데, 여기서 사달이 났습니다. 당초 회의 안건은 ‘유가를 배럴당 50~60달러 선에 맞추기 위해 생산량을 줄이자’는 거였습니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세계 3위 산유국 러시아인 러시아가 원유 감산을 하지 않겠다며 폭탄선언을 했습니다. 이에 OPEC의 맹주 사우디가 “원유를 증산(增産)하겠다”며 맞불을 놨고, 아랍에미리트(UAE)마저 증산 방침을 밝히며 원유 전쟁에 참전했습니다. 국제 유가는 이제 배럴당 20달러를 넘어 10달러대를 눈앞에 둔 상황입니다.

산유국 vs 미국 셰일업체
이들 국가는 코로나 시국에서 왜 극단적 선택을 한 걸까요? 러시아의 속셈은 단순합니다. 이번 기회에 눈엣가시였던 미국 셰일 오일 업체를 모두 도산시키겠다는 겁니다. 러시아는 원유를 감산하면 결국 미국 셰일 업체들만 좋다며 반대 목소리를 냈습니다. 

 

셰일 오일은 석유가 생성되는 암석층을 시추하는 게 까다로워 생산 가격이 기존 원유보다 높습니다. 원유 생산을 늘려 유가를 낮은 수준으로 계속 유지하면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는 미국 셰일 업체들이 도산할 거라는 게 러시아의 셈법입니다.

 

노드스트림2 Nord Stream 2(https://www.unav.edu/web/global-affairs/detalle/-/blogs/the-nord-stream-2-divides-the-eu)


특히 미국은 러시아와 유럽을 잇는 가스관(노르드스트림2) 건설 계획을 반대해 왔습니다. 가스를 유럽에 수출한다는 계획을 세우던 러시아가 이번 기회를 통해 미국을 향해 경고장을 보낸 것이란 해석도 나옵니다. 러시아가 이렇게 나온 이상 사우디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습니다. 세계 석유 시장의 최대 주주로서 증산과 감산을 통해 유가를 조절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치킨 게임’에 뛰어들었습니다. 

 

결과는 세계유가의 60% 넘는 급락이었습니다.
유가 하락의 경제적 효과는 국제 유가 하락으로 인한 우리나라의 손익계산서는 어떨까요. 한국은행이 2016년 발표한 ‘유가 변동의 경제적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 유가 10% 하락은 연간 국내총생산(GDP)을 0.1% 포인트 올리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낮아진 기름값만큼 사람들의 실질 구매력이 올라가면서 소비 증가와 기업 수익성 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코로나 사태로 석유 수요 자체가 크게 줄어든 상태입니다. 유가 하락을 단순히 호재로만 받아들일 상황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산유국 경제가 치킨 게임을 벌이면서 체력이 약해지면 건설·플랜트 발주가 취소되고, 이 여파가 국내 건설·조선업에 미칠 수 있습니다. 국내 정유사의 석유제품 수출이 위축되면서 경상수지 개선 효과가 반감될 수도 있죠. 코로나로 소비 자체가 묶인 상황에서 유가 하락에 따른 구매력 상승 효과보다 기업 매출 감소 등 부정적 여파가 더 클 수 있다는 겁니다.


유가 하락→기업 도산
무엇보다 원유 가격이 급격하게 출렁이는 것 자체가 글로벌 경제를 위태롭게 하는 요인입니다. 유가는 너무 빠르게 오르면 큰일이지만, 갑자기 급락해도 금융시장 자체를 불안하게 만듭니다. ‘세계 경제에 뭔가 큰일이 났구나’라는 두려움을 투자자들에게 주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러시아의 계획대로 미국 셰일 오일 업체들이 줄지어 도산한다면 미국 에너지 산업 자체가 흔들리게 됩니다. 1조5000억 달러(약 1867조원) 규모인 미국 정크본드(고위험·고수익 채권) 시장에서 에너지 부문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에너지 기업이 흔들리면 정크본드 시장에서 돈이 빠르게 빠져나가게 되고, 이러한 상황은 기업들의 자금 조달(기업어음·회사채) 시장 전체에 ‘돈맥(脈)경화’ 현상을 불러옵니다.


회사채는 위험하다는 생각이 퍼지면 멀쩡한 회사도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이 경우 가뜩이나 코로나 사태로 경영 악화에 시달리는 회사 가운데서 현금 자산이 부족한 회사부터 줄줄이 무너지는 도미노 현상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우리가 유가 하락으로 기름 싸게 넣는 사이 미국발(發) 경제 위기가 터질 수 있는 거죠.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채권을 매입하겠다고 발표한 건 바로 이 같은 상황을 방지하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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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 : WTI, 브렌트유, 두바이유, 셰일가스, 심해유전, 오일샌드 

유가를 언급하면 3가지가 나옵니다. WTI, 브렌트유, 두바이유 

 

WTI(West Texas Intermediate)
WTI는 미국에서 나오고 미국 내수용입니다. 텍사스의 서부와 뉴멕시코주 동남부에서 생산됩니다.

 


브렌트유(Brent oil) 
이건 영국과 노르웨이 사이 바다에서 나옵니다. 지도를 보시면 북해에 위치해 있습니다. 그래서 북해산 브렌트유라고 합니다. 

 

출처 : 위키백과 


두바이유
중동에 위치한 사우디아라비아,이란,쿠웨이트등의 나라들에서 아시아에 팔때 두바이유를 기준으로 유가를 산정합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국제유가 기준 WTI
수출도 되지 않는 WTI가 왜 기준이 될까요? 미국뉴욕상업거래소(NYMEX)에 상장된 중심유종이기 때문에 가격의 투명성이 보장되고 선물거래등 거래량이 많습니다. 그래서 국제유가의 기준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원유의 질은 어디가 좋을까요?
비중이 낮고 유황함유량이 적을수록 고품질입니다. API가 높을수록 비중이 낮다는 뜻인데요.

API기준으로 경질유(輕,가벼울경,質油)는 API도 33도 이상, 중(中,가운데중)질유는 API 30~33도, 중(重,무거울중)질유는 API 30도 이하 입니다. 


API도와 유황함유량(%)
WTI는 40.8도, 0.24%
브렌트유는 38.16도, 0.36%
두바이유는 31.05도. 2.04%

WTI가 제일 고급입니다.
API가 높을수록 휘발유, 나프타 같은 경질제품이 많이 나오고 탈황처리작업 별도로 하지 않아도 되기에 정제비용이 적게 듭니다.

셰일오일은 뭔가요?

 


왜 셰일오일 설명하는데 셰일가스 그림을 보여주냐구요? 셰일(퇴적암)층에서 추출할때 셰일가스도 나오고 셰일오일도 있거든요. 일반 원유는 빨대 같은걸 꽂아서 뽑아내면 되지만 셰일층은 가로로 넓게 퍼져있어서 셰일을 깨고난 후(수압파쇄) 가로 파이프(수평시추)로 뽑아야 합니다.

그래서 이게 힘들다보니 수지가 안맞았던건데 배럴당 70달러였던 생산단가가 기술이 발달하면서 현재 기준으로는 생산단가가 배럴당 30달러 이하로 떨어졌고 손익분기점은 배럴당 40~50달러라고 합니다.

한번 채굴을 시작한 장소에선 3년 후 생산량이 절반으로 줄어든다고 하네요. 그래서 계속적인 투자로 다른 곳을 채굴해야 합니다. 하지만 확인된 매장량은 전세계가 60년동안 사용할 양인 187조 5,000억m3라고 합니다.

최대 생산지는 이글포드Eagle Ford(휴스턴, 텍사스주 남동부), 퍼미언 분지Permian Basin(텍사스주 서부) 입니다.

OPEC과 미국의 경쟁

한때 OPEC에서 많은 물량을 가진 반갑지 않은 경쟁자를 없애기 위해서 생산량을 늘려 공급과잉현상을 만들어 국제유가를 낮추고 셰일가스(셰일오일)를 생산하는 업체를 파산하게 하려고 하는바람에 국제유가가 바닥을 치기도 했는데요.

셰일가스(셰일오일) 생산단가를 낮추려는 꾸준한 노력을 통해 생산단가가 낮춰졌고 OPEC의 이런 시도는 실패하였습니다. 

 

OPEC가입국 


각국의 원유 생산 단가는?


가장 낮은 순서대로하면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이라크, 러시아 입니다. 캐나다의 샌드오일은 약 27달러정도 브라질의 심해유전은 35달러네요.

이런 생산단가로 인해서 원유가격이 오르면 WTI기준으로 50달러 이상이면 미국 셰일오일 증산, 60달러는 중동 산유국들의 재정균형유가이고 각종 건설 수주가 발생합니다. 해양플랜트 투자 의뢰 수요도 늘어납니다. 80달러 정도 되면 브라질 심해유전도 작동시키죠. 원유를 원료로 하는 업체들의 영업이익은 감소하겠죠.

 

원유가격이 내리면 정부보조금등의 영향도 있기에 절대적이진 않지만 하이브리드, 전기자동차 등의 수요에 영향을 미칩니다. 친환경에너지사업이 주춤합니다. 석유화학등 원유를 원료로 하는 업체들의 영업이익이 증가합니다. 

 

-출처: 이코노믹리뷰피우스ABL생명지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