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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보고서] 핀란드 기본소득 실험

by 성공의문 2018. 3. 19.

1. 핀란드 정부, 특히 기본소득을 주관하는 KELA (핀란드 사회보험청)은 기본소득을 핀란드 우파 정부의 혁신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이미지화하고 있었음 (참고로 올해가 핀란드 독립 100주년). 기본소득 홍보 브로셔의 다음과 같은 표현이 이를 반증. 

"Basic income experiment promotes a positive image for Finland!!"


실제 기본소득 실험을 주관하는 KELA를 상대로 전 세계 언론과 학계, 각국(스웨덴 혹은 멕시코)의 정부로부터 인터뷰 요청이 끊이지 않음. 여기에 응하는 것을 중요한 업무의 하나로 생각하고 있었음. 출장자가 방문한 당일만 하더라도 3팀(일본 언론에서도 왔다고 함)이 더 있다고 함.  


핀란드 의회 정치 연구로 정치학박사를 받은 Hyeon Su Seo에 따르면 핀란드는 스웨덴이나 다른 북유럽 국가와 달리 혁신을 강조하며, Top-down식 개혁의 역사가 있다고 함. 기본소득 실험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하는 것이 좋음 .


“ 북유럽 사민주의 국가들은 개별 국가들 간의 다양성과 차이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강한 국가 중심성과 진보적 사회공학(progressive social engineering)의 전통을 갖고 있고, 이는 21세기 초반의 국가 혁신 시스템(National Innovation Systems)으로 진화해오고 있음. 

핀란드는 특히, 역사적, 지정학적 특성들과 더불어 북유럽 복지국가 모델의 후발 주자로서 의회 미래위원회(Committee for the Future)와 국가 혁신 펀드(SITRA) 등 체계적인 국가 혁신 정책 가버넌스를 발전시키는 등 상대적으로 더욱 혁신 지향적 ‘기업가적 국가’(entrepreneur state)의 특성들을 보임. (1980년대 이후 NOKIA 중심의 지식정보 경제로의 전환도 큰 영향을 미침.) 

그 결과 핀란드는 북유럽에서도 ‘Top-down’ 방식의 사회 혁신 작업이 가장 활발하게 전개되는 나라에 속하며, 현 핀란드 정부의 기본소득 실험 프로젝트도 그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여지가 있음. 이는 올해 독립 100주년을 맞아 핀란드 정부가 추진해온 국가 브랜드 증진 사업의 차원과도 맞물려 전개됨. (Dr. Seo)”

   

2. KELA가 공식적으로 밝힌 기본소득 실험의 목적은 기존 복지 제도를 간결하게 만들고 (이를 통해) 노동시장의 참여를 독려하는 것. 


3. 왜 기본소득의 대상을 25세에서 58세로 제한하였는가? 

25세 이하는 unconditional cash transfer로써 아동수당(월 100유로)과 학생수당(월 300유로)이 있고, 58세 이상 역시 유사하게 국민연금이 있다는 점에서 이들은 제외. 즉 Finland 연구팀은 모든 사회보장제도를 unconditional cash transfer로 바꿈으로써 이른바 복지함정의 문제를 없애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임.

   

핀란드의 사회안전망은 상당히 두터움. 실업급여(보다 정확히는 실업보험기금으로부터 임금 연계 실업수당)의 경우 실업 후 500일(100주)년 동안 과거 고용시 받던 급여의 60~80%를 보전 받을 수 있음 . 아울러 소득 수준에 따라 주거수당이 주어짐. 또한 아동수당과 청년수당 외에 학비가 대학원까지 무료임. 거의 모든 연령대에 상당한 수준의 social benefits이 주어지고 있음. 

working age 인 25세에서 58세 사이에 주어지는 가장 큰 혜택인 실업급여가 아동수당이나 학생수당처럼 unconditional cash transfer로 주어질 경우, 핀란드의 사회복지는 세대별로 무조건적 이전급여(이른바 ‘demogrant’)가 존재하게 됨. 일각에서 말하는 것처럼 기본소득의 목적이 기존의 핀란드의 과도한 복지수준을 줄이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수준은 유지하되 복지재원을 좀더 효율적인 방식으로 배분하는데 있다고 판단됨. 


4. 핀란드 기본소득이 학자들의 큰 관심을 끄는 것은 이른바 무작위통제실험(RCTs)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 이는 성남시나 서울시의 청년수당 혹은 배당의 설계와 본질적 차이가 있음 (나중에 사업의 효과성을 평가할 때 드러남). 

RCTs 방식으로 기본소득실험을 진행하자고 관료와 의원들을 어떻게 설득했느냐고 물으니 KELA의 기본소득 연구팀을 이끌고 있는 Dr. Olli Kangas 의 공이 크다고 함. 처음부터 의회와 행정부가 기본소득을 RCT의 방식으로 구상한 것은 아님을 알 수 있음. 


RCT를 진행한다고 해서 실험결과가 완전히 신뢰(credible)할 수 있는 것은 아님. 예를 들어 실험군에 속한 사람들이 자신이 실험군에 속해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일반적으로 실험을 주관하는 사람들의 의도에 부응해서 행동을 바꾸는 경우가 있음. 이런 경우 실험 결과가 왜곡될 수 있음. 


기본소득의 경우 대내외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제도. 특히 언론이 기본소득을 수급하는 사람들에게 많이 접촉하고 있고 이것이 참여자들의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음. 이러한 문제점을 차단하기 위해 ▲ KELA는 일단 기본소득을 받는 사람들의 신원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 KELA 자체도 참여자들과 직접 연락하지 않고 오로지 행정자료만을 통해 활동을 check한다고 함 (예컨대 취업한 경우 근로소득이 발생하면 이는 소득세 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음). 

   

5. 준비기간이 1년 2개월 정도라고 함. 그 사이에 연구와 실험설계 (그리고 RCT를 위한 법률개정)를 진행. 

자세히 설명하면 예비연구가 2015년 10월 말에 시작. 기본소득 설계를 위한 용역보고서가 2016년 3월 말에 the Minister of Social Affairs and Health 에 제출. 이를 바탕으로 그해 말 기본소득 집행을 위한 관련 법안을 Parliament가 통과시킴.


현재 핀란드의 수상은 중앙당 (과거 농민당)에서 배출되었는데 자영농과 농촌 노동자들의 이익을 대변한 농민당(중앙당)은 보편적 사회보험 정책을 추진. 이는 노동운동에 기반한 사민당이 주로 고용과 연계된 사회보장 시스템을 선호하는 것과 비교됨(Seo) KELA 역시 지금까지 모두 중앙당 출신의 인사가 역임해오고 있을 정도로, 중앙당의 이념과 가치, 정책 지향이 조직 곳곳에 스며들어 있음.  


바로 이 지점이 네델란드의 기본소득실험과 차이가 발생하는 지점. 즉 네델란드의 몇몇 지방자치단체들의 경우도 유사한 방식의 기본소득 실험을 하고 있으나 중앙정부와 조율이 되지 않아 과연 실험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아니면 진행된다 하더라도 그 결과를 신뢰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음. (예를 들어 법에 실업급여를 받는 사람이 준수해야 하는 최소한의 행위의무가 있는데 네델란드 기본소득에서는 이러한 의무를 지키지 않는 그룹을 실험군으로 상정하고 있음. 그러나 이러한 사람들은 현행 법에 따르면 일정한 불이익, 예컨대 수급액의 삭감과 같은 제제에 직면하게 되는데, 과연 이 경우 개인이 받는 이러한 불이익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문제가 될 수 밖에 없음)


2017~18년 2년 동안의 실험. 이렇게 비교적 타이트한 일정을 갖게 된 이유는 2019년에 총선이 있기 때문이라고 함. 선거전에 성과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어디나 비슷한 듯. 2019년 총선 결과에 따라 기본소득이 좌초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현재 연정에 참여하는 정치세력이 기본소득을 반대하기 보다는 각자의 기본소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완전히 백지화되지 않을 것으로 기대.


“2019년 총선 이후 전망과 관련하여, 현재 연정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정당들 즉 사민당(SDP), 녹색당(Green League), 좌파동맹(Left Alliance)등의 야당들도 각자의 기본소득안을 갖고 있거나 발전시키고 있기 때문에 총선 결과에 관계없이 어떤 형태로건 핀란드 정부의 기본소득 실험과 정책화 시도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음. 


특히 최근 녹색당의 정당 지지율이 급상승하고 있어 기본소득 실험과 제도화 논의가 더 탄력을 받을 가능성도 있음. 물론 최종 정책화 또는 제도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며, 그 결과 또한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어려움. 

 

기본소득 구상이 20세기적 복지국가 모델을 대체하는 효과적 제도적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노조와 좌파 정당들만이 아니라 고용주 단체 등에서도 다양한 비판들이 제기되고 있으며, 2년(2017-2018) 간의 기본소득 실험 이후 정책 결정 프로세스 또한 제 정당과 사회세력들 간의 치열한 논쟁과 협상에 기초한 매우 정치적인 과정이 될 것임 (Dr. Seo)“ 


6. 현재 2000여명을 상대로 기본소득 실험을 진행 중인데 원래 안은 이 보다 많은 숫자(1만명)였다고 함. 이것이 실행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예산 문제 2년 간 총 2천만 유로임. 

예산문제가 발생하는 까닭은 기본소득 진행을 위해 별도의 행정비용이 투여되는 것은 아니지만 실업급여의 경우 수급자가 노동시장에 참여할 경우 실업급여 지급이 중단됨으로써 예산이 절감될 수 있으나 기본소득의 경우 계속해서 주어지기 때문. 


KELA의 연구자들은 기본소득이 실험이 종료되는 2018년 이후에 이 실험을 보다 확대하여 진행할 것은 제안하고 있음. 특히 25세 이하 청년들과 저소득층 (persons with small incomes)을 포함시킬 것을 제안. 또한 각기 다른 세율구조 (현행은 누진제도이나 단일세율-flat tax)하에서 기본소득 실험을 제안할 것을 요구. 


기본소득 결과는 단순히 참여자가 노동시장에 참여하여 일을 하는지 여부만 살펴보는 것이 아니라 참여자의 생활 전반 (예컨대 소비가 얼마나 늘었는지, 아니면 건강이나 교육수준에는 어떠한 변화가 있었는지등)에 대한 정보를 모으려고 한다고 함. 물론 시기는 1차 실험이 종료되는 2018년 이후가 될 것임. 


개인의 소득과 사회급여에 대한 정보가 담긴 incomes registry를 2019년이나 2020년에 도입할 예정. 여기서 말하는 incomes registry란 연간 정보가 아니라 월 단위 정보를 의미한다고 함. 이것이 도입되면 negative income tax(NIT) 실험을 하겠다고 함. 이론적으로는 세제가 flat tax로 되어 있고 tax-financing 기본소득을 진행할 경우 (즉 기본소득 재원 마련을 위해 소득세를 올릴 경우) 이는 본질적으로 NIT가 됨.

-출처: 한국조세재정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