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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지렁이 분변토에 대한 뉴욕타임즈의 기사다.


지렁이 분변토로 축산 분뇨를 처리한다는 대목은 한국에서도 관심을 기울일 만하다. 올해(2013년)부터 한국도 가축분뇨의 해양투기가 금지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각지의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이를 자원화(축산퇴비)한다며 대규모 시설을 지었는데, 거기서 생기는 문제도 골치가 아프다. 자원화 시설이 지어질 곳의 주민들이 악취와 지하수 오염 등을 들며 반대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러한 대규모 자원화 시설의 주변에 가보면 냄새가 나기는 나더라.


대규모 자원화 시설을 짓는 데에는 경제성이란 점이 가장 크게 작용할 것이다. 그런데 그 크기를 조각조각 나누어 작은 규모의 지렁이 분변토 업체를 만드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이 기사를 보면서 들었다. 그렇게 분산된 만큼 기존 자원화 시설의 규모와 운영을 좀 줄여서 악취 같은 문제를 완화할 수는 없을까?


물론 분변토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한때 지렁이 분변토에 큰 관심을 기울였던 적이 있다. 그렇다고 자세하고 깊게 파지는 않아서 어설픈 지식이긴 하다만, 지렁이 분변토를 사용해 보니 가장 큰 장점은 토양의 성질을 개선하는 개량제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거름기가 약하다는 데 있다. 한국의 토양은 화강암이 모암이라 그런지 거름이 잘 빠져나가는 특성이 있다. 그래서 유럽이나 미국의 토양과 달리 거름기가 부족하다는 약점이 존재한다. 그런데 지렁이 분변토는 그를 보완해줄 만큼 거름기가 세지 않다. 지렁이 분변토를 쓰더라도 함께 거름기를 좀 보충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는 전적으로 내 짧은 경험과 지식에 기반한 것이니 다른 의견이 있으시다면 일러주시길...


아무튼 미국에서도 지렁이 분변토는 매우 일부의 일이겠지만, 다양한 중소규모의 기업들이 벤처자금 등을 받으며 설립되어 운영된다는 점이 흥미롭다. 역시 사업가 정신의 나라답다. 이런 점이나 배울 것이지 한국은 이상한 점만 본받으려고 한다.


퇴비 만들기 붉은줄지렁이는 캘리포니아 Sonoma Valley의 지렁이농장에서 분변토를 만드는 데 활용된다.



오래된 닭장들을 따라, Jack Chambers 씨는 소똥과 수백 마리의 줄지렁이가 가득 찬 거대한 금속상자의 제국을 건설했다. 


“내 친구들은 모두 비행가와 배를 가지고 있다”고 전직 비행기 조종사인 Chambers(60) 씨는 말한다. “나는 지렁이 농장을 한다.”

스스로 "지하운동"이라 부르는 Chambers 씨의 20년의 투자가 성과를 올릴 것이다.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그가 선구자를 도와 제조한 생산물인 분변토라 부르는 지렁이가 만든 토양첨가물이 식물에게 다양한 혜택을 준다 —다른 종류의 퇴비나 화학비료를 주는 것보다 더 활기차게 자라도록 돕고, 병해충에 강해지도록 만든다.


지렁이의 소화과정은 “미생물에게 정말로 좋은 배양기”임이 판명되었다고 하와이대학 원예학과의 Norman Q. Arancon 조교수는 말한다. 


그리고 지렁이가 배설할 때 빠르게 증식하는 이러한 미생물들은 토양생태계를 바꾸어 놓는다. 일부는 식물이 더 잘 성장하도록 뿌리에 유용한 질소를 공급한다. 미생물의 다양성과 숫자가 많아지면 토양의 병원균을 이기도록 한다. 


Arancon 조교수는 이와 대조적으로 인공적인 화학비료와 농약에 과도하게 노출된 토양은 미생물의 숫자와 다양성이 부족하고 질이 떨어지는데, 분변토의 미생물을 넣어줌으로써 자연적으로 회복될 수 있다고 한다.


일부 전문가와 사업가들은 지렁이가 다른 문제도 도와주기를 바란다: 목장이나 다른 축사에서 나오는 동물 똥의 처리. 


뉴욕 에이번에 있는 회사인 Worm Power는1년에 한 목장에서 나오는 똥 4535톤을 —젖소가 싸는 양의 약 40%— 1134톤의 분변토로 변환시킨다. 2003년 회사를 설립한 전직 지방자치단체의 폐기물 기술자 Tom Herlihy 씨는 벤처자금에서 600만 달러 이상과 주로 코넬대학에서 200만 달러의 연구교부금을 받았다고 한다. 


여기 캘리포니아 북부 Chambers 씨의 Sonoma Valley Worm Farm 은 약 50만 파운드의 분변토를 생산했는데, 봄에 더 늘릴 계획이다. 그는 뚜껑이 달린 기다란 금속상자에 소똥과 30~40만 마리의 줄지렁이를 넣었다 —무게로 136~181kg. 지렁이가 활동하여 소똥을 좋은 피트모스처럼 보이는 비옥하고 무른 분변토로 만든다.


수백만 마리의 지렁이가 헤집고 다녀 완전히 부숙된 분변토가 되기까지 약 6개월이 걸린다. Chambers 씨는 계속하여 2m 정도의 똥을 추가하고 1주일에 분변토 1m 정도를 얻는다. 완성된 분변토는 불필요한 부분을 없애고 상자에서 한번에 들어낸다. 자리를 잡은 곳에서 몇 년이고 계속할 수 있다. 


소똥을 지렁이 상자에 넣기 전에 전 처리 과정을 거친다. 쌓아놓고서 풀씨나 대장균 같은 병원균이 죽을 만큼 자연적으로 뜨거워지게 한다. 


분변토의 특성은 화학비료나 퇴비와 다른점이 있다. “그건 재밌고 복잡하다”고 30년 이상 전 세계에서 분변토에 대해 가르친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의 외부전문가 Rhonda Sherman 씨가 그 주제로 열린 연례회의에서 이야기했다. 


그녀는 “어떤 식물은 젖소의 똥으로 만든 분변토에 잘 반응하”고, “다른 식물은 음식물쓰레기 분변토에 더 잘 반응한다”고 말한다. 그 점이 다양한 식물에 맞춘 “전문 분변토(boutique composting)”를 낳게 했다.


미국 서해안의 회사인 California Soils는 재활용하기에 너무 짧은 마분지 폐기물을 부수는 데 지렁이를 활용한다. 종이를 붙이는 데 사용된 접착제는 지렁이에게 중요한 질소 공급원이 된다. “이건 견과류나 매실 농민에게 정말 좋은 제품이다”라고 회사의 대변인 Mitch Davis 씨가 말한다. 또한 호두나무를 괴롭히는 몰식자와 세균성 병을 억제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찰스 다윈이 좋아하는 유기체로 지렁이를 꼽은 건 이유가 있다: 그들은 어떠한 것이라도 부술 수 있을 것 같다. 연구에 따르면 그들은 토양의 독성과 기타 중금속을 없앨 수 있다고 한다. 


지령이 분변토로 만든 다른 제품으로는 Chambers 씨가 통기장치를 사용하여 추출하여 때로는 tea라고 부르는 농축액이 있다. Arancon 조교수는 이 추출물의 1% 용액만으로도 분변토와 똑같은 효과를 낸다고 한다. 


코넬대학의 식물병리학자 Eric Nelson 씨는 어떻게 퇴비가 질병을 억제하는지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그는 Worm Power의 제품이 기존의 퇴비보다 더 효과가 좋은데, 아마 높은 균일성 때문인 것 같다고 한다. “핵심은 왜 이러한 미생물이 그런 일을 하는지 이해하는 것이다”라고 Nelson 씨는 말한다. 그러고 나서 아마도 그 작용기제를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 한다. 


지렁이 분변토는 다른 퇴비의 약 10배의 가격으로 충분히 값을 매길 수 있다고 여겨진다.


아직도 업계에서는 이미지 문제로 골치를 앓는다. “뒤뜰에 귀여운 지렁이가 담긴 상자를 가져다 놓고 페기물을 처리하도록 하는 전략을 실행하게 하기가 어렵다”고 코넬대학에서 분변토를 공부하여 박사학위를 따고 아리조나의 프레스컷 전문대에서 강의하는 Allison Jack 씨는 말한다. 


제품의 품질이 너무 다양하고 산업표준이 없기에 누구나 분변토 제품을 팔 수 있다.


한동안, 지렁이 사업은 사기꾼 천국이었다. 회사들이 농민에게 더 많은 지렁이를 키워 분변토를 생산하여 되팔 수 있다고 꼬시며 지렁이를 팔았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다단계 사기로 밝혀졌다.


그래도 분변토의 특성은 농민들에게 오랫동안 인정받았다. Napa Valley에 있는 Round Pond Estate 양조장의 포도밭 관리자 Jeff Dawson 씨는 자신이 10년 이상 써온 Chambers 씨의 분변토를 신뢰한다.


“포도를 심을 때 포도나무 한 그루의 구멍에 반 컵 정도 넣으면 포도나무가 훨씬 빨리 뿌리를 내려 안정된다”고  Dawson 씨는 말한다. “그리고 더 건강하게 자란다.”


이는 캘리포니아에 Cambers 씨의 고객 가운데 일부인 의료용 마리화나 재배자들도 그런 반응을 보인다. “그들이 현금을 안긴다”고 그는 말한다.

출처: http://goo.gl/0XWJ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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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The Earth Moved : On the Remarkable Achievements of Earthworms (2004년)
지렁이, 소리 없이 땅을 일구는 일꾼 
에이미 스튜어트 (지은이) | 이한중 (옮긴이) | 달팽이 | 2005-04-30


 
생명을 무엇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생명을 표현할 수 있는 말은 무수히 많을 것이다. 그 중에 하나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지구상의 생명은 순환이다. 끊임없이 순환하기 때문에 생명은 지속가능한 것이다. 순환이 되지 않으면 생명은 함께 공멸한다. 그러기에 지구상의 생명들을 따로 구분하여 생각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특히 특정 종을 만물의 영장이라거나 하는 식으로 차별적 표현을 하는 것은 전혀 무의미한 말이다. 생명은 모두 나름의 존재 의의를 가지고 지구상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생명은 끊임없이 종의 경계를 넘어서 순환하여야만 지속가능할 수 있다. 순환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을 이루는 것이 아니다. 이루는 것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다시 있던 곳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렇게 있던 곳으로 돌아가야만 다시 그것을 바탕으로 순환의 고리가 이어진다. 가령 초원에는 기린도 있고 코끼리도 있고 사자도 있다. 그 각각의 생명들이 온전히 제 삶을 영위하는 것은 중요한 일다. 그리고 그 종들이 시간의 흐름을 초월하여 생존할 수 있기 위해서는 그 새끼들이 그가 머물던 그 곳에 번성하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때가 되면 죽고 그 개체는 순환의 고리 속으로 스며들어가야 한다. 지금 살고 있는 기린이나 코끼리 또 사자가 순환의 흐름 속으로 녹아들어가지 못하고 온전히 남아 있게 된다면 지구는 사체가 쌓여 있는 행성이 되고 말 것이다. 

죽은 커다란 사체는 작은 육식동물들을 살리고 그리고 그 나머지는 곤충을 비롯한 수많은 생명들에 의해서 분해되어 다시 순환의 고리 속으로 스며든다. 이렇게 생명의 순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눈에 두드러져 보이는 커다란 동물들이 아니다. 생명의 순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눈에 잘 띄지 않는 작은 생명체들이다. 이러한 작은 생명체들이 있기 때문에 생명은 끝없이 순환할 수 있는 것이고 인간을 비롯한 다른 생명체들 또한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울창한 숲이 있다. 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는 나무들이 시간이 흘러 늙어서 죽은 후에 썩지 않고 그곳에 그대로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 그 숲은 죽은 고목만 가득한 숲이 되고 다른 나무들은 자리를 잡을 수 없게 된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흰개미를 비롯한 많은 곤충과 곰팡이들이 이 나무를 갉아 먹고 썩게 만들어서 흙으로 돌아갈 수 있게 만들기 때문에 다음 세대의 나무들이 그것을 자양분으로 하여 성장을 할 수 있게 된다. 진드기나, 개미, 거미, 노래기, 전갈, 딱정벌레, 쥐며느리, 톡토기, 바퀴벌레와 같이 숲 속의 벌레들은 낙엽이나 나무껍질 부스러기 등의 유기물을 분해하는 역할을 한다. 

이렇듯 생명의 순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눈에 띄는 거대한 덩치의 생명들이 아니라 소위 우리가 미물이라고 표현하는 그 작은 생명체들이다. 그 생명체들 중에 하나로 지렁이가 있다. 지렁이의 역할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에이미 스튜어트는 수천 마리의 지렁이를 키우고 관찰하여 『지렁이, 소리 없이 땅을 일구는 일꾼』라는 책으로 엮었다. 

도시의 아파트에서 살다보면 지렁이를 접할 일이 흔하지 않다. 그런데도 비가 많이 온 다음날 아침에 길을 나서면 도로 곳곳에 많은 지렁이들이 나와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어디에 있다가 나왔을까 싶은 그 큼직한 지렁이들은 햇살이 따가와지면서 흙 속으로 들어가는 것들도 있지만 간혹 햇살을 피할 곳을 찾지 못해 말라 죽기도 한다. 왜 비온 다음 날 지렁이들은 땅 위로 나와서 죽음을 당하는 것일까? 이런 간단한 의문이 이 책을 읽으면서 풀렸다. 지렁이는 땅 속에 굴을 파고 다니면서 산다. 땅 속의 좁은 굴에서 살다보니 공기가 희박하다. 그런 환경에서는 사람과 같이 폐로 호흡을 하는 방식은 적합하지 않다. 그래서 지렁이는 온 몸으로 피부 호흡을 한다. 그런데 땅이 물에 잠기면 피부 호흡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물을 피해서 땅 위로 나오는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익사하고 만다. 땅 속에 사는 지렁이가 물에 빠져 익사를 한다니? 당연히 지렁이도 호흡을 하는 생명이기에 물에 빠지면 익사를 한다. 그런데 지렁이가 익사를 한다는 것도 새삼스러워 보인다. 그만큼 지렁이를 비롯한 많은 작은 생명들에 대하여 우리는 모르고 살고 있다. 

지렁이는 줄지렁이와 붉은큰지렁이, 희색지렁이가 있는데 비오는 날 땅위에서 눈에 많이 띄는 지렁이는 붉은큰지렁이다. 지렁이는 밭 흙 4천 평방미터에 100만 마리 이상이 살 수 있으며 일년에 18톤의 거름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들이 주로 하는 일은 낙엽 등 식물의 잔해를 먹어서 분해시키고, 흙의 거친 입자를 부드럽고 작게 만들며, 창자분비물로 흙을 적시는 것이다. 지렁이는 땅의 성분을 바꾸고, 물을 흡수하고 저장하는 능력을 향상시키고, 영양분과 미생물을 늘어나게 해준다. 이것은 앨리스 아웃워터이 쓴『물의 자연사』에서 프레리도그가 아메라카 대륙에서 했던 역할과 같은 것이다. 이 동물들은 땅에 무수한 구멍과 굴들을 만들어서 빗물이 강으로 바로 흘러 내리지 않고 땅 속으로 스며드는 역할을 한다. 이런 식으로 지렁이는 흙을 농사짓기 알맞게 해준다. 나일 강에 사는 지렁이는 4천 평방미터당 1천 톤에 달하는 똥을 내놓을 수 있다. 지렁이 한 마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작아 보인다. 하지만 수 만마리의 지렁이가 하는 역할은 결코 작지 않다. 지렁이의 힘이란 개체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집단적인 역량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이는 이집트 농경지의 비옥함을 설명하는데 도움이 된다. 

지렁이는 한 해에 어느 정도를 이동할까? 비가 많이 온 날 보도로 나온 지렁이는 의외로 많은 거리를 이동하는 것 같아 보인다. 그런데 땅 속에 사는 지렁이는 일년 동안 몇 미터 움직이지 않는다. 하지만 정확히 얼마만큼의 거리를 이동하는지는 알 수가 없다. 지렁이를 연구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 속에 있는 물고기나 하늘의 새들은 학자들이 다가가서 관찰을 할 수 있지만 그들은 흙 속에 있기 때문이다. 지렁이를 실험실의 유리관에 넣어 관찰을 하는 경우 바뀐 환경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아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어서 연구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아직도 지렁이에 대해서는 많은 것이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지렁이는 토양을 개선하는 데 탁월한 역할을 한다. 19세기 유럽에서 뉴질랜드로 이주한 정착민들은 목초지에다 들지렁이들을 1평방미터 당 25마리 꼴로 섞어 넣자 땅속에 새로 들어온 지렁이의 패턴을 따라 땅위의 푸른 식물들이 건강하게 자라게 되었다. 지렁이를 도입한 지 처음 몇해 안에 농지와 목초지의 생산성은 70퍼센트나 늘어났다. 줄지렁이는 탄산칼슘을 분비하는 샘을 가지고 있어서 먹이 속의 칼슘 성분을 처리하여 그 여분을 똥으로 배설한다. 칼슘은 식물의 생장에 필수적인 것으로 식물이 질소를 받아들이게 해준다. 질소는 잎의 생장을 촉진해주며, 단백질 합성과 식물의 기타 필수적인 기능을 도와준다. 붉은큰지렁이는 굴 속에 살다가 밤이면 지면으로 올라와 낙엽을 땅으로 끌어들어가 먹는다. 그리고 식물의 성장에 유익한 많은 분변토를 만들어 놓는다. 지렁이 굴의 내벽에는 박테리아와 균류가 풍부하다. 이는 지렁이가 배설하는 특별한 점액질, 그리고 지렁이가 흙속을 돌아다닐 때 남기는 자취가 섞인 결과다. 

하지만 지렁이가 모든 토양에 유익한 것은 아니다. 미네소타 연구팀이 알아낸 바로는 지렁이는 단 한 철에 숲에 떨어진 낙엽을 몽땅 먹어치울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실제로 먹어치우기도 한다. 작은 식물들과 어린 나물들은 촉촉하고 향기로운 냄새가 나며 서서히 썩어가는 숲의 바닥층에서 잘 자란다. 이 썩은 나뭇잎 층은 여러 해에 걸쳐 만들어진다. 이 속에는 여러 분해 단계의 온갖 낙엽과 다른 유기물들이 들어 있다. 토착식물들 중 상당수는 환경의 영향을 받아 발아를 하는 씨앗을 생산해 낸다. 씨앗 하나가 발아하는 데 2~3년이 걸릴 수 있으며, 이 폭신폭신한 썩은 나뭇잎 층에 의존하는 복잡한 순환을 거치게 된다. 숲에서 그런 역할을 해주던 바닥층이 지렁이에 의해 사라지게 되면서 대부분의 작은 식물들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지렁이는 퇴비더미에 있으면 아주 좋다. 농사를 위해 훌륭한 일을 한다. 흙을 섞어주기도 하고, 영양분을 보태주기도 한다. 그러나 지렁이가 없이 진화해온 숲에는 지렁이가 토착식물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지렁이의 역할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지렁이를 이용한 다양한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고 실제로 실용적으로 이용하는 곳들도 있다. 그 중에 한 곳이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일이나 유제품 공장이나 축산 농장에서 나오는 동물 배설물을 처리하는 일이다. 미국의 메리 아펠로프씨는 지렁이를 이용해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는 방법을 정리하여 『지렁이가 우리집 음식물쓰레기를 먹네』라는 책자를 만들어 많은 이들에게 도움을 주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난지하수처리사업소에서는 지렁이를 이용해 오니를 처리하고 있다. 

『종의 기원』을 쓴 다윈은 만년에 지렁이를 관찰하고 연구하며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는 이러한 연구로 1881년 『지렁이의 활동에 의한 부식토 형성』을 출간하였다. 그 책에서 다윈은 지렁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 했다. “그들이 주로 하는 일은 흙의 거친 입자를 더 부드럽게 체질하듯 걸러내고, 식물의 부스러기를 흙 전체와 섞고, 창자 분비물로 흙을 흠뻑 적셔버리는 것이다. … 이런 사실들을 고려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 앞으로 나처럼 자연에서 지렁이가 중요한 구실을 하고 있다는 점을 믿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생명은 순환이다. 지구상의 생명들은 살아가는 과정도 그러하지만 마지막 죽는 순간도 다른 생명을 살리는 과정이 된다. 그렇다면 지구상에서 가장 위대하다는 우리 인간은 지구상에 살고 있는 생명들의 지속가능한 순환을 위하여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해를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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