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돈은 인간의 사회적 속성의 발현을 가로막는가> 


한겨레신문에 실린 채현국 이사장님의 인터뷰 기사를 다시 읽으며 불현듯 Kathleen D. Vohs의 2006년 <Science>지 발표 논문이 떠올랐다. 


“사업을 해보니까… 돈 버는 게 정말 위험한 일이더라. 사람들이 잘 모르는데, ‘돈 쓰는 재미’보다 몇천배 강한 게 ‘돈 버는 재미’다. 돈 버는 일을 하다 보면 어떻게 하면 돈이 더 벌릴지 자꾸 보인다. 그 매력이 어찌나 강한지, 아무도 거기서 빠져나올 수가 없다. 어떤 이유로든 사업을 하게 되면 자꾸 끌려드는 거지. 정의고 나발이고, 삶의 목적도 다 부수적이 된다.”


“돈이란 게 마술이니까… 이게 사람에게 힘이 될지 해코지가 될지, 사람을 회전시키고 굴복시키고 게으르게 하는 건 아닐지 늘 두려웠다. 그러나 사람이란… 원래 그런 거다. 비겁한 게 ‘예사’다. 흔히 있는, 보통의 일이다. 감옥을 가는 것도 예사롭게, 사람이 비겁해지는 것도 예사롭게 받아들여야 한다.”


미네소타대 캐서린 포스 교수의 연구는 <The Psychological Consequences of Money>라는 제목으로 <Science>에 실렸는데 연구 주제나 설계 방법이 현대 사회의 모습을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어 큰 화제가 되었다. 연구는 실험참가자들 중 일부에게 단어나 이미지, 게임을 통해 돈을 연상시킨 다음 아홉 가지 실험 상황에 노출시키고 돈을 연상했을 때 행동의 차이가 나오는 지를 대조군과 비교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돈을 연상하도록 한 그룹에서는 다른 사람과 함께 행동하거나, 다른 사람을 도우려는 의도가 줄어들었다. 예를 들어 심리 실험에서 흔히 사용하는 방법처럼 연구진이 필통을 실수로 떨어뜨린 듯 가장했을 때 돈을 연상시킨 그룹에선 연필을 주워주는 행동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마찬가지로 실험에 뒤늦게 참여한 동료를 가르쳐주는 일이나 연구진이 부탁한 서류 작업을 돕는 일에 대해 돈을 연상시킨 그룹은 대조군에 비해 사용한 시간이 절반 이하로 적었다. 


자신이 하고 싶은 행동을 목록에서 뽑아보도록 시켰을 때도 돈을 떠올리도록 유도된 참가자들은 혼자서 일하거나 노는 활동을 뽑는 경우가 많았다. 심지어 다른 사람과 앉는 자리 배치를 시키자 이들은 타인과의 거리를 더 넓게 띄워두는 모습을 보였다. 


포스 교수는 이러한 결과를 해석하면서 단지 돈을 연상하는 것만으로도 인간은 자기 충족감이 높아지고 굳이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안정감을 얻으려는 의도가 줄어든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돈에 초점을 맞춘 현대 사회에서 개인주의나 사회적 연대의 감소는 자연스러운 것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인간이란 약한 존재이기에 서로 돕는 사회적 활동을 통해 자신을 지켜내려고 한다. 타인과 함께 하는 것이 생존에 유리하기에 사회적 관계를 잘 맺는 쪽이 진화에서 선택되었을 것으로 진화심리학자들은 보고 있다. 

하지만 돈은 이러한 인간의 사회적 속성을 흔들어놓는다. 단지 돈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사회적 관심이 줄어든다면, 실제로 돈이 많다면 타인에 대한 연대나 교류의 욕구는 줄어들 것이다.(물론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통계적으로 그렇다는 것이지 개인차는 많을 수밖에 없다. 추세로 판단하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그러고 보면 '곳간에서 인심난다'는 옛 속담은 그다지 신빙성이 없는 말이 된다. 다른 연구를 봐도 돈이 많을수록 사람은 더 돈을 벌려고 애를 쓰고, 심지어는 그 돈을 다 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돈을 버는 데 몰두한다는 결과가 있다. 돈이 있으면 돈을 버는데 집중할 뿐 돈을 나누는데 에너지를 들이지 않는다. 


돈은 우리에게 자신이 강하다는 느낌을 준다. 자기 혼자만으로도 충분히 안정적이라는 느낌을 선사한다. 그러다 보니 타인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돈으로 채울 수 없는 것은 또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것을 느낀다고 해도 돈이 생기면 인간은 돈을 이용해서 부족함을 메꾸려 한다. 돈으로 노동력을 사고, 돈으로 물건을 사서 안전을 챙기고, 외로움을 달래고, 관심을 받으려 한다. 그럴수록 점점 타인과의 관계는 약해지고, 인간의 본성으로부터 멀어진다. 


인터뷰 기사를 봤을 뿐인데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60년대 이래로 세계는 급속히 성장하고 물질주의는 이제 인간 세계의 원래 모습인 듯 여겨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그 정도는 더 심하다. 세계적인 시장조사기업 IPSOS의 최근 보고서에 의하면 성공의 척도로 자신의 재산의 정도를 꼽는 '물질주의'에 한국인의 45%가 동의하고 있으며 (세계 평균 34%. 일본 22%, 스웨덴 7%) 보다 더 성공하고 더 많은 돈을 벌어야 한다는 압박을 느낀다는 사람이 한국인의 52%였다 (세계 평균 46%, 일본 29%, 스웨덴 26%). 이런 점을 보면 한국 사회에 지금 연대의식은 약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물론 작용에는 그만한 반작용도 있는 법이라 채현국 이사장님의 인터뷰가 큰 울림을 주는 것이리라. 


캐설린 포스의 논문 다운받기 : http://citeseerx.ist.psu.edu/viewdoc/download?doi=10.1.1.186.5454&rep=rep1&type=pdf

[출처: https://m.facebook.com/seoulmind/posts/626476380743957]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 Recent posts