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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나폴레옹 Napoléon - 중세와 근대의 역설

by 성공의문 2021. 11. 16.


나폴레옹은 정말 특이한 인물이다. 모든 면에서 이단아였음에도 동시에 전통을 굉장히 중시한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급진좌익 자코뱅 출신으로 혁명의 후계자임을 스스로 자랑스럽게 여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스스로 황제자리에 올라 혁명의 이상을 무너뜨렸다.

그런데 황제자리에 올랐다고는 하나, 이는 그 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종류의 황제였다. 아니 국민투표로 황제가 되다니! 신성모독이다!

당시 유럽에서 황제란 오직 신성로마제국의 황제만이 계승할 수 있는 자리였으며, 이는 로마교황이 왕관을 씌워줘야만 하는 오를 수 있는 자리였다. 나폴레옹은 이와 같은 전통을 파괴하는 이단아였다. 심지어 그는 유럽왕국들이 모두 어느 정도 존중하던 교황국가마저 멸망시켰고 교횡을 압송해서 죽게 만들었다. 게다가 그는 “헌법”이라는 근대적 발명을 유럽 전체에 전파하기 위해 전쟁을 한다고 선전했고, 스스로 자유와 이성의 보급자라고 여겼다. 이것 역시 신성모독! 요즘말로 하면 레짐체인지를 목적으로 하는 전쟁이라니!

그런데도 전통을 중시하는 인물로 가톨릭을 아예 없애버리려고 했던 원조 자코뱅과는 달리 가톨릭이 프랑스 다수의 종교임을 공인했고, 또 유럽에서 가장 고귀한 가문 합스부르크 왕가와의 결혼을 통해 정통성을 얻고자 했다.

(사실 당시 오스트리아 프란츠 황제 입장에서는 충공깽스러운 일이었는데, 자기 고모 (마리 앙투아네트) 를 죽인 자코뱅의 후예라고 자처하는 놈이 자기 딸을 달라고 하니 미치고 팔짝 뛸 노릇… 그런데 현실정치에 못이겨 결국 나폴레옹에게 양보한다)

나폴레옹은 심지어 중세왕 샤를마뉴의 기억을 되살리면서 독일에까지 본인의 영향력을 확대하고자 했다.

그는 스스로 과거(왕권)와 미래(혁명)의 가교가 되어 각 민족에 “법을 하사하는” 위대한 군주가 되어 유럽의 아버지가 되고자 했다.

왕권신수설을 부정하면서 국민주권에 기반한 왕권을 만들고자 했고, 혈통에 의한 귀족제를 철폐하고, 능력에 의한 귀족제(레종도뇌르)를 만들고자 했다. 그리고 전통에 의한 통치가 아닌 법(constitution)에 의한 통치를 확립하고자 했다.

역설적 인물, 나폴레옹… 정말 여러 의미로 위대한 풍운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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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 보나파르트 Napoléon Bonaparte


그는 카를 3세 이후 프랑스 최초의 황제가 된 인물이며 그의 영향력은 매우 강력했기에 그의 몰락 이후 유럽의 외교사는 어떻게 하면 이런 인물이 다시 유럽을 집어삼키는 걸 막는가를 기준으로 진행될 정도였다.

사상적인 측면에선, 나폴레옹이 유럽 대부분을 지배하면서 그 스스로가 갖춘 사상과 철학인 법치주의, 능력주의, 시민평등사상을 온 유럽에 퍼트렸고, 나폴레옹 법전 등 여러 업적을 남겨 세계사에 한 획을 그었다. 기본적으로 근대 세계는 프랑스 혁명으로 시작해서 나폴레옹 전쟁으로 끝난 정치 혁명 그리고 영국의 산업혁명이 야기한 경제구조의 대변혁이 어우러져 완성된 세계라고 할 수 있다.

나폴레옹은 당대 최고의 군사 전략가로서 프랑스 육군의 모든 부분을 전반적으로 선진화시켜 세계 최강으로 자리매김하게 한 주역이었다. 이후 유럽의 모든 국가들이 나폴레옹을 따라 군제를 개편한 만큼 사실상 전쟁사의 근대를 완성시킨 인물이라고 해도 절대 과언이 아니다. 개인으로서 세계사의 변혁을 이끌어낸 인물이며 유럽이 18세기 시민혁명시대에서 19세기 제국주의적 산업사회로 넘어가는 전환기를 풍미한 인물이었다.

사실 나폴레옹은 수려한 미남이었다. 정권을 잡은 후에는 어느 정도 보정이 들어갔다 치더라도, 정권을 잡기 이전의 초상화들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초상화뿐만 아니라, 사망 후에 남긴 데스 마스크를 봐도 얼굴은 확실히 평균 이상으로 잘생긴 편이다.

나폴레옹의 사후 부검 당시 측정한 실제 나폴레옹의 키는 168㎝였다. 당시 프랑스 사람들의 평균 신장이 164㎝ 정도였음을 고려하면 오히려 큰 편인 것이다.

나폴레옹이 단신으로 여겨지게 된 이유는 여러 이유가 있는데, 일단 실제로 그가 속한 집단 중에서는 좀 작은 편이 맞긴 하다. 저 평균키 164㎝라는 수치는 당시 프랑스 남부에서 징집된 병사들의 평균키인데, 일주일에 먹는 날보다 굶는 날이 더 많았던 프랑스 하층민들의 키가 포함됨을 고려해야 한다. 반면 잘 먹고 잘 산 당시 유럽 귀족들의 평균키는 170㎝ 중반~180㎝ 까지도 달했기 때문에 나폴레옹은 자신이 속한 계층에서는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었던 것이다. 더군다나 그와 함께하는 고참 근위대는 원래 178㎝ 이상으로 키가 큰 인원들을 차출해서 만든 부대인 데다가, 특유의 셰코 모자 때문에 그들과 같이 있으면 나폴레옹의 키가 더욱 작아 보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성장기 때에도 빈곤하게 지낸 탓에 잘 먹고 발육상태가 좋던 귀족들과 같이 있다 보면 키가 좀 작다는 인식도 있었다. 거기다 나폴레옹은 다른 장교들과 달리 이각모를 넓게 쓰는 버릇도 있었고, 몸매가 약간 펑퍼짐한 면도 있는 데다 숏다리였던 것도 이러한 '작아 보이는' 인상에 한몫했을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본인 스스로 "내 키는 땅에서 재면 가장 작지만 하늘에서 재면 가장 크다."라는 말까지 하는 바람에…

나폴레옹은 잠을 결코 적게 자지 않았다. 나폴레옹이 사관학생 시절, 다들 코르시카 촌놈이라고 무시했지만 브리엔이란 동기만 유일하게 친하게 지냈고 이 인연으로 부관이 되었던 브리엔이 남긴 기록을 봐도 불면증 때문에 못 잔다고 투덜거린 게 많았다고 한다. 브리엔은 나폴레옹빠였지만 늘그막까지 나폴레옹이 잠을 적게 잤다고 하면 왜곡하지 말라며 반론했다. 그 밖에도 프랑스 사학자 Roger Chartier의 연구에 의하면, 야간의 수면 시간이 2~3시간이었을 뿐, 1일 동안 토막잠을 잔 시간까지 합치면 최소한 6시간 이상이었다고 한다. 더구나 불규칙한 생활 덕분에 불면증까지 겹쳤기에 적게 잤을 뿐이지, 노력과 근성으로 졸음을 참은 것은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저렇게 수면이 불규칙적이다 보니, 한번 잠이 들면 주변에서 깨우는 것을 엄청나게 싫어했다고 한다. 한 번은 연회 도중에 잠든 나폴레옹을 깨우려고 측근들이 그가 좋아하는 치즈를 가져다 줬는데, 그 냄새를 맡던 나폴레옹이 돌연 '오늘은 피곤하니 안 되겠소 조세핀'이라 잠꼬대를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체취와 치즈 냄새도 구분 못할 만큼 넉다운 되었다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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