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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부키 출판사
 
세계 경제는 지금 불 꺼진 터널에 갇혀 있는 형국이다. 언제쯤 빠져나갈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유럽과 미국 재정위기가 단단히 발목잡고 있어서다. 투자의 귀재 조지 소로스는 ‘빙판에 미끄러지는 자동차’에 비유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장하준 교수의 전망도 비슷했다. 장 교수는 유럽과 미국 모두 “쉽게 풀릴 것 같지 않다”고 했다. 최악의 시나리오로 유로존 붕괴 가능성을 암시했다. 

위험하기로는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운명도 마찬가지다. 장 교수는 한국을 “세계에서 몇손가락안에 꼽힐 정도로 위험한 나라”라고 했다. “자산거품과 가계부채 때문”이란 지적이었다. “2008년 금융위기때 거품을 빼놨어야 하는데 그걸 안꺼뜨리려다 보니 점점 심각해져 지금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유럽 · 미국 위기가 해소된다 해도 한국 경제가 안심할 수 없는 이유라고 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설상가상이다. 삼성전자,현대차,포스코 같은, 이미 경쟁력을 갖춘 기업에겐 분명 좋은 기회이지만 나머지 산업은 아니라는거다.

장 교수는 “새로 뛰어드는 산업은 백전백패다. 정말 큰일났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국 경제는 이미 경쟁력을 갖췄다”는 주장에 대해 그는 “20년 뒤면 누구말이 맞는지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장 교수는 자유무역협정 시대에 특히 복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미국과 자유무역을 시작하면 1,2년 사이 그렇게 되지는 않겠으나 몇년 지나면 경쟁에 낙오해 도태되는 사람들이 엄청 나올 것이다. 그런 사람들을 같이 끌어안고 가야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도 복지가 절대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복지에 대해선 공짜로 주는 게 아니라 “공동구매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전 국민의 미래 불안에 대한 보험을 싼값에 공동구매하는 것이라는 부연이다.

장 교수와의 인터뷰는 한국시간으로 지난 3일밤, 영국시간으로 4일 오전 인터넷전화를 통해 한시간 넘도록 진행됐다. 


◆ 유렵·미국 재정위기 

-세계경제는 여전히 유럽과 미국 재정위기에 발목 잡혀 있다. 올해 돌파구가 찾아질까.

“전망은 어둡다. 쉽게 풀릴 것 같지 않다. 그리스가 파산 선고하고 난리날 수 있다. 미국도 공화당이 의회 장악하면서 재정지출을 삭감하기로 했다. 올해부터 시작될텐데 그러면 영국 꼴 날 수 있다. 영국도 재정지출 줄이면서 경기 냉각되고 난리났다.”


-미국은 그래도 좀 낫지 않은가. 지표도 호전되고 있던데.

“유럽에 비하면 미국은 여러 주정부가 파산을 했지만 연방정부가 받쳐주고 있어 좀 낫다. 같은 통화를 쓰면서 언어장벽도 없고 중앙정부가 뒷받침하니까 일부 지역 문제 생겨도 전체로 확산되지 않지만 유럽은 다르다. 그리스 사람이 갑자기 독어 네덜란드 말 배워 취직할 수 있나.

국가파산 제도 도입해서 강제적으로 채권자 끌어들여 채무 재조정을 하는 시스템이 있었다면 모르겠는데. 그리스는 유럽 경제에서 2% 불과하다. 한 나라로 치면 중소도시에 큰일 난 거나 마찬가지인데 제도적으로 해결할 준비가 없다.”


-유로존 위기의 현실적 해법은 무엇일까요.

 “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 처럼 단기간에 채무상환할 수 없는 나라들 부채 탕감해주고 더 이상 자살적인 긴축재정을 하지 않아도 되게 해줘야 살아날 것이다. 그래야 주변의 이태리, 프랑스 이런데가 영향 안받을 것이다.

여기서 유럽중앙은행이 적극 개입해 부실이 퍼지는 걸 막아야 하는데, 그런 최소한의 것을 하지 않으려 하니 힘든거다. 단일 통화권 쓰지만 같은 나라라는 생각이 없어서다.

독일, 핀란드 같은 돈 있는 나라 사람들은 게으르고 돈 낭비하는 그리스, 포르투갈을 왜 도와줘야 하냐는 생각들 하고 있다. 그러나 놔두면 곪아서 전체로 퍼지는 것이다. 잘못된 채무자들이 있으면 채권자도 잘못한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기업들은 하는데 유로존 국가들은 하지 않는다. 기업은 파산 선고하면 일정 기간 채권자들이 돈 받지 못하고 구조조정후 손해 분담하지 않나. 그러면 나중에 채권자도 득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최악의 시나리오는.

 “가능성이 높지는 않으나 최악의 경우 그리스가 파산선고하고 유로 탈퇴할 수도 있다. 그러면 이태리까지 위험해진다. 이태리는 워낙 규모가 커서 여기에 문제 생기면 유로존 자체가 위협을 받게 될 것이다. 어디까지 퍼질지 걷잡을 수 없을 것이다. 규모로 볼 때 이태리 경제는 독일 프랑스 다음이다.”


-유로존은 결국 처음부터 잘못 꿴 단추인가.

 “그런 셈이다. 정치통합이 제대로 안된 상황에서 경제통합을 한 것이다. 한때 덕 보는 것 같지만 지금은 후회하고 있다. 경제사적으로 보면 실패 사례이다. 수준이 비슷한 나라끼리 했어야 했는데. 동구권 사회주의 몰락하면서 되는 나라, 안되는 나라, 7만불 노르웨이부터 1만불 에스토니아까지 다 넣어서 섞어놨으니까.

그럼 정치적으로 운명공동체 의식이라도 만들었어야 했는데 그런 건 없다.”


-미국은 유럽보다 해법이 쉬운가요.

“미국도 회복에 접어들었다고 보기 어렵다. 부동산 시장 회복하는 것 같더니 다시 안좋아진다는 지표도 나오고. 경기회복을 제대로 시키려면 돈을 필요한 곳에 데 넣어 점프 스타트 시켜야 하는데, 양적 팽창으로 돈을 확 풀어놓기만 했다.

사상 초유의 저금리로 유동성 이 엄청난데 필요한 곳에 투자 안되고 금리 높은 신흥시장으로 가서 그 나라 통화 급격히 평가절상되고 물가 올리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


◆ 포스트 신자유주의

-통틀어 신자유주의의 실패라고도 볼 수 있는데, 포스트 신자유주의는 어떤 그림이어야 할까.

“이젠 무조건 풀어놓는다고 되는 게 아니라는 것, 그래서 금융시장 감독을 강화하고 사회통합을 이뤄야 하는 필요성을 인정하게 됐다. 그러나 규제는 금융권이 로비로 물타기하고 있고, 우파에서 복지국가를 영원히 축소하려는 움직임도 있어 정확히 어떻게 흘러갈지 예측하기 어렵다. 자본주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은 분명하다.

전반적 시스템에 문제가 있었다는 건 인정하는 거니까. 그러나 어떤 식으로 언제 바뀔 지 알 수 없다. 1929년에 대공황이 왔지만 뉴딜정책 시작은 1933년이었다. 이익집단 저항도 있고 시간이 꽤 걸릴 것이다. ”


◆ 복지 논쟁

-한국은 복지 논쟁중이다. 총선과 대선을 앞둔 올해가 정점일 듯 한데.

“복지 개념 자체가 잘못돼 있는 것 같다. 복지란 부자에게 돈 거둬 가난한 사람 나눠주는 거라 생각하는데, 재분배 측면이 없는건 아니지만 공짜로 주는 게 아니다. 공동구매하는거다. 어떤 국민도 나이들어서 일 못하게 되고 아플 수 있고, 애들 낳아 교육도 해야 하고, 실업이나 산업재해를 누구나 다 겪을 수 있다.

이런 미래 불안에 대해 국민 전체가 보험을 공동구매하는거라고 봐야 한다. 공동구매하면 가격이 낮아지지 않나. 미국의 건강 지표가 유럽에 비해 떨어지는데도 의료비 지출은 소득 대비로 훨씬 많다.

무상급식이 왜 무상급식인가. 가난해도 부가가치세라도 내지 않나. 복지는 국민의 행복, 사회안전, 사회통합 차원에서 재기의 기회를 주는 것이다. 실용적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논쟁이 이데올로기적으로 흐르고 있다.”


-경제성장과 복지가 배치된다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양극화 해소, 사회통합 복지제도를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성장 전망도 달라진다. 복지와 성장이 상충되는 게 아니다. 가난한 사람들 죽지 않게 밥 먹여주는거라면 성장에 배치될 수 있으나 유럽 스웨덴 핀란드는 미국보다 복지 지출 많은데 성장 속도 더 빠르다. 사회보험 만들어 국민생활 안전망을 갖추면 구조조정에 대한 저항도 훨씬 적다.”


◆ 한국경제와 자유무역

-유럽과 미국 위기가 해소되면 한국 경제도 괜찮아질까.

“부동산 버블, 가계빚 등 위험 요인은 그대로다. 특히 가계부채 불안요인들이 크다. 외부 충격이 오면 더 빨리 터질 수 있는데 그게 아니라도 내부적으로 터질 수도 있다. 지금 엄청나다. 외부 충격 없다고 해도 터질 수 있다. 2008년 금융위기 터진 뒤 서서히 거품을 빼는 작업을 했어야 했다. 그걸 안꺼뜨리려다 하다 보니, 진전은 없고 점점 심각해졌다. 한국은 몇손가락안에 꼽히게 위험한 나라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곧 발효될 전망이다. 강대국과의 자유무역은 장기적으로 약소국에 절대적으로 손해인가.

“몇몇 기업들은 더 잘 될 확률이 높다. 그러나 삼성전자, 현대차만 우리 경제가 아니다. 일부 제조업은 경쟁력이 강대국의 90%까지 가 있으니 괜찮지만, 다른 산업은 50∼60%, 농업은 그 이하다. 대부분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한 단계 도약하려면, 첨단산업 육성하려면 장애가 되는 것이다.

속된 말로 주제 파악하고 해야 하는데,전면적으로 경쟁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오산이다. 정밀기계의 경우 독일이나 이런 유럽 기업들이 경쟁하기 시작하면 어떻게 배겨나나. 제약산업도 다 거덜날 거고. 우리 나라 경제가 미국이나 스웨덴 이런 나라들과 80%정도 갔을때 하면 그나마 나을 것이다. 1960년대 미국과 자유무역했다면 삼성전자가 오늘 있겠나.

박정희 시대때 다들 미쳤다고 하는데도 자동차, 철강 들어가 해냈지만 관세보호 덕분이었다. 일본차 수입금지 이런 보호막으로 큰 건데. 이제 새로 뛰어드는 산업에선 불가하다.”


-자유무역시대의 복지의 역할은.

“복지가 할 역할이 많다. 미국과 자유무역 시작하면 1, 2년 사이 그렇게 되지는 않겠으나 몇년 지나면 경쟁에서 낙오, 도태되는 사람 엄청 나올 것이다. 그런 사람들 같이 끌어안고 가야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도 복지가 절대로 필요하다.

농업 망했다고 돈 대주고, 제약 망한다고 돈 대주고 하면 혼란스럽기만 하다. 일괄 타결해야 한다. 복지제도라도 잘 만들어 낙오자가 일어설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 장하준 교수 근황

-근황은. 반신자유주의 경제학자란 네이밍에 동의하나.

“책을 새로 쓰고 있다. 초기 단계이다. 경제학 일반에 관한 책이다. 반신자유의 경제학자란 표현을 그간 신자유주의 문제점을 계속 지적했으니 틀린 표현은 아니다.”


-좌우 양쪽에서 비판받는데.

“나도 남을 비판하는데 나도 비판받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아쉬운 것은 고정관념 갖고 비판한다는거다. 이건 우파, 저건 좌파라고 선 그어놓고 비판하는데 그건 문제가 있다. 너 좌파인줄 알았는데 왜 우파 지지하냐, 우파인줄 알았는데 왜 좌파 지지하냐고 비판하는 것은 의미 없다.

한국이 과거 관치금융 많이 했는데, 중앙은행 독립 얘기하면 좌파정책으로 몰렸다. 하지만 유럽에서 중앙은행 독립은 우파가 주장하는 것이다. 복지도 우파의 정책이다. 독일 철혈재상 비스마르크가 처음 시작하지 않았나.”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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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화(貨)가 내년 1월로 출범 10주년을 맞는다.

유로화 체제는 1999년 출범 후 미 달러화에 필적하는 글로벌 기축통화로 자리를 잡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 '유로화 출범 10년, 흡족해 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제목의 스페셜 리포트를 통해 유로화 출범이 유럽 경제에 미친 긍정적·부정적 효과를 심층 분석했다.

유로화는 1999년 1월부터 독일·프랑스·스페인 등 유럽 11개국에서 공식 통화로 채택됐다. 초기엔 은행 계좌이체 등 비(非)현금 거래에서만 적용되다가 2002년부터 실제 현금으로 통용되기 시작했다. 10년이 지난 현재 유로화 채택 국가(유로존)는 15개국, 총 사용인구는 3억2000만명으로 늘어났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유로화 채권 발행 잔액은 6조달러에 달해 4조달러 수준인 미국을 압도하고 있다. 또 전 세계 외환보유액의 28%를 차지하며, 미 달러화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유로화라는 단일통화체제 관리자인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10년간 물가상승률을 연 2% 이내로 관리함으로써 EU회원국의 '안정 성장'을 뒷받침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단일통화체제는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 과정에서 회원국들이 외부 변수에 휘둘리지 않고 금융시장이 안정세를 유지하게 하는 데 '방파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EU의 싱크탱크인 유럽정책센터의 정책분석가 파비안 줄리그(Zuleeg)는 "단일통화시스템이 없었다면 유럽 경제위기는 훨씬 심각한 양상을 띠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각 회원국의 경제 사정을 감안할 수 없는 ECB의 단일 금리정책은 적지 않은 부작용도 낳고 있다. 과거 고금리 국가였던 스페인의 경우 유로존 편입 후 저금리정책이 시행되면서 과잉 유동성에 의한 부동산 버블 현상이 발생, 심각한 후유증을 겪고 있다. 또 이탈리아의 경우 과거엔 리라화 평가 절하를 통한 수출경쟁력 제고 정책으로 다른 유럽국가와 경쟁할 수 있었지만, 유로화 채택 이후엔 이런 정책이 불가능해져 '유럽의 병자'로 전락했다.

WSJ는 정치와 경제 간 시스템 불일치 문제는 여전히 EU의 치명적 약점으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경우 금리정책의 후유증을 완화하기 위해 재정정책을 보조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유럽의 경우 재정정책은 각 나라에 맡겨져 있어 상호 보완이 어려운 문제점이 있다.
-조선일보파리김홍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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