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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_문화

음식과 체질에 관하여 - 도올 김용옥 '사랑하지 말자' 중에서

by 성공의문 2013. 2. 14.



주역의 12벽괘 중의 두 괘로서 태괘泰卦 라는 것과 비괘否卦라는 것이 있다. 

음식의 원칙은 바로 이 태괘와 비괘의 원리에 의하여 조절해야 한다.


이것을 한의학에서는 '수승화강의 대원리'라고 한다.


수水는 땅을 대표하는 것이고 화火는 하늘을 대표하는 것이다.

우리가 음식을 섭취했을 때 화가 위로 뜨고 수가 아래로 가는 것은 매우 좋지 않다.

항상 머리는 내설악의 백담처럼 맑아야 하고 하체는 사하라사막처럼 더워야 한다.

그래야 몸이 태泰하게 된다. 대체로 몸의 불을 아래에서 갈무리하는(잡아둔다는 뜻) 것이 정精이다.  


옛사람들이 음식에 관해 가지는 상식 중에 '덥다'는 말과 '차다'는 말도 이러한 '수승화강'의 문제와 관련이 있다.

일본 사람들이 날생선을 먹을 때 그것을 매콤한 와사비와 같은 먹는 것은 날생선이 너무 차갑기 때문에 더운 음식과 같이 먹는다는 뜻이다. 


같은 과일이라도 오렌지는 덥고 수박은 차다. 

같은 과라도 호박은 덥고 오이는 차다. 

같은 물이라도 보리차는 뜨거워도 찬 것이고, 쌀 숭늉은 차가워도 더운 것이다.

같은 고기라도 돼지고기는 차가우며 닭고기는 덥다.

약재로 치면 부자는 대열大熱한 것이고 석고는 대한大寒한 것이다.


하여튼 이런 것이 동방인의 지혜에 속하는 것인데 잘 몰라도 상관없다.

무엇을 먹을 때 자기 몸의 컨디션을 조절하면서 먹을 줄 알아야 하고 

덥고 찬 것을 가려서 수승화강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체질은,

평소 속이 냉한 사람은 더운 음식을 좋아하게 마련이고 속이 더운 사람은 찬 음식을 좋아하게 마련이다.

이런 것은 자기 몸의 요구에 따라 자연히 조절이 된다.

속이 더운 사람이 즉, 잘 때 배때기 까놓고 자도 아무 탈 없이 잘 자는 사람이, 닭고기 먹고 오렌지 먹고, 카레라이스 먹고, 마늘 잔뜩 먹으면 금방 얼굴에 뭐가 돋는다.

상화되어 화산이 폭발하는 것이다.



음식에 대한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상식 


첫째, 편식은 좋은 것이다. 편식하지 말고 골고루 먹으라는 음식법은 매우 잘못된 것이다.

그것은 서양의 칼로리계산법에 의한 획일적인 영양논리인데 과도한 편식은 나쁘지만 적당한 편식은 건강에 절대로 필요하다.

체질에 의하여 싫은 음식은 먹지 않는 것이 좋다. 

그리고 또 생활의 리듬에 따라 음식을 돌아가면서 먹는 편식의 지헤는 매우 좋은 것이다. 


둘째, 어떠한 경우에도 육기가 곡기를 이기면 안된다.

과도한 육식은 나쁘다. 공자님께서도 "육수다肉雖多, 불사승사기不使勝食氣"라 하셨다.

쌀처럼 모든 체질에 공유되며 부작용이 없는 음식은 이 세상에 없다. 쌀밥을 사랑해야 한다.


셋째, 낙농음식은 다 나쁜 것이다. 

우유니 치즈니, 버터니 하는 낙농식물을 바탕으로 한 음식은 기본적으로 저열한 것이다.

산천초목이 척박한 지역에서 불가피하게 발달한 의식이며 

그것은 쌀과 채소처럼 곧바로 자연의 특혜를 활용한 제1차적 독립영양생물이 아닌, 여러 종속단계를 거친 음식이다.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필연적으로 독소가 쌓인 음식이며, 고단백이긴 하지만 인간의 몸에는 부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러니까 빵과 낙농을 중심으로 한 서양음식은 그 기본이 저열한 것이다.

이 저열한 음식을 개화기 이래로 숭상한 것은 참으로 유감이다. 

쌀밥과 김치, 그 이상의 위대한 음식이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넷째,  어차피 모든 세계의 음식이 공유되고 교류되는 것은 나쁜 것은 아니다. 

기호에 따라 골고루 향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체질에 따라 먹는 것도 현명하고, 기분에 따라 선택해 먹는 것도 재미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원리는 "소식"이라는 것이다. 

무슨 음식이든지 적게 먹는 것, 배부르지 않게 먹는 것, 

남기더라도 과도하게 섭취하지 않는 것(남기지 않도록 처음부터 적게 취할 것)이 중요하다. 

소식의 원칙만 지키면 어떤 음식이라도 큰 해는 없다.

 

다섯째, 인공조미료가 들어간 음식은 절대 먹어서는 안 된다. 

일본 사람이 "아지노모토"라는 것을 만들어서 인류의 음식문화를 망가뜨렸다. 

일본의 미원회사가 한때 미원을 먹으면 머리를 좋게 만든다는 신화를 만들어 일본사람들이 아이들에게 미원을 퍼멕여 많은 부작용을 초래한 사례도 있다. 

한국사람들은 미원을 안 넣었으면 다시다는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모든 인공조미료가 "허화가 뜨는" 근본이 된다. 

조미료가 몸에 축적되면 몸은 청기를 유지할 수 없다. 

모든 조미는 반드시 자연물을 써야 한다. 멸치·다시마·폐류 등등의 자연조미료를 써야 한다. 


여섯째, 일체의 깡통음식 또한 삼가는 것이 좋다. 그리고 햄버거류의 정크푸드도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콜라 사이다와 같은 소다도 어려서부터 입에 안 대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일곱째, 될 수 있는대로 외식을 삼가고 집에서 엄마가 해주는 음식을 먹는 것이 좋다. 

다시 말해서 건강한 가정생활이 있을 때 건강한 음식문화가 있게 되는 것이다. 

음식에 대한 나의 최종적 키워드는 "청혈淸血"이다.


- 도올 김용옥 『사랑하지 말자』 337~341쪽

 


책에서 다음 대목은


 "정말 중요한 원칙, 이것 하나만 잘 실천해도 평생을 해맑은 얼굴을 하고 무병장수할 수 있다."


그건 다름 아닌 "오후불식"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아서 정리는 다음 기회로 넘긴다.


 

도올 선생님의 음식론은 '태평농'의 이념과도 딱 맞아 떨어진다.

태평농 이영문 선생님 책을 처음 보았을 때가 1999년.

농사에 아무런 관심도 상식도 없었을 때였고, 농사를 짓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을 때였으니까.

농사 관련 글은 건성으로 넘어가다 어느 한 대목에 시선 고정하게 되었는데 '적게 먹는 즐거움을 누리자 (이영문 지음『모든 것은 흙속에 있다』양문출판사, 1999)'라는 글이었다.


다섯 쪽 분량의 그 글에 얼마나 매료되었든지 읽고 또 읽으며 적게 먹는 즐거움을 스스로 누려보게 되었다.

길게 이어지질 못해서 아쉽긴 하지만 처음으로 소식의 재미를 맛 보게 되었던 것, 그건 참으로 짜릿한 쾌감이었다.

- 본래무일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