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지난 8월 19일 캘리포니아 본사에서 AI(인공지능) 기술 이벤트인 ‘테슬라 AI 데이(Tesla AI Day)’를 열고, 인간형 로봇을 개발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내년에 프로토타입을 완성할 것이라고 말했죠.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CEO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가 자동차로 실현하고 있는 것을 생각한다면, 테슬라는 확실히 세계최대 로보틱스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테슬라의 자동차는 바퀴 달린 AI 로봇과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완전한 자율주행 컴퓨터는 자동차에 탑재된 ‘추론(인퍼런싱)엔진’이며 이것은 분명히 계속 진화하고 있다. 다양한 인공신경망(neural net)이 세상을 인식해 길을 찾아 주행하는 방법을 이해해 가고 있다. 이것을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형태로 바꾸는 것은 이치에 맞는 일이라 생각한다.”
테슬라가 만들겠다는 인간형 로봇엔 ‘테슬라봇(Tesla Bot)’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는데요. 테슬라 차량에 쓰는 카메라와 자율주행(현 단계에선 고도의 운전지원시스템)용 컴퓨터를 탑재하고 여기에 쓰인 시뮬레이션이나 AI 트레이닝 툴도 활용한다고 합니다. 키는 5피트 8인치(약 173cm), 무게는 125파운드(약 57kg), 이동속도는 시속 5마일(약 8km)입니다. 사람의 손과 같은 다지형에 2족 보행을 상정하고 있습니다. 팔 부분에 12개, 목 부분에 2개, 몸통에 2개, 손 부분에 12개, 다리 부분에 12개 등 총 40개의 액추에이터(전자 신호를 받아 물리적으로 움직이는 장치)를 탑재한다고 밝혔습니다.
머스크는 테슬라봇을 만들려는 이유에 대해 “지루하거나 위험한 작업을 사람 대신 하게 하기 위해”라면서 자동차 수리나 쇼핑을 예로 들었습니다.
AI데이에 나온 일론 머스크 “테슬라는 세계최대 로보틱스 기업”
이 얘기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테슬라가 개발자들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구상을 제시함으로써, AI나 로봇 분야 인재를 모으겠다는 의도라고 한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인공신경망이 세상을 인식해 길을 찾아 주행하는 방법을 이해해 가고 있는 것을, 인간형 로봇 형태로 바꾸는 것 역시 논리적으로 타당해 보입니다.(그리고 새로운 얘기도 아니죠.)
하지만 머스크 말대로 인간을 대신해 자동차 수리나 쇼핑을 하는 인간형 로봇을 진짜로 만들겠다고 한다면 얘기가 다르죠. 이해가 잘 안갈 수 있습니다. 왜 그런지를 지금부터 설명해 보겠습니다.
인간형 로봇, 걷는 로봇이라고 하면, 어떤게 먼저 떠오르시나요? 작년 현대차그룹에 인수된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최근 유튜브를 검색해보면, 보스턴다이내믹스의 2족 로봇, 4족 로봇이 보여주는 퍼포먼스가 대단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대중의 인기를 끈 인간형 로봇으로는 혼다의 아시모가 유명하지요. 혼다는 35년 전인 1986년에 2족 보행 로봇 개발에 착수했고요. 2000년에 결과물인 아시모를 발표합니다. 처음엔 느리게 걷기만 했지만, 현재는 달리고 점프하는 등의 뛰어난 운동 성능을 갖고 있고 손을 이용해 간단한 작업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혼다는 아시모 추가 개발을 사실상 중지했습니다. 오랫동안 많은 투자를 해봤지만 실용화가 쉽지 않다고 판단했다는 겁니다.
지금껏 아시모가 가장 큰 역할은 ‘홍보’였을 겁니다. 도쿄 아오야마의 혼다 본사에 가면 1층 로비에서 공연하는 아시모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어린이들에겐 엄청 인기였지만, 30년 넘게 ‘기술의 혼다’가 개발을 거듭한 로봇이 아이들 홍보용으로만 쓰인다면 곤란하겠죠. 혼다는 인간형 보행로봇 개발을 중단하고, 복지 분야 등에 사용할 좀더 ‘실용적인 로봇’ 개발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합니다.
그럼 혼다가 인간형 로봇을 개발하는데 뭐가 문제였을까요? 내부 사정을 정확히 아는건 아니지만 이런 추측이 가능합니다. 당초 혼다가 개발에 나선 1986년을 생각해 봅니다. 일본 고도성장기 막바지로 버블 경제가 정점을 찍기 수년 전, 다시 말해 일본이라는 나라도 혼다라는 기업도 절정의 능력을 과시하던 때였습니다. 그 때 혼다 기술자들은 이미 테슬라가 말하는 AI를 활용한 자율주행차나 그 기술을 활용한 인간형 로봇의 가능성을 고려했던 것일지 모릅니다.
아시모의 개발 목적 중 하나는 이거였다고 합니다. “미래에 스스로 움직이는 자동차가 보급됐을 때 운전석에 사람이 없으면 승객이 불안해 하지 않을까? 그럼 승객이 안심할 수 있고, 또 정서적으로도 교감하기 쉬운 형태의 인간형 로봇을 운전석에 앉히면 어떨까.”
물론 이것 말고도 다른 많은 용도를 상정했겠지만, 혼다가 30년도 더 된 과거에 이미 이런 것들까지 고민했었다는 것이죠.
하지만 2021년 현재, 혼다가 처음 아시모 개발에 나섰을 때로 치면 먼 미래가 현재가 된 지금, 혼다는 인간형 로봇 개발을 잠정 중단했죠.
왜 그랬을까요? 두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첫번째는 인간과 비슷한 움직임, 손재주를 구현해 낼 수 있는 2족 로봇을 만드는게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는 것입니다. 혼다의 최고 기술자들이 30년간 달라붙어 도전해 봤지만 잘 안되더라는 거죠. 고리타분한 일본 기술자들이니까 그런거지, 지금은 다른 것 아니냐고요? 현재 인간형 로봇 가운데 완성도가 가장 높은 기술을 가진 곳 중 하나인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어떨까요? 이 회사의 2족 로봇은 인간의 큰 움직임을 근접하게 재현하는 수준입니다. 인간의 섬세한 손재주를 따라할 수 있을까요? 현재로선 어림도 없습니다.
두번째는 첫번째보다 더 중요한 문제인데요. ‘인간형 로봇을 굳이 만들 필요가 없더라’는 겁니다. 현재의 자율주행 전문가들도 자율주행차가 바퀴 달린 AI로봇이나 다름 없다는 것에 대부분 동의할 겁니다. 차량 자체가 로봇인데, 왜 거기에 굳이 운전석에 인간형 로봇을 앉혀야 하는 거죠. 불필요하다는 겁니다. 언제 어디서나 완벽한 자율주행이 가능한 AI가 개발된다면, 그 AI가 바로 자동차에 연결되면 그만이지, 굳이 그 사이에 인간형 로봇이 끼어들 이유가 없다는 거죠. 탑승자와의 정서적 교감이 필요하다면, 인간형 로봇을 태우지 않더라도 다른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겁니다. 그게 훨씬 효율적이고 단순하고 저렴하겠죠. 기술에서는 효율, 단순함, 저비용이 생명입니다.
테슬라의 인간형 로봇은 아직 발표 단계... 기술적 진정성은 의문
이 두가지를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 보겠습니다.
머스크는 테슬라봇이 인간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대신해 줄 수 있다며, 그 예로 자동차 정비와 쇼핑을 예로 들었는데요.
우선 자동차 정비를 생각해보겠습니다. 이는 정비사의 지적능력 이외에도 인간만이 잘 할 수 있는 동작, 특히 고도의 손재주가 요구되는 일입니다.
이 인간의 ‘손재주’를 로봇이 재현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에 대해 설명드려볼게요.
저는 실제로 로봇을 개발·판매해 가장 많은 돈을 버는 회사, 즉 세계 최대 산업용로봇 회사인 일본 화낙(FANUC)의 이나바 요시하루(稻葉善治) CEO겸 회장을 2017년 일본 본사에서 인터뷰한 적이 있습니다. 이나바 당시 회장은 창업자의 아들이자 공학박사 학위를 가진 40년 경력 엔지니어였죠. 화낙은 노란색 유니폼이 상징인데, 그의 점퍼에 붙은 명찰에 ‘DR. Engineer Y.Inaba’가 크게, 그 아래에 작게 ‘Chairman and CEO’라고 쓰여 있던 것이 기억에 선명합니다.
그때 저는 인간형 로봇의 보급 가능성에 대해 여러 질문을 했었습니다. 인간과 비슷한 동작, 혹은 인간의 손·발을 대체하는 로봇이 얼마나 더 있으면 완성될 수 있을지에 대해 말입니다. 저는 “앞으로 5~10년쯤 더 있으면 가능하겠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래더니 그는 껄껄 웃으며 “절대 불가능하다”고 했습니다.
“그럼 20~30년 후면 가능하냐”고 물었더니, 그는 “20~30년 안에 가능한 기술이 아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왜 그렇게 어렵냐”고 했더니 이나바 회장은 “인간은 아주 요령이 있고 아주 많은 재주를 갖고 있다. 로봇이 흉내를 내려 할 때 인간의 움직임·손재주를 재현하는 비용이 현재로선 엄청나게 비싸며, 또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선 아직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할 부분이 아주 많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그것을 개발하는데 어느정도 시간이 걸릴지 예측하는 것조차 현재로선 어렵다. 산업용 로봇 기술자들이라면 그 어려움이 얼마나 큰 것인지 모두들 잘 알고 있다”고 말해 주었습니다.
물론 테슬라가 지금까지 이뤄온 것들을 보면, 테슬라봇에 기대하게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테슬라는 전기차, AI, 자율주행 등에서 ‘안된다 어렵다’는 것들을 이뤄가며 지금의 성공을 이뤄 왔으니까요. 또 머스크는 자신이 창업한 ‘스페이스X’를 통해 우주산업에 대한 원대한 포부도 실현해 나가고 있지요. 그런 머스크이기에 그의 테슬라봇 발언에 귀를 기울이기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세계최고·최대 산업용 로봇 기업의 40년 경력 엔지니어 겸 CEO가 이렇게 얘기하는 것에도 다 이유가 있겠죠. 혼다가 30년 넘게 개발해 온 아시모를 사실상 접은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소니도 그렇죠. 혼다와 마찬가지로 예전부터 로봇 개발에 뛰어들었더랬습니다. 최근 소니 최초의 전기·자율주행 콘셉트카인 ‘비전-S’를 개발한 곳은 소니의 ‘AI로보틱스 사업부’입니다. 개발을 주도한 가와니시는 과거 소니의 강아지형 로봇 ‘아이보’ 개발팀을 이끌었던 사람이고요. 이후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현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에서 게임 사업을 담당했었습니다.
소니는 무려 20여년 전인 1999년 강아지 로봇 ‘아이보’를 시판했었습니다. 아이보(aibo)는 일본어 아이보(相棒) 즉 친구·짝꿍의 의미이기도 하지만, 공식적으로는 AI 로봇(’A’rtificial ‘I’ntelligence Ro’bo’t)의 약칭입니다. 소니 뿐 아니라 애플의 팀 쿡도 “자율주행차는 본질적으로 AI로봇”이라고 말한 적이 있고요. 특정 지역에서 상용으로 운행하는 자율주행차를 ‘로보택시’라 부르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머스크의 말, 즉 인공지능·자율주행, 그리고 로봇이 연결된다는건 오래 전부터 생각해온 것들이죠. 새로울 것은 없습니다. 앞서 말씀드린대로, 자율주행 개발자들은 ‘자율주행이나 소프트웨어 플랫폼 개발은 전통적 의미의 차량 개발과 크게 다르고, 실은 AI로보틱스나 컴퓨터 게임과 닮아 있다’고 말합니다. 머스크의 말 그대로이죠.
문제는 머스크가 내년에 프로토타입을 내겠다고 한 인간형, 게다가 인간의 손재주를 살려야 하는 ‘다지형 로봇’의 구현이 정말정말 쉽지 않다는 겁니다. 안된다고는 말할 수 없지요. 언젠가는 될 겁니다. 하지만 2021년에 존재하는 로봇들은 인간의 손재주를 흉내조차 못내거든요. 그렇다면 머스크의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요?
인간형 로봇의 선구자인 혼다는 사실상 개발 중단... 기술 완성 어렵고 효용성도 낮아
잠시 옆길로 샜는데, 그럼 다시 두번째 즉 ‘인간형 로봇을 굳이 만들 필요가 없더라’라는 얘기를 좀더 자세히 설명해 보겠습니다.
머스크 말대로 자동차를 정비하는 인간형 로봇이 대랑 보급되는게 더 빠를까요? 아니면 자동차가 전기차, 바퀴달린 컴퓨터로 바뀌어 구조가 단순·모듈화돼 정비 자체가 자동화(인간형 로봇이 정비를 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되는 것이 더 빠를까요? 저는 후자일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이를 자동차 의장라인으로 치환해 생각해볼까요? 이미 자동차 조립 공정 가운데 철판을 찍고 용접하고 색칠하는 것까지는 대부분 자동화돼 있습니다. 사람 손이 거의 필요하지 않죠. 하지만 의장라인 즉 차량에 케이블·호스 등을 잇고 시트를 붙이고 각종 장치를 제자리에 넣어주는 일은 자동화가 잘 안됩니다. 머스크가 이 부분까지 로봇으로 하려다가 ‘생산 지옥’에 빠져 회사가 망할뻔 하기도 했었죠.
여기서 두가지 점을 생각해볼게요. 이미 자동화돼 있는 공정, 즉 프레스·용접·페인팅은 자동화가 어떻게 이뤄져 있을까요? 인간형 로봇이 필요치 않습니다. 거대한 프레스, 외팔의 여러 관절로 있는 용접 로봇과 페인팅 로봇만 있으면 됩니다. 인간의 손이 약간 필요하긴 한데, 그 부분은 로봇으로 바꾸기보다 인간을 쓰는게 훨씬 저렴하고 효율적입니다.
그럼 오늘날 자동차공장의 작업자 대부분이 투입되는 의장라인을 자동화하는건 어떨까요? 인간형 로봇이 사람 대신 컨베이어벨트 옆에 늘어서 케이블·호스를 제자리에 끼우고 볼트를 조이고 부품을 맞춰야 할까요? 일전에 머스크가 해외 유명 테크 유튜버와 대담하면서 얘기한 내용이기도 한데요. 이런건 인간이 훨씬 능숙하고 비용도 싸게 먹힌다는 겁니다. 인간은 쉽게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이걸 로봇에게 시키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머스크도 얘기했습니다.
그렇다면 의장라인의 극단적인 자동화는 어떻게 이뤄질 수 있을까요? 자동차가 전기차·전자제품으로 바뀌면, 구조가 훨씬 단순해지고 고도의 모듈화가 이뤄지겠죠. 그러면 지금 용접이나 페인팅이 거의 완벽하게 자동화돼 있는 것처럼, 기존의 산업용 로봇을 활용해서도 의장라인의 자동화율을 높일 수 있을 겁니다.
때로는 SF영화에서 ‘현실이 될 미래’를 볼 수도 있는데요. 할리우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Minority Report·2002년)’에는 주인공 톰 크루즈가 ‘2054년형 렉서스’를 생산하는 공장 내부에서 적에게 쫓기는 장면이 나옵니다. 내부를 보면, 자동차는 조립되고 있는데 인간 작업자가 전혀 보이지 않죠. 그렇다고 인간형 로봇이 일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완벽한 무인 자동화 공정으로 신차가 만들어지고 있지만, 그 자동화는 인간형 로봇과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이죠.
하지만 테슬라에 조금이라도 부정적인 얘기를 하면, 냉정하게 생각해보기보다 ‘발상의 전환’ 운운하며 ‘테슬라 만능론’과 함께 분노를 터뜨릴 분들도 계시겠죠. 이런 분들은 테슬라가 인간형 로봇에 대해서도 공상과학 속 안드로이드 같은 존재를 곧 만들어낼 것이라 굳게 믿으실 수도 있습니다. 물론 세상에 절대 안된다는 법은 없죠. 하지만 2021년에도 현존하는 최고 수준의 인간형 로봇은 아직 인간의 세기를 흉내조차 못냅니다.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평탄하지 않은 바닥을 달리거나 공중돌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것이지만, 이런 것을 한다고 해서 인간이 해낼 수 있는 다양한 손동작, 섬세한 작업을 해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많은 산업용 로봇 전문가들이 기술적 난제가 이루 말할 수 없이 많다고 말하고 있지만, 그런건 전부 무시할 수도 있겠지요. 그리고 ‘테슬라 전기차 봐라, 스페이스X 로켓 봐라, 이미 안된다고 한걸 다 해 왔는데, 인간형 로봇이 왜 안돼? 몰라서 하는 얘기’라고 할 수도 있겠죠.
또 어떤 분들은 말합니다. 현대차가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샀으니 이 회사의 2족 로봇을 자동차공장 의장라인에 투입하면 되겠다고 말입니다. 하지만 자동차공장의 산업용 로봇의 세계를 조금이라도 아는 전문가들은 이게 말도 안된다는 것을 잘 알죠. 의장라인에 필요한 로봇과 인간형 로봇은 거의 별개의 것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하지만 전문가 말은 간단히 무시해 버리고, 이들의 말은 알고 싶어하지도 않고,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이 공장 작업자를 대체하겠네’라고 믿어 버립니다.
머스크가 예시로 든 쇼핑을 대신 해주는 로봇도 이해가 안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왜 인간형 로봇이 인간 대신 슈퍼마켓에 가서 장을 봐야 할까요? 이미 저녁에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다음날 아침 집 앞에 물건이 도착하는 세상인데요. 배달 과정에 자율주행·로봇 기술이 활용될 수는 있겠지만, 적어도 인간형 로봇이 쇼핑을 대신해줘야 할 이유를 찾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로봇 하면, 사람처럼 생기고 사람처럼 팔다리를 움직이는 기계를 생각하기 쉽지만, 꼭 사람 형태일 필요는 없습니다. 실제로 산업 현장에서 활약하고 진짜로 돈을 벌어주는 로봇들은 그런 형태가 아니죠. 현재 산업 현장에서 더 필요로 하는 것은 ‘협동로봇’입니다. 인간과 함께 작업하며 인간의 능력을 확장시켜주는 로봇이지요. 이런 로봇이 발전되면 산업 현장의 자동화가 지금보다도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겁니다. 자동차 의장라인에 현재 1000명의 작업자가 필요하다면, 협동로봇을 더 발전시켜 로봇의 작업 보조 영역을 차츰 늘림으로써, 인간 작업자 수를 500명, 200명, 100명으로 줄여갈 수 있을 겁니다. 이것은 로봇의 발전 뿐 아니라 자동차 조립의 구조적 변화가 동반돼야 할텐데요. 이 과정에 인간형 로봇이 필요할 일은 거의 없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