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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쟁과 해자, 그리고 투자

by 성공의문 2021. 11. 6.


사무실 근처 빵집이 두 군데 있는데, 샐러드를 살 때 매번 굳이 좀 더 멀고 오르막이 있는 곳으로 간다.

만드는 과정이 오픈되어 있고, 상하기 쉬운 양상추의 상태가 좋다. 진열되어 있는 샐러드를 하나하나 뒤집어서 양상추의 상태를 면밀히 확인할 때마다 점원들은 나를 의식하는 듯한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그려러니 하는 것 같다. -.- 반면 가까운 빵집의 샐러드는 양상추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게 된다.

멀지만 관리가 잘 되는 빵집은 빵의 회전율도 높아보였다. 청소상태도 깔끔해보였고. 최근 근처에 신축 아파트 대단지가 들어섰는데..맘같아서는 인수라도 하고 싶었다. 규제때문에 동일 브랜드 빵집이 근처에 들어서기가 어렵고, 다른 빵집들이 입점하겠으나 가격경쟁력이 높아 보였으니.

물을 많이 담으려거든 비가 내릴 때 '큰 대야'를 갖고 나가야 한다.

경쟁력, 해자(moat)는 대야의 '크기'에 비견된다. 업황은 비가 언제 얼마나 많이 내릴 것이냐에.. 투자자들은 대부분 후자에 관심이 많다.

몇년 전 상장 엔터사 대표를 만난 일이 있다. 나는 당시 음반 판매량, 신규 아이돌 계획, 산업 현황 등에 대해 열심히 스터디했고, 관련해서 대화를 나눠볼 생각이었는데..

그 대표님은 만나자마자 대뜸 지난 십년 동안 회사에 대한 '팬덤'을 구축하는 게 너무 어려웠단다. 자기가 그동안 소속사 팬덤을 갖추기 위해 어떤 전략으로 해왔는지 설명하느라 바빴다. 이제는 신규 아이돌 그룹이 데뷔하면 안정적으로 중박 이상의 결과는 나올 것 같다고. 나는 비가 언제 얼마나 올 지에 대해 집중했으나, 그 대표님은 그간 만들어 온 대야의 '크기'에 대해 집중했던 것.

브레이브걸스의 '역주행' 같은 케이스는 소속사 팬덤이 없다는 반증.

오징어 게임.. 글로벌 OTT 위에서 K컨텐츠에 대한 '팬덤'을 두텁게 해준 게 아닐까 싶다. 향후 출시되는 K작품들이 '중박' 이상의 결과를 기대해볼 수 있는 기반을 닦아준 듯.

아이돌 산업과 다른 부분은 초기 투자비용 부담 + IP소유 부분. 초기 투자는 소속사가 부담하고 향후 IP를 소속사가 가져가는 반면.. 드라마 제작쪽은 OTT들이 비용을 부담(리쿱)하고, IP도 OTT가 내재화한다. 물론 비용부담율이 올라가면서 이 정도만 해도 상전벽해.

대부분의 예측이 틀리는 지점은.. 비가 오는 시기와 양보다, 대야의 '크기'에 대한 판단인 경우가 많다.

때문에 멍거는 이런 '질적'판단이 앞으로 투자자들이 우위를 가질 수 있는 영역이라 언급했고.. 사려깊은 투자자들은 이 부분을 명확히 해줄 수 있는 근거들에 시간을 들여 집중한다.

여기에 비가 오는 시기와 양에 대한 고민까지 얹어지면..

그걸 '분석'이라 말할 수 있다.

출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