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생활_문화

8시간 수면의 진실과 역사

by 성공의문 2012. 4. 3.

8시간 수면 신화

By Stephanie Hegarty

자다가 한밤중에 깨는 것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사실 이게 오히려 좋은 현상일 수도 있다. 최근 증가하고 있는 각종 연구결과와 역사의 기록에 따르면 8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수면을 취하는 것이 오히려 부자연스러운 현상일 수도 있다고 한다. 

지난 1990년대 초, Thomas Wehr라는 정신과 의사는 한 달 동안 실험 참가자들이 하루 14시간 동안 어둠 속에서 생활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 참가자들의 새로운 수면 패턴이 나타나는 데 시간이 좀 걸리기는 했지만, 4주차가 되자 안정적인 패턴이 보이기 시작했다. 4시간 동안 수면을 취했다가 깨어나 1~2시간 동안 활동하다가, 다시 4시간 수면을 취하는 패턴이었다. 

수면 관련 분야의 전문가들은 실험 결과를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지만, 일반 대중은 여전히 8시간 동안 깨지 않고 꾸준히 수면을 취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하고들 있다.

2001년에는 Virginia Tech의 Roger Ekirch 교수(역사학자)가 자신이 16년간 진행해 온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 앞서 언급한 실험 결과와 마찬가지로, 과거에는 사람들이 두 차례에 걸쳐 수면을 취하는 것이 정상적이었다는 증거를 제시한 것이다. 

4년 후 출판된 그의 저서, "At Day's Close: Night in Time Past"는 옛 조상들의 수면 패턴과 관련된 500여 가지의 근거 자료(일기, 재판서, 의학 서적, 그리고 호머의 오디세이아에서 현대 나이지리아의 원주민 부족과 관련된 인류학 보고서까지 이르는 각종 문헌)를 제시하고 있다.

Wehr 박사의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역사 기록에 따르면 옛날 사람들은 해가 지고 2시간 후 잠자리에 들었다가, 깨어나 1~2시간 동안 활동하고, 다시 또 잠을 청했다고 한다. 

Ekrich 교수의 얘기를 들어보자: "근거 자료의 양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 무엇보다 내용이 중요합니다. 옛 사람들이 이런 식의 수면 패턴을 당연하게 여겼다는 내용이 많습니다."

우리 조상들은 첫 번째 수면 후 깨어나 활발하게 활동했다. 화장실을 가고 담배를 피우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이웃 집에 마실을 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대부분은 침실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기도를 했다. 15세기에 쓰여진 기도 지침서들 중, "첫 번째 수면 후 드리는 기도"를 다루는 것들도 무수히 많다.


분할 수면이 일반적이었던 시절의 기록들

"He knew this, even in the horror with which he started from his first sleep, and threw up the window to dispel it by the presence of some object, beyond the room, which had not been, as it were, the witness of his dream." Charles Dickens, Barnaby Rudge (1840)

"Don Quixote followed nature, and being satisfied with his first sleep, did not solicit more. As for Sancho, he never wanted a second, for the first lasted him from night to morning." Miguel Cervantes, Don Quixote (1615)

"And at the wakening of your first sleepe You shall have a hott drinke made, And at the wakening of your next sleepe Your sorrowes will have a slake." Early English ballad, Old Robin of Portingale

The Tiv tribe in Nigeria employ the terms "first sleep" and "second sleep" to refer to specific periods of the night

Source: Roger Ekirch


사람들이 이 시간을 혼자서 보낸 것도 아니다 - 배우자와 대화를 나누거나 성관계를 맺는 경우도 많았다. 

16세기 프랑스에서 발간된 의학 지침서에는 하루의 고된 일과를 마친 후가 아니라, "첫 번째 수면 이후"에 성관계를 가지는 것이 아이를 가지는 데 여러 모로 유리하다고 명시되어 있다. - 이 시간대에 가지는 성관계가 "즐거움도 크고", "효과도 좋다"는 것이다.

Ekrich 교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17세기 말부터 "첫 번째 수면"과 "두 번째 수면"에 대한 언급이 문헌에서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특히 북유럽의 도시 지역에 거주하는 상류층에서부터 이 개념이 가장 먼저 희박해졌고, 이후 200년의 세월 동안 유럽의 다른 지역까지 퍼졌다고 한다. 

1920년대에 이르러 첫 번째와 두 번째 수면에 대한 기억은 사회에서 완전히 사라지기에 이르렀다.

Ekrich 교수는 가로등과 주거지 내 전등의 개선, 그리고 24시간 내내 영업을 하는 커피 하우스가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수면에 대한 패러다임이 변했다고 얘기한다. 밤에 활동하는 것이 정당화되고, 이에 따라 밤에 활동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휴식에 할애하는 시간이 그만큼 줄어들게 되었다는 것이다. 

Craig Koslofsky씨(역사학자)가 최근 발표한 저서 Evening's Empire에서는 이 같은 수면 패러다임의 전환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그의 얘기를 들어보자: "17세기 전까지는 밤에 활동한다는 것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았어요". 옛날에는 범죄자, 매춘부, 그리고 주정뱅이들이나 밤에 활동했었다는 것이다.

"얼마든지 양초를 구입할 수 있는 부자들도 밤을 밝히는 데 투자를 하지 않았습니다. 밤에 깨어 있다는 것이 위신이 서는 일도 아니고, 지위가 오르는 일도 아니었거든요."

하지만 종교개혁(Reformation)과 반종교개혁(Counter-Reformation)이 이루어지면서 이런 인식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개신교(Protestant)와 가톨릭(Catholic) 신도들은 어두운 밤을 틈타 비밀리에 예배를 드리기 시작했다. 이전까지는 범죄자들이 밤을 소유했지만, 이 시점부터 사회에서 존경 받는 사람들도 밤에 활동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종교분야 뿐 아니라 다른 사회 분야로 퍼지기 시작했다 - 초기에는 양초를 구입할 수 있는 재력을 갖춘 부유층에게만 해당되었다. 하지만 가로등이 발명되면서 모든 계층이 밤에도 활동을 할 수 있게 되었다. 

1667년에는 프랑스 파리에 세계 최초의 가로등이 설치되었다 (왁스 초를 이용한 유리 램프). 같은 해 Lille가 뒤를 따랐고, 2년 후에는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이 보다 효율적인 기름 램프를 이용한 가로등을 선보였다. 

런던은 1684년에 들어서 비로소 가로등을 설치했으며, 17세기 말에는 유럽의 50여 개 도시들이 밤을 환하게 밝히기에 이르렀다. 

야간 활동은 새로운 패션으로 자리잡았고, 침대에 멍하니 누워 있는 것은 시간낭비라는 인식이 점차적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Ekrich 교수의 얘기를 계속 들어보자: "이 때부터 사람들은 시간을 중시하고, 효율성에 민감해지기 시작했습니다. 19세기 이전부터 말이죠. 그리고 산업혁명이 이루어지면서 이 같은 현상은 더욱 빠른 속도로 진화했습니다."

1829년에 발간된 의학 저널의 내용이 당시의 변화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저널은 아이들이 첫 번째와 두 번째 잠을 자는 습관을 타파할 수 있도록 부모들이 지도할 것을 설득하고 있다.

"질병이나 사고의 후유증 같은 것이 없는 한, 첫 번째 잠만으로 충분한 휴식을 얻을 수 있다. - 첫 번째 잠을 마친 후 아이들은 평소와 같은 시간에 깨어날 것이다."

"아이들이 두 번째 잠을 청하려고 고개를 돌려 누우면, 도움이 되지 않는 무절제한 행동이라고 가르쳐야 한다."

오늘날에는 많은 사람들이 8시간 동안 중단 없이 수면을 취하는 패턴에 익숙해져 있으나, Ekrich 교수의 주장에 따르면 인체의 자연적인 수면 패턴(분할 수면: segmented sleep)이 더 이상 지켜지지 않고 인공 빛이 어느 때보다 흔해진 것이 수많은 수면 관련 장애의 근본적인 원인일 수도 있다고 한다. 

특히 사람들이 한밤중에 깬 후 다시 잠에 들지 못하는, 이른바 수면 유지 불면증(sleep maintenance insomnia)의 근본적인 원인일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수면 유지 불면증에 대한 기록은 분할 수면에 대한 기록이 사라지기 시작한 19세기 말에 처음 등장했다. 

심리학자 Gregg Jacobs씨의 얘기를 들어보자: "오랜 진화를 거치는 동안 인간은 어떤 수면 패턴에 익숙해져 왔습니다. 한밤중에 잠에서 깨는 것은 정상적인 생체 리듬이라 할 수 있죠."

Jacobs씨의 말에 따르면 사람에 따라서 한 번의 지속적인 수면이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다고 한다 - 특히 한방 중에 깨어났을 때 불안과 초조를 느끼는 사람의 경우 불안감 자체가 수면을 방해할 수도 있고, 일상 생활에도 지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수면의 단계

사람은 60~100분을 주기로 네 단계로 구성된 수면 사이클을 거치게 된다.

1단계는 깨어 있는 상태와 수면 상태의 중간으로, 나른하고 편안한 상태이다 - 호흡이 느려지고, 근육이 이완되고, 심장 박동이 떨어지는 단계.

2단계는 1단계보다 약간 깊은 잠에 빠진 상태다 - 2단계에서는 수면 상태이지만 깨어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 즉, 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는 얘기가 된다. 

3단계와 4단계는 깊은 수면(Deep Sleep) 상태다 - 인체의 활동량이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는 시점이기 때문에, 깊은 수면에서 깨어나기는 매우 어렵다.

깊은 수면 후에는 몇 분간 2단계로 복귀했다가, 꿈을 꾸는 단계(Dream Sleep)로 넘어가게 된다 - 이 단계를 REM(Rapid Eye Movement)라 칭하기도 한다. 

완전한 수면 사이클 하에서 인체는 1단계에서 4단계까지 진행했다가, 다시 3단계, 2단계를 거쳐 꿈을 꾸는 상태로 진입하게 된다.

Source: Gregg Jacobs


Oxford 대학에서 서캐디안 신경과학(circadian: 생물학 주기)을 가르치고 있는 Russell Foster 교수 역시 공감을 표현했다.

"한밤 중에 깨어나 패닉(당황) 상태에 빠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이게 다 과거의 분할수면 패턴으로 복귀하려는 본능의 발동이라고 얘기해 줍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의사들은 아직도 분할 없는 8시간 수면이 부자연스러운 것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Foster 교수의 얘기를 계속 들어보자: "오늘날 의사들이 취급하고 있는 환자들의 질병 중 30% 이상은 수면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것들입니다. 하지만 대학에서도 수면의 중요성을 외면하고 있고, 수면을 연구하는 기관도 많지 않습니다."

Jacobs씨는 옛날 사람들이 두 번의 수면 사이에 반 강제적으로 휴식을 취했던 그 시간 덕분에, 인체가 자연스럽게 스트레스를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얘기한다. 

한편 Ekrich 교수에 따르면 사람들이 이 시간을 이용하여 꿈에 대해 명상을 했다는 역사적 기록들이 다수 발견되었다고 한다. 

Jacobs 박사의 얘기를 들어보자: "현대인들이 이런 일들(명상)에 투자하는 시간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습니다. 오늘날 불안 증세, 스트레스, 우울증, 알코올/마약 중독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의 일치가 아닙니다."

그러니 다음에 한밤 중에 잠에서 깨어나게 되면, 산업시대 이전의 조상들을 생각하며 편하게 릴랙스 해 보는 것은 어떨까? 깨어 있는 것이 오히려 몸에 좋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 b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