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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소음이 미치는 식물과 동물의 생태적 변화

by 성공의문 2012. 4. 3.

소음에 반응해 번식행동 양식이 달라져

지난 22일 환경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는 경전선 철도공사 현장의 소음 및 진동으로 인한 가축 피해 배상을 요구한 환경분쟁조정 신청 사건에 대해 그 피해를 인정하고 시공업체가 7천100만원을 배상하도록 결정했다고 밝혔다.

가축들의 경우 번식 효율이 저하되거나 성장 지연, 유‧사산을 비롯해 심지어 폐사 등의 피해를 당할 만큼 소음에 민감하다.

이 사건은 경남 함안군 함안면에 위치한 돼지 사육 농가가 2011년 3월부터 같은 해 7월까지 약 370미터 떨어진 경전선 복선전철 공사현장의 터널 발파작업 등으로 발생한 소음 및 진동으로 인해 돼지들이 유‧사산, 모돈 폐사, 모돈 스트레스로 인한 유즙 분비 불량에 따른 포유자돈 폐사 등의 가축 피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함으로써 비롯되었다.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가 사건이 벌어진 축사에서 소음 및 진동의 정도를 측정한 결과, 발파로 인한 최대 소음도가 73dB(A), 최대 진동도 0.05㎝/sec로 가축피해 인정기준[소음 60dB(A), 진동 0.02㎝/sec]을 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기타 건설장비 가동에 따른 소음 및 진동도 역시 가축피해 인정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나, 위원회는 시공사가 농장주에게 피해 사실에 대한 배상금을 지급하도록 결정했다. 

가축들의 경우 인위적인 소음에 계속 노출될 경우 번식 효율이 저하되거나 성장 지연, 산자수 감소 및 유‧사산을 비롯해 심지어 폐사 등의 피해를 당할 만큼 소음에 민감하다. 따라서 축사와 인접한 장소에서 발파 공사를 시행하거나 소음‧진동 영향이 큰 장비를 투입할 때는 이 같은 가축의 특성을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


조용한 지역이 묘목 수 4배 이상 풍부해

그런데 앞으로는 동물뿐만 아니라 식물을 재배하는 농장주들도 이 같은 피해 배상을 신청하게 될지도 모른다. 식물들이 인위적인 소음에 반응해 수분(가루받이) 또는 씨를 분산시키는 행동 양식이 변화한다는 연구결과가 최근에 발표됐기 때문이다.

미국 국립진화합성센터(National Evolutionary Synthesis Center) 소속의 클린턴 프랜시스 박사팀은 뉴멕시코 북서부에 위치한 자이언국립공원의 방울뱀협곡 야생지역에서 3년여에 걸친 실험을 수행한 결과, 이 지역에 우세한 수목인 피년 소나무(Pinon pine)는 인위적인 소음이 높은 지역보다 조용한 지역에서 묘목 수가 4배 이상 풍부하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결과는 지난 3월 21일 영국 왕립학술원 생물학회보에 발표됐다. 

방울뱀협곡 야생지역은 가스 추출을 위해 압축기가 갖추어진 수천 개에 이르는 천연 가스정의 본거지로서, 매일 주야에 걸쳐 압축기로부터 발생하는 소음이 심하다. 연구팀은 이동할 수 없는 식물의 경우 꽃가루를 전달하거나 씨를 분산시키기 위해 다른 동물에 의존한다는 사실에 착안해, 소음에 대한 동물의 반응이 식물에서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발견하기 위해 실험에 착수했다.

연구팀이 주목한 피년 소나무의 경우 바람에 떨어진 열매를 조류나 동물이 섭식하게 해서 씨앗을 틔운다. 연구팀은 동물이 섭취한 씨앗의 수가 소음에 의해 영향을 받는지 알아보기 위해 소음이 심한 지역과 조용한 지역에 있는 120그루의 피년 소나무 아래 씨앗을 뿌린 다음 카메라를 이용해 동물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그 결과 야생들쥐의 경우 소음이 심한 지역을 선호해 개체수가 많은 반면 조류인 어치는 소음이 심한 지역을 피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 쥐에 의해 섭취된 피년 소나무 씨앗은 동물의 장을 통과해 생존하지 못하므로 소음이 심한 지역의 피년 소나무 묘목은 생존하기 어렵다. 그러나 나중에 먹기 위해 토양에 씨앗을 숨겨두는 습성이 있는 어치의 경우 씨앗을 찾는 데 실패하는 수가 하므로 어치가 주로 서식하는 조용한 지역의 피년 소나무는 묘목 수가 많아지게 된다.


소음 파급효과 지속 기간 생각보다 훨씬 길어

그런데 이와는 정반대로 소음이 심한 지역에서 오히려 가루받이가 더 활발히 이루어지는 식물도 있었다. 이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칼렛길리아(scarlet gilia)라는 붉은색 야생화의 가루받이 매개자인 검은뺨벌새는 조용한 지역보다 소음이 높은 지역을 5배 더 빈번하게 왕래한다는 사실이 발견된 것.

검은뺨벌새가 이처럼 소음이 높은 지역을 선호하는 이유는 자신들의 새끼를 잡아먹는 어치를 피하기 위해서이다. 어치는 소음이 심한 지역을 피하므로 소음이 높은 곳이 검은뺨벌새로서는 새끼 키우기에 적합하다. 이로 인해 스칼렛길리아는 천연가스를 추출하는 압축기가 소음을 뿜어내는 곳으로부터 가까운 지역에서 더 많이 자생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팀은 피년 소나무와 같이 오래 생존하는 식물에 끼치는 소음의 파급 효과는 소음 공급원이 제거된 후에도 수십 년 동안 지속될 만큼 소음으로 인한 영향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오래 지속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인간으로 인한 인위적인 소음에 대해 가장 민감한 생물은 해양동물이다. 시각이 발달한 육상동물들과 달리 해양동물들은 소리를 통해 의사소통을 하고 주위 환경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해양동물들은 육상동물과는 다르게 환경적인 소음에 노출될 경우 청각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는 등 한 종의 생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난해 스페인 과학자들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지금까지 소리에 의존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던 오징어나 문어 등의 무척추동물도 약한 저주파에 잠깐 노출될 경우 청각기관이 심하게 손상되는 등 균형시스템이 망가지는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하지만 석유탐사나 상선의 항해, 해양건설현장 등으로 인한 해양 소음이 점점 늘고 있어 해양생물들의 소음 보호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석유 채굴작업과 차량 통행 등 현대의 각종 산업 소음이 동물 뿐 아니라 식물에까지 장기적인 파급효과를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라이브사이언스 닷컴과 사이언스 데일리가 21일 보도했다.

이런 소음들이 조류를 비롯한 동물의 개체수와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진 것이지만 미국 국립진화종합센터(NESCent) 연구진은 실험을 통해 식물도 수십년간 지속되는 변화를 겪어 결국 생태계 전체의 구조가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영국 생물학회지 프로시딩스 B.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소음이 생태계 전체에 어떤 효과를 가져오는지 보기 위해 천연가스 채굴 시설 밀집 지역과 가까운 멕시코 북서부의 래틀스네이크 캐니언 야생 동식물 보호지구에서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일련의 실험을 했다.

이 지역은 수천개의 가스전에서 밤낮없이 들려오는 압축기와 운반 차량의 소음이 바로 옆에서 청소기를 돌릴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들리는 곳이다.

연구진은 소음이 심한 지역에 5개의 실험 구역을 조성해 구역마다 포기당 꽃이 3송이씩 달린 5포기의 붉은 조화(造花)를 심어 놓았다. 이 지역에 흔한 스칼렛 길리아와 비슷한 꽃들에는 일정량의 설탕물로 채워진 작은 튜브가 들어 있어 검은뺨벌새들이 즐겨먹는 꽃꿀의 역할을 대신했다. 연구진은 구역간 꽃가루 이동량을 측정하기 위해 매 구역 당 한 포기의 꽃에 각기 색깔이 다른 인조 꽃가루를 뿌려 놓았다.

연구진은 이처럼 시끄러운 구역과 여기서 멀리 떨어진 조용한 곳에서 벌새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비교했다.

벌새들은 조용한 곳보다는 시끄러운 곳에서 5배나 더 왕래했고 그 결과 시끄러운 곳에서는 가짜 꽃가루가 훨씬 많이 옮겨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식물에게는 좋은 일이다.

벌새들은 천적인 어치가 시끄러운 곳을 싫어하기 때문에 반대로 시끄러운 곳에서 주로 먹이활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여기까지는 학자들의 예상대로였다.

그러나 이 지역에 서식하는 미국잣나무(Pinus edulis)에서는 반대의 효과가 나타났다. 조용한 곳의 잣나무 묘목 수가 시끄러운 곳에 비해 4배나 많은 것이다.

연구진은 이런 현상이 잣을 파 먹는 동물들의 차이 때문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어치는 잣을 파서 나중에 먹으려고 땅에 묻어 놓지만 찾지 않는 것이 많아 상당수가 싹을 틔우고 결국 잣나무가 퍼지게 된다. 따라서 소음을 싫어하는 어치가 주로 찾는 조용한 잣나무 숲은 점점 우거지게 된다.

반면 생쥐들은 시끄러운 곳을 좋아해 시끄러운 잣나무 숲에서 잣을 파 먹지만 대부분의 열매가 뱃속에서 소화되기 때문에 나무의 번식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시끄러운 곳에서는 점점 잣나무가 줄어들게 되고 균류와 곤충, 식물, 포유류, 조류 등 수백 종의 동식물이 잣나무 숲에 의지해 살아가기 때문에 이들도 영향을 받게 된다.

연구진은 잣나무 묘목이 자라 큰 나무가 되기까지는 수십년이 걸린다면서 " 수십년, 어쩌면 가스전이 사라진 뒤 한참 지나서야 소음이 생태계 전반에 미치는 파급 효과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