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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인상 깊게 읽은 중국 역사책 목록

by 성공의문 2021. 12. 22.


1. 잠 못 이루는 제국, 오드 아르네 베스타

노르웨이 출신 동아시아사 및 냉전사 전문가가 저술한 책으로 건륭제 시대부터 현대 중국까지 다루는 걸작이다. 중국과 세계의 조우를 입체적으로 다루는 책인데, 중국이 주장하는 소위 “백년의 치욕” 신화를 반박하며 중국과 서양의 조우는 매우 복잡한 것이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현대 중국의 형성과정에서 유럽, 일본, 그리고 미국이 미친 거대한 영향을 하나의 서사로 훌륭하게 묘사하는 책으로 필독서라고 할 수 있다. 여담이지만 그는 최근 중국과 한반도의 관계를 다룬 “Empire and the righteous nation”이란 책을 집필했는데 훌륭한 번역자를 만나 국내에 곧 소개될 예정이다.  

2. 아편전쟁과 중화제국의 위기, 나미키 요리히사 외

아편전쟁 전 중국과 유럽간의 무역을 특징지었던 소위 “광동시스템” 그리고 아편전쟁 후 생긴 조차지와 조차지의 특징, 중화질서의 붕괴와 근대국제체제의 이식, 태평천국과 무슬림들의 독립전쟁, 그리고 중국을 둘러싼 영국, 러시아, 프랑스 등 열강의 이해관계, 그리고 화교의 세계적 확산 등. 이 모든 주제를 단 하나의 책으로 엮어낸 책이다. 19세기-20세기 초 중국을 다룬 역사서로는 가장 뛰어난 교과서라고 본다.

3. 중국의 서진, 피터 퍼듀

원제는 China marches west. 중국이 줄곧 내부지향적이었다는 통설(?)을 깨부수는 책이다. 나온지 꽤 오래된 책으로 소위 “신청사” 학파의 선구격이다. 저자는 청나라를 아주 정열적으로 팽창한 제국주의 국가로 규정하고 이들이 어떻게 몽골세계와 중앙아시아를 평정하려고 했는지 보여준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러시아와 어떻게 마찰하고 갈등했는지 서술한다. 중앙아시아를 둘러싼 쟁탈전. 그리고 청나라의 다층적 모습을 저술한 기념비적인 책이다.

4. 청나라 키메라의 제국, 구범진

한국인이 저술한 청나라 관련 책으로는 넘버원이라고 할 수 있다. 청나라의 복합적 정체성을 알기 쉽게 저술한 책으로 신청사 학파의 연장선에 있다고 할 수 있을 거 같다. 민주족의 한, 몽골의 칸, 달라이라마의 보호자이자 중원의 천자로서의 모습. 여러 머리가 달린 키메라처럼, 청나라는 여러 얼굴을 하면서 다양한 민족들 위에 군림했다는 걸 보여주는 책이다.

5. 중일전쟁, 래나 미터

요즘 영국에서 가장 핫한 중국사 전문가가 저술한 책으로 세계대전의 확전 과정에서 중국의 역할이 얼마나 결정적이었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장개석을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하는데, 일반적으로 널리 퍼진 통설을 정면 반박한다 (물론 지금은 장개석이 사실 다 했고 모택동은 과실만 따먹었다는 게 점점 통설로 받아들여지고 있긴 하다). 래나 미터는 국제정치에 대해서도 조예가 깊어, 세계대전 중 중국의 역할과 기타 열강의 입장 등을 포괄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책이다.

6. Imperial Twilight, Stephen Platt

아편전쟁 전야를 다룬 책이다. 매카트니 사절단의 도착과 아편전쟁 발발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아주 미시적으로 접근하는 책으로, 마치 소설처럼 읽힌다. 당시 광동에 주재하던 선교사와 상인들, 중국의 매판상인들과 관료들, 그리고 영국 본국의 군인과 정치인들의 입장을 마치 바로 옆에서 목격하는 것 같다. 영화로 치면 미장센(?)이 뛰어난 책이다. 여러 인물들의 입장이 교차하는데, 그 과정에서 각자 어떤 고민을 안고 있었는지 보여준다. 책의 요지는 아편전쟁이 꼭 필연적 전쟁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전쟁을 피하려고 했던 인물들도 적지 않았고, 타협이 가능했던 순간도 없지 않았다. 저자는 우발적 사건과 일부 개인들의 탐욕이 섞이면서 사태가 통제불능이 되어버렸다고 주장한다. 여담이지만 그의 전작은 태평천국을 다룬 “Autumn in the heavenly kingdom”인데 이 책은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쿤딜상을 수상했다. 아쉽게도 두 책 모두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다.

7. 돈과 힘, 존 델러리 외

중국 근대를 만든 주인공들에 대한 평전 모음집이다. 해국도지를 저술한 위원, 중국 계몽운동의 스타 양계초, 그리고 쑨원과 천두슈, 장제스와 마오쩌둥, 덩샤오핑과 류샤오보 등. 부국강병과 근대화를 향해 나아갔던 중국의 거인들을 빠르게 스케치하면서도 당대의 시대상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책이다.

8. 중화민족의 탄생, 요코야마 히로아키

중화민족이 어떻게 근대에 들어 탄생한 개념인지를 추적하는 책이다. 신해혁명 전야 멸만흥한을 외치던 이들이 얼마나 배타적 민족주의에 빠져있었는지를 보여주는데, 그 중 한 명은 명나라 강토만을 중국으로 여겼고 나머지는 이민족으로 바라보았다. 그런데 신해혁명 후 쑨원은 지정학의 논리로 신장, 몽골, 만주를 모두 포괄하려고 했고 이를 하나로 묶는 개념으로 중화민족을 제창했다. 다양한 민족을 어떻게 다스릴 것인가에 관한 혁명가들의 내부담론을 분석한 훌륭한 책이다.

출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