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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가 발전함에 따라 거실의 터줏대감 격인 TV도 진화하고 있다. 브라운관 TV는 LCD나 PDP TV로 교체되고 있고 거의 모든 가정에서 케이블이나 위성방송을 보고 있다. 그러나 TV를 바꿀 때나 위성방송을 신청할 때 전력소비량이 얼마나 느는 지 따져보는 경우는 많지 않다.’

실험4-브라운관 TV 대 LCD TV

집 안에 있는 29인치 브라운관 TV(LG전자)를 켜고 30분간 실험한 결과 소비전력은 평균 81W로 측정됐다. 47인치 LCD TV(넥스와이드)는 평균 282W로 나타났다. LCD TV가 브라운관 TV에 비해 3.5배나 더 전기를 소모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화면 크기가 대형화된 데 따른 소비전력 증가분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보다 주요한 원인은 IT기술의 발전으로 화면이 브라운관에서 LCD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PDP TV는 LCD TV보다 전력소비량이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전력거래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들의 하루 평균 TV 시청 시간은 6.6 시간이다. 이 자료를 바탕으로 29인치 브라운관 TV와 47인치 LCD TV의 1년간 전기요금 차이를 비교해 보면 브라운관 TV는 2만3400원(81W*6.6시간*365일=195kWh)인 반면 LCD TV는 8만1500원(282W*6.6시간*365일=679kWh)이다. LCD TV로 바꾸겠다면 연간 6만원 정도의 전기요금을 더 낼 생각을 해야 한다.

2006년 현재 국내 TV 보급대수는 브라운관과 LCD, PDP를 통틀어 2376만8000여대에 이른다. 가전업계에 따르면 2015년 쯤이면 대다수 가정에서 LCD나 PDP TV를 이용할 전망이다.

전국 가정의 TV 대수를 2000만대로 가정했을 때 브라운관 TV는 연간 390만MWh, LCD TV는 연간 1360만MWh를 각각 소모한다. TV의 교체만으로 연간 전력소비량이 1000만MWh 정도 증가한다. 이는 1000MW급 최신형 원자력발전소 1기가 하루 24시간씩 1년 365일 가동할 때 발전할 수 있는 전력량(876만MWh)보다 많다.

전자부품연구원 이상학 박사는 “한 집 단위로 보면 정보통신 기기들이 소비하는 전력량이 그리 많지 않고 전기요금이 한달 몇천원 더 느는 수준이니까 별로 심각성을 느끼지 않는 것같다”며 “정보통신기기 전체 혹은 국가 전체 차원으로 넓혀보면 IT시대가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험5-셋톱박스

요즘에는 대부분 가정에서 케이블방송이나 위성방송을 본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와 스카이라이프 등에 따르면 2006년 현재 케이블 TV 가입자는 1200만 가구를 넘었고 위성방송 가입자도 200만 가구를 돌파했다. 케이블이나 위성방송을 보는 가정에는 셋톱박스라는 기계가 새로 들어왔다. 이 셋톱박스의 전력소비량 문제가 국제적 이슈가 되고 있다. 특히 위성방송 셋톱박스가 문제다.

케이블 셋톱박스를 켜고 30분간 측정했더니 평균 소비전력이 11.8W로 나타났다. 리모컨으로 셋톱박스 전원을 끄고 대기전력을 다시 재보니 5.4W로 내려갔다.

그러나 위성방송 셋톱박스는 전원을 켜거나 끄거나 상관없이 평균 13.5W를 소모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방송을 보든 안 보든 하루 24시간 위성방송 셋톱박스에서 이 정도의 전력이 그냥 흘러 나가고 있는 것이다.

대기전력 전문가인 한국전기연구원 김남균 박사는 “위성방송용 셋톱박스가 대기상태에서도 13.5W의 전력을 소모한다는 것은 큰 문제”라며 “스카이라이프에서 일괄적으로 셋톱박스를 공급하기 때문에 가입자 입장에서는 저전력 제품을 선택할 방도가 없다”고 지적했다.

IT 기술의 발전은 에너지 소비량 증가를 동반한다. 한국전력은 지난해 주택용 전기사용량이 7280만MWh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했다. 10년 전인 1996년의 3280만MWh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 2000만MWh에서 4000만MWh가 되는데 1992년에서 2000년까지 8년이 걸렸고, 4000만MWh에서 6000만MWh가 되는데는 2003년까지 3년이 걸렸다.

김 박사는 “가정용 전력사용량이 빠르게 증가하는 건 세계적인 현상”이라며 “가정 내 인터넷 사용량의 증가와 대형 평면 TV의 보급이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케이블이나 위성용 TV 수신을 위해 장착되는 셋톱박스의 전력 소모는 국제적인 이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04년에 이어 지난달 초 파리에서 셋톱박스의 에너지 소비 문제에 대한 대책회의를 열었다.

이 회의에서 미국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의 앨런 마이어(Alan Meier) 박사는 “2030년 쯤에는 셋톱박스로 인한 전 세계 에너지 소비가 현재의 약 10배인 4억2000만kWh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에서는 이미 셋톱박스의 대기전력 기준이 마련돼 있다. 강제조항은 아니지만 이 기준을 충족시키지 않으면 시장에서 팔리지 않는다. 국내에서도 셋톱박스 문제를 방관하고 있는 건 아니다. 에너지관리공단 김영래 팀장은 “우리나라도 셋톱박스의 대기전력 소비기준을 가지고 있다”면서 “그러나 강제조항이 아니기 때문에 실효성을 올릴 방안을 고심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위성방송이나 케이블방송이 보편화된 시대를 되돌릴 수는 없다. 집 안에서 셋톱박스를 치울 수 없다면 저전력의 길을 찾아야 한다. 전문가들은 스카이라이프 같은 서비스 제공업체가 가전업체에게 에너지 절약형 셋톱박스를 제조하도록 유도하고 이를 가입자들에게 직접 공급하는 방식을 제안한다.

김남균 박사는 “현실적인 대안으로는 가입자들에게 셋톱박스 선택권을 돌려주든지, 저전력 제품을 직구매하여 소비자에게 제공하든지 둘 중 하나”라고 말했다. 김 박사는 이어 “영국 위성방송 BSkyB의 경우 셋톱박스를 납품받을 때 대기전력을 우선 고려하고 있다”면서 “BSkyB는 이를 기업의 친환경 이미지 구축에도 적극 활용한다”고 덧붙였다.

셋톱박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책적인 지원도 필요하다. 전기부품연구원 이상학 박사는 “신기술을 적용하면 단가 상승 요인은 있으나 저전력 셋톱박스를 생산할 수 있다”면서 “단가 상승분이 제품 판매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제조업체에 인센티브를 주는 등의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업체들의 기술 능력도 뛰어난 편이다. 휴맥스, 삼성전자 등은 세계 셋톱박스 시장의 강자들로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산업자원부는 재작년에 ‘대기전력 1W 계획’을 천명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대기전력을 ‘1W 이하’로 맞추지 못하는 가전기기는 2010년부터 국내에서 판매할 수 없게 된다. 국내 셋톱박스 제조업체들이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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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시장 예측이 안된다." 국내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 임원이 한숨을 내쉬었다. 예년 같으면 다음해 사업 계획을 내놨을 시기인데, 올해는 이것이 늦어지고 있다. 이유는 디플레이션 우려 속에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휴대폰, 반도체, LCD 등의 사업 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비단 삼성전자만의 고민은 아니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LCD, 휴대폰 업체들은 경기 불황에 따른 수요 위축으로 내년 사업 계획 수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도체와 LCD는 가격 하락 속에 수요마저 줄고 있으며, 휴대폰 시장도 마이너스 성장할 전망이다. 당연히 내년 전망이 우울할 수밖에 없다.

추락하는 반도체

올해 3분기까지 반도체 업계의 최대 고민은 메모리 반도체의 끝없는 가격 추락이었다. 현재 주력인 1기가비트(Gb) D램 가격은 1달러 이하로 떨어져 원가를 위협하고 있다. 일부 대만업체의 경우 이미 원가 이하로 떨어져 만들수록 손해다. 하이닉스, 마이크론, 대만 업체들이 감산과 투자 축소로 반도체 가격은 간신히 추락에서 벗어나 옆걸음하고 있다.

문제는 수요다. 가격은 잡았지만 가라앉은 수요를 억지로 살릴 수는 없는 법.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사람들이 휴대폰, MP3, 컴퓨터(PC) 등을 바꾸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면서 반도체 수요 또한 침체 상태다.

업계에서는 내년 상반기까지 IT기기의 수요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본다. 당연히 반도체 경기도 내년 상반기까지 살아나기 힘들다는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하반기에 경기가 살아나면 IT는 선수요가 발생하기 때문에 반도체 경기도 살아날 것"이라며 "그러나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반도체 업계의 구조조정이 일어날 가능성은 적다. 독일 키몬다, 대만의 난야, 프로모스 등이 퇴출설에 휩싸여 있으나 대만 정부에서 최근 자국 반도체, LCD 업계 지원을 밝힌 만큼 대만 업체들의 시장 퇴출 가능성은 낮다.

국내 업체들은 내년 시장을 상반된 전략으로 헤쳐나갈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부진한 D램과 낸드 플래시 대신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 차세대 메모리에 공격적인 투자 방안을 검토중이다. 하이닉스는 생산 목표와 투자 계획 모두 줄일 방침이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내년에는 수익성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투자 목표도 올해 2조5,000억보다 줄어든 1조~2조원 사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요 줄어드는 휴대폰

휴대폰은 사상 처음으로 내년 시장이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메릴린치와 JP모건은 내년 세계 휴대폰 시장이 올해보다 각각 5%, 3.9%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노키아와 퀄컴 역시 내년 시장이 올해보다 위축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시장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사업계획을 다시 짜는 중"이라며 "고화소, 풀터치, 스마트폰으로 시장을 적극 공략할 방침이지만 목표량을 어떻게 가져가야 할 지 고민"이라고 털어놓았다.

내년 전망이 비관적인 이유는 휴대폰 전체 판매량 가운데 교체 수요가 차지하는 비중이 75%에 이르기 때문. 그만큼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사람들이 휴대폰을 쉽게 바꾸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따라서 업계 재편은 반도체보다 오히려 휴대폰 분야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는 업무 때문에 휴대폰 교체를 원하는 비즈니스맨들을 겨냥한 스마트폰이 쏟아져 나오면서 스마트폰에 강한 노키아, 애플, 삼성전자 등은 유리한 반면 경영난을 겪고 있는 모토로라와 뮤직폰에 치중한 소니에릭슨 등은 상대적으로 취약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터널 속의 LCD

LCD 업계에서는 짧으면 내년 1분기, 길면 내년 상반기까지 '어두운 터널'을 통과할 것으로 보고 있다. LCD 역시 TV 교체 수요가 발생해야 판매량이 늘어나는데 지금 같은 경기 위축 상황에서는 수요 확대를 기대하기 힘들다.

수요가 줄면서 발생한 공급 과잉과 가격 하락은 업계를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6월부터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등의 감산으로 공급 과잉은 어느 정도 줄었으나 가격 하락은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디스플레이서치는 42인치 LCD 패널 가격이 지난달 현재 410달러에서 내년 4월 355달러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섣불리 희망적인 이야기를 하기 힘들다"며 "올해보다 판매 목표치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최연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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