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중 밤이 가장 길다는 동지(冬至)다. 이날을 기점으로 해가 다시 길어지므로 ‘작은설’이라고 하여 나이 수대로 새알심을 넣고 끊인 동지 팥죽을 먹어야 한 살 더 먹는다는 풍습이 전해져 온다.
그런데 동지 때 붉은 팥죽을 끓여 먹은 데는 다른 이유가 있었다. 해가 가장 짧은 날이라 태양과 같은 붉은색의 팥죽이 음(陰)의 기운을 물리치고 양(陽)의 기운을 북돋워준다는 게 그 이유였다.
▲ 겨울철일수록 햇볕을 직접 쬐는 것이 필요하다.
실제로 동지가 낀 날을 전후한 요즘 같은 겨울철에는 일조 시간과 햇빛의 양이 줄어들어 계절성 우울증(SAD ; Seasonal Affective Disorder)에 걸리기 쉬우므로 특히 주의해야 한다.
일조량이 적어지면 ‘어둠의 호르몬’이라 불리는 멜라토닌이 더 많이 분출돼 활력이 떨어지고 기분이 가라앉는 등 신체 균형이 깨져 우울감이 증가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무기력감을 느끼면서 과식해 복부비만이 생기고, 외부 활동을 스스로 차단해 비타민D의 결핍을 초래할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비타민D는 대부분 햇빛을 통해 체내에서 합성되는데, 뼈를 튼튼하게 할 뿐 아니라 우울증 치료에도 도움을 준다. 따라서 일조 시간이 적은 겨울철에 계절성 우울증을 앓을 경우 외출을 안 하게 되어 비타민D 결핍을 부르게 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지난 14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심사결정 자료를 이용해 비타민D 결핍증에 대해 분석·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최근 5년간(2007~2011년) 진료 인원은 약 8배, 총 진료비는 약 6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 1천800명에 불과했던 진료 인원이 2011년에는 약 1만6천명으로 불어난 것.
여성과 노령층에서 더욱 심해
비타민D 결핍증 진료 인원을 성별로 분석할 결과에서는 남성보다 여성의 증가율이 훨씬 높게 나타나 주목을 끌었다. 남성의 경우 2007년 613명에서 2011년 4천140명으로 약 5.7배 증가했으나, 여성 진료 인원은 2007년 1천202명에서 2011년 1만2천490명으로 약 9.4배 증가한 것.
연령 구조가 소아에서 고령층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도 이번 조사결과에서 나타난 특징이다. 비타민D 결핍증의 주 발생연령은 0~9세와 50대 이상인데, 0~9세의 소아·아동 점유율은 2007년 34.5%에서 2011년 17.6%로 감소했다. 이에 비해 50대 이상의 장년·고령층의 점유율은 2007년 31.4%에서 2011년 49.1%로 증가한 것.
이는 소아·아동의 진료인원 증가분보다 50대 이상의 진료인원 증가분이 훨씬 많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2007년과 2011년 진료인원을 비교해보면 0~9세는 약 4.7배 증가한 것에 비해 50대는 11.5배, 60대 이상은 17.3배 증가했다.
비타민D는 칼슘과 인의 대사를 좌우하는 호르몬으로서, 부족해질 경우 골격이 약해지고 결국 몸에 부하되는 압력을 견디지 못해 뼈가 휘게 된다. 즉, 뼈의 양은 정상이지만 뼈의 밀도가 감소된 상태가 되어 뼈가 연해지고 부러지기 쉬운 상태가 된다.
비타민D 결핍증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나라 사람의 절반 가량은 비타민D 부족으로 인한 합병증으로부터 안전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0년 삼성서울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마친 사람들의 혈액을 조사한 결과 남자 53%, 여자 62%가 비타민D 부족 상태로 나온 바 있다.
일조량이 적은 북유럽이 아닌데도 우리나라 사람들의 비타민D 부족이 이처럼 심각한 이유는 학업 및 직장생활 등으로 인해 모든 연령에서 햇빛이 있는 낮 시간의 야외활동이 크게 줄고 있기 때문이다.
또 자외선이 기미·주근깨·잡티 등 피부 노화의 주범으로 강조되면서 햇빛 노출을 지나치게 꺼리고, 특히 여성들의 경우 자외선 차단 크림 등의 남용으로 인해 피부에 닿는 햇빛을 차단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도 원인 중의 하나이다.
심장병, 고혈압, 암, 충치 등에도 영향 미쳐
비타민D는 뼈 건강을 유지하는 일 뿐 아니라 심장병, 당뇨병, 퇴행성 관절염 등 다양한 질병에 관여하고 있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또 고혈압 환자에게는 혈압을 낮추는 효과가 있으며, 특히 햇빛을 받을 때 체내에서 합성되는 비타민D3는 대장암, 유방암, 전립선암 등 일반적인 암 발생 위험을 60%까지 낮춰준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최근 워싱턴 대학 연구팀이 총 3천명 가량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는 혈중 비타민D 농도를 높여줄 경우 충치 발생율을 50% 가량 낮추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모유 수유를 하는 여성의 경우 비타민D가 부족하면 젖을 먹는 아기도 비타민D가 부족하게 되므로 유의해야 한다.
그렇다면 비타민D 결핍을 예방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비타민D가 풍부한 식품으로는 연어, 정어리 같은 등푸른 생선과 우유, 달걀노른자, 버섯 등이 있다. 꼭 필요할 경우 비타민D가 포함된 종합비타민제를 복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음식물을 통해 섭취하는 비타민D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적절한 야외활동을 통해 일광욕을 하는 것이 비타민D 생성에 가장 좋다. 그런데 여기서 적절한 야외활동을 통한 일광욕이라고 단서를 붙인 것에 주목해야 한다.
자외선은 파장별로 종류가 나뉘어지는데, 그중에서 인체에 유용한 비타민D를 만들어내는 것은 자외선B이다. 자외선B는 피부에 닿는 전체 자외선에 5%에 불과할 정도로 양이 적을 뿐더러 유리창을 통과할 때 90% 이상 차단된다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그에 비해 표피는 물론 진피 깊숙이 침투해 피부를 검게 만들고 피부에 탄력과 신축성을 주는 콜라겐과 엘라스틴을 변형시켜 피부 노화를 유발하는 자외선A의 경우 유리창이나 커튼으로도 차단되지 않으며, 구름이 낀 흐린 날에도 지상에 도달하는 특성을 지닌다.
따라서 추운 겨울에 일광욕을 할 목적으로 볕이 드는 거실 창 너머에서 햇볕을 쬔다면 비타민D를 만들어주는 자외선B는 고스란히 거르고 피부 노화의 주범인 자외선A만 받아들이는 결과를 낳고 만다.
겨울철 우울증을 예방하고 비타민D를 많이 만들기 위해선 온도가 가장 많이 올라가는 한낮에 가벼운 산책을 하며 기분전환도 하고 햇볕을 쬐는 것이 가장 좋다. 만약 밖에 나가는 것이 정 번거롭다면 집안의 창을 열어둔 채 햇볕을 직접 쬐어야 한다.
맑은 날을 기준으로 일주일에 두세 번, 얼굴 및 팔, 손 등에 햇빛을 5~10분 정도 쬐면 비타민D 합성에 충분하다고 한다. 비타민D의 반감기(농도가 절반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기간)는 20~29일이므로 여의치 않을 경우 주말에 한 번이라도 햇빛을 충분이 쬐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