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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빈곤대국으로 향하는 일본 - 그 길을 따라가는 한국

by 성공의문 2009. 11. 13.


세계2위의 경제대국 일본. 이웃한 우리에게는 항상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속살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충격적이다.

기자가 둘러본 오사카의 곳곳에서 마주친 노숙자들은 이곳이 과연 일본인가 싶을 정도였다. 공식적으로 조사된 일본의 노숙자는 1만6,000여명. 하지만 실상을 잘 아는 민간단체 등에 따르면 도쿄에만 1만1,000여명, 전국적으로는 3만여명이 넘는다는 것이 정설이다.

최근에 나온 통계는 더욱 충격적이었다. 후생노동성이 지난달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7년 현재 일본의 상대적 빈곤층은 15.7%에 달했다. 인구 6.2명당 1명,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가운데 4번째로 높다.

상대적 빈곤층은 연간소득이 전체 인구의 평균 가처분 소득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들로 정상적인 생계유지가 어렵다.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 부진으로 이 수치는 더욱 높아졌을 것으로 추산된다. 현지의 한 신문은 사설에서 '일본의 위기'라며 범국가적인 대응책 마련을 촉구했다.

일본이 이렇게 망가진 이유는 무엇일까. 대다수의 지식인들은 만성적인 저성장 구조와 세계 경기침체도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소득양극화가 비극의 씨앗이었다는 데 동의한다. 과거 고이즈미 정권이 밀어붙였던 노동시장 규제개혁이 원인이었다는 것. 2004년 '노동자 파견법'을 개정, 일부 업종에만 허용했던 파견직을 전 업종으로 확대하면서 비정규직을 양산, 소득양극화가 고착화됐다는 분석이다.

일본 내각부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비정규직 노동자가 평생 벌어들이는 소득은 정규직의 40% 수준에 불과했다. 총소득 차이는 9,000만엔, 우리 돈으로 약 12억원에 달한다. 20대 때 2배가 안 되던 임금격차는 나이가 들수록 확대돼 50대에는 5배 이상으로 벌어진다.

눈을 돌려 우리를 보자. 2006년 상대적 빈곤율은 14.6%로 일본보다 낮다. 하지만 사회 취약계층을 보면 사정이 달라진다.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고령자층의 상대적 빈곤율은 무려 45%에 달한다. 부끄럽게도 OECD 1위다. 더 심각한 문제는 빈곤층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의 경우 상대적 빈곤율이 2007년 10.7%에서 2008년 12.5%로 껑충 뛰었다.

우리나라의 경제구조는 빠르게 일본을 닮아가고 있다. 출산율이 급락하고 노령층의 비중이 급증하면서 일본형의 만성적 저성장 구조가 현실로 다가왔다. 여기에 소득양극화 대책까지 때를 놓쳐 빈곤대국의 길마저 같이 들어서는 것은 아닐까 두려움이 생긴다.
-서울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