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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_문화

교양 Bildung - 사람 사이 소통, 다양한 세상을 볼 수 있는 창

by 성공의문 2021. 11. 24.

교양 교육을 책임 지고 있는 학부대학을 맡은 뒤, 개인적으로도 이 교양(Bildung)의 뜻을 되새긴다. 교양을 뜻하는 독일어 명사 Bildung은 교양이라는 단어의 원뜻을 잘 담고 있는 단어다. 교육을 Ausbildung이라고 하니, 이 교양이 교육과도 연관이 깊을 수밖에 없다. 독일 인문학 교수인 디트리히 슈바니츠는 <사람이 알아야 할 모든 것 : 교양>이라는 책을 썼다. 과학자들은 이 책에서 과학이 빠졌다며 비판을 받긴 했지만, 교양이란 무엇인지 자세하게 풀어서 설명해놓은 책이다.

오늘날 교양이라는 단어는 전문적인 지식에 대응된다고도 말할 수 있겠다. 교양이란 단순히 전문적인 지식을 일반인들이 쉽게 수준을 낮춰놓은 그 어떤 것을 뜻하는 게 아니다. 교양이란 전문적인 지식도 걸러서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과 거짓과 참을 구분해 낼 수 있는 비판적인 사고로 대표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누구와 만나든 그 사람과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도록 상대의 마음에 심지를 붙일 수 있는 것, 그게 교양이 아닐까 싶다.

내가 있는 학부대학에서 매년 열리는 교양 페스티벌이 오늘 끝났다. 미술사를 전공하신 유명한 미술사학자 한분을 모시고 교양 강연도 있었다. 그리고 이분과 함께 점심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처음 만남이니, 어색할 수도 있었지만, 나는 세잔의 이야기를 꺼냈고, 처음에 이해가 되지 않던 세잔 그림을 이해하려고 세잔 책을 사보면서 그의 그림을 서서히 이해해 갔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분은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밟을 때 프랑스 남부에 있는 상 빅토와르 산을 보려고 프로방스로 여행을 떠났다고 말씀하셨다. 세잔이 20년 동안 그리고 또 그렸던 빅토와르. 단지 바위산일 뿐이었지만, 세잔은 그리고 또 그렸다. 그렇게 재미있는 대화를 이분과 시작했다.

이야기는 다시 19세기말로 가서 점묘파 화가 폴 세레의 그림으로 흘러갔다. 내가 세레가 화학자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하자 그분은 그 화학자의 이름 쉐브렐을 언급하셨다. 그리고 나는 알고보면 로버트 밀리컨도 이 쉐브렐의 영향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했다. 대화에 스파크가 이는 순간이었다. 그분은 괴테가 쓴 색깔론을 언급하셨고, 나는 그 색깔론의 근거가 되었던 뉴턴의 광학 이야기를 했고, 급기야 뉴턴의 성격 이야기까지 나왔다.

그리고 대화는 교육으로 이어졌다. 미술 그림 감상과 글쓰기. 여기서 나는 아디이어가 하나 떠올랐다. 서평을 쓰는 것도 글쓰기에 훌륭한 도움을 주지만 그림을 보고 평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나는 프리츠 피펜하임이 쓴 <현대인의 소외>에서 저자가 한 괴물이 인간을 먹고 있는 그림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고 말하자, 이분은 그 그림이 고야의 그림이라고 말씀해주셨다. 그리고 학부대학 교양 강의 중 하나인 <의사소통 글쓰기>에 서평 뿐만 아니라 미술관에 가서 그림을 보고 온 뒤 그 그림에 대한 평을 써보는 것도 좋겠다고 제안했다.

교양이란 사람 사이를 즐겁게 가깝게 해준다. 내 주변의 학문 뿐만 아니라 좀 멀리 떨어진 학문과도 소통할 수 있으려면 우선 교양이 있어야 한다. 교양은 참 다양한 세상을 볼 수 있는 창이기도 하다.

- 출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