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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
서현 (지은이) | 효형출판

1998년에 출간되었던 책의 개정판으로 사진과 도면을 새로 담았다. 책은 건축을 인문학적으로 사유하고자 했으며 건축을 음악, 미술 등과 비교하여 해석했다. 또한 건축의 관점과 고려 사항 등의 구체적인 건축 행위에 관한 지식과 정보도 함께 담아 건축가들이 어떤 관점에서 건축과 건물을 바라보는지를 설명했다.

글은 건물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따라 점>선>비례>상자(원동)>공간으로 확장된다. 건축 재료인 벽돌, 돌, 콘크리트, 유리, 철, 나무, 유리에 따라 건물의 느낌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사진과 함께 담았다. 이밖에도 건축의 정치 이데올로기, 권위적인 의식, 남녀 평등의 문제와 건물의 가치에 대한 글 등을 엿볼 수 있다.


-이하 리뷰

대학시절 건축공학과를 기웃거리던 관심 때문인지 길거리의 건설 현장이나 이런류의 인문에세이를 관심 있게 둘러보곤 했었다. 그러다 알게 된 것이 서현님의 <그대가 본 이 거리를 말하라>다. 수학과 공학, 미적 감각을 동시에 요하는 딱딱하고 어려운(건축역학 같은 과목은 정말이지 돌아버린다!) 학문을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건물과 문화로 쉽게 풀어놓은 책이었다.
이 렇게 서현이라는 건축가에 대해 흥미를 느끼고 있던 차에 우연히 <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를 인터넷에서 발견했다. 건물의 벽면에 흐르는 하얀색의 빛과 까만색 표시가 어찌나 멋지게 보이던지... 책 제목과 표지만 봤을 뿐인데도 그 책에 담겨있을 서현님만의 수수한 건축냄새가 느껴지는 듯 했다.
들뜬 마음에 코를 벌름거리며 책장을 넘긴다. ^^

점, 선, 면을 통해 그림을 그려나가듯 건축에 대해 기본부터 하나하나 설명한다. 연필을 세워 구도를 잡고 도화지 위에 선과 면을 채워나가자 어느새 다가온 미술선생님처럼 이들의 관계를 설명하기 시작한다. 낫 놓고 ‘ㄱ’자도 모르는 초보는 최고의 건축수업을 받는다.
그렇게 그를 따라 그림을 그려가다 보면 순간, 화면 가득히 멋들어진 건물 한 채가 들어선 것을 볼 수 있다. 지금 우리가 앉아 있는 이 방일 수도 있고, 첨단으로 가득한 테헤란 로의 빌딩이나 한강을 가로지르는 트러스 다리가 되기도 한다.
또한 안전한 건축을 위해 필요한 압축력, 인장력, 벤딩모멘트 등 어려울 수 있는 전문적인 내용들이 일상의 예를 통해 쉽게 설명한다. 우리가 서 있으면 무릎 관절은 압축력(눌려지는 힘)이, 철봉에 매달린 팔에는 인장력이(늘어나는 힘)이, 물고기를 낚는 휘어진 낚싯대는 벤딩모멘트(휨에 지탱하는 힘)가 발생한다고 명쾌하게 설명하고는 이들이 어떻게 건축물에 활용되고 응용되는지 사진으로 보여준다.

꼼꼼하게 건축의 기본적인 개념을 설명한 다음에는 과거와 현재의 건축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그러다 잘 만들어진 건축을 마주할 때면 용돈이라도 받아 쥔 동네 꼬마들처럼 흥분하고 기뻐한다. 각 페이지의 글자들도 경쾌하게 들썩거린다.
물 론 잘 다듬어진, 인간과 주변의 환경에 잘 조화된 건물에 비해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기에 그의 눈매는 늘 부드러움과 매서움이 교차한다. 그저 기와지붕만 올려놓았다고 ‘전통’을 계승했다고 말할 수 없듯 문화와 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한다.

건축을 쉽게 설명한 내용 뿐 아니라 그것의 아름다움을 흠뻑 느낄 수 있게끔 절묘하게 감아 치는 글맛 역시 어느 문학가 못지않다.
“ 건축가는 공간이라는 악보에 크레센도(cresc)와 디크레센도(decresc)의 악상 기호를 붙이면서 건물을 만들어나간다. 창, 문, 계단, 복도로 공간을 이어가면서 그 매듭의 건너편에 무엇이 있는지를 얼핏 비춰 보여주기도 하고 감추기도 하면서 공간의 드라마를 엮어나가는 것이다.” (p174)
건축가가 아닌 문학가로서 ‘금자탑’을 쌓아도 될 듯싶다. 건축이라는 공학을 뛰어넘는 서현님의 폭넓은 감성과 인문지식이 인상 깊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에는 전과 같지 않으리라...”는 어느 문인의 말처럼 일상에서 건성으로 둘러봤던 건물과 심지어 그 주변의 나무, 그리고 빛과 그림자까지도 새롭게 보인다.
나는 이 책의 사진들을 찾아 전국을 헤매고 싶어진다. 그래서 달 빛 내리는 그 건축물을 음미하며 옅은 음악과 함께 커피를 마시고 싶다.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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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건축 | 원제 The Architecture of Happiness (2006)
알랭 드 보통 (지은이), 정영목 (옮긴이) | 이레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여행의 기술>, <키스하기 전에 우리가 하는 말들>의 작가 알랭 드 보통의 2006년 신작. 사랑, 문학, 여행, 철학 등의 영역에서 그 특유의 명민하면서도 유쾌한 글쓰기를 해왔던 그가, 이번에는 건축을 이야기한다.

우리 삶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공간, 그 공간을 기능적이면서도 아름답게 구축해내는 건축. '실용적인 동시에 예술적인' 특성을 지닌 건축의 독특한 영역에 위치에 대한 드 보통의 파악은, '건축이 어떻게 인간의 행복을 증진시키는가'에 대한 성찰로 이어진다.

"건물은 말을 한다. 그것도 쉽게 분별할 수 있는 주제들에 관해 말을 한다. 건물은 민주주의나 귀족주의, 개방성이나 오만, 환영이나 위협, 미래에 대한 공감이나 과거에 대한 동경을 이야기한다." - 본문 77쪽에서

우리가 감탄하는 건물은, 여러 방식으로 우리가 귀중하다고 여기는 가치들을 상찬한다는 것. 즉 이런 건물은 재료를 통해서든, 형태를 통해서든, 색채를 통해서든, 우정, 친절, 섬세, 힘, 지성 등과 같은 긍정적 특질들과 관련을 맺는다는 이야기다.

결국 건축이나 디자인 작품을 아름답다고 말하는 것은 그것이 우리의 번영에 핵심적 가치를 표현한다는 드 보통의 말은, 우리 개인의 이상이 물질적 매체로 변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것은 행복과 외부 세계와의 관계에 대해 새롭게 살펴보는 계기를 제공한다.

전문적인 건축사 책이나 이론서가 아닌, 해박한 미술사 지식과 균형 잡힌 시각으로 인간이 건축에서 얻는 행복에 대해 말하는 책이다. 건축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건물들에 얽힌 이야기부터 건축의 주요 미덕들(질서, 균형, 우아, 일치, 자기인식)에 이르기까지 건축의 이론과 실제를 부담 없이 읽어 내려갈 수 있다.


-이하 리뷰

내가 올림픽공원에 테니스를 치러 다니던 시절, 가는 길에 은빛 찬란한 건물이 한 채 있었다. 이름하여 엠마뉴엘 교회인데, 교회라는 이름보단 캐슬이나 왕궁 같은 단어가 더 어울려 보였다. 교회를 짓는 데 들어간 돈도 어차피 교인들의 돈, 그 돈으로 어려운 이웃을 돕는 대신 저렇게나 화려한 건물을 지을 필요가 있을까 회의에 빠졌었고, 그 뒤부터 엠마뉴엘 교회는 내가 종교를 비판하는 주된 레퍼토리가 되었다. 하지만 알랭 드 보통의 <행복한 건축>을 읽다보면, 사람들이 왜 그런 짓을 하는지 이해하게 된다.

“우리 자신이 작고 못난 만큼 그 반대로 강하고 숭고한 존재 앞에 무릎을 꿇고 그 존재를 섬기고 싶은 독특하고 당혹스러운 욕구....딴 세상 같은 벽과 레이스 같은 천장의 목적은 아무리 맨송맨송한 가슴이라도 형이상학적 떨림을 그럴 듯한 느낌으로, 아니 저항할 수 없는 힘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었다·(119-120쪽)”

박식함을 주무기로 하는 드 보통은 이 책에서 건축에 대한 자신의 해박함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그의 다른 책을 읽을 때처럼 내 자신이 아는 거 없고 못난 만큼, 박식하고 글 잘 쓰는 존재 앞에 무릎을 꿇고 저자를 섬기고 싶은 당혹스러운 욕구를 느끼게 했다. 그의 책을 읽다보면 줄곧 “아, 정말 그래!”라고 감탄하게 되는데, 예를 들어 “우리가 아름다운 것들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우리 인생이 여러 가지 문제로 가장 심각할 때일지도 모른다”는 그의 말은 왜 시험 때면 그토록 날씨가 좋고 놀만한 게 많은지를 설명해 준다.

이 책을 읽은 벅찬 감격을 다른 이에게 전하고픈 마음을 우리는 인지상정이라고 부른다. 내가 책을 다 읽어 갈 때 쯤 이 책을 한권 더 주문한 건, 건축을 하는 친구에게 선물하고자 하는 기특한 마음에서였다. 하지만 이 책을 들고 있는 내 모습을 본 친구는 벌컥 화부터 냈다.

“넌 이래서 안돼. 니가 이 책 하나 읽는다고 해서 건축에 대해 다 알 것 같아? 내가 이십년을 넘게 해도 잘 모르겠는데? 너는 이 책을 다른 사람에게 아는 척이나 할 용도로, 즉 자기과시를 위해 읽으려는 거야.”

난 그에게 주려던 책을 다시 가방에 집어넣었다. 다른 면에서는 참 괜찮은 친구인데, 왜 가끔 저럴까 곰곰이 생각을 해보다, 에라 모르겠다 싶어 술만 마시다 집에 왔다. 책을 읽는 목적은 사람마다 다르며, 아는 척이나 할 용도로 읽는다고 해도 뭐 그리 나쁘겠는가? 내가 책을 읽는다고 그에게 자랑한 적도 없는데 말이다. 아무튼 그 친구의 말처럼 <행복한 건축>을 읽긴 했지만 건축에 대해 내가 아는 건 별로 없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은 정말 행복했고, 가끔씩 이 표지를 볼 때마다 그때의 행복감이 되살아난다. 이렇다면, 이 책을 한번 읽는 것도 나쁜 건 아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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