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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_문화

[프랑스] 프랑크인의 정체성

by 성공의문 2021. 10. 30.

프랑크족은 게르만족의 일파로 로마제국 말기 갈리아를 침공하고 오늘날 프랑스 동북부를 점거한 세력이다. 그들은 발할라를 꿈꾸며 오딘과 토르를 위해 싸우던 전사들이었다. 그런데 프랑크족의 왕 클로비스가 가톨릭으로 개종한 이후 그들은 전혀 다른 정체성을 갖게 되었다.

갈리아(오늘날 프랑스)의 패자가 되고, 서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를 건설하자 프랑크인들은 스스로 “트로이”인의 후손이라 여겼다. 참고로 로마인들도 스스로 트로이에서 건너온 사람들의 후예라고 여겼는데, 프랑크족은 본인들이 로마인과 같은 뿌리를 갖고 있다고 선전한 것이다.

그런데 프랑크인들은 로마인보다 더욱 빛나는 존재이고자 했다. 이들은 하느님으로부터 “선택된 민족”으로 기독교를 핍박하던 로마인들의 원죄로부터 자유로우며, 또 하느님의 사명을 가장 충실히 수행할 적임자라고 여겼다.

프랑크인의 왕은 여호수아 또는 다윗에 비견되었다. 과거 로마인들의 영웅이 아니라 구약성서의 영웅들이 준거가 되었고, 예루살렘이 이들의 정신적 고향이 되었다. 샤를마뉴(Karolus Magnus)의 옥좌가 이를 잘 보여준다.

샤를마뉴가 황제에 즉위한 후 아헨에 성당과 궁전을 건설했는데 임금이 앉는 자리는 황금이나 보석으로 치장되기는 커녕 아무런 장식이 없는 볼품 없는 돌덩어리였다. 이 돌은 예루살렘 골고타 언덕에서 가져온 물건으로, 선택된 민족 프랑크인들에게는 그 어떤 보석보다 가치있는 것이었다.

오딘의 전사들이 스스로 트로이의 후예이자 새로운 다윗, 그리스도의 전사라고 여기게 된 게 재미있다.

(사진은 아헨대성당에 위치한 샤를마뉴의 옥좌)

출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