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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밭에서 흔히 보는 잡초 ‘피’를 확대한 모습. 

왼쪽부터 돌피, 강피, 물피.


농과원 “논 10㎡당 11포기 이내땐 안뽑아도 수량 큰 차이없어”

 

벼의 생육을 방해해 쌀 수확량과 품질을 떨어뜨리는 잡초인 ‘피’를 효율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경제적 방제시점이 제시됐다.


농촌진흥청 농업과학기술원은 2004~2007년까지 연구한 결과를 바탕으로 피의 발생밀도에 따라 쌀 수량을 예측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논 1㎡당 피가 1~4본 발생할 때 쌀 수확량은 그렇지 않은 정상 논에 비해 2~8% 적었다. 피가 16~24본 발생할 경우 수확량은 27~35%, 96본가량일 때는 69%가 감소했다.


이 수치를 기계이앙 논에 적용해 생산 및 증수에 드는 비용 등을 종합해 따져본 결과 논 10㎡당 피의 발생밀도땐 12본이 넘었을 때 방제작업에 돌입하는 것이 가장 경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즉 피의 발생밀도가 11본 이하일 경우에는 굳이 뽑아내지 않더라도 쌀 수확량 감소에 큰 지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잡초 방제에 대한 일반 농가의 생각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논 10㎡당 피가 12본 정도 발생했다는 것은 1㎡당 적어도 1본 이상이 나왔다는 것인데 이 정도면 ‘논이 아니라 피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인용 농업과학기술원 잡초관리과 연구관은 “피는 쌀의 수확량과 품질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농가들은 피가 조금이라도 발생하면 별도의 비용과 노력을 들여 방제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면서 “하지만 이번 연구결과가 나옴에 따라, 관행농가는 물론 제초제를 뿌릴 수 없는 친환경 실천농가의 방제 수고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농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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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잡초  강력한 제초제에도 내성을 가진 명아주가 콩밭에서 웃자란 모습. 

사진=아칸소대 농학부 제공


제초제 듣지 않는 ‘슈퍼 잡초’ 미국 곡창지대 위협  

  

미국의 주요 곡창지대에서 제초제가 듣지 않는 ‘슈퍼 잡초’가 빠르게 확산돼 농업 생산을 위협하고 있다.

 

로이터는 10일 워싱턴에서 열린 잡초 전문가 회의 내용을 인용, 초강력 잡초가 미국 농경지를 장악하고 있으며, 식량 생산을 보호하기 위해 제초제에만 의존하는 관행을 바꿔야 한다고 전했다.

 

제초제에 내성을 지닌 초강력 잡초는 농경지 1200만 에이커를 덮으며, 미국 남동부 농업지대와 중서부 옥수수와 콩 재배지에 피해를 입히고 있다. 심한 경우 잡초가 2m 가까이 자라 작물을 말려 죽인다.

 

슈퍼 잡초는 일반적인 제초제뿐 아니라 미국의 다국적 농업회사 몬산토가 개발한 초강력 제초제 ‘라운드업’에도 내성을 지녔다. 라운드업은 잡초 종류에 상관없이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농약으로, 특히 이 제초제에 죽지 않도록 유전자 조작을 거친 작물 ‘라운드업 레디’와 함께 미국 대부분 농가가 사용해 왔다.

 

회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장기간 제초제에만 의존한 점을 비판하며 땅을 갈아엎거나, 잡초 성장을 억제하는 피복작물을 재배하는 등 재래식 잡초 제거 방식을 제안했다. 하지만 제초제 살포에 비해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 때문에 대안을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한편, 매리언 네슬(Marion Nestle) 뉴욕대 교수는 슈퍼 잡초는 유전자변형(GM) 식품을 허가한 1990년대 초부터 예견됐던 것이라고 꼬집었다. 네슬 교수는 미 시사지 애틀랜틱에서 당시 라운드업에 내성을 지닌 GM 작물을 광범위하게 심을 경우, 이 제초제에 내성을 지닌 슈퍼 잡초가 생겨날 가능성이 높다는 비판이 있었다고 밝혔다.

 

네슬 교수에 따르면 2004년 후반 라운드업에 내성을 지닌 잡초가 조지아州의 GM 작물 재배지에서 나타나기 시작했고 곧 다른 남부주로 확산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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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의 생명력은 작물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


잡초는 쓸모 없는 존재를 빗댈 때 쓸 정도로 부정적이다. 하지만 잡초는 질긴 생명력만큼이나 매력적이다. 그리고 그 어떤 농작물보다 뛰어난 능력으로 농작물의 성장을 돕는다. 



원래 잡초는 없다. 다만 사람들은 손해를 끼치거나 귀찮고 보기 싫은 존재로 ‘부정적인 식물’이라는 낙인을 찍어 잡초라 부를 뿐이다. 사람들의 가치관에 따라 부정적인 존재로 전락했을 뿐이다. 우리는 어떤 식물을 두고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하찮은 천덕꾸러기 풀로 매도했던 것이다. 


잡초에 대한 우리의 부정적인 인식은 일본의 생태학자 키라(吉良)의 ‘최종수량 일정의 법칙’을 전제할 경우에 성립한다. 즉 ‘작물 혼자 또는 작물과 잡초가 섞여서 자라든 상관없이 모든 땅의 생산력은 동일하다’는 것. 이에 따라 잡초가 끼지 않으면 그만큼 작물 생산량이 많아지므로 ‘잡초는 제거해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했다.


그림 1.잡초는 가을들판을 풍요롭게 하는데 방해를 하지만 때로는 돕기도 한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잡초와 작물이 함께 자라면 농작물이 피해본다?

 

이런 이유로 잡초는 종류에 관계없이 우선적으로 퇴치하고 박멸해야 하는 대상이 됐다. 또 잡초가 존재하는 양에 따라 농작물 소득에 차이가 발생한다는 생각으로 철저하게 없애야 한다는 결론을 냈다. 그래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 땅에서 잡초를 몰아내는 걸 최우선으로 생각하게 됐다.


결과적으로 고도의 선택성, 즉 식물의 종을 가려서 작용하는 제초제를 이용해 필요한 작물만 살아남고 풀은 죽게 해 최소의 비용으로 작물 생산성을 최대화하는 농사법이 개발됐다. 최근에는 각종 화학제에 방사선까지 투입하기에 이르렀다. 농사를 잘 짓고 못 짓는 차이가 잡초를 얼마나 현명하고 철저하게 방제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옛날부터 농사는 ‘잡초와의 싸움’이라 했다.


그러나 현대의 과학기술과 인간의 놀라운 지혜에도 불구하고 잡초와의 싸움은 쉽게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싸움은 더욱 치열하며 처절해지고 있다. 그런데 잡초는 농작물에게 어떤 피해를 얼마나 주는 걸까? 정말 잡초를 없앨 수는 있을까?

이에 대한 답을 얻으려면 우선 잡초가 잡초의 특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표 1. 잡초 개체별 씨앗 생산량


탁월한 생명력을 자랑하는 잡초


근본적으로 잡초는 농작물에 비해 생명력에서 탁월하게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다. 이것이 인류가 잡초를 없애기 위해 끝없이 노력하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잡초는 스스로 영구 불멸성을 갖는다. 

한 개체가 수만 개에서 수십만 개의 씨앗을 내 퍼뜨린다. 이는 수확량이 매우 뛰어나다는 벼가 한 포기에서 알곡을 맺는 1000여 개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엄청난 수치다. 더구나 작물의 씨앗은 싹을 틔울 수 있는 조건만 갖추면 살아 있는 종자가 대부분 싹을 낸다. 하지만 잡초는 휴면성을 가지고 있어 좋은 조건에서도 모두가 한꺼번에 싹을 내지는 않는다. 일부만 싹을 내고, 나머지는 ‘잠자는 숲 속의 공주’처럼 깊은 잠을 청해 언젠가 나타날 백마탄 왕자를 만나도록 기약한다.

 

이들 잡초 종자가 은연중에 우리 논과 밭에 들어와 쌓인다. 이렇게 언제라도 싹을 낼 수 있는 잡초 종자는 1㎡당 7만 5000~10만 개 정도다. 이렇기 때문에 풀을 다 뽑아 더 이상 잡초가 생기지 않을 것 같은 논과 밭에서 끊임없이 풀이 자라나는 것이다.

 

그림 2.냉이 캐는 어린이들. 냉이는 우리에게 먹을거리로 이용된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표 2. 잡초씨앗의 토양 속 수명

 

종자로 수십 년을 사는 잡초

 

특히 잡초 종자는 수명이 길다. 이집트의 피라미드나 중국의 고대 연못에서 발견된 종자의 수명이 수천 년에 이른다는 사실이 발표된 바 있다. 최근에 발견돼 이들이 싹을 내는지를 확인했기 때문에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보통 작물의 종자는 길어야 수 년 정도 싹을 틔우지 않고 살 수 있다. 반면 잡초는 보편적으로 수십 년을 산다.

   

환경을 극복하고 인내하는 능력이 탁월할 뿐 아니라 보존력이 길다는 특성은 예측하기 어려운 미래의 지구환경에 대비할 때 가치 있는 연구주제가 된다.


또 잡초는 탁월한 생육의 유연성(plasticity)을 갖고 있다. 사람이 필요로 하는 작물은 사람들처럼 이기적이다. 사람은 셋만 모여도 편을 가르고 금세 위아래를 만들어 권력과 이권을 휘두른다.

작물을 적당한 그릇에 담아 개체 수를 늘려가며 키우면 한 두 개체까지만 제대로 자라 씨앗을 맺는 반면 한 장소에 그 이상을 넣어두면 모두 죽거나 한 두 개체만 살아 남는다.


    표 3. 털비름의 공동생장의 유연성 사례


그러나 잡초는 여러 개체를 심을수록 서로가 합심하여 몫을 낮추고 욕심을 줄여 가며 함께 살고 함께 씨를 맺는다. 어렵더라도 함께 나누며 사는 지혜를 잡초는 터득하고 있는 것이다. 


한없이 욕심을 줄이고 함께 몸을 낮춰 작아질 수 있는 능력을 사람이나 작물이 겸비하고 있었다면 우리가 사는 게 이처럼 어렵지 않았을 것이고, 농사짓기가 이처럼 까다롭지도 않았을 것이다.

 

아무리 농약을 쏟아 부어도 꿈쩍 않는 잡초 

  

그림3. 꽃쇠비름(왼쪽)과 물달개비(오른쪽). 동아일보 자료사진

 

잡초는 사람에 의해 파괴된 환경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남아 지구를 원상으로 회복시키는데 기여할 최후의 생물일지 모른다. 처음 제초제가 우리나라 논에 뿌려졌을 때 벼 이외에 살아남은 잡초는 거의 없었다. 불과 수십 그램의 약으로 약 3000평에 달하는 1헥타르의 논에서 풀을 완벽하게 제거한 것이다.

 

그러나 이 약의 위력은 십여 년을 넘기지 못하고 흔들리기 시작했다. 아무리 약을 쏟아 부어도 꿈쩍 않고 살아남는 물달개비, 사마귀풀 같은 잡초종이 생겨난 것이다. 이처럼 저항성 강한 잡초 종은 삽시간에 전국의 논으로 번져나갔다. 이 계통의 약에 대해서만 저항성 강한 잡초종이 생겨난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인류가 개발해 농사에 이용했던 대부분의 화학제에 대해 저항성 잡초종이 출현했다. 잡초들의 변신을 설명하는 진화능력은 이렇듯 괄목할만하다. 


뿐만 아니다. 일반 식물들은 자웅이 만나서 후대를 만드는 타가수정을 하거나 홀로 양성생식이나 무성번식을 한다. 잡초에는 이런 번식방법을 환경에 따라 자유롭게 바꿔가며 쉽게 해내는 것이 있다. 대표적인 예가 털빕새귀리(Bromus tectorum)이다. 

이 연약한 한해살이의 벼과잡초는 억세기로 유명한 여러해살이 국화과 잡초인 쑥밭에 파고들어 성공적으로 제자리를 차지하는 별종이다. 쑥밭에 떨어진 털빕새귀리의 씨앗은 싹을 낸 뒤 몸을 천천히 키우면서 하나라도 더 많은 가지치기를 한다. 그리고 각 가지에서 꽃을 피우는데 씨방을 더 권고하게 달고 화분을 받아들이는 암술머리는 더 길고 예민하다. 게다가 화분저장소인 약을 더욱 오래 돌출시켜서 타가수정을 완벽하게 이뤄낸다. 


이렇게 해서 잡종의 우월한 특성인 잡종강세현상을 통해 강인한 개체들로 큰 집단을 만든다. 그리고는 다음 세대부터는 유전자 재조합 과정을 거치면서 새로운 유전자형을 무수하게 복제해낸다. 그러다가 생태적 위치가 안전해지면 종 유지를 위해 자가수분을 하는 신출귀몰한 삶을 산다. 윤리적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렵겠지만 불확실한 인류의 미래를 위해서라면 잡초의 진화 방식도 참고할 만하다. 


이처럼 잡초는 그 어떤 작물보다도 뛰어난 능력을 지니고 있다. 후대를 엄청나게 만들어 내는 번식력, 광합성 효율이 작물보다 10배나 높으며, 종자가 수백 년에 이를 만큼 오랜 수명을 지니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 함께 나누며 한없이 작아질 수 있는 겸손과 양보의 지혜, 즉 소유의 유연성을 지니고 산다. 게다가 박멸을 목표로 하는 사람의 칼날에서도 끝내 살아남도록 저항성을 지니며 진화하는 신출귀몰한 존재다.

 

잡초가 있어서 작물이 혜택 받는 8가지

 

오늘날 세계의 날씨와 관련된 조기 경보 분야의 기술과 컴퓨터 성능, 통신, 특히 감시와 이해, 예측, 전파를 위한 수단이 그런데 이렇게 강한 잡초가 작물에게 무슨 도움을 줄 있을까? 강하기 때문에 같이 자랄 경우 피해만 더 커지는 게 어쩌면 당연하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 잡초의 생명력은 작물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 죠셉 코케이너(Joseph Cocannouer) 필리핀대 교수는 ‘대지의 수호자 잡초(국내 번역판: 우물이 있는 집)’에서 돼지풀류, 비름, 쇠비름류와 쐐기풀 같은 잡초가 작물에게 좋은 이유 8가지를 소개했다. 그리고 그는 이들 내용을 현장에서 실제로 증명해 보였다.

 

그림4. 잡초가 농작물에 절대적으로 나쁜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니다.


잡초는 농작물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우선 잡초는 특히 땅 표면에 부족한 광물질을 땅 밑에서 위로 옮겨 농작물이 이들을 쉽게 이용할 수 있게 한다. 이런 작용은 미량원소와 관련해 특히 중요하다.(①) 그리고 돌려짓기 농법을 이용하는 땅에서는 잡초가 땅의 경질층을 부숴 농작물 뿌리가 깊은 곳에서 양분을 흡수할 있도록 돕는다.(②)

또 잡초는 흙 입자를 덩어리지게 하는 섬유화 작용으로 땅을 비옥하게 만들어 땅 속의 동식물에게 훌륭한 환경을 제공한다.(③) 더욱이 잡초의 종류와 상태를 알면 땅의 상태를 알 수 있다. 잡초가 땅의 상태를 알려주는 좋은 지표인 셈이다. 어떤 잡초는 땅에 특정 물질이 부족할 때만 나타난다.(④) 


잡초는 깊은 곳까지 뿌리를 내리고 양분을 흡수해 땅에 모세관을 만든다.


그림5. 흰명아주. 동아일보 자료사진

 

잡초의 이런 역할은 상대적으로 환경에 견디는 힘이 약하고 땅 표면에서 양분을 흡수하는 농작물이 혼자 있을 때보다 잡초와 같이 있을 때 수분 부족 상태에서 더 잘 견디게 한다.(⑤) 이때 작물은 혼자서는 이용하기 어려운 영양분을 물과 함께 쉽게 얻는다.(⑥) 그리고 잡초는 빗물에 씻겨 내려가거나 바람에 날아갈지 모르는 광물질과 영양분을 저장해 다른 식물이 이것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땅의 상태를 유지한다.(⑦)

 

마지막으로 잡초는 사람과 가축에게 좋은 먹을 거리로 활용된다.(⑧) 코케이너 교수는 식탁에 오르는 시금치나 요리된 채소에 비해 흰명아주가 우수하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고 했다. 물론 그가 농장이나 정원이 잡초로 무성해지도록 두자고 말한 건 아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잡초를 적절하게 이용하면 땅을 더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고, 농부나 정원사가 진정한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줬다.

 

산불 난 산을 생태 복원하려면 잡초가 빠르다?

 

수년 전에 강원도 설악산 일대에 큰 산불이 이어져 국토가 벌거벗겨졌다. 한 산림생태학 전문가는 “산불이 난 산을 생태적으로 복구하려면 적어도 20~30년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이때 필자는 “다른 도리가 있겠는가? 불이 나 버려진 땅에 파고들 수 있는 것은 잡초뿐이다. 지금이라도 잡초로 무성한 전국 곳곳의 겉흙을 긁어다 뿌리는 일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땅을 자연 그대로 회복시키는 일은 잡초가 가장 근본적이고 신속하며 효과적으로 수행해낼 수 있다. 


후속조치가 어떻게 이뤄졌는지는 모르겠으나 몇 년 뒤 설악산 화재 현장에서 “불탄 뒤끝의 잿더미에도 봄이 왔다. 늘 그랬던 것처럼 파릇파릇한 풀들이 새싹을 내밀어 초록의 그늘을 지었다”라는 보도가 나왔다. 


풀 한 포기 없는 삭막한 대지라고 하면 어떤 생각이 떠오르는가? 잡초는 사방팔방으로 퍼져 자라고 있지만, 제 나름의 자리에서 자연에 순응하며 살고 있다. 깨끗하지 않던 공기와 물도 잡초솜을 거치면 새롭고 청순한 공기와 물로 바뀐다. 이런 기능을 일컬어 ‘생물필터 작용(living filter activity)’이라 한다. 특히 뿌리가 깊고 흡수력이나 회귀력이 뛰어난 잡초는 다른 어떤 식물보다도 세상의 더러운 오염원을 걸러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그림6. 벼 수확량을 늘리려고 잡초를 제거하는 모습. 동아일보 자료사진


옛 선조들은 ‘잡초가 이 땅의 주인이고 작물은 단지 손님일 뿐’이라 생각했다. 비록 농사를 지으면서 잡초가 작물과 싸우며 작물 소득을 줄인다고 생각하지만 이들의 싸움은 마치 권투시합처럼 정해진 규칙 내에서만 싸웠던 것이다. 잡초와 싸우더라도 농경지에 국한되며 작물파종에서 수확기까지 앞쪽 3분의 1시점부터 2분의 1시점까지로 제한해 짧은 시간에만 이뤄진다.

 

이기는 데에도 세력이 우세하면 되지 구태여 완전히 없앨 필요까지는 없다는 아량이 있었다. 그렇다.

선조들의 지혜처럼 이제 우리도 잡초를 바라보는 시각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 잡초는 작물에게도 그리고 작물을 이용하는 사람에게도 분명 이로운 점이 많다. 일시적인 현상만으로 모든 것을 평가하며 극단적인 선택을 하던 태도를 버려야 한다. 이제 폭넓게 생각하며 잡초와의 공생을 꿈꿔보자.

 

글 / 구자옥 전남대 명예교수 joguh@chonnam.ac.kr

이미지 / 동아사이언스, 동아일보

출처: 사이언스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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