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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애플은 21세기의 철도 회사가 되었다

by 성공의문 2021. 11. 29.

애플의 프라이버시 정책 때문에 매출에 심각한 타격을 받은 회사들이 줄줄이 나타나고 있다. 현 시대의 인터넷(or 플랫폼 기업)은 19세기의 철도와 같다.

미국 뿐 아니라 전세계의 상거래와 통신이 그 위에서 벌어진다. 그러니까 인터넷 플랫폼은 일종의 인프라 같은 건데, 이런 인프라를 돌리는 회사가 공기업도 국영기업도 아닌, 이윤을 추구하는 특정 국가의 민영기업이다. 19세기 미국 철도회사들이 강력한 독과점 파워를 휘둘렀던 것처럼 플랫폼 기업도 마찬가지다.


올해 4월부터 애플은 앱을 실행할 때 사용자에게 이 앱이 니 개인정보를 추적하는 걸 기냥 내비두겠습니까? 를 묻는 소위 신규 프라이버시 정책을 시행했다. 질문을 이렇게 하면 대다수의 고객은 당연히 No를 선택하는데 그 작은 변화의 결과가 이제 속속들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페이스북, 트위터, 유투브, 스냅 4개 회사의 2021 하반기 광고 매출액 중 거의 "100억달러"(전체 매출의 약 12%)가 증발해버렸다고 한다. 애플의 프라이버시 정책 하나만으로. 단, 4개 회사 중 구글은 예외이다. 유투브는 애플 정책으로 "어느 정도의" 광고 매출 타격을 입었으나, 대신 4Q 구글 검색 광고 수입이 44% 증가한 379억 달러를 기록해서 하반기 들어 알파벳 주식이 미친듯이 상승했음.

이건 구글이 페북, 트위터, 스냅처럼 고객 정보를 어딘가에 의존하는 3rd party 업체가 아니고 구글 자체가 고객 정보의 원천인 1st party 회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투브에서 조금 타격이 있었어도 검색에서 왕창 먹어서 하반기 기록적인 상승을 보일 수 있었음. 이렇게 구글은 예외적인 케이스니 제외하고. 나머지 3개사 중 매출 비율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회사는 스냅으로 매출의 13.2%가 날아가버림. 절대값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회사는 페북으로 약 83억 달러의 광고 매출이 증발함. 이 덕분에 스냅은 실적 발표일 10/21 이후에 주가가 27%나 폭락해 시총에서 300억 달러가 사라졌다.

그런데 애플 정책 때문에 인터넷 광고 업체들이 저리도 쥐어터졌다고 해서 인터넷 광고 예산이 감소한 건 아니라고 한다. 단지, 이동했을 뿐이다. 어디로? 페북, 트위터, 스냅에서 다른 회사로. 비용은 더 싸면서 확실하게 광고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앱으로. 대표적인 곳이 틱탁.

그래서 요새 광고주들한테 틱탁이 인기 폭발이라고. 그런데 틱탁보다 훨씬 많이 광고주들한테 인기 급상승인 회사는 바로 애플이다. 당연하지. 신규 프라이버시 정책으로 경쟁자들에게 돌아갈 고객 추적 정보는 막혀버렸지만, 애플 기기 안에는 고스란히 고객 정보가 모여 있으니까. 팀 쿡이 우리는 고객의 개인 정보를 소중하게 생각한다- 라는 말은 그래서 경쟁자들에겐 ㅈ까는 소리 하지 마라 위선자야- 라는 반응밖에 안 나온다. 미사여구를 들어내면 핵심은 결국 애플 혼자 고객 정보를 독점하겠다- 라는 거니까.

물론 페북, 트위터, 스냅 같은 테크 회사들이 언제까지나 애플의 정책에 쳐맞는 건 아니다. 이들은 현재 개발자들을 공밀레 시켜가면서 광고 알고리즘을 바닥부터 다 뜯어고치는 중이란다. 애플 정책으로 기존 tracking에 기반한 광고BM이 무용지물이 됐으므로 새로 모델링을 하는 것. 이 과정이 최소 1년 이상 걸린다고 한다. 즉, 저 3개 회사는 앞으로 1년간은 계속 애플한테 쳐맞을 수 밖에 없다능;;

근데 첨단 기술 개발도 아니고 단지 자기들 내부 정책을 바꾼 것만으로 이렇게 경쟁자들의 팔모가지를 오도독 분질러버린 애플이라고 해서 언제까지 룰루랄라 할 수 있을까? 이런 식으로 플랫폼 기업의 과도한 독과점 파워를 경고하는 기사는 한두번도 아니고 무수히 나오고 있다. 앞서 예를 든 19세기 미국 철도 회사들은 국가 통제에 끊임 없이 저항했으나 결국 1887에 철도산업을 규제하는 연방법이 도입됐고, ICC라는 규제 기관을 탄생시켰으며 이는 미국 내 다른 산업 규제 정책의 롤 모델이 되었다. 무엇보다도 스탠더드 오일을 박살낸 전적이 있는 나라가 미국이기 땜에.. 그래서 이런 기사는 100억 달러의 매출 손실이 발생한 페북, 트위터, 스냅보다 그걸 야기한 애플에게 더 안 좋은 뉴스라고 생각함.
-출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