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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_문화

네안데르탈인의 유전학 - 엄청난 활동영역

by 성공의문 2021. 11. 26.

▶ 지난 160년 동안, 연구자들은 네안데르탈인들에 대해 더 많은 지식을 얻기 위해 뼈와 돌로 이루어진 산을 힘겹게 오르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그러나 최근 20년 동안 고古 DNA가 허황된 꿈에서 현실로 바뀌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유전학은 (고고학을 가로막았던) 수많은 그늘에 불을 밝혔으므로,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를 연구할 기회는 험난한 산꼭대기에 올라가 뜻밖의 광대한 풍경을 바라보는 것처럼 느껴졌다. 모든 샘플은 시간과 공간에 기반하여, 그것이 유래한 개인과 집단의 혈통 및 계보에 대한 독특한 정보를 들여다 볼 틈구멍peephole을 제공해 왔다. DNA는 샘플을 더욱 클로즈업하여, 뼈 너머에 있는 생물학을 드러내며 심지어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호미닌을 발견할 수도 있다.

유전학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전문가들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새로운 발견과 이론적 개편이 들이닥치곤 했다. 그러나 실험복과 골분骨粉과 시험관이 점령한 실험실에는,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 매우 친근한 스토리가 도사라고 있다. DNA를 통해 들여다본 까마득히 먼 옛날의 파노라마에는, 이동하고 상호작용하고 짝짓기한 고인류 공동체들의 세계가 아로새겨져 있다.

네안데르탈인은 독자적인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수천 킬로미터에 산재하는 ‘유전적 유산을 가진 계보’들이 씨실과 날실처럼 엮여 복잡한 태피스트리를 형성했다. 명성에 걸맞게, 1997년 최초로 채취된 DNA의 임자는 펠트호퍼Feldhofer 동굴에서 발견된 오리지널 네안데르탈인이었다. 그 당시만 해도 신뢰할 만하게 채취할 수 있는 것은 미토콘드리아 DNA(mtDNA)뿐이었고, 분석 결과는 당시에 지배적이던 ‘네안데르탈인은 유럽에서 등장하여, 끝까지 유전적으로 고립된 채 지냈다’는 진화이론을 뒷받침했다.

잇따른 연구들도 기존의 이론을 고수했으며, mtDNA는 모계로만 유전되기 때문에 연구자들은 상이한 개인들의 유전학이 수렴하는 시점을 계산할 수 있었다. 이렇게 대충 생겨난 날짜가 네안데르탈인의 ‘미토콘드리아 이브Mitochondrial Eve’*─일종의 모계조상─탄신일이었다. 그것은 놀랍게도 130ka 미만이었는데, 네안데르탈인 화석은 그보다 수십만 년 더 거슬러올라가기 때문에, 뭔가 잘못된 게 분명했다.

더 많은 뼈가 분석됨에 따라, 각각의 샘플이 전체적인 그림을 극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초기 mtDNA 분석에서, 네안데르탈인 집단은 규모가 작고 동질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도 그럴 것이, 50~40ka쯤 스페인, 독일, 크로아티아에 살았던 개인들은 유전적으로 매우 비슷했다. 그러나 더 많은 데이터가 축적되자 지역적 다양성의 기미가 엿보였다. 때로는 지리적 근접성geographic proximity이 근연성relatedness과 일치해서, 고예Goyet의 개인 중 상당수는 다른 네안데르탈인들보다 자기들끼리 훨씬 더 비슷한 DNA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펠트호퍼에서 발견된 두 번째 네안데르탈인의 유전학이 연구되었을 때, 그것은 동일한 동굴에서 발견된 오리지널 네안데르탈인보다 크로아티아의 빈디자Vindija 혈통과 더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50~40ka까지만 해도, 계통수의 굵은 가지에서 갈라져 나간 후손들은 여전히 서부 유라시아 전역에 흩어져 살고 있었다. 예컨대 2007년 수행된 연구에서 우즈베키스탄의 테시크-타시Teshik-Tash 어린이는 유럽 혈통과 관련된 것으로 밝혀졌지만, 훨씬 더 동쪽에 있는 시베리아 알타이 지역의 오클라드니코프 동굴Okladnikov Cave에서 발견된 어린이의 mtDNA는 충격적이었다. 45~40ka에 해당하는 오클라드니코프 어린이는 모든 네안데르탈인 중 가장 동쪽에서 발견되었으며, 지중해에서 시베리아로 확장된 유라시아 영역이 훨씬 더 광범위함을 드러냈다.

그러나 어느 시점에 한 번 이상의 커다란 격변이 일어났다. 스페인과 네덜란드에 살던 네안데르탈인들 중 일부의 mtDNA가 엘시드론, 펠트호퍼, 빈디자에 집중적으로 거주하는 혈통보다 오클라드니코프 어린이에 더 가까워진 것이다. 그리고 그 역逆도 성립해서, 유럽에서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러시아의 ‘메즈마이스카야 1’ 어린이가 오클라드니코프 어린이보다 이탈리아의 네안데르탈인에 더 가까웠다.

그러나 mtDNA는 늘 스토리의 절반을 이야기할 뿐이다. 네안데르탈인들의 유산을 더욱 완전하고 복잡하게 설명하려면 핵 DNA(nDNA)가 필요했으며, 기술의 진보 덕분에 nDNA 분석이 가능해졌을 때 네안데르탈인 유전학의 골드러시genetics gold rush가 시작되었다. 시베리아 알타이 지역에 있는 데니소바 동굴 내부의 냉동고를 방불케 하는 이례적 조건은, 그곳의 DNA가 예외적인 조건에 처해 있었음을 암시하기 때문에 ‘서부개척Wild East’의 프론티어를 열었다. 데니소바의 D5에서 채취된 샘플(발가락뼈)은 네안데르탈인의 충실도 높은 핵유전체nuclear genome를 사상 최초로 제공했다. 그것은 또 하나의 인류를 위한 레시피의 서론이었다.

‘알타이 네안데르탈인’이라는 별명을 얻은 발가락은, 90ka경에 살았던 한 여성의 것이었다. 그녀는 그보다 4~5만 년 전쯤 다른 네안데르탈인들과 갈라진 매우 취약한 혈통 출신이었다. 그리고 전혀 뜻밖의 일은, 지리학적으로 그녀와 제일 가까운 오클라드니코프 어린이의 mtDNA가 유전적으로 제일 가까운 친척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 대신, 그녀와 가장 가까운 mtDNA를 가진 사람은 거기서 서쪽으로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캅카스의 메즈마이스카야에서 발견된 신생아였다.

* 미토콘드리아 이브는 최초의 여성 네안데르탈인이 아니라, 모든 네안데르탈인의 마지막 공통 여성 조상the last common female ancestor을 의미한다.

- 출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