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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미국은 왜 신용불량 국가가 되었을까? - 현 시국의 원인을 알 수 있는 기본적인 책

by 성공의문 2008. 1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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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라는 책들을 너무 안 읽으면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이 될 것같아 책을 읽기로 하였는데 내용이 너무나도 익숙한 주제인 탓인지 이 책은 생각보다도 거침없이 단숨에 읽어내려가서 반나절 만에 다 읽었다. 일반인들에게 베스트셀러가 된 책을 고를 때의 리스크란 내용이 일반인들에게만 새롭고 나름대로 그 쪽 밥을 먹는 사람들에게는 별다른게 없다는 것인데 유감스럽게도 이 책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 책에서 주로 다루는 내용은 다름이 아니라 본블로그에서 그간 이야기해 온 미국의 부동산버블 붕괴, 서브프라임 모기지, CDO, CDS와 같은 것들이다. 본래 법률가인 저자가 새로운 금융상품에 얼마나 깊은 이해를 하고 있는지는 모르나 역시나 CDS를 제외한다면 대체로 큰 무리없는 이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CDS에 대해서는 어김없이 많은 논자들과 같이 무지와 편견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 유감이지만 그것은 그의 책임이라기 보다 그에게 많은 조언과 감수를 해줬을 Satiyajit Das의 책임이 크다고 해야 할 것이다.

저자는 경제에 대해서는 노리엘루비니 교수의 사이트에서 조언을 얻었고 그외 조지소로스의 의견도 참조했으며 파생상품에 대해서는 다스의 의견에 많이 의존했다고 머리말에서 밝히고 있다. 그래서 루비니의 주장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필자는 향후의 그의 경제전망에 대해서 신선함을 느낄 수 없었으며 장외파생상품의 트레이더를 10년 가까이 했고 책임자의 자리에 있었으며 파생금융상품이나 구조화채권을 다룬 다스의 4,000 페이지를 넘는 방대한 저서를 보유하고 있는 필자로서는 비전문가인 저자의 소개는 지겨워서 그냥 넘기고 싶을 지경이었다.

이 책의 핵심주장이라 할 수 있는 부분은 현재의 금융위기에 대해서 단순히 그린스펀에 의해서 비롯된 저렴한 과잉신용에서 촉발된 주택버블의 붕괴 그리고 일부 금융상품들의 폭주 (저자는 CDO와 같은 구조화채권을 파생상품이라 칭하고 있는데 이것은 인터넷에 널린 식자들과 마찬가지로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악화시킨 금융기관들의 탐욕으로 규정하는 차원을 넘어서서 세기적 정치사조가 빚어낸 역사적 필연으로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방법은 폴크루그먼과 같은 진보적 자유주의자들로 대표되는 많은 사람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견해이며 미국의 일반대중들에게도 광범위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생각으로 보인다. 지난 대선과 상하원 선거에서 민주당에게 압승을 가져다 준 것은 일반적으로는 조지부시와 그를 둘러싼 무리들에 대한 반감도 컸을 것이나 지난 수십년에 걸친 자유시장경제를 과도하게 신봉하는 보수주의에 대한 식상함과 그 결과로서 나타난 빈부격차와 고착화에 대한 비판 그리고 현재의 금융위기가 자유방임주의에 의한 시장의 실패의 대표적인 증거로서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것이다.

(필자는 여기서 보수주의라는 말을 썼으나 한국에서는 주로 신자유주의로 불리우고 있는데 사실 신자유주의라는 말은 미국의 공화당원과 같은 보수주의자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본래의 liberalist란 민주당원과 같은 진보주의자들을 가리키는 말로서 신보수주의를 조롱하는 뜻으로 신자유주의라는 말을 사용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 한다.)

이러한 논리전개의 과정에서 밀튼 프리드먼을 비롯한 시카고학파의 경제학자들 그리고 앨런 그린스펀 전의장을 싸잡아 비난한다. 마치 1970년대에 밀튼 프리드먼이 나타나 케인즈주의를 비판하고 이어서 뷰캐넌과 니스카넨과 같은 공공선택학파의 경제학자들이 나타나서 케인즈를 부관참시한 것이 생각나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역시 역사란 돌고 도는 것인가?

저자는 또한 헷지펀드에 대해서도 너그럽지 못한 시각을 드러낸다. 10월의 폭락을 불러온 무차별적 현금화 그리고 CDO에 있어서 많은 식자들이 독극폐기물 (toxic waste)라 부르는 equity부분에 대한 헷지펀드의 탐욕을 들며 위험한 존재로 낙인찍는다. 그러나 과연 헷지펀드란 그런 펀드들만 있는 것인가? 필자가 아는 한 헷지펀드의 자산운용에 관한 전략은 커다란 클래스로만 분류를 해도 십여가지는 넘어가며 많은 펀드들이 주식을 사기만 하는 많은 뮤추얼펀드나 펜션펀드보다 훨씬 리스크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다. 그리고 모두가 엄청난 레버리지를 구사하는 것도 아니다. 본블로그에서 소개했듯이 레버리지로 말하면 미국의 투자은행들은 기본 30배 유럽의 상업은행 (유럽은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구별이 없다)은 기본 30배에서 60배에 달한다. 이들을 규제의 영역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필요한 일이지만 마녀사냥하듯이 사실을 호도하는 것은 어리석다.

또 저자는 은행과 투자은행의 업역을 엄격히 구분한 글래스-스티갈법의 부활을 주장한다. 그런데 글래스스티갈법의 폐지는 저자가 지적하듯이 은행과 투자은행 사이드의 욕심에 근거한 로비도 작용을 했겠지만 유럽의 은행들과의 형평성 차원에서 이루어진 면도 크다. 유럽의 금융기관들은 대공황 이래로 유니버설뱅킹이라 불리우는 은행 증권 겸영을 고수해 왔는데 최근 금융에서의 미국 금융기관들의 독점적 노우하우가 약해지면서 미국의 금융기관들의 규모가 유럽에 비해 작은 것이 경쟁력 측면에서 문제가 되어 온 배경도 있는 것이다. 향후 어떻게 될지는 모르나 이것이 부활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실제로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의 사례에서 보이듯이 순수한 투자은행이 사라지고 상업은행적 기반을 가진 은행들이 투자은행 업무를 하는 유럽식 유니버설뱅킹으로 정리가 되지 않을까?

전체적으로는 이미 사태가 많이 진전이 되고 이 책에서 지적하고 있는 문제들보다 훨씬 광범위한 정보들이 이미 널리 알려진 다음이라서 별로 감흥이 없었다고는 하지만 일독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여겨진다.
-알파헌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