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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물의 자연사 - 앨리스 아웃워터 Alice Outwater

by 성공의문 2012. 3. 8.


원제 Water Natural History
물의 자연사 
앨리스 아웃워터 (지은이) | 이충호 (옮긴이) | 예지(Wisdom) | 2010-02-28

몇 년전에 용인 에버랜드에서 프레리도그라는 동물을 봤다. 우리나라에서는 보지 못했던 동물로 기니픽 보다 큰 크기로 복슬복슬한 털로 뒤덮인 예쁘게 생긴 모습이었다. 전시장 안내문에는 ‘고향은 아메리카의 초원지대이고 땅속에 미로처럼 생긴 도시를 만들어 무리가 함께 산다. 풀, 씨앗, 열매, 곤충 등을 먹고 살며 개와 비슷하게 짖는다고 해서 '초원의 개'라고도 불린다’라고 적혀 있었다. 그것이 프레리도그에 대해 접한 모든 것이었다. 
 

프레리도그

프레리도그의 생태계에서의 역할 

『물의 자연사』라는 책에서 프레리도그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아메리카 대륙에는 광대한 영역에 걸쳐 수십 억의 프레리도그가 살고 있었다. 이 프레리도그는 지름 약 12.5cm, 길이 6m에서 24m가 넘는 굴을 파서 지하에 미로 같은 터널을 만든다. 이것을 프레리도그 타운이라고 한다.

프레리도그는 타운을 만드는 과정에서 심토를 수 톤이나 땅 위로 옮겨 표토와 유기물을 잘 섞어 놓아 주변 식물들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 조성에 도움이 된다. 또 지하 깊은 곳까지 연결된 땅굴은 빗물이 지하수면으로 빠르게 들어갈 수 있는 터널이 된다. 
 
그런데 프레리도그 타운 위로 말이나 소가 달리다가 다리가 부러지는 일이 있었다. 또 프레리도그가 풀을 먹음으로써 양이나 소가 먹을 풀이 줄어든다고 미국 농무부는 해로운 동물로 분류하여 대대적으로 독을 묻힌 낟알을 뿌려 제거하였다. 아이러니 하게도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프레리도그는 자신의 안전을 위하여 타운 입구 주변의 큰 키의 풀을 제거함으로써 초원에 짧고 부드러운 풀이 자라도록 하여 소와 양에게 양질의 풀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프레리도그 타운의 토양은 수분과 유기물 함량이 더 높아 풀이 잘 자랐다. 프레리도그가 사라지자 프레리도그를 먹이로 하던 독수리. 매, 코요테, 여우, 오소리, 검은발족제비, 뱀 등도 개체수가 급감했다. 그리고 프레리도그가 사라진 후 지하로 통하는 입구와 터널들을 소가 밟아서 메우고 땅을 다져 놓음으로 인해 지하수로 유입되는 빗물은 줄어들고 강물로 바로 유입되었다. 대지에 머무는 시간이 줄어들고 바로 강에 유입되는 빗물은 홍수의 원인이 되었다. 

『물의 자연사』의 저자인 앨리스 아웃워터는 MIT 환경공학자로 보스턴 항구 오염제거 공사라는 대규모 정부 프로젝트에서 슬러지의 질을 평가하고 슬러지에 포함된 물질들이 어디서부터 온 것인지 조사하는 일을 맡았다. 이 프로젝트의 진행하면서 저자는 인간의 눈에는 쓸모없거나 비효율적으로 보이는 습지나 강가 모래톱, 구불거리는 곡류가 물을 깨끗이 하고 지하수를 풍부하게 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밝혀낸다. 

『물의 자연사』에는 많은 이야기가 나온다. 좀 이상해 보이기도 하지만 물을 이야기 하는 책의 처음은 모피와 비버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리고 숲이 나오고 풀이 나오고 프레리가 나오고 댐이 나오고 연어가 나온다. 또 홍합이야기가 나오고 악어나 나오고 공병대 이야기가 나온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변기와 슬러지가 나온다.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이런 것들이 사실은 아메리카라는 땅에서 물의 흐름과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있다. 또 물이 주변의 생태를 좌우하기 때문에 『물의 자연사』는 미국 환경의 자연사와 맥락을 같이 한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서 원래의 아메리카의 생태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버팔로가 초원을 뒤덮고 있었고 하늘에는 새떼가 뒤덮고 있었다. 숲에는 나이가 2000살이 넘고 키는 100m나 되는 삼나무가 흔했다. 또 강물에는 손만 넣으면 고기가 닿았고 한 사람이 하룻밤에 창으로 천 마리의 뱀장어도 잡을 수 있었다. 또 연어의 산란철에는 길이 1.5m, 무게 최대 45kg의 연어들이 줄을 지어 강물을 거슬러 올라왔다. 그것이 아주 아주 오래된 이야기가 아니다. 1800년대의 이야기다. 하지만 유럽인이 아메리카 대륙에 정착하고 겨우 200여년이 지난 오늘 우리는 그런 모습을 어디에서도 볼 수도 없고 상상할 수 조차 없게 되었다.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한다. 우리는『물의 자연사』를 통해서 자연의 건강했던 모습을 만날 수 있고 그 건강한 자연 속에서 비버와 프레리도그와 버팔로와 홍합이 서로 어떤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었는지를 볼 수가 있다. 

홀로 이루어진 생명은 없다. 또 하나의 생명이 빈자리는 생태계 전체의 아픔이 된다. 마지막으로 책에서 운하와 관련된 이야기를 짧게 옮긴다. 2010년 대한민국과 깊이 관련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운하로 죽인 키시미 강을 되살리려는 미국 

키시미 강은 원래 남쪽으로 약 220km나 빙 돌아서 흐르다가 오키초비 호로 흘러들었다. 1928년 플로리다주 남부에 홍수가 발생해 2750명이 익사하자, 공병대(미국의 큰 규모의 공사는 공병대에서 했다)는 구불구불한 키시미 강을 곧게 펴서 길이 90km, 폭 52m, 깊이 9m의 운하로 만들었다. 오키초비 호 주위에는 흙으로 거대한 제방을 쌓았고, 전체 에버글레이즈 대소택지 면적의 절반 이상을 농경지로 바꾸기 위해 길이 2040km에 이르는 운하와 제방, 방수로, 배수장이 건설되었다. 부동산 투기꾼, 목장주, 사탕수수 재배업자, 그 밖의 농업 경영자들은 큰돈을 벌었지만, 1960년대에 들어 강과 호수는 오염되었다. 1970년대에 이르자, 이전에 엄청난 떼를 이루어 살던 물새들의 수가 크게 줄어들었고, 농경지에서 흘러나온 물은 식물에게는 영양을 지나치게 공급하고 동물을 중독 시켰다. 에버글레이즈는 말라붙기 시작했다. 
 
오늘날 공병대는 키시미 강을 제방과 갑문에서 해방시키고, 한때 강물을 깨끗하게 해주던 습지를 회복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3억 7200만 달러의 예산을 들여 35km길이의 운하를 69km의 구불구불한 키시미 강으로 복원하려는 계획은 연방과 주가 함께 120억 달러를 투입하여 전체 강을 복원하는 계획으로 확대되었다. 에버글레이즈는 예외적인 사례가 아니다. 미국 전역에서 공병대는 환경단체들과 협력하여 야생 생물에게 최대한의 혜택이 돌아가도록 물을 관리하려고 애쓰고 있다.  
- 해를 그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