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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한국 자영업 문제 - 자본 흐름을 바꿔야 한다

by 성공의문 2021. 12. 11.

음식업 종량제 아젠다의 함의와 한계 그리고 대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선거 후보의 '음식업 종량제' 는 그 메세지의 선정성과는 달리 잘 생각해 보면 한국 경제의 모순점을 간단한 담론으로 깊게 찌른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물론 현대 경제의 흐름 자체가 산업별 라이선스의 부여 및 그 확장보다는 종합적인 사회 안전망 확충으로 흐르고 있기 때문에, 종량제 또는 총량제라는 용어 자체는 우리 경제의 미래와 맞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과연 그렇다고 하여 국민의힘에서 비난하는 것처럼 단순히 이 담론을 소시오패스적이라거나 포퓰리즘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 왜냐하면 결국 이 문제는 우리가 국가 경제를 향후 약 2~30년간 어떠한 방향으로 키를 잡고 갈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 왜 자영업, 특히 요식업은 경쟁이 극심한가?
대한민국의 자영업은 한 가지 특징을 지니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경기 침체시에 자영업은 스스로를 고용함으로써 고용에 대한 일종의 버퍼가 되어 주기 때문이다. 또한 이는 우리나라 역대 정부가 정권과 관계 없이 어느 정도 이용한 측면도 있으며, 축적된 자본이 빈약하고 관치금융이 횡행하는 후진적인 자본시장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벌어진 일이기도 하다.

기본적으로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한국은 창업이 굉장히 어려운 나라였다. 앞서 언급했듯이 투자자본이 매우 빈약했기 때문에 창업의 실패 = 인생의 패망으로 여겨진 것이 고작 10년 전까지의 흐름이었고 지금과 같은 활발한 VC 및 PEF의 창업투자는 언감생심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경기 침체시 임금노동자의 고용 불안정은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쉽고 빠른 자가고용이 가능한 자영업이 사실상 유일한 출구였다.

실제로, 97년 외환위기 이후 약 10년 간 우후죽순처럼 들어섰던 비디오 테이프 대여방, 만화 대여점 그리고 2000년대 초반의 PC방 등을 생각해 보면 쉽다. 당시 치솟는 실업률을 감당하기 어려웠던 정부는 사실상 불법 복제를 조장한다는 각계의 비판 속에서도 이러한 업종의 자영업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묵인했다. (김대중 정권이 이러한 업종을 유형적으로 '지원'했다는 루머는 사실무근이다.)

문제는 이러한 업태의 자영업은 사실상 진입장벽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특별한 기술을 요하는 것도 아니고 기업과 같이 거대한 자본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너도나도 뛰어들 수 있었고 그러한 현상이 자영업의 지옥을 만들어 낸 것이다.

# 기존의 라이선스 보유 직업(의사, 변호사) 등과 비교는 적절한가?
민주당에서는 의사 및 변호사와의 비교를 들며 음식점 종량제 역시 유사한 라이선스의 부여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변호사와 의사 등의 전문직과 요식업은 현재까지는 다소 다른 양태를 유지해 왔다. 변호사와 의사는 라이선스로 인원 통제를 받지만, 그것은 이러한 직업이 고도의 전문적인 기술을 요하기 때문인 측면이 더욱 크다. 즉 높은 진입장벽과 라이선스 보호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업종이고, 이러한 방법을 통해 법률서비스와 의료서비스의 퀄리티를 유지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요식업을 위주로 한 기타 자영업은 다소 다르다. 대개의 자영업이 별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낮은 상황에서 라이선스만을 부여할 경우 전체 시장의 퀄리티가 낮아질 수 있는 위험이 있다. 각 사업자들이 경제적 지대를 부여받게 됨에 따라 더 높은 서비스 품질을 제공해 주어야 할 유인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특히 본사가 거의 모든 것을 제공하고 점주는 '목' 의 위치에 따라 수익이 결정되는 프랜차이즈의 존재는 요식업의 진입장벽을 늘 낮은 수준에 머무르게 하고 있다.

물론 2020년대 이후에는 다소 양상이 다르다. 젊은 층이 요식업에 신규 유입되고 배달 플랫폼의 등장으로 고객의 평가가 실시간으로 깐깐하게 이루어지면서 경쟁력이 낮은 요식업은 코로나의 영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지속적으로 퇴출되고 있다. (올해 한국의 자영업자 비율은 사상 최초로 20% 미만으로 낮아졌다.) 특히 젊은 층은 기존 기성세대가 다소 게을리 했던 신규 메뉴의 개발이나 대고객 서비스 개선 등으로 시장을 빼앗아 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다시 살펴보면, 이제 요식업도 다품종 소량생산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결국 라이선스의 부여는 시장에 새롭고 더 품질이 좋은 서비스가 진입하는 것을 막는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택시인데, 택시는 거의 수십 년간 아무런 경쟁 없이 중노년층 남성의 독점적인 일자리로만 기능해 왔고 이 때문에 한국의 택시는 심각한 품질 저하(특히 여성 승객에게는 신변의 위협도 가능한)를 보여 왔다. 이를 일거에 뒤집은 것이 타다의 등장부터였다는 점을 우리는 고려해야만 한다.

결국 요식업은 기존에 라이선스로 보호받던 변호사, 의사와는 비교할 수 없고, 택시와 비교해야 하며, 이제는 택시업과도 차별성을 두고 있다는 점을 반드시 유념해야 할 것이다.

# 그러면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
실제로 음식업 종량제를 시행할 경우, 아마 시장에 신규 진입하고자 하는 사람의 경우 초기 진입비용이 높아지는 효과를 당연히 겪게 될 것이다. 기존 부동산 권리금에 포함하여 라이선스 권리금이 당연히 추가될 것이고, 수익이 잘 나지 않는 점주의 경우 라이선스 권리금으로 자신의 손실을 벌충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에 시장의 구조가 심각하게 왜곡될 가능성이 있다. 즉 라이선스의 도입은 분명히 시행해서는 안 되는 제도이다.

그러나, 과거 백종원 씨가 이야기했던 것처럼 일정 부분 진입장벽을 높이는 것은 고려해 볼 만 하다. 실제로 백종원 씨의 이야기가 지금 몇몇 스피커들에 의해 왜곡되어 돌아다니고 있는데, 백종원 씨는 단 한 번도 국감장에서 '종량제' 를 언급한 적이 없으며, 심지어 도태될 자영업은 도태되어야 한다고까지 이야기했다. 다만 백종원은 진입장벽이 지나치게 낮아 진입과 도태의 회전율이 지나치게 빠른 상황이 경제적으로 좋지 않다는 취지에서 이야기를 했을 뿐이다.

실제로 선진국에서는 소상공인의 창업시 상당히 까다로운 기준을 두어 묻지마 개업을 어느 정도는 통제하고 있으나, 사실 개업의 통제를 통한 자영업의 진입장벽 구축은 한계가 있다. 임금노동자의 고용시장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선택하는 것이 요식업인 상황에서 요식업 진입장벽만 높아질 경우 결국 그들은 더 질이 좋지 않은 임금노동자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결국 자영업의 문제는 자본의 축적을 통한 창업의 활성화, 특히 청년창업에 집중돼 있는 현재 창업지원을 중장년층에게까지 확대하는 것과 자영업자의 4대보험 확대 등이 종합적으로 필요하다. 실제로 이제 사회에 막 뛰어드는 청년층의 경우 아무리 사회에 축적된 자본이 풍부할지라도 부모에게서 제공받은 사회경제적 인프라가 없이는 창업과 폐업을 반복하는 케이스만 늘어날 뿐이다.

실제로 MIT Sloan 에 지난 2015년 기고된 바 있는 Daniel Kim 과 Pierre Azoulay 의 아티클에서는, 미국에서 2007년부터 2014년까지 창업된 기업 270만개의 평균 파운더 연령을 42세로 조사한 바 있다. 즉 어느 정도 경제활동 경험을 쌓고 자신의 아이템을 기업화하려고 하는 창업가들에 대한 지원으로 경제정책의 중심이 이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 맺으며
A산업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A산업의 문제로만 인식하고, 이런저러한 제한을 가하려 한다면 결국 풍선효과로 인해 B, C, D 에게까지 문제가 발생한다. 주택은 부족하지 않으며 강남의 아파트 값이 문제라는 인식에서 출발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엄청난 실패를 거두었던 것은 결국 A의 문제를 A의 문제로만 생각했기 때문이다.

요식업의 포화는 요식업자들의 문제인가? 아니다. 진입장벽이 너무 낮아서인가? 한 가지 원인이기는 하지만 그것뿐만은 아니다. 요식업의 포화는 결국 우리나라가 임금노동자들이 다른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자본축적이 너무나 부족했었기 때문이고, 또한 자본의 활용 역시 현재까지는 젊은 층에게 집중돼 왔었기 때문이다.

결국 자영업을 구원하는 길은 종량제 같은 라이선스의 부여보다는 자본의 흐름을 바꾸는 것이 될 것이다. 고대의 위정자들도, 농사가 어렵다고 하여 농민의 수를 줄이지 않았다. 진정 농민을 위했던 정치가들은 물길을 바꾸어 치수를 하고 그렇게 생산량을 늘렸던 것을 우리는 늘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출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