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레옹은 정말 특이한 인물이다. 모든 면에서 이단아였음에도 동시에 전통을 굉장히 중시한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급진좌익 자코뱅 출신으로 혁명의 후계자임을 스스로 자랑스럽게 여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스스로 황제자리에 올라 혁명의 이상을 무너뜨렸다.
그런데 황제자리에 올랐다고는 하나, 이는 그 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종류의 황제였다. 아니 국민투표로 황제가 되다니! 신성모독이다!
당시 유럽에서 황제란 오직 신성로마제국의 황제만이 계승할 수 있는 자리였으며, 이는 로마교황이 왕관을 씌워줘야만 하는 오를 수 있는 자리였다. 나폴레옹은 이와 같은 전통을 파괴하는 이단아였다. 심지어 그는 유럽왕국들이 모두 어느 정도 존중하던 교황국가마저 멸망시켰고 교횡을 압송해서 죽게 만들었다. 게다가 그는 “헌법”이라는 근대적 발명을 유럽 전체에 전파하기 위해 전쟁을 한다고 선전했고, 스스로 자유와 이성의 보급자라고 여겼다. 이것 역시 신성모독! 요즘말로 하면 레짐체인지를 목적으로 하는 전쟁이라니!
그런데도 전통을 중시하는 인물로 가톨릭을 아예 없애버리려고 했던 원조 자코뱅과는 달리 가톨릭이 프랑스 다수의 종교임을 공인했고, 또 유럽에서 가장 고귀한 가문 합스부르크 왕가와의 결혼을 통해 정통성을 얻고자 했다.
(사실 당시 오스트리아 프란츠 황제 입장에서는 충공깽스러운 일이었는데, 자기 고모 (마리 앙투아네트) 를 죽인 자코뱅의 후예라고 자처하는 놈이 자기 딸을 달라고 하니 미치고 팔짝 뛸 노릇… 그런데 현실정치에 못이겨 결국 나폴레옹에게 양보한다)
나폴레옹은 심지어 중세왕 샤를마뉴의 기억을 되살리면서 독일에까지 본인의 영향력을 확대하고자 했다.
그는 스스로 과거(왕권)와 미래(혁명)의 가교가 되어 각 민족에 “법을 하사하는” 위대한 군주가 되어 유럽의 아버지가 되고자 했다.
왕권신수설을 부정하면서 국민주권에 기반한 왕권을 만들고자 했고, 혈통에 의한 귀족제를 철폐하고, 능력에 의한 귀족제(레종도뇌르)를 만들고자 했다. 그리고 전통에 의한 통치가 아닌 법(constitution)에 의한 통치를 확립하고자 했다.
역설적 인물, 나폴레옹… 정말 여러 의미로 위대한 풍운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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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 보나파르트 Napoléon Bonapart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