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토픽] 잡종강세(hybrid vigor)의 비밀: 토양 미생물에 있는 듯
Diagrammatic representation of male and female rows in a maize hybrid seed production field. / J. MacRobert et al. "Maize hybrid seed production manual", Biology (2014)
옥수수를 비롯한 주요 농작물의 풍성한 수확은 잡종강세(hybrid vigor)라는 불가사의한 현상에 의존한다. 다른 품종들을 교차교배하면, 그 자손은 크고 척박한 환경에 강하고 더 많은 낟알을 맺게 된다. 이제 연구자들은 그게 토양 속 미생물의 영향 하에 아마도 식물의 면역계를 경유하여 일어나는 것 같다고 보고했다.
"이것은 매우 흥미로운 발견이다"라고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자일스 올드로이드(식물유전학)는 논평했다. "이게 지금까지 연구되지 않았다는 게 이상하다."
찰스 다윈은 잡종강세를 처음 기술한 인물 중 하나다. 20세기 초, 생물학자들은 잡종 종자(hybrid seed)를 만드는 1세대를 창조함으로써 잡종강세 효과를 농업에 응용하기 시작했다. 1940년대에는 거의 모든 미국 농부들이 잡종 옥수수를 심어 수확량을 늘리게 되었다(참고 1).
유전학자들은 잡종강세의 원인에 대해 다양한 이론들을 내놓았지만, 지금껏 명확한 설명은 제시되지 않았다.
미국 캔자스 대학교 로렌스 캠퍼스의 매기 와그너(식물유전학)가 이끄는 연구팀은 미생물이 잡종강세에 관여할지도 모른다는 의문을 품었다. 미생물은 식물에게 많은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면, 잎과 뿌리에는 종종 유익한 세균 및 균류의 집합체가 형성되어, 질병을 초래하는 미생물로부터 식물을 보호해 준다. 일부 작물(예: 콩을 비롯한 콩과식물)은 미생물의 숙주로서, 그 미생물을 통해 질소를 공급받는다. 질소는 필수 영양소이므로, 미생물이 없다면 비료를 통해 공급 받아야 한다.
지난해에 와그너와 동료들은 한 현장연구를 통해 흥미로운 단서를 포착했다. 잡종 옥수수의 잎과 뿌리에 서식하는 미생물이 동계교배된 옥수수의 잎과 뿌리에 서식하는 미생물과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참고 2).
겨울철이 되어 들판이 한가로울 때, 연구팀은 실험실 연구를 통해 현장연구 결과를 재현했다. 그들은 옥수수 종자를 '살균된 토양이 든 비닐봉지'에 심었다. 그리고 어떤 봉지에는 (옥수수 뿌리에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7가지 세균으로 구성된) 토양 미생물 집합체를 첨가하고, 다른 봉지에는 아무런 세균도 첨가하지 않았다. 그랬더니 아니나 다를까. 미생물이 존재할 때, 잡종 옥수수는 순종 옥수수보다 잘 자랐으며 뿌리의 무게가 20% 무거운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놀랍게도, 미생물이 없을 때는 잡종과 순종 옥수수가 똑같이 자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상의 연구결과를 이번 달 《미국학술원회보(PNAS)》에 발표했다(참고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