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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국가적 맥락과 산업-제도의 경로의존성 - 미국과 빅테크 플랫폼 기업

by 성공의문 2021. 10. 18.

1. 발제에서는 GE가 제조업에 집중하면서 몰락한 반면 구글, 페이스북 등은 온라인 플랫폼이 되면서 미국 경제를 선도하고 있다고 표현함. 사실관계를 정확히 보자면 2009년 이전 시가총액 1위 였던 GE 큰 패착 가운데 하나는 제조업 기업에서 자산투자 기업으로 전환하는 데 있었음. 2009년 이전 GE는 이미 전체 자산의 45%가 금융으로 구성되었으며 2009년 이후 GE 몰락의 핵심적 원인은 금융부분의 부실, 특히 파생금융상품 투자에 있었음. GE는 주주가치 극대화와 금융화를 통해 미래를 선도하고자 했으니 이는 금융부분 수익성 악화로 실패함. GE는 여전히 독일의 지멘스와 함께 시스테 통합 제조서비스 기업으로서 세계최고의 기술력을 지녔고 세계적인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음. 제조업에 집중했기 때문에 GE가 망했다는 주장은 아무런 설득력이 없음.

2. 발제에서는 플랫폼 산업이 높은 수익성을 실현할 미래형 선도산업임을 제시함. 그러나 이는 국가적 맥락과 산업-제도의 경로의존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독단임. 독일이 제조4.0을 미래의 전략으로 제시하는 데는, 독일 스스로 ICT, 디지털 플랫폼 산업 등 첨단분야에서 미국을 이길 수 없다는 판단이 고려되어 있었음. 그래서 독일은 자신이 갖는 장점 즉 기계산업에 토대를 둔 경제의 디지털화를 추진한 것. 그게 제조 4.0임. 제조4.0의 디지털화된 경제구조를 가져와 슈밥이 다보스 포럼에서 발표한 것이 제4차 산업혁명이었음. 독일이나 일본이 플랫폼 산업으로 이행하지 않은 것은 산업의 경로의존성이 작용하기 때문임. 모든 국가가 미국처럼 구글, 페이스북, 애플, 마이크로소프트사를 보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그렇지 못한 것을 두고 실패라 하기 어려움.

2. 발제자의 심각한 문제점은 한국 제조업의 침체를 ‘제조업의 몰락’으로 표현하며 이에 대한 대안으로 플랫폼산업에서 찾고 있다는 점임. 첫째 한국 제조업은 몰락한 것이 아니라 전통산업인 중화학공업의 장기적 구조조정에 진입한 것임. 미국-유럽이 80~90년대를 경유하며 겪었고, 일본이 1990~2000년대 겪은 구조조정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며, 이는 한국 제조업이 반드시 겪어야 할 과정의 일부임. 특히 현재의 침체는 세계경제의 장기침체에 직면해서 나타나는 동반-현상으로 인도-중국 등 신흥시장을 제외한 모든 국가가 경험하고 있는 현재임.
그런데 세계의 어떤 경제학자도, 경제사가도 일본 경제의 장기적 정체를 '구글'과 같은 플랫폼 기업, 창의적 아이디어가 만발하는 플랫폼 기업의 부재에서 찾는 이는 없음. 일본 제조업의 성장이 정체되었다고 그것을 플랫폼 기업의 부재에서 찾는다면, 도대체 어떤 학자가 동의할 것인지 궁금함. 한국의 사례도 마찬가지임. 이는 미국과 다른 국가들의 구조적-제도적 차이에서 비롯된 것임.

3. 미국은 세계 최고의 공대들(칼텍, 스태포드, MIT 등등)을 보유하고 있고, 메트로폴리탄적인 문화로 세계 전역의 천재들을 끌여들이고 있으며, 기업들은 인종, 국적에 상관없이 이들 천재들이 일자리를 갖고 자유롭게 작업할 수 있는 '문화적 토대'를 갖춘, 다인종-다문화 사회임. 20세기의 거의 모든 혁신적 제품은 미국에서 나왔다는 사실은 주목되어야 함. 이건 헤게모니 국가로서 미국의 제국주의적 유산을 제외하고 설명하기 어려움. 이런 제도적 우월성은 한국이 가질 수는 없음. 앞에서 썻듯이 독일도, 일본도 가지기 어렵움. 그런 미국에서의 최고의 기업들을 기준으로 한국의 제조업을 평가하는 것은, 메시와 국내 프로리그 선수들을 비교하며 메시가 될 수 없는 것을 한탄하는 것이나 다름 없음.
삼성이나 현대자동차가 구글이 되지 못하는 것은, 실패가 아니라 '약간' 아쉬운 것임. 구글 같이 된다면 좋지만 구글같이 안되었다고 실패라고 한다면 그건 분석이라기 보다는 거짓 선동에 가까움. 더군다나 현재의 기준으로도 삼성이나 현대차는 세계최고 수준임. 현대는 전기자동차, 수소자동차 기술력에서 세계 3위 안에 드는 기업임. 삼성은 덧붙일 필요도 없음.

4. 구글이 세계 최고의 기업이라는 것은 모두가 인정함. 미국에 이런 기업들이 많다. 그러나 이들 기업들은 지식노동자-연구노동자들에게는 천국이지만 고등학교, 단과대학을 나온 평범한 시민들이 취직하기는 쉽지 않음. 반면 제조업은 노동규율이 잡혀 있고, 적당한 교육을 받은 중위 수준의 노동자들이 취직할 수 있는 곳임. 플랫폼 기업이나 첨단 제조업, 제약, 항공우주 같은 기업들에는 고임금 노동자들이 취직해 있지만 미국인 다수는 저임금 서비스업에 종사한다. 이것이 10:90의 사회 미국의 실체임.
오바마 이후 미국이 제조업 르네상스를 추구한 것은 한편으로 중국으로부터 독립된 제조생태계를 꾸리고자 하는 전략적 필요성과 다른 한편에서는 경제의 양극화를 극복하고 중위소득 노동자들의 숙련 강화의 필요성 때문임. 미국의 제조업 르네상스 전략은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서 발현되었으며 관련된 보고서들이 넘쳐 남. 발제자는 양극화가 문제라고 하면서 10:90의 사회를 부추기는 플랫폼 기업이 대안이라고 제시하는 것은 미국 경제의 현실에 대해, 그리고 현재 미국이 취하고 있는 정책 방향에 대해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임.

5. 플랫폼 기업이 공유-호혜-이익의 나눔을 실천하기 때문에 디지털환 된 세계의 주체가 될 것인가? 진정으로 웃기는 주장임. 구글이 플랫폼 기업으로서 참여자들과 수익을 나누며 승승장구 할 수 있는 것은 세계적 독점을 통해 높은 수익성을 실현할 수 있기 때문임. 이는 플랫폼 생태계가 승자독식이 작용하기 때문임. 콘텐츠를 지닌 기업들이 수익을 올리려면 독점적 지위를 갖는 플랫폼에 연계할 때임. 그렇기 때문에 구글, 페이스북, 애플, 마이르크로소프드 외에는 특별한 경쟁자가 존재하지 한는 것임. 플랫폼 기업의 높은 수익률의 원천은 참여자들의 수익의 공유가 아니라 '독점적 지대'임. 이것은 거의 모든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공통된 의견이다. 크루구먼도 스티들리츠도, 피케티도 하는 이야기임.

6. 가장 우스꽝스러운 주장은 '기본소득'을 나눠주면 청년들이 자유롭게 상상하고 도전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창의성을 실현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한국도 미국 처럼 창의적인 조직문화, 기업이 등장할 수 있다고 주장한 대목임. 이는 창의성이 무엇인지 전혀 모르는 헛소리임. 창의성은 현재 쟁점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그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는 것에서 나옴. 공학적인 쟁점을 알아야 그 분야에 맞는 해법이 나온다는 의미. AI와 Big data를 제대로 다루고 과정을 설계할 수 있으려면 고등 수학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필수적임. 이미 만들어진(짜여진 알고리듬, 혹은 만들어진 모듈)에 토대를 둔 데이터 분석은 중위수준의 지식노동자들도 할 수 있음. 그러나 최초 플래폼의 구성, 복잡한 알고리듬을 짜는 것, 모듈을 개발하는 과정은 최고 수준의 연구자들이 있어야 함. 기본소득 준다고 그런 고등수학을 알게 되는 것은 아님. 바보들이나 그렇게 주장할 수 있음.

출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